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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사랑모바일에서 작성

고역(118.235) 2023.09.25 09:24:01
조회 53 추천 0 댓글 1
														

몇 장의 배춧잎을 손에 쥔 그녀는, 이내 사랑없이도 이방인에게 몸을 베푼다.

구멍을 넘나드는 몸짓이 반복될수록 하염없이 숨소리를 내뱉는게 전부다.

그에게서 수 억의 별의 아이들이 쏟아져나온다.
비록 광활한 우주에 닿아보지도 못한 채로 고무 속에 남겨져 어딘가 버려질 운명일테지만.

진자운동이 이내 끝나고, 마지막 한 줌 만큼의 떨림이 그치면 그제야 이성을 찾았다는 듯, 몸을 씻어내러 터벅터벅-

찰나의 순간 이전까지만 해도 더러운 구석구석을 혀로 청소라도하듯,
몸과 영혼을 다 내던지듯한 시늉이라도 하듯,
그런 완벽해보이는 등가교환의 관계가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그녀와의 만남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이방인은 적절히 살아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기에 이만한 것이 제 격이라 생각했을터이다.

그녀의 구멍에 낚싯바늘이라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방인은 또 실에 꿰어져 어느새 그녀를 찾아가겠지.

한 때는 사랑하는 여자와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고
밤새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살 부비며 이야기하고,
먼 미래의 꿈과 상상을 그리곤 했던 그였을테지만,

어느새 그려오던 그림은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도 휑하니 남겨져있었다는-
너무나 오래되고 희미해져, 사실이 무엇이고 꾸며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전설같은 이야기.

따듯한 햇살아래 잔잔한 파도 부닥치는 어느 해변,
바람에 머리칼 휘날리며 내게 안긴 작은 사진 하나만 남기자며, 그것을 시작으로 영원히 함께하자며.

언젠가는 온 세상을 유람하고 돌아와 그녀와 그를 닮은 아이를 갖자며 나누던 이야기는 어디로 가버리고.

이방인은 또 불그레한 얼굴로 술에 취해 배춧잎을 들고 이름도 모르는 그녀를 찾아가 사랑없는 사랑처럼 보이는 것을 하고 있더냐.

그 때 조금 더 잘해줬더라면, 한 번 물러섰더라면,
말 없이 돌아섰더라면 하는 후회들이

그 삶을 통째로 궤도에서 밀어내 이탈하도록 훼방을 놓아버린 너를,

아직도 미워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버린 나는 어쩌란말이냐…

혹 누가 이방인을 마주치거든 그러하겠지.

‘철없이 감정만 앞선 네 탓이지, 누가 훼방을 놓았다고 탓할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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