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용과 노인앱에서 작성

ㅕㅜ(182.211) 2019.07.14 23:55:38
조회 57 추천 0 댓글 1
														

그는 이상했다. 나를 해하려 하지도 않았고, 뭔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한 달 정도만 묵다가 가겠소' 라고 선언하고는 내 둥지에 눌러 앉았다.

하루가 지났다. 내가 깨어났을땐 그가 없었다. 그저 미친 인간인가보다 하고 빈둥대고 있더니, 그가 양을 잡아왔다. 부싯돌로 칼을 내리쳐서 불을 피우곤 내게 양갈비를 뜯어줬다.
드래곤에겐 식사란 단지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먹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진지한 얼굴로 권했기에, 양갈비를 뜯어먹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그는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꽤 노쇠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인간보다 훨씬 나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불청객들이 찾아왔다. 보물이나 용살자의 칭호를 노리는 무모한 이들. 자주 오는것은 아니지만 잊을만 하면 찾아오곤 했다. 왜 하나뿐인 목숨을 내다 버리는걸까. 그래도 찾아왔으니 접대는 해줘야겠지.

그런데 그가 내 앞을 막아섰다. '내가 해결하고 오겠소' 라고 말하고는 그는 늙은 몸뚱이를 이끌고 그들을 상대하러 나갔다.

돌아왔을때의 그는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여러군데에 깊숙한 자상과, 우그러진 갑옷은 험난한 전투였음을 짐작하기엔 충분했다. 선혈을 뚝 뚝 흘리면서도 '괘념치 마시오.' 라고 말하는 그에게 난 치유마법을 걸었다.

마나가 끊임없이 들어갔지만, 그의 상처는 전혀 났질 않았다. 왜지? 알 수 없었다. 오직 그만이 알것이다.
그래봤자 인간의 일.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겠지.

한달이 흘러갔다. 그는 풀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고 한다. 상처는 났지 못하고, 속은 썩어 들어가다가 결국엔 피를 한 말 토하며 죽는 저주라고 그는 말했다. 혹시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서재를 뒤졌지만, 그런 저주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렇게 3주 반 동안을 무의미하게 날려보내고, 마침내 실마리를 잡았다. 저주를 건 자에게 찾아가서 직접 풀게 하는것. 난 그에게 이 방법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거절하면서 '이것은 나의 죗값이오.' 라고 말했다.

그날이 왔다. 그가 떠난다고 하던 날. 한 달이란 짧은 시간만에 난 그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애초에 그를 받는게 아니었다. 이러기 싫어서 깊은 산 속에 둥지를 튼건데.

그는 처음 만난 때에 비해서 눈에 띄게 핼쑥해졌다. 검도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휘두르지 않고, 앉아서 명상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는 지금 둥지의 입구에서 햇살을 받으며 명상을 하고 있다. 마지막이 멀지 않은 듯 했다.

난 그에게 이름을 물어봤다.

"귀공의 이름은 무엇인가?"

"난 아론 하스터요."

"난 마엘스티에라 하네."

"그간 고마웠소."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떠났다. 그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 보았으나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다.

그 일이 어느 덧 100년 전이다. 난 오늘도 그의 무덤 앞에 원추리 한 송이를 놓았다. 그가 죽었던 자리엔 원추리들이 만개했다. 말 없이 그의 무덤을 바라봤다. 어쩐지 눈물이 나왔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봄

