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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추천] 테리 길리엄의 비디오가게 인터뷰 + 언급 작품 리스트

fantas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4 12:35:35
조회 980 추천 23 댓글 6
														

https://www.youtube.com/watch?v=8XcLsXiWj5c&t=202s


테리 길리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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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테리 길리엄

"넷플릭스는 많은 영화들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이 가게에 비교할 바는 못 됩니다. 이 가게 안의 영화들을 좀 보세요. 믿기지가 않네요!

스트리밍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는 영화들이 무척 많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 가게를 향해 달려와야만 합니다.

주소가 뭔가요? 이 영상에 이 가게 주소를 띄울 겁니다.


가게명: JM Vidéo le lieu de rencontre des cinéphiles

주소: 121 Ave Parmentier, 75011 Paris


흐흐흐 씨발 내가 뭔 소리를 씨부리고 있는 거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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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베르트뮬러 <세븐 뷰티스> (1975)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여자 감독 리나 베르트뮬러입니다. 저는 그녀를 이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만... 무척 슬프게도 몇 달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녀의 영화들은 매우 강렬합니다.

그녀는 오랜 기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조수였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떤 측면에선 펠리니보다도 나은 감독이었습니다. 그녀는 펠리니에 비해 보다 더 정치적이고 사회적입니다. 그에 비해 펠리니는 자기 자신과 자기 세계관에 더 밀접한 감독이었죠. 저도 그렇고요.

베르트뮬러는 굉장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이지만 엄청난 유머 감각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감독이죠!


이 <세븐 뷰티스>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본 중 가장 웃긴 장면이 유대인 수용소 안에서 벌어집니다.

이건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보다도 웃길 겁니다. 더 충격적이기도 하고요.

그녀의 영화는 당신을 쥐고 흔듭니다. 웃기다가 참혹하다가 슬프다가 다시 또 아름다워집니다. 다음을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슬프게도 이제 우리 곁에 있지 않네요. 하지만 그녀의 영화들은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질문자 "그녀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어떤 작품을 입문용으로 추천해주시겠어요?"


"<무인도의 열정>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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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베르트뮬러 <무인도의 열정> (1974)


"이 작품은 마돈나가 출연하고 가이 리치가 감독한 <스웹트 어웨이> (2002)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개쓰레기죠. 정말입니다.

하지만 베르트뮬러의 것은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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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폭군 이반> (1944)


"아악!! 우리 이 작품에 대해 얘기해봐요!! 

이것은 역사상 만들어진 모든 영화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영화입니다. 왜인지 아세요?

이 영화를 어린 시절 때 지나치게 많이 본 사람이 한 명 있는데 혹시 누군지 아세요?

어리고 작은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블라디미르 푸-틴-.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에게 책임을 물어야만 합니다.

영화란 매체는 위험한 매체입니다. 당신이 영화를 만들 때 그 영화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에 대하여 굉장히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특히 푸틴 같은 자가 이런 영화를 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이때 갑자기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두 손을 모아 체포되는 시늉을 하며) 어엇!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죠? 그돌이 오고 있어요! 지금 당장 여길 떠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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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비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1920)


"이 작품을 가지고 있어줘서 고마워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과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두 작품으로 인해 저의 영화 <브라질> (1985)이 탄생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독일식 표현주의 영화들에 완전히 매료되었었습니다. 그 작품들이 보여주는 어둠과 그림자에 의해서요. 정보도 반쯤 생략되어 모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영화는 오히려 더 파워풀해졌습니다. 당신의 상상력이 그 나머지 절반의 공간을 채우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당신은 이 어두운 공간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카메라 앵글도 멋져서 저로 하여금 광각렌즈들을 자주 사용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극단적인 로우 앵글과 극단적인 하이 앵글들을 구사하며 여기저기 기묘한 위치에 카메라를 위치시키도록 만들어줬습니다.

