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존나게 글을 쓰기가 싫다.

문뜩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사실 그 때마다 내 스스로에게 놀라곤 한다.

이 놈은 어릴 때부터 글 쓰겠다고 바락바락 기를 세우고, 글 쓰는 재미로 밤을 지새우던 놈이었는데.

하루에 1만자씩 매일 꾸준하게 연재하면서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 자만하던 녀석이었는데.

근데 그랬던 새끼가.

이젠 손가락 놀리는 것조차 귀찮고 싫증이 난다.

머리속에 든 건 많은데, 키보드에 양손을 얹고 주무르기만 하면 되는데.

그냥 싫다.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써나가야할지 막막하고. 그저 빽빽한 먼지 속을 걷는 느낌이다.

무얼 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쓰다가도 지운다.

호쾌하게 타자를 쳐내려갔던 그 시절이 무색하기만 하다.

이게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니면 이짓거리를 너무 오래해서 그런 걸까?

나이 들었다고 한탄하기에는 아직 현역에는 선배들이 너무나도 많다.

오히려 머리가 익으면 더욱 훌륭한 글이 나와야 할 터인데.

나는 아무 의미 없는 빈 껍데기만 쓰고 있다.

진짜 좆됐다 싶다.

정신자극 받겠다고 인터뷰 영상도 보고, 기사도 눌러보곤 하지만

그 어떤 조언도 내겐 와닿지 않는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선언하기엔 너무 멀리왔다. 길고 좁은 통로를 이미 절반이나 지나왔다. 돌아가기엔 참 아쉬운 위치다.

유치하게 눈 딱 감고 나 안 할래요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주변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제와서 벗어던지면 그 사람들에게도 폐가 된다.

이 좆뺑이를 치면서 느끼는 건, 딱 한 가지다.

참으로 치열하다.

세상에 편한 직업이 어디있겠냐 싶다만은

이 작가라는 직업은 너무도 치열하다.

나는 아무런 긴장감 없이 이 바닥을 기웃거렸다. 돌이켜보면 참 애송이 같다고 생각한다.

그냥 글 쓰고, 책 내고, 돈 벌고. 그러면 비로소 작가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더라.

진정으로 행복하게 글을 쓰던 그 시절의 내가 작가였더라.

지금의 나는 작가가 아닌, 돈 벌 궁리만 하는 글팔이에 더 가깝다.

오늘도 내 앞으로 날아온 명세서를 보면서 생각한다.

씨발

존나게 쓰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