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장평대전(長平大戰) - 1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17 02:56:06
조회 244 추천 0 댓글 20
														

* 실제 역사의 장평대전을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 다만 소설적 각색이 있습니다.


그 점을 양해 부탁드리며,실제 역사에선 어땠는지 알 수 있는 글들을 링크 걸어놓겠습니다.


장평대전 (위키피디아) : https://ko.wikipedia.org/wiki/%EC%9E%A5%ED%8F%89_%EB%8C%80%EC%A0%84


백기왕전열전 :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62144&docId=3432293&categoryId=62250


* 이 소설의 용들은 날개 한쌍/4족보행을 하는 서양식 드래곤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좋았던 점 좆같았던 점 팍팍 얘기해주세요 열심히 조언 듣겠습니다


---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들은 병사들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수많은 병사가 사다리를 메고 보루를 향해 내달렸다. 그들은 보루 위에서 날아온 화살에 머리, 몸, 다리가 꿰뚫려 쓰러졌다. 그들이 내지른 비명은 북소리에 묻혔다.


그들이 죽어가면서 번 시간에 공성 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영에서 나온 공성 탑은 쓰러진 병사들을 나무 바퀴로 으깨며 전진했다. 한 병사가 공성 탑의 바퀴에 깔려 비명을 내질렀지만, 공성 탑은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공성 탑들이 보루 앞에 도착했고, 그 안에서 창을 든 병사들이 보루 위로 올라왔다. 맨 먼저 내린 병사들의 수명은 짧았다. 창을 내지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병사들은 수비병들의 창에 찔려 죽었다.


공격군의 본영에서, 한 남자가 삽과 빈 술병을 들고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쉰 뒤 인상을 찌푸렸다.


"그만할 때도 된 거 같은데."


그의 곁에 갑옷을 입은 한 여자가 다가왔다. 그는 그녀를 올려다 보았고,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도련님, 그렇다고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


도련님이라 불린 그 남자는 어려 보였다. 많아봐야 열여덟. 얼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흉터에, 형형한 눈빛, 그리고 입가까지 내려올 것 같은 눈가의 기미로도 그의 나이를 감출 수 없었다.


"사마현(司馬炫), 전장에선 내 부관이잖아. 파촉(巴蜀)에 있는 본가라면 모르겠는데, 여긴 전장이야. 그리고 이건 먼저 떠나간 동료들이 마신거고."


"다행입니다. 그 녀석들도 맛있게 마셨을 겁니다. 도련님.“


"익장군(翼將軍) 사마근(司馬靳)이라고, 제대로 불러. "


사마근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마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이를 깨물고 보루 위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 화내지 말고 진정 하는게 좋습니다. 곧 있으면 우리도 출진해야 하잖습니까?"


"진정하게 생겼어? 지금 우리 부대원 2할이 죽었다고! 이런 무의미한 공격을 계속 해서 어쩌겠단거야?

이번으로 열번째라고!"


"그렇지만 총대장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또한 도련님도 어제 장군 회의에 참여 하셨을 터이니, 총대장과 오늘의 공격에 대해 이야기 해보셨을 텐데요."


사마근은 사마현의 말을 듣자 어제 일이 생각났는지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는 손톱을 피가 날정도로 물어뜯고, 피맛을 본 후에야 분을 삭이고 그녀에게 말했다.


"어제 당연히 얘기 했지.

총대장, 승부를 보려면 야전에서 보았어야 했습니다. 우리와 적은 숫자가 비슷하니 공성전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지는 것은 우리입니다. 제 부대원은 2할이 죽었고 보병 5만이 죽었지만, 이 손실이 아까워서 계속하여 공성전을 이어간다면 더 큰 피해를 입을 겁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퇴각해야합니다.

이렇게 얘기 했는데, 가볍게 무시당했다니까."


"도련님, 설마 '내가 총대장이면 당신같이 지휘 안합니다.'라고 말하신 건 아니겠죠?"