이러한 점들은 한때 만화가였던 제가 영화감독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왜냐하면 만화에선 늘 그로테스크하게 뒤틀고 형태를 바꾸거나 늘리는 것들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연극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 늘 연극을 좋아해왔습니다. 제 작품 <4차원의 난장이 E.T (Time Bandits)>과 <바론의 대모험> 같은 것들 역시 영화적이라기보다 연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연극이 '이것은 정상이 아니고 현실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듯해서 연극을 좋아합니다. 추상화된 버젼의 현실인 거죠.


그리고 저는 현실적이지 않은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제가 지금 서있는 이곳은 현실이지만,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제 모습은 리얼한 현실이 아니랍니다.

제가 말하는 리얼한 현실이란 매일매일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일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것이죠. 당신의 일상은 지루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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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뉴엘 <이상한 정열> (1952)


"이것은 매우 이상한 선택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딱 한 번 봤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발 패티쉬를 가진 사람에 관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 대해 많은 말을 늘어놓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이 영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놀랄 준비를 해두시기 바랍니다.

제 의견 따위 때문에 영향을 받지 마세요.


제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2009)을 촬영하는 동안 히스 레저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그때 부뉴엘이 저를 구해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모두가 저에게 히스 레저를 대신할 주인공 배우를 어서 찾으라고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히스 레저가 하던 것을 똑같이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었죠.

그래서 저는 대안으로 한 명이 아닌 세 사람. 조니 뎁, 콜린 파렐, 주드 로를 섭외 한 후, 히스 레저가 극중에서 거울 속을 통과할 때마다 이 세 배우가 그의 배역을 연기하도록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부뉴엘이 저에게 전수해준 것이죠. 지금 갑자기 그의 작품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데... 질문자 당신이 알려줘야 되겠습니다."


질문자 "엇? 어..."


"두 여자가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부뉴엘 작품이 뭐였죠?

(질문자가 계속 머뭇거리자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러분, 이 가게는 똥멍청이입니다. 얘네들은 자기네들이 뭘 가진지도 몰라요."


질문자 "혹시... <욕망의 모호한 대상>인가요?"


"네! <욕망의 모호한 대상>! 바로 그겁니다. 휴우~~!!

여러분, 이곳은 위대한 사람들이 일하는 위대한 가게입니다. 자기네들이 뭘 가진지 매우 분명하게 알고 있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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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뉴엘 <욕망의 모호한 대상> (1977)


"두 여배우가 같은 배역을 연기합니다. 

전 부뉴엘도 했으니 저라면 세 명을 가지고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뉴엘이 더 나았죠. 그는 두 명만 가지고 해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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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펠리니 <달콤한 인생> (1960), 파올로 소렌티노 <그레이트 뷰티> (2013)


"하... 오 마이 갓...!

그... 영화가... 뭐였죠? 제목이 <그레이트 뷰티>였나요? 파올로 소렌티노가 만든 게?


자, 저한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게요.

어느 날 제가 이 <달콤한 인생> DVD를 꺼내서 봤었는데, 공교롭게도 2주후에 <그레이트 뷰티>가 세상에 공개되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는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위대한 감독이 만든 위대한 영화가 있고, 그리고 괜찮은 감독이 만든 좆같은 영화가 있다는 것을요. 헤헤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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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영광의 길> (1957), 스티븐 스필버그 <쉰들러 리스트> (1993), <미지와의 조우> (1977)


"큐브릭! 

큐브릭이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이 영화가 잘못된 것은 '성공'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당시에 세상은 '실패'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위대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행복한 영화들을 만듭니다.

큐브릭은 아니었죠. 큐브릭은 당신을 자극하고 생각을 하도록 만듭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는 제 영웅 중 한명입니다.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는 당신을 마음 편하고 안심하게 만들어줍니다. 영화가 끝나고난 후에 어딘가로 이동하여 빅맥을 먹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나서 자극을 받고 서로 논쟁을 벌이기를 원합니다. 영화가 끝나고난 후에 저녁 식사자리에서 커다란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영화를 저는 만들고자 합니다.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그 작품의 후반부에 가면 드디어 우주선이 땅에 착륙하고 출입문이 열리면서 외계인의 그림자가 서서히 내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외계인의 이상한 실루엣이 서서히 조금씩 공개됩니다. 그리고 그것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보이기 전에... 컷!

