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구에서 공원 이름 붙은 동네는 거의 빠짐없이 다 가봤는데

소공원, 야산, 체육공원같은거 빼고 정리해줌

가장 확실한 기준은 데이트하기에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삼아볼게

문장 정리나 순서같은거 생각 안하고 생각나는대로 막 써봄.

대구에 공원이라 하면 달성공원, 수성못, 두류공원(성당못까지 연결), 율하공원, 강정보 정도가 있음.

달성공원은 솔직히 데이트하기에 좋은 공원은 결코 아닌데 목록에서 빼기에는 조경이 너무나도 공원스러워서 한번 짚어봄.

빈민촌에 근본없이 둘러쌓여 있어서 접근성이 굉장히 안좋음. 예를들어 차로 이동하면 정문으로만 가야되는데 편도 2차선(사실상 1차선), 주차 구역은 따로 없는걸로 알고있음. 사이즈가 매우 협소해서 입장하자마자 공원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음.

동물도 키우는데 여름에는 동물 똥냄새도 나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신경쓰일정돈 아니였음. 동물 다른 곳을 옮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동물을 키운다고는 하지만 에버랜드처럼 조직적으로 가둬놓고 구경꾼으로 둘러쌓인게 아니라 방치된 동물 구경하는 느낌으로다가 풀어놓음.

규모는 매우 작지만 조경이 잘 되어 있고 어린 애들 데리고 온 가족들이 좀 있어서 화목한 모습이 많이 보여서 훈훈함

접근성은 안좋아도 일단 도착하면 마음편히 앉아서 수다떨면서 즐길 수 있는거 같음. 걸어서 10분정도 가면 서문시장이 있는데 여기가 대구 지하철 3호선 최고 노다지 역인만큼 시장에서 볼일보는거 좋아하면 이만한 곳이 없기는 없음.

가난한 동네라서 그런지 막걸리 까는 노인들, 카세트 테이프 틀어놓고 산책하는 노인들 굉장히 많음. 노인들 데이트 하기 좋음.

수성못

대구 아재들 회식 1번지라서 근처에 식당도 많고, 부자동네라서 주변 인프라는 괜찮음. 여기도 지하철 3호선이 있는데 아마 서문시장 다음으로 승객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음. 그러다보니 출퇴근 시간대, 휴일 초저녁, 행사가 있는 날이면 교통체증이 대구에서 손꼽히는 상습 정체구간 정도로 알고 있음.

연령대가 10대부터 60대까지 정말 다양하고 노인들은 거의 없음. 대구에서 야외 공연 이벤트가 많고 트랙이 있는데 사람들 대부분 다 트랙 돌고 있는데 돌다보면 소소한 볼거리가 많고 대화하면서 걷기 딱 좋음.

주차는 회식지 근처에 유료주차장이 있는데 주말과 비수기 시간대에는 무료로 이용한 곳도 있었던걸로 기억하고 조금만 걸을 생각하면 주차 문제는 크게 없음

회식지라서 근처에 다양한 업종의 식당과 카페가 있는데 가격은 대체로 비쌈. 특별한 맛집이 있는건 아니고 다소 보기드물고 비싼 브랜드 음식점들이 많이 있음.

20대 후반 ~ 40대 초반까지 데이트하기에 최고로 적합하다.

두류공원

여기가 대구 최대의 공원인데 근처에 먹거리시장, 이월드(놀이공원), 성당못, 서부정류장(걸어갈 정도는 절대 아님), 7호 광장(번화가) 지하철 2호선 등이 있어서 교통편이 굉장히 다양하고, 주차장은 엄청 넓고 많은데 공원이 워낙 넓어서 어디서 산책할건지 미리 정해놓고 가는게 좋음

공원 안에는 야외음악당, 잔디밭, 못, 수영장, 시립도서관, 체육시설, 노점상이 있어서 즐길거리가 굉장히 많음.

다른 공원들은 인근 주민들이 적당히 마실 나오는 정도로 간다면 두류공원을 기점으로 원을 그렸을 때 버스로 40분 이내의 생활권인 사람들이 작정하고 옴. 특히 여름에는 행사가 많아서 유명한 가수라도 오는 순간 끝자락에서도 오는 일이 허다함. 위치상으로도 거의 대구의 중심지에 가까워서 접근성도 좋음. 도로도 굉장히 넓고, 바로 근처에 달구벌대로(대구 최장, 최다 차선의 도로)가 있어서 차로 오기도 매우 편함.

한강처럼 돗자리 깔고 휴식할만한 공원이 대구에선 두류공원이 유일함

치맥 페스티벌이나 노점상처럼 야외에서 술 마시기도 좋음

단점은 너무 넓어서 공원 전체를 걸어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본인이 테마를 정해놓고 가야됨.

10대들이 굉장히 많은데 술마시는 중고딩들도 많고 헌팅도 자주 일어나는 걸로 알고 있음. 그렇다는건 10대~20대 초중반까지는 여기만큼 데이트하기 좋은 곳도 없지만, 직장인들이 적당히 돈 쓰고, 근처 카페가서 놀거나 시설을 이용하기에는 흥미가 떨어짐. 대부분 애들밖에 없더라.

강정보

여긴 주소가 경북인데 사실상 대구권으로 쳐주는 곳이라 넣었음. 위치로는 대구 지하철 2호선 거의 맨 끝에 있는데 지하철 타고 내려서 걸어가기는 좀 멀리 있고, 버스도 강정보에서 내려주는게 아니라서 내려주면 좀 걸어야 된다.

아무튼 대구 끝자락에 산 깎아 만든 동네가 있는데 그게 경북 다사읍이거든. 근데 옹기종기 모여서 나름대로 중산층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동네인데, 낙동강을 끼고 있고, 공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엄연히 유원지이고 사람들은 공원정도로 생각을 함.