"그럴 나이는 지났으니까 그것도 당연히 안했어."


사마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익장군 사마근! 총대장이 출진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총대장이 보낸 전령이 막사에서 나와 사마근에게 달려왔다. 전령은 그에게 놋쇠나팔을 건넸다.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나팔을 받아들어 목에 걸고, 손을 흔들어 전령을 돌려보냈다.


"사마현, 가자. 동료들이 죽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야, 오늘로 끝내자."


"그러고 보니, 출진하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데?"


사마현은 살짝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번 출진 때 저 말고 다른 여자랑 출진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랑 얼마나 달랐습니까?"


"별 쓸데없는 걸 다 물어보네, 너보다 훨씬 안 좋았어. 머리가 너무 멍청했으니까. 됐어?"


"고맙습니다. 그럼 타시길."


사마현은 몸을 숙여 자신의 몸에 메인 안장에 사마근이 타기 좋은 자세를 취했다. 사마근은 안장에 올라 탄 뒤 그녀의 고삐를 잡고, 세게 잡아당겼다.


거대한 푸른 용이 양 날개를 펴고 힘차게 하늘로 날아 올랐고, 사마근은 목에 건 놋쇠나팔을 힘차게 불었다. 날카로운 나팔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용들의 출진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용이 그를 따라 땅에서 하늘로 날아 올랐다.


---


장평(長平)의 하늘을 용들이 수놓았다.


진(秦)이라고 수놓여진 깃발이 묶인 창을 들고 있는 기수 두명이 사마근을 향해 날아왔다. 한쪽은 조그만 용을, 한쪽은 사마현보다 작지만 같이 온쪽 보다는 큰 용을 타고 있었다.


"2조 조장은 여기서 조금 떨어진 높은 위치에서 대기,3조는 보루 위에 있는 보병들을 잡아라. 나는 1조랑 같이 보루 안으로 뛰어든다. 우리가 미끼가 될테니 너희는 조금 늦게 출발해."


사마근은 그들에게 명령 했고, 조장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장군, 괜찮으시겠습니까?"


조그만 용을 타고 있는 3조 조장이 사마근에게 물었다.


"조괄(趙括),그 죽일 자식이 여기에 없긴 하지만 좀 있으면 올게 뻔해.

우리가 보루 안에 뛰어들어서 싸우면 돌아온 적들이 우리를 향해 급강하 하면서 공격하던지, 위에서 활 쏘면서 치고 빠지기 할테고.

그러니까 우리가 미끼가 되고,2조가 높은 위치에서 기다렸다가 그놈들을 우리랑 같이 협공해서 잡는다."


"한번 더 묻겠습니다. 익장군, 장군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널 바둑으로 이기기 전까지 죽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


3조 조장과 2조 조장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각자 자신의 조로 돌아갔다. 사마근은 놋쇠나팔을 불고,등 뒤에 모인 용들에게 외쳤다.


"1조,돌격하라!"


사마근의 지휘에 따라 기수들은 용의 고삐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용갑을 입은 거대한 용들이 조(趙)의 깃발이 휘날리는 보루를 향해 돌격했다.


그들을 막기 위해 보루 안쪽의 탑들에 설치되어 있는 쇠뇌들이 움직였으나, 용들은 겁을 먹지도, 방향을 틀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면 돌파를 위해 속도를 더욱 더 높였다.


그중 제일 높은 탑의 꼭대기에 설치된 쇠뇌가 맨 앞에서 돌격하는 사마현을 노렸다. 관측수는 그녀가 살상범위에 들어 왔음을 파악했으나, 그때 사마근이 자신의 등에 멘 활과 화살을 빼들었다.


"사격...?"


