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갤에선 쉽게 얘기를 꺼내기 거시기한 정떡 묻은 이유로 한국 웹소설에 대해 개인적으로 별로 좋은 감정이 없기도 한데.

또 그거와는 별개로 웹소설이란 형식 자체에 대해서도 불만이 아무래도 생기게 됨.

어차피 서브컬처이니까 작품성을 꼭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 웹소는 너무 나간 느낌이 있는데, 이미 작품성을 논하기 이전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문제가 있어 보이더라.

편당 결제/매일 연재라는 정신 나간 시스템이 일본의 주간연재 만화처럼 작가에게 너무 많은 과부하를 주는 문제도 있고, 모바일 환경에 지나치게 최적화되어 있다는 게 양적 성장의 대가로서 질적 하락의 큰 원인이 되어 버렸기도 했음.

특히 후자는 작가 입장에서도 독일 뿐만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도 웹소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틀딱 독자 입장에선 독인데, 장르도 전개도 설정도 매너리즘이 넘쳐나고 어휘와 문체마저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있으며 주제의식이나 메시지의 전달은 둘째 치고 풍자 같은 거 마저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업계 차원의 암묵의 룰에 의한 제약사항이 너무 빡빡함. 너무 획일화되어 있고 너무 단순화되어 있어.

언젠가 갤에서 관련글이 올라온 것처럼 일본 라노베도 업계 차원의 암묵의 룰에 의한 제약사항이 빡빡해져 있는 결과 장르와 전개와 설정에서 매너리즘이 횡행하면서 그런 획일화와 단순화가 심각해진 상황이란 걸 감안하면 이게 작품 유통방식의 문제 때문만은 아닌 거 같기도 한데 대체 왜 그렇게 된 건지 의문.

일본 라노베는 왜 그 꼬라지가 났는 지 이유를 짐작이라도 가능한데, 반면 한국 웹소는 왜 그 꼬라지가 났는 지 뭔가 아직까진 이유가 잘 파악이 안 되더라고.

작가와 독자의 실시간 소통이 독자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이란 고나리질로 이어지는 건 정말 노답인 문제고. 개인적으로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에 도저히 도전하고 싶어지지 않게 만드는 실질적인 이유가 되더라. 이거 하나만으로도 웹소설 작가는 사람이 할 짓이 못 되는 느낌임.

뭐랄까, 지나치게 상업화된(저 정도면 이미 상업성이 문제인 수준을 한참 넘었다만. 또 작가와 독자의 실시간 소통이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은 상업성과는 상관 없는 얘기고.) 웹소설과는 별개로 '웹소설이 아닌 인터넷 소설'이 동인 차원에서라도 별도로 고안되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음. 그런데 그런 걸 연재할 연재처부터가 마땅치가 않네.

그렇다고 라이트 노벨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나 싶냐면 역시 지나친 상업화로 업계 전반이 망가져 버린 일본 라노베 시장의 현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진 않아 보이고... 뭔가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