저였다면 그 지점에서 영화를 끝냈을 겁니다.

그럼 관객들은 "왓!! 왓!?" 거리면서 엄청난 논쟁을 하겠죠.

하지만 그러는 대신 스필버그는 키가 작은 외계인들이 줄지어서서 자기네들 우주선에 올라타는 주인공을 향해 귀엽게 손인사를 하게 했습니다. 

이건 좋지 않습니다! 보는 이의 마음은 편하겠지만 영화는 개좆이 된 겁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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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티어난 <다이 하드> (1988)


"여기 제 친구가 등장하는 영화가 있네요.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12 몽키즈>를 만들었었죠.

저는 그 이전에 <피셔 킹>을 만들 때 그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촬영 현장을 찾아왔었거든요. 우리는 얘기를 나눴고 전 그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만남은 꽤나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다이 하드> 같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우 웰메이드이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영화가 종종 터무니없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다이 하드>의 한 장면에서 보여준 브루스 윌리스를 전 참 좋아했습니다. 그가 빌딩 안 여기저기를 종횡무진하며 뛰어다니는 동안 창문이 깨지고 하는 갖은 고난을 겪고난 후 잠시 어딘가에 기대서서 아내에게 무전기로 말하는 장면입니다. 그 장면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말을 하면서 발바닥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냅니다. 그걸 보며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와! 이건 훌륭한데!? 터프하고 마초적이고 슈퍼히어로 같았던 남자가 갑자기 한순간 울음을 꾹꾹 참으며 아내와 말하고 있다니! 굉장히 똑똑한 장면이다!'


<12몽키즈>를 찍을 때 브루스가 훌륭했던 건 그동안 찍어온 여타 다른 영화들에선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연기를 그가 보여줬단 점입니다. 이전의 영화들에서 그는 늘 액션 히어로였으며 말이 빠르고 영리하고 똑똑한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12몽키즈>에 와서는 완전히 내성적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마치 길을 잃은 사람처럼 그는 자기가 몇 세기에 살아가는지조차 모릅니다. 멋진 퍼포먼스였습니다.


아, 참고로 <12몽키즈>엔 브래드 피트도 등장합니다. 

브래드 피트는 출연 논의를 위해 영국에 와서 저와 만남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우린 멋진 저녁을 보냈고 그는 주인공인 제임스 콜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애석하게도 그 배역을 얼마전에 브루스 윌리스에게 줬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출연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제프리 고인즈 역할을 제안했습니다. 이 역할은 제임스 콜과는 정반대의 역할이었죠.

그때까지 브래드 피트는 늘 말수가 적은 캐릭터였습니다. 할 말만 가끔씩 하는 쿨한 캐릭터였죠.

저는 브래드 피트만큼 배역을 위해 그토록 많은 준비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12몽키즈> 초반부를 보시면 그는 등장 첫 장면에서부터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죠. 눈의 시선은 이상한 방향으로 향해있고 헤어 스타일은 엉망으로 잘려있습니다. 끝내줬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그가 준비해온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그해 골든글로브를 수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배우들의 기존에 알려진 모습과 반대되는 측면을 발견하는 일은 제가 영화제작을 좋아하는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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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 <택시 드라이버>


"아! 젊었을적 로버트 드니로네요! 그는 제 영화 <브라질>로부터 도망칠 수 없습니다!

저는 드니로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브라질>의 프로듀서 Arnon Milchan은 직전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는 그때 드니로에게 제 영화 얘기를 해줬는데, 알고보니 드니로는 제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의 팬이었던 겁니다. 멋진 일이죠! 그렇게 드니로는 런던에 있던 저를 찾아오게 되었고 우린 잘 어울렸습니다. 그는 공장의 배관공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배관공과 뇌외과 의사가 합쳐진 배역이었죠.