관측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 사마근은 재빠르게 활을 쐈다. 쇠뇌 사수들의 위치를 전부 외운 사마근은, 빠르게 돌격하는 사마현 위에서 그들을 쏘아 죽였다. 백발백중. 사수가 정확히 얼굴 한 가운데에 화살을 맞고 죽은 것을 본 관측수는 공포에 질려 털썩 주저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탑까지 날아온 사마현의 발톱이 그의 복부를 꿰뚫었다. 온 몸이 부서지는 고통에 그는 비명을 질렀고, 발톱이 뽑히자 몸이 완전히 부서졌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용들이 보루 안으로 날아와 탑들을 부수는 모습이었다.


사마현은 앞발을 휘둘러 탑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세번. 그녀가 세 번 앞발을 휘두르니 돌탑은 무너져 내렸고,그 안의 병사들은 무너지는 탑에 깔려 죽었다.


“...지도 위로 보면, 훌륭한 전과겠지?”


사마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탑들이 무너져 그 안의 수비병들은 대부분 죽었고, 자신과 함께 돌격한 19명의 용은 보루의 문까지 부수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훌륭한 전과였지만, 사마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적의 쇠뇌에 머리가 뚫린 채 죽은 세명의 동료들이었다.


"도련님, 이제 준비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익장군이라고 부르라니까."


사마현은 사마근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동료들의 시체에서 시선을 돌려,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의 용들이 오고 있었다.


중화의 용과는 확연히 달랐다. 중화의 용들은 비늘이 온 몸에 돋아나있고 머리엔 뿔이 있다. 하지만 조의 용들은 몸과 다리가 가늘고, 온 몸에 짧은 털이 돋아나 있으며 날개엔 깃털이 달려있었다. 호복기사(胡服騎射), 조에 충성을 맹세한 흉노의 용들이었다.


그들의 맨 앞에서는 새카만 비늘이 온 몸에 돋아나 있고, 은빛 용갑을 입은 거대한 용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조괄, 오늘로 끝이다."


사마근은 검은 용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 검은 용이 조나라의 총대장, 자신의 동료들을 학살한 조괄이었다. 그는 번뜩이는 노란 눈으로 사마근을 노려보았다.


조괄은 앞다리를 흔들었다. 오른편에서 날던 호복기사가 거대한 투창을 건넸고, 그는 그것을 앞발에 쥐었다. 사마근은 활시위를 당겼다. 사마근이 먼저 화살을 쏘고, 그 후 조괄이 투창을 던졌다.


사마근이 쏜 화살은 조괄의 용갑을 꿰뚫지 못했다. 조괄의 투창은 사마근 대신 그 앞에서 날던 붉은 용의 머리를 꿰뚫었고, 용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죽었다.


사마근은 이것이 자신을 흔들어 실책을 유도하려는 계책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동료의 죽음은 견디기 너무나 어려웠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조괄은 포효했다. 호복기사들에게 내리는 공격 명령. 용들은 속도를 높여 강하할 준비를 하고, 기수들은 활시위를 당겼다. 와라. 사마근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죽여라!!!"


2조 조장의 외침과 함께 호복기사들의 위에서 진나라의 용들이 강하했다. 이때를 위해 대기시켰던 예비대였다.

사마근은 목에 걸고 있는 놋쇠나팔을 입에 물고 힘차게 불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지고,거대한 용들이 조괄과 호복기사들을 향해 날아 올랐다.


---

사마현을 비롯한 16명의 용들이 조괄에게 달려들었다.


조괄은 먼저 가장 가까이 다가온 용의 목에 발톱을 찍고, 목뼈를 비틀어 죽였다. 옆에서 다가오는 용들에겐 주먹 쥔 앞발을 휘둘러 그들의 공격을 쳐냈다.


마지막은 등 뒤에서 날아드는 사마현이었다. 조괄은 다리를 살짝 들어올린 다음,몸을 틀어 그녀에게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그녀는 가슴팍에 정통으로 발차기를 얻어맞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조괄은 용들을 전부 때려눕혔고,그의 노란색 눈이 번뜩였다. 그는 날개를 펴고 날아 올랐고, 용들은 추격했다. 용들이 조괄을 거의 따라잡자 그는 머리를 확 치켜들었다.


