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네?? 네에?? 이거 진짜 또라이새끼 아냐. 너 최오단 전 의원 말하는 거 아냐?"

"네, 맞는데... 왜요?"

"왜요?? 와... 내가 운전대만 안 잡고 있었으면 너 한대 후려갈겼다. 거길 왜 가는데?"

"그 의원도 실종됐잖아요. 만약, 그 의원이 종교적 이유로 똑같이 실종된 거라면, 전 의원이란 자리를 이용해서 한 자리 앉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최오단 집에는 보다 확실한 증거품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도 다 '만약' 아냐?"

"네, 그렇긴 하죠... 하긴 실패하면... 큰일나겠죠?"

우 순경은 풀이 죽은 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나는, 운전대를 돌렸다.

"어? 계속 직진하셨어야 했는데."

"거긴 좀 나중에 가고, 최오단 집부터 가자고. 길 좀 헤맸다고 하면 되지 뭐."

"네? 하지만 아까는......."

"아깐 아까고, 지금 우리가 찬 물 더운 물 가릴 때야? 할 수 있는건 다 해 봐야지."

"......"

"왜?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아뇨, 그냥... 행동력에 좀 놀라서요."

"난 원래 이런 걸로는 눈치 안 봐."

조금의 시간이 걸렸지만, 우린 최오단 전 의원이 살았던 집에 도착했다.

경찰 신분임을 이용해 문을 따고 들어가자, 한 눈에 담기도 힘들 거실 광경이 펼쳐졌다.

"으리으리하구만... 이래서 윗대가리들은."

"전 안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우 순경은 각 방들을 수색하기로 했고, 나는 거실과 주방, 화장실을 수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거실과 주방을 샅샅이 뒤져도 아무런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화장실로 가 봤지만, 역시나였다. 우 순경 역시 별다른 증거는 찾지 못한 듯 했다.

"괜한 짓거리 했나... 씨발거."

화장실 벽 타일에 머리를 퉁 하고 기댔다.

"음?"

퉁? 벽에서 왜 이런 소리가 나지? 그러고 보니 이 타일, 테두리가 파여 있다.

"우 순경! 거기 빠루 비스무리한거 아무거나 가져 와!"

"읏차!"

우 순경이 가져온 옷걸이 행거의 봉을 홈에 살짝 올린 채 힘을 주었다. 타일이 빠지며 안에 있던 종이뭉치가 쏟아졌다.

"역시 비워 두고 안을 비밀 공간으로 쓰고 있었어. 어디, 뭘 그렇게 꽁꽁 숨겨두셨는지 좀 볼까."

그러나, 무언가가 기록되어 있다거나 하는 종이는 없었다. 사진을 찍어 종이에 옮겨 둔 것, 지도를 종이에 옮겨 둔 것, 뭔지 모를 마을의 구조 등이었다.

"이 얼굴들, 실종자들 맞지?"

"네, 그리고 종이마다 아래 쪽에 그때 그 문양이 있어요."

"이걸로는 조금 애매한데... 다른 벽을 더 뒤져 볼까."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네, 한 형사님.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어요."

"어, 너희 실종자들 집은 좀 뒤졌지? 너희가 가기로 한 곳이 우리 쪽 근처거든? 한번 만나서 정산 좀 하고 가자."

미친, 하나도 안 뒤졌고 최오단 쪽으로 샌 걸 말할 수는 없는데.

"그게, 저희가 길을 좀 헤매서 아직 수색 중입니다. 먼저 가 계세요."

"아, 그래? 거의 직진인데 왜 길을 헤매 헤매기는...... 아무튼 알았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네? 아니, 먼저 가시라고......"

끊겼다. 

"야, 빨리 원래 수색지로 가자."

"네? 그냥 이걸 증거로 보여드리고 최오단 전 의원 자택에 다녀왔다고 하면 되지 않나요?"

"애매해서 안 돼. 이런 애매한 거 찾으려고 정석 루트 버리고 전 의원 집에 갔다 그러면 뒤지게 깨진다. 그냥 숨겨."

"네..."

약간은 실망한 눈치인 우 순경을 두고, 나는 종이뭉치를 챙긴 채 차 시동을 걸기 위해 먼저 나왔다.

문득,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어? 종이 어디갔어?"

설마 방금? 하고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 누군가가 있었다.

곧바로 놈을 쫓아 달렸다. 점점 거리가 좁혀졌다.

"내가... 살면서... 단 한번도... 계주를... 놓쳐 본 적이 없거든?"

놈의 어깨를 잡자, 놈이 반격하려는 건지 곧장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놈을 들어 올려 메쳤다.

"그리고, 단 한번도 유도 대회에서 상을 놓쳐 본 적이 없다 이 새끼야."

모자에, 후드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서 눈과 미간의 작은 흉터 정도만 간신히 보였다.

"뭐 지금 너 와꾸가 중요한 건 아니지, 이거 다시 가져간다."

종이 뭉치를 놈에게서 다시 빼앗았다.

하는 순간, 놈이 날카로운 무언가를 휘둘렀다. 나는 재빨리 뒤로 빠졌다.

"뭐야? 잭나이프? 있을 건 다 있네, 어디 한번 들어와 보던가."

하지만, 놈은 즉시 몸을 뒤로 돌려 다시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엥?"

한번 잡혀 놓고 또 도망을 간다고? 어차피 종이 뭉치는 아직 비밀로 할 거라 이걸 훔쳤다고 잡아가긴 애매한데......

"왜 이걸 훔치려 했는지는 궁금하니까."

하고 달리려는 순간, 우 순경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유 형사님! 한 형사님이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여쭤보시는데요!!"

아이 씨발...... 넌 운 좋은줄 알아라.

"얼마 안 걸린다 그래! 바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