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되게 친절하게 오토에 대한 인물묘사를 잘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오토는 왜 외도를 저질렀는지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있더라.

근데 이런 경우는 행동에 대한 이해를 하기보다는 공감력이 중요한 포인트라 느낌.

어린 딸이 죽었을 때

가후쿠라는 인물은 그 슬픔이 너무 커서, 덮어두고 묻어두면서 그걸 극복하려고 했을거야.

안 그러면 모두 무너질 거 같으니까.

마찬가지로 오토도 그 슬픔이 너무 컷을텐데 그걸 없는 일처럼 묻어두려는 남편이

이해되면서도 원망스러웠을거야. 자신은 아직도 응어리가 있는데 

가후쿠는 묵묵히 지냈을테니까.

영화에서는 방금의 설명을 따로 해주진 않는데, 다양한 장면에서 그 둘의 성격과 성향들을 보여줘.

이런 부분들은 관객 개개인들의 경험과 시간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공감력인 부분인 거지

오토가 왜 저지랄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 존나 노잼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는 내가 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내면의 수업을 하게되고

내가 가질 수 없는 상황으로 간접적 판단과 사고를 할 수 있는 경험인데

단순히 '이해'보다 그 앞엔 '공감'이 와야 인물들에 몰입할 수 있을거야.

난 오토가 다카츠키랑 섹스할 때 현관으로 들어온 가후쿠를 분명 인식하고 있었을거라 생각해.

가후쿠는 모른척 집을 나갔고 그날밤 서로 통화를 할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서로 거짓말속 껍데기만 남은 관계인 걸 오토가 확정짓게 되었고

그런 남편이 왜 그러는진 이해 못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본인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을거야.

남편에게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는데 오토는 죽고 말아.

여기서도 관객의 몫으로 남는 것이 다 털어놓고 관계를 극복할 것인지

아니면 새시작을 위해 서로 갈라설 것인지 오토의 진심은 알 수가 없어. 

이건 공감력이랑 상관없고 오토의 본심이 뭐였든 그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깐.

그래서 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을 해. 

어떤 일이 일어났고 관계를 쌓고 상처를 받는 인생에서 어떻게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할지.

단순히 어떻게 해야 좋은 삶이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되기 때문에.

상처를 마주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엉킨 매듭이 있으면 풀어야 하니까.

이 영화를 보면서 사는 거 진짜 지긋지긋하게 힘든거구나 싶다가도

가후쿠와 마사키가 둘 다 서로 잃은 게 많은 삶인데도 사소한 위로를 주거나

이유나의 연기를 보며 자신이 다시 연기를 해야할 까닭을 찾아내는 한 걸음 같은 게

그냥 사는 이유고 그렇게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구나.. 하고 깨닫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