"방향 틀어! 뒤쪽이야!"


사마근은 조괄의 생각을 이해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 사마현은 재빨리 방향을 틀고 속도를 죽였지만, 다른 용들은 늦었다.


조괄은 뱀이 머리를 치켜들듯 수직으로 날아 올랐다. 속도를 죽이지 못한 용들은 그대로 조괄을 지나쳐 등을 내주었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5명의 용들이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용들은 등 뒤에서 날아오는 발톱에 날개가 뜯겨 추락했고, 어떻게든 팔을 들어 발톱을 막으려 한 용은 목이 물려 뜯겨 죽였다. 도망치려던 용들도 있었지만, 조괄이 훨씬 빨랐다. 전광석화. 그는 도망치려던 용들을 따라잡아 등에 발차기를 먹여 등뼈를 부숴 죽였다.


"..."


살아남은 것은 이제 사마현 뿐인데, 그녀도 발차기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정신없이 피를 토하고 있었다. 조괄은 그녀와 사마근에게 말했다.


"유감이군. 잘 싸웠는데 말이지."


사마근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고개를 들어 위에서 싸우는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이쪽으로 손짓하는, 먼저 떠난 동료들이 보였다.


"...미안하다."


그는 눈을 뜨고 활시위를 당겼다.


조괄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발톱을 세워 사마현에게 날아 들었고, 동시에 사마근이 활을 쐈다.


"크아악!"


사마근의 화살이 정확히 조괄의 노란 눈을 꿰뚫었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부여잡았다. 조괄을 저지한 사마근은 위를 올려다 보았다.

호복기사들과 2조의 용들은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눈을 잃은 조괄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움직인다면, 모두 그에게 죽을 것이 뻔했다.


사마근은 고개를 숙여 동료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자신은 너무나 많은 동료들을 사지로 몰아넣어 죽게 만들었다. 이제 동료들을 죽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깨달았다. 놋쇠 나팔을 불고, 안장에서 붉은 깃발을 뽑아들어 흔들었다.


진나라의 용들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


사마근은 멍하니 감옥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총대장의 명을 거스르고 독단적으로 퇴각을 지시한 죄로 영창에 갇힌 지 오늘로 일주일째였다.


"사마근, 후회하나?"


간수는 철창 안의 사마근에게 물었다.


"후회하지 않아요."


사마근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만약 자네였으면 용도 다쳤으니 부장한테 지휘권을 넘기고 전장에서 이탈 했을 거야. 그럼 이 지경까진 가지 않았을 것 아닌가?

자네는 파촉을 정벌한 명장 사마착(司馬錯)의 손자에, 그동안 전공도 많이 세웠잖은가? 그 모든 명예를 버린 게 이해가 되지 않네."


"제 동료들을 살리고 싶었거든요."


"자네가 죽어도?"


"물론이죠."


"...오늘이 자네 처형일인건 아나?"


"어제도 얘기하셔서 알아요."


너무나 평온한 사마근의 말에 간수는 입을 다물었고, 침묵이 찾아왔다. 허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익장군 사마근, 처형시간이다."


사마근을 처형장으로 데려갈 병사들이 찾아왔다. 간수는 열쇠 꾸러미를 꺼내 철창의 문을 열었다. 사마근은 철창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편 뒤 그에게 말했다.


"어르신, 이야기 상대 해주셔서 고마워요."