그를 캐스팅한 덕분에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에 영화가 만들어지느냐 마느냐 하는 여부가 감독이 아니라 배우들의 출연 여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배우들은 돈을 끌고 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영화 제작은 언제나 돈이 전부입니다. 영화 제작이란 책을 쓰는 것에 비하면 매우 비싼 비즈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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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 <피셔 킹> (1991)


"오우우우우우!!!! 로빈!!!!

저는 지구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 중 한명입니다. 로빈 윌리엄스와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제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 중에 가장 특별했습니다. 그는 우주 전체를 흡수할 수 있을 만한 뇌를 가졌습니다. 그는 거대한 안테나를 가진 것 같이 보입니다.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는 온갖 종류의 전파를 수신할 수 있죠. 사회적인 것이든 과학적인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는 어떠한 재료든 그것을 훌륭하게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피셔 킹>을 찍을 때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밤 씬을 찍을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게 되면서 촬영이 어려워졌었죠. 그래서 우린 그 장면을 중식식당으로 옮겨서 찍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갑작스런 수정을 위한 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장소를 촬영에 맞게 꾸미는데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새벽 4시에 이르렀을 때 우리 모두는 녹초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로빈 윌리엄스는 그때 그런 우리 모두의 고단함을 알아채더니 갑자기 저희만을 위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지친 우리들을 위해서 꽁트를 펼쳐내는 겁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죠. 그는 현장에 있던 모든 스테프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직책이 높든지 낮든지 가리지 않고요. 그리고 그 모든 한 명 한 명을 위한 농담들을 펼쳐냈습니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모두들 기운을 되찾게 되었고 그날 촬영을 멋지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로빈은 정말 스페셜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가 보고 싶어지네요. 무척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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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토로 <셰이프 오브 워터> (2017)


"오! 이거 기예르모 델토로의 영화...죠? (이 가게에 있는 모든 DVD들은 영어제목이 아니라 프랑스어 제목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픽을 한 사람들은 낯선 불어 제목을 떠듬떠듬 읽어가며 표지의 그림이나 등장 인물을 보고 대략적으로 영화를 알아채야함.)

기예르모는 저의 좋은 친구입니다. 훌륭한 감독이고요.


사실 전 몬스터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질문자 "오, 그래요? 그런데 토끼도 몬스터가 될 수 있잖아요?"

(테리 길리엄은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서 일당백으로 사람을 물어죽이는 괴물 같은 토끼를 등장시킨 적이 있다.) 


"아~ 그건 쉽죠. 토끼는 몬스터화 하기에 쉽습니다. 하얀 털을 가졌고 그냥 풀어놓으면 됩니다.

그리고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 등장했던 그 살인 토끼는 사실 손에 끼우고 노는 인형이었습니다. 헤헤헤.

그 귀여운 몬스터가 얌전히 있다가 갑자기 쿠와와와아아!! 사람들에게 달려들죠. 그때 그걸 연기하는 손이 보이지 않도록 열심히 가렸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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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 <4차원의 난장이 E.T (Time Bandtis)> (1981)


"아니 이게 누구야? 전 숀 코너리와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Mike Palin과 함께 이 영화의 각본을 쓸 때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한 그리스 영웅이 헬멧을 벗는다. 그러자 그가 숀 코너리였던 것이 밝혀진다.'

각본에다 이걸 쓸 때 이건 그저 농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우리 프로듀서는 숀 코너리와 헐리우드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습니다. 프로듀서는 이 장면에 대해 그에게 얘기해줬는데 알고보니 숀 코너리 역시 <몬티 파이튼>의 팬이었던 겁니다! 그는 우리의 출연 제의에 '예스'라고 대답해줬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어느 날 저는 진짜 숀 코너리와 함께 영화를 찍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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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저수지의 개들> (1992)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제가 '스페셜 땡스 Special Thanks'에 올라가 있답니다!