강을 따라서 길을 만들어 놓다보니 일자로 굉장히 길어서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탈것을 대여,판매 하는 가게가 되게 많이 있는데 카트, 킥보드 같은 것들은 대여하고, 그밖에 사람들이 직접 갖고온 자전거, 보드등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그냥 산책삼아 적당히 걷는 사람들도 많음.

내 생각에 걸어다니면서 휴식하기에는 정말 별로인거 같음. 왜냐하면 공원 면적이 너무 협소하고, 나무가 너무 없어서 땡볕 그대로 맞으면서 다니고, 강변 트랙은 사실상 그냥 아스팔트라서 걷기에 참 별로인거 같음. 근데 사람들은 많이 걸어다니더라.

여긴 탈것에 관심이 많은 동호회, 드론 동호회, 잼민이들이 단체로 오거나 인근에 사는 가족단위로 옴. 데이트 하는 커플 보면 탈 것 2개 대여해서 둘이 타고 놀더라.

주차장은 나무가 거의 없는 쌩 노지에 근처에 햇빛 그대로 맞는 구역이라서 여름에 세워뒀다가 집에 갈때 차 타면 좋았던 기분 다 환불해야됨

율하공원

위치는 동구에 있는데, 대구에서 동구라 하면 신세계백화점이 있는 동대구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구가 아닌 외딴지역정도로 인식이 박혀있는 구석중에 구석동네임. 그러다보니 그들만의 생활권이 있고 대단지들이 많이 있는데 그 대단지들을 대표해서 강변쪽에 만들어놓은 공원임.

수풀 보면서 자전거, 걷기용으로는 대구에서 제일 괜찮은거 같음. 완전히 뒤덮여서 산처럼 생긴게 아니라 나무들이 적당한 눈높이만큼 자라있는데 그래서 멀리까지 훤히 보이면서 그늘진 부분이 많아서 바람도 상쾌하고 시원하더라. 대신 다른 즐길거리는 없다. 돗자리 깔기에는 터가 없는데 대신 정자가 있어서 거기서 잠깐잠깐 앉아서 뭐 먹고 하기엔 좋아보이는데 당연히 먼지 많더라.

가족이나 연인끼리 잠깐 걸으면서 얘기하기엔 여기만한 곳이 없어보임.

근처에는 먹자골목이 있어서 산책 끝나고 이것저것 먹고가기에 정말 많음.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식당들이 많이 있는데 대체로 검증된 브랜드들이라 비용과 선택에 부담없이 편히 먹고 갈 수 있다.

근데 여긴 내가 낮에 가본적이 없어서 걱정되는게 하나 있는데 대구에서 동구라 하면 비행기 소음때문에 삶의 질이 굉장히 떨어지는 동네라고 익히 소문난 곳인데, 낮에 걸어다니다가 비행기 소음때문에 흥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은 되더라

번외

중앙공원(동구 신서 혁신도시)

노짱시절 산깎아 만든 혁신도시가 하나 있는데 대구에서 가장 인적이 드문 유령도시거든.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갈일이 거의 없는 기관, 공기업을 이주시켜놔서 인근 주민들조차 갈일이 없는 동네인데, 거기에 공원이 하나 있음.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도시 미관상으로는 기가 막히는 동네거든. 도로는 존~나 넓은데 차는 거~의 없고 큼직한 건물은 있는데 공실난 느낌이고, 근처에 편의점, 식당 하나 찾기도 어려운 그런 동네 안에 공원이 있더라. 당연히 공원도 존나 깔끔함. 수조원 들여서 만든 도시라서 정말 군더더기 없이 좋음. 많이 넓지는 않은데 못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조용히 다니기에는 여기가 명실상부 대구 최고인거 같더라.

유령도시에 있는 공원이라서 유령공원인거고, 밤되면 혼자 점유할 수 있는 그런 공원이 된다.

강정보가 대구 지하철 2호선 끝이라면 여기는 대구 지하철 1호선 끝에 있음. 유령도시인 만큼 대중교통 이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안좋고 직접 운전해서 가기에는 쾌적하다. 주차는 그냥 도로한복판에 차선 2개 물고 세워둬도 교통체증 안생김.

그만큼 구석+유령 도시인데

안그래도 동구라 하면 대구 취급을 못받는 지역인데 그중에서도 끝에다가 효용성 떨어지는 건물들을 갖다놨으니 인적이 드물 수 밖에

정부는 적자나서, 주민들은 돈이 안돼서, 공무원들은 기러기 생활 해야돼서 모두가 불행한 도시이지만 그냥 차 타고 드라이브 삼아서 갔다오기는 참 좋은데 너무 멀어서 가다가 기운 빠질 수는 있다.

총평 : 대구 공원은 타지 사람들한테 소개해주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대구에서 "공원 다니는게 취미에요~" 라고 하면 무슨 노인 쳐다보듯 이상하게 쳐다보는데. 사실 그럴만도한게 공원이라 해봤자 두류공원정도 가본게 전부인 사람들이라 이해 못할만도 함.

보통 상경해서 살다보면 한강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있는데 대구는 그럴만한 공원이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함

내가 서울, 경기에 있었을때 주말마다 매번 다른 공원 돌아다녔는데 그 좁은 땅에 공원을 정말 많이 만들어놨고, 규모도 크더라.

공원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도 많아서 요즘엔 공원 끼고 있는 아파트들이 역세권보다 프리미엄을 더 잘받고 있는데

대구는 이번에 완공될 2023~2024 아파트 대단지에서도 공원 계획은 진짜 조또 없음.

(사진은 인천 구월동에 있는 중앙공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