병사들은 포승줄을 꺼내 사마근을 묶고 처형장으로 데려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밝게 내려쬐는 햇살,좋은 날씨였다. 이번엔 시선을 돌려 처형장을 둘러보았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 보이는 사마현을 비롯한 동료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의에 같이 참석했던 장군들은 그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가장 보고 싶었던 총대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은 사마근을 처형장 한 가운데의 돗자리에 무릎 꿇렸다. 그는 눈을 감았고, 자신에게 손짓하는 동료들을 보았다. 기다려라, 곧 갈테니까. 사마근은 중얼거렸다.


"익장군 사마근, 맞습니까?"


사마근에게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는 동료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맞습니다."


그는 동료들이 사라진 것에 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총대장의 명령을 거역하고 전장에서 용들을 퇴각시켰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하셨습니까?"


"제 수많은 동료들이 죽었고, 죽을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저는 그것보단 차라리 제가 죽는 것이 더 낫다 생각했습니다."


"후회하십니까?"


"후회하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군은 조군에게 열번 넘게 패배하여 보병은 6만, 용은 4할이 죽었습니다. 이 패배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손무의 손자병법에 따르면,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개전시 우리군은 40만,조군의 숫자는 20만이었습니다만 공성전이라면 2배의 보병으로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 공성전을 이기게 만들어주는 병력인 용들은 조군과 우리의 숫자가 비슷하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우리군이 이기려면 어떻게 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까?"


"공성전으로는 해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번에 보루에 큰 타격을 주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야전에서 조군을 쓰러트리고, 섬멸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전 초기에 그럴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우리는 그 기회들을 놓쳤습니다."


"눈을 뜨세요."


사마근은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엔 비단옷으로 온 몸을 감싼 데다 얼굴까지 가린 용이 앉아있었다. 사마근이 그녀를 올려다보자 그녀는 얼굴을 가린 비단을 앞발로 풀어 내렸다.


흰 비늘, 붉은 눈의 아름다운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름다움에 사마근은 심장이 멎는 기분을 느끼며 절세미녀 서시, 달기가 인간이 아니라 용이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확신했다.


"익장군 사마근, 그대는 군략의 이치를 알고 있군요. 또한 지금까지 세운 전공도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그대의 퇴각 또한, 비록 상관의 명을 어기긴 하였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결과적으로는 병사들의 희생을 막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그대의 처형을 취소하겠습니다."


그녀는 앞발을 뻗어 발톱으로 사마근의 포승줄을 끊었다. 사마근은 포박이 풀렸지만 지금 일어난 일에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나서야 진정한 사마근은 입술을 달싹이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무안군(武安君) 백기(白起)입니다."


무안군, 군사를 잘 육성하고 싸우면 반드시 이겨서 백성을 편안하게 했다는 뜻의 칭호. 이 칭호를 얻은 자는 고금을 통틀어 중화에서 단 한명이었다. 사마근은 이제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절했다.