제가 선댄스 인스티튜트에 있을 때 젊은 영화 감독들을 위해 실전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스탠리 도넌, 폴커 슐렌도르프,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이 강사로 있었죠. 우리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부터 젊은이 한 명이 그곳에 미리 와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직전까지 상업영화판에서 매우 나쁜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의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저는 그 젊은이가 쓴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저의 반응은 '와악! 이거 진짜 좋네!'였습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각본이었고 캐릭터들도 굉장했습니다.

저는 곧 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그곳에서 지내면서 밤마다 그를 격려해줬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그는 매우 우울해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에게 '안돼! 넌 이 영화를 끝까지 해내야 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우리 모두가 아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화 때문에 제가 이 작품의 스페셜 땡스에 올라가 있는 겁니다.


타란티노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만나게 된 팀 로스와 함께 <저수지의 개들>을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촬영현장을 가보니 지나치게 많은 샷들을 찍고 있더군요. 가능한 모든 앵글들을 다 찍어내고 있었죠. 아무래도 혈기 왕성한 젊은이였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에게 다가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쿠엔틴. 이 모든 것들을 그냥 한 샷으로도 할 수 있단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할 일은 현장에 있는 많은 재능있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해줬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꼭 해야할 일은 그들 모두 역시 감독인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저수지의 개들>은 미치게 좋은 영화입니다. 하나의 폭발과도 같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비디오가게에 있는 모든 영화들을 압니다. 심지어 그 모든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를요! 그러니까 결국 그가 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알고 좋아하는 영화들의 요소들을 끌고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뒤틈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것들로 승화시킨다는 겁니다. 정말 놀랍죠!


한번은 그가 촬영전에 저에게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시나리오를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그 시나리오를 보고 나면 너무 좋아서 눈물이 글썽일 정도가 됩니다. 그의 시나리오가 특별한 이유는 먼저 그가 다른 영화들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상황들을 가져오기 때문에 처음 볼 때 낯설지 않고 편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고서 그는 늘 우리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놀래킵니다. 정말 놀라운 감독입니다.

저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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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다크 나이트> (2008), 고어 버빈스키 <캐러비안의 해적> (2007)


"놀란은 기술적으로 놀라운 감독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늘 반칙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영화는 늘 지적인 모습으로 시작했다가 끝에 가면 비디오 게임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겐 미안하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저는 그가 장면 하나하나를 정말 철저하고 뛰어나게 준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다가 갑자기 우린 이 웃기지도 않은 자동차 추격씬을 보게 됩니다. 그의 이런 씬들은 중력과 물리법칙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그냥 비디오게임 같죠. 물론 이러한 방법이 흥행적으론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큰 특수효과를 동반하는 영화들의 문제는 그들이 중력을 없는 셈 친다는 겁니다.


다른 예로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조니 댑이 배의 높은 돛대 위에 서서 칼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에도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비가 몰아치고 있는데도 발밑의 돛대는 미끄럽지도 않습니다! 이런 건 불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전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초능력을 필요로 하나요? 왜 우리는 초월적인 영웅이 되어야 하나요? 왜 우리는 현실 속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안 되나요? 저는 진짜 사람이 진짜 한계를 만나 굴곡을 겪지만 결국엔 그걸 극복하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슈퍼 파워들... 그런 건 모든 걸 쉽게 만들어버리죠."


질문자 "그럼 혹시 이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보여준 모습은 어떤가요? 심지어 이때는 당신의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와 같은 시기였습니다."


"음... 알아요. 이제부터는 말을 꺼내기가 고통스러워지네요.

당신은 사람을 아프게 칠 줄 압니다. ㅎㅎㅎ


<다크 나이트> 촬영 이후에 히스 레저는 저의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촬영 현장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를 매주 보게 되었는데 그는 늘 싱글벙글 웃고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제가 어떤 현장에 있다가 왔는지 말씀드려도 도저히 믿지 못하실 겁니다!'라더군요. 그는 키득대면서 <다크 나이트> 현장을 마음껏 즐기다 왔다고 했습니다. 정말 자유롭게 연기를 했죠.

