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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4-9) 사쿠라퀘스트 제로 초봄의 침입자

망도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1.05 21: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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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의 입구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약간 못미덥지만 현재 이것이 유일한 무기다.



뜨거운 물을 발에 쏟아버리지 않도록 신중히 옮기면서, 사나에는 복도에 나왔다.



어제의 사건현장이 됐던 그 거실에 서서히 발길을 옮겼다.



———자, 올테면 와봐라.



제대로 역습해줄 테니까.





뜨거운 물이 식기 전에 끝장을 보지 않으면 안된다.



마치 비상사태의 경비병처럼 좌우로 눈을 번뜩이며 복도를 나아간다.



여기는 내 집이야.



자신의 의지로 인생을 재스타트(재시작)하기 위해 고른 장소인 것이다.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녀석’에게도 사정은 있겠지만, 여기서 마음대로 날뛰는 건 용서치 않아.







사나에의 다리가 뚝 멈췄다.



숨죽이며 전방의 맹장지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뻗어나온 검은 툇마루에 ‘녀석’은 있었다.



주변색과 겹쳐져 몸통은 거의 안보였지만, 화려한 오렌지색 다리와 적갈색 머리로 어찌어찌 포착할 수 있었다.



‘녀석’은 그 장소에 멈춰서, 레이더인 더듬이를 빙빙 돌리고 있다.



아직 사나에의 존재에 대해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요행이라 할까?



이쪽이 먼저 적을 탐지한 것이다.



———지금이야! 한다면 지금 밖에 없어!





‘녀석’이 전속력으로 다가와도 도망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전자를 쥔 오른팔을 내민다.



옆에서 보면 이상한 주전자 체조를 하는 누나라고 말하겠지.



이 상태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버리면 맹장지도 무사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나에는 굳게 마음먹고 손목을 기울였다.





새하얀 수증기와 함께 한 줄기의 뜨거운 물이 주전자의 입구에서 쏟아진다.



‘녀석’의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나이아가라 폭포가 나타난 것 같겠지.



거기에 마그마로 가열한 원천(源泉)이 끼얹어진 것이다.





‘녀석’은 경련한 것처럼 움찔해서 그 길다란 몸통을 펼치려나 생각했더니, 그 다음에는 몸을 の글자처럼 무리하게 말았다.



갑작스럽고 불합리한 처사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려는 것 같다.



미약하지만, 발버둥치듯 꿈틀거리는 수많은 다리가 판자를 댄 마루에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 죄송해요죄송해요ㅗㅗㅗㅗㅗㅗㅗㅗㅗ!”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녀석’의 모습을 시야의 구석에 붙든 채, 릴리즈(투척) 직전의 해머 던지기 선수 같은 자세로 사나에는 상대의 숨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렸다.



고작 몇 초가 끝없이 길게 느껴졌다.







“해치······운 건가?”



뜨거운 물을 붓는 손을 멈추고, 사나에는 맹장지의 아랫부분에 눈길을 주었다.



몸을 만 상태의 ‘녀석’은 완전히 움직임이 멈춰 있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전신이 쪼그라든 것처럼도 보인다.



이제 승패는 정해졌다.



“해냈어······ 나, 혼자서 ‘녀석’을 쓰러트린 거야!”



불가사의한 달성감에 사나에는 고양됐다.



처음으로 커다란 프로젝트를 맡아, 무사히 납품을 끝냈던 때의 감각과 비슷하다.





지네에게 죄는 없지만, 초대받지 않은 동거인이 자신의 테리토리(영역)에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말하자면 인간의 에고(자존심)라는 것이다.



‘녀석’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나서 처음으로 사나에는 인간이 지닌 잔혹함을 실감했다.





필사적으로 산 존재끼리 적어도 어떻게든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사나에의 입에서 따라나온 것은 어째선지 그때의 말이었다.



“미안, 당신과는 함께 있을 수 없어.”







그렇다고는 해도 올해 최대의 위기는 넘겼다.



지금 당장 캔 츄파이로 축배를 들고 싶은 순간이지만, 하나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에 사나에는 깨달았다.



“이거······ 누가 정리하는 거지?”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집에는 사나에 밖에 없다.



싸움의 뒷처리도 자신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리무리! 절대 무리라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가 소풍이라 하던가, 벌레잡이도 뒷처리까지가 원세트(one set)인 것이다.



퇴치는 가능해도 처리는 어떻게 해도 무리라는 여성은 많다.



방금 전까지 있던 애도의 감정은 어디가고, 사체의 처리에 고민하는 살인범처럼 사나에는 우왕좌왕했다.



“누군가에게······ 이거야 말로 누군가에게 부탁할 수 밖에······”



다행히, ‘녀석’이 이 이상 움직이는 일은 없다.



이 상태를 킵(유지)한 채로 어딘가에 도움을 요청하러 가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그래, 시청이라던가 대처해주실 지도······”



말벌의 처리라면 모르겠지만, 이런 일로 오게 하는 것도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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