"익장군 사마근,중화 최고의 명장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녀는 중화 최고의 명장이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22 일반 갤이 활발해지니 기부니가 좋다 [8] 편집자혐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110 0
120 일반 깊은 피드백에는 해주는 사람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함 [35] ㅇㅇ(27.117) 19.03.18 212 0
119 일반 도입부 진짜 간단하게 써옴 [18] ㅇㅇ(221.155) 19.03.18 160 0
116 일반 글쓸때 하는 착각 [26] ㅇㅇ(218.55) 19.03.18 215 0
115 일반 피드백 해주는 것도 은근 재밌음 [6] 편집자혐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115 0
113 일반 이거 소설 도입부로 너무 지루할까요? [9] ㅇㅇ(221.155) 19.03.18 157 0
112 일반 안 읽어줘서 불만이라고?? [8] ㅇㅇ(222.112) 19.03.18 128 2
111 일반 남이 글을 읽어주면 섹스 [5]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95 0
110 일반 여기 글 올리고 읽어주는데 아니었냐 [6]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122 0
109 일반 라노벨 좋아하고, 글도 쓰는데. [7] ㅇㅇ(39.115) 19.03.18 117 0
106 일반 부담없이 가볍게 쓰려고 쓰는 글이었는데 요즘 스트레스 받는다 [9] 瑞鳳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121 0
105 일반 잠 안와서 글 썼따 [2]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152 0
104 일반 (단편소설) 나랑 같이 살지 않을래? 1~3 [5] 쓰는남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96 0
103 일반 타겟팅은 완전히 실패했는데 [9]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106 0
102 일반 장평대전(長平大戰) - 2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8 60 0
99 일반 라노밸 갤에 쓰던것 여기에서 감평 요청합니다. [19] 넨린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248 1
98 일반 오늘부터 빡글 해야겠다 [6] 편집자혐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129 0
97 일반 내가 본 웹소설 제목중 가장 인상깊은거 [3]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182 0
96 일반 웹소를 도전하려면 일단 무조건 어그로를 끌어야함 [2] ㅇㅇ(183.96) 19.03.17 193 2
95 일반 이야 라연대 개최했구나 [2] 롤라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87 0
94 일반 아는 형이 일본어로 한국어 배웠냐고 하더라 [4]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188 2
91 일반 제 1회 라연대 개최 [17]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391 7
92 일반 잠깐 대회글을 공지로 보내버리면 사람들이 못 읽는다구 [2]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72 0
89 일반 여기다 글을 올리면 감평을 해준다고 들었는데요 [18] 하지말랬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201 0
88 일반 지금까지 들은 조언 모음 [2]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249 0
87 일반 라단대는 쓰고들 계신가요?? [2] 櫻坂みはる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162 0
86 일반 만년 라노벨 지망생 유형 [5] ㅇㅇ(121.152) 19.03.17 213 1
85 일반 글먹 얘기가 진지하게 나오는구나 [3]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190 0
84 일반 꿈 속에서 라노벨 소재 될 만한 걸 꿈꿨는데 [2]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69 0
83 일반 라노벨 출판사 공모전 기다리는 건 부질없는 짓임 ㅇㅇ(121.152) 19.03.17 190 0
82 일반 여기 생각보다 커졌네. [2] 넨린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65 0
79 일반 완결은 내야 할 것 같은데 [4]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100 0
78 일반 문피아 공모전 입상하고 싶다... [1] 편집자혐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98 0
일반 장평대전(長平大戰) - 1 [20]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244 0
75 일반 아무리 봐도 제목이 글러먹은 것 같아 의견 좀 [6] 준파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7 168 0
73 일반 오늘 쓴 분량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85 0
72 일반 나도 글 쓰는 거 함 올릴까 했는데.. [3] ㅇㅇ(49.142) 19.03.16 94 0
71 일반 라노벨로만 돈을 번다는 생각만 버리면 비슷한 장르로 해먹을수도 있음 [10] ㅇㅇ(183.96) 19.03.16 179 3
70 일반 나만의 장르를 만든다 [4] 수강신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113 0
69 일반 연재하는 웹소 있으면 한편 올릴 때마다 홍보 좀 해봐 [1]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87 0
67 일반 주딱에서 평범한 시민A가 되니까 [3]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98 0
65 일반 라노벨 감상글도 올려 [2]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87 0
64 일반 파딱 하고 싶은 얘들은 새 주딱에게 말해 [1]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70 0
63 일반 전기톱맨 같은 글을 쓰고싶다 [3] ㅁㄴㅇㄹ도사람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126 0
62 일반 [행아웃] 한국형 라노벨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 수강신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86 0
61 일반 요즘 한국 라노벨 방향성을 모르겠다 [7] 롤라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199 0
60 일반 닉언죄) 새 주딱 공지 [11] 명관구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202 0
59 일반 이런겔이 있었다니 [3] 롤라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84 0
58 일반 이세계에서 생리활동이라는 건 뜨거운 감자같음 [3] 11월에적금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100 0
56 일반 갤러리 잘 됐으면 좋겠다 [2] 판타지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3.16 8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