스토리는 독자 상상대로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6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10167 공지 참고용 라노벨 판형 파일 모음 [1]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4 51 4
7725 공지 (필독) 라노벨 작가 마이너 갤러리 안내 (v 1.9) [2]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29 1257 6
8904 공지 ~역대 단편집 프로젝트 모음~ [1]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02 472 7
8634 공지 ~라작갤 단편집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25 817 6
8081 공지 현재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대회 알려드립니다.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6.18 403 6
10169 일반 아직 숨 붙어있나 한국 라노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46 0
10168 일반 요즘 꺼라위키 특 ㅇㅇ(121.178) 04.25 95 1
10165 일반 이런 갤도 있네요 [1] ㅏㅏ(118.40) 04.22 84 0
10164 일반 카도카와 쪽은 진짜 모르긴 함. [1]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2 166 5
10162 일반 카도카와 오면 어떻게 될거라고 봄? [2] 라갤러(211.200) 04.21 115 0
10160 일반 여기 갤러들은 전부 전현직 작가고 전현직 업계인들임? [6] ㅇㅇ(121.178) 04.19 236 1
10159 일반 내가 글먹에 집착한다는 건 좀 오해임 [2] ㅇㅇ(121.178) 04.19 158 1
10157 일반 쥐흔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3개글 전부 동일 인물인가? [14] ㅇㅇ(211.234) 04.17 193 3
10156 일반 밑에서 여성향의 남자와 현실의 남자의 차이 얘기 나와서 적어 보는 글 [3] ㅇㅇ(121.178) 04.15 132 5
10155 일반 어실되 작가 돈 좀 만졌을라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265 0
10154 일반 카도카와 한국 진출 진짜네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2 142 2
10152 일반 실베 보니까 카도카와 한국 진출할 거라는데 [1] ㅇㅇ(223.38) 04.12 105 1
10151 일반 갑자기 궁금한 거 [12] 김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47 0
10150 일반 이것도 써보고 싶긴 한데 [3]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30 0
10149 일반 웹소 처녀작 개노잼이어도 후속작 잘만 쓰더만 Atire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87 2
10147 일반 그러고보니 라작갤 단편집 [1]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6 126 4
10146 일반 미안하지만 장르가 메이저여도 독자 맘에 안 들면 터질 작품은 [7] ㅇㅇ(121.178) 04.06 294 7
10144 일반 핑계대는 자는 정지해있고 [2] ㅇㅇ(223.39) 04.06 195 9
10142 일반 라노벨 찾아주셈 라갤러(220.80) 04.06 67 0
10141 일반 국산 라노벨 리뷰 올리면 볼 거임? [4]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5 114 5
10140 일반 지금 한국에서 라노벨작가 되는 방법 가이드.txt [2] ㅇㅇ(223.38) 04.05 185 6
10139 일반 라노베와 웹소의 차이는 스마트폰으로 보기 편하냐 이거 아닐까 싶음 ㅇㅇ(221.156) 04.05 89 0
10138 일반 난 쓰고 싶은 장르가 장르라서 웹소는 못 쓸 듯 [1] ㅇㅇ(221.156) 04.05 108 0
10137 일반 대충 현황이 이런 느낌 아닌가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4 142 0
10136 일반 라노베와 웹소의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6] ㅇㅇ(221.156) 04.04 187 0
10135 일반 온 김에 ㄹ황 Atire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56 1
10134 일반 아랫사람 글에서 좀 더 추가해서 적어봄 Atire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123 7
10132 일반 우리 나라에서 라이트 노벨 작가 되기 [9] ovm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0 234 0
10131 일반 요즘 책 리뷰 다시 하는 중 [1]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90 2
10130 일반 근황보고 [4] 유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169 7
10129 일반 책사면 띠지라고 하나? 커버 밑에 있는 짧은 종이 버림? [2] ㅇㅇ(118.235) 03.17 68 0
10128 일반 옛날에 쓴 라노벨을 다시 읽어봤음 조선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2 121 5
10127 연재 재활 겸 랔노벨에 썻던 거 프롤로그 리메이크 김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8 97 2
10126 일반 일단 자비출판은 무조건 해볼 생각 [3]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5 173 3
10122 일반 트위터는 [1] 라갤러(14.53) 02.26 205 8
10121 일반 노벨피아 신인 작가임 라갤러(14.55) 02.25 147 0
10120 일반 아~~ 쉽지 않구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3 92 2
10117 일반 아, 앗.... [2] 라갤러(106.102) 02.22 177 9
10115 일반 뭔가 인터넷으로 글을 쓰고 싶은데 웹소는 싫으니 답이 없네 [5] ㅇㅇ(220.90) 02.17 384 8
10114 일반 댓삭튀 사건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보자면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4 195 7
10112 일반 여긴 시비거는 애들이 다 통피네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195 8
10111 일반 랔노는 이번에 하나 뜬 거로 어느 정도 감 잡았을 듯 [3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0 541 10
10110 일반 진지하게 고민중임 [6]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9 299 5
10109 일반 나에게 돈과 능력과 용기만 있었더라면 [2]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8 185 7
10108 일반 내가 썼던 글 그냥 삭제했음 ㅇㅇ(223.39) 02.07 146 8
10105 일반 '그' 출판사 답변 없는 거 맞지? ㅇㅇ(223.39) 02.06 192 8
10104 일반 라붕이들 반박불가 고전명작 라이트노벨 [4] 데르플링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5 193 6
10102 일반 제3자의 시선으로 본 이번 공모전. [1] 라갤러(39.113) 02.04 180 9
10101 일반 대충 점수 관련해서만 정?리 [2] 해체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4 248 10
10100 일반 그러니까 결국 계산 방식이 이거였단 건가요 [1] ㅇㅇ(210.107) 02.04 148 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