그래서 언론에서 그가 조커를 연기하느라 정신이 이상해졌고 결국 그 때문에 파멸했다는 얘기들을 보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개좆같은 소리들입니다! 그 기자들 다 좆까라 그래요!

만약 히스 레저가 여전히 살아있었더라면 그의 세대의 최고의 배우가 되었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그는 무한한 재능을 가졌었습니다. 그를 떠올릴 때마다 그가 얼마나 젊었었는지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늙은 노인으로서 죽었다고 여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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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뒤퐁텔 <락트 아웃> (2006), <아리안느는 임신중> (2013), <아듀> (2020), <Bernie> (1996)


"이 영화는 개쓰레기 입니다. 도대체 인간들이 이딴 건 왜 만들어 재끼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이 나라는 이딴 사람들이 일하도록 내버려 두는 겁니까!? 이런 게 프랑스의 문제입니다! 프랑스는 이딴 아르베르우~ 뒤포옹테엘~? 같은 인간을 지원하죠. 진짜로! 뭐하자는 거야!?


음... 근데 사실 그는... 제 베프 입니다. ㅎㅎㅎ

그는 그가 감독한 최소한 세 편의 영화에서 제가 저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연기하도록 유혹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테리 길리엄은 배우로서 그의 작품 <락트 아웃>, <아리안느는 임신중>, <아듀>에 출연하였다.)

제가 그의 첫 영화 <Bernie>를 봤을 때 전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 영화엔 절대 웃을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는 이 상황을 웃겨 자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위험했죠! 완전히 미쳤고요! 전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와 친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ㅎㅎㅎ"


얼마전에 뒤퐁텔 감독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우린 이 영화 <아듀>에 대해 '앵글로 색슨 리뷰'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점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이건 그의 최고작 중 하나입니다. 정말 아름답거든요. 시적이고요. 웃깁니다.

그는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합니다. 그는 저보다 더 감상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웃깁니다. 그는 절대로 관객들에게 캐릭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구걸하지 않습니다. 그런 함정에 빠지는 인간이 아닙니다. 그는 이제 제가 먼저 찾아가서 '나에게 영화 만드는 법을 알려줄 수 있나요? 당신이 마스터입니다, 알베르'라고 말할 수 있는 감독입니다. 그가 저를 또 캐스팅해서 영화에 대해 더 많이 가르쳐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알베르 뒤퐁텔은 퍼킹 그레이트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가 장-피에르 주네 감독의 <인게이지먼트>에 출연한 걸 봤을 때 저는 처음에 그가 그인줄 못 알아챘어요! 거의 영화 전체를 볼 때까지요! 그만큼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뛰어난 배우란 겁니다. 그리고 감독으로서도 그가 카메라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늘 저를 놀래킵니다. 진심으로 그가 저에게 영화를 찍는 법을 가르쳐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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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러스크, 벤 샤프스틴 <피노키오> (1940)


"이것은 제가 어렸을 때 본 애니메이션 영화이고 당시에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이보다 좋은 <피노키오>는 존재한 적 없습니다. 다른 버젼들이 많이 나온 걸로 알지만 어느 하나도 이 작품에 비할 바는 못 됩니다.

이 작품의 아트워크는 정말이지 경이롭습니다! 이 시대의 디즈니는 기술적 한계를 그 어느 누구보다도 멀리 밀어붙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무척 사랑합니다. 역대 최고의 영화 10개를 뽑으라 그러면 늘 거기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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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파커 <사우스 파크 - 비거 롱거 앤 언컷> (1999)


"이 작품이 대단한 이유는 그 가공하지 않은 매력 때문입니다. 좀 전의 <피노키오>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영화입니다. <피노키오>가 빛나는 기술의 금자탑이라면 <사우스 파크>는 똥덩어리죠. 헤헤헤헤. 

이 작품은 정말 획기적으로 웃깁니다! 엄청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엄청나게 대담합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정도로 대담합니다! 우리가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한계를 밀어붙이며 그것을 결국 우리가 받아들이도록 만듭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정말 환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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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질문자 "좋아요! 출연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힘을 다한 테리 길리엄은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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