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깬 1042기 그냥 추억팔이 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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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0

[일반] 자다 깬 1042기 그냥 추억팔이 하는 글앱에서 작성

ㅇㅇ(61.83) 2023.01.16 04:46:19

조회 1216 추천 29 댓글 7

제대한지 8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의경 시절이 생각나네

집에서 자차타면 10~15분 거리에, 도심 한복판이라 걸어서 5분이면 백화점에 영화관에 뭐 다 있고

당연히 만화방부터 없는게 없었던 그 시절 내 방순대

당시엔 지금처럼 리무진 같은 좋은 기대마는 의경 중대엔 거의 없고, 죄다 2012년 이전의 다 박살나고 존나게 불편한, 방패를 따로 수납하는 옆 공간도 없어서 의자 천장에 넣고 다녀야했던 기대마가 대부분이었는데

난 정말 운 좋게도 내 소대 기대마가 신식으로, 존나 좋은 기대마로 바뀐 상태에서 전입했었지. 가끔 타소대 기대마 탈때마다 내가 참 복이 많다고 느꼈다 ㅋㅋ 타소대 동기들도 부러워하고 ㅋㅋ

밀양에선 송전탑 때문에 시도때도없이 엄청난 시위들이 벌어졌다. 할머니들이 의경 모자 벗겨서 똥물을 부어버리고 할아버지들은 작대기로 후려 갈겼지. 매달 두어번 9박 10일 이상의 긴 시간 출동을 나갔다.

물론 좋은점도 있었다. 펜션을 잡아서 타중대랑 격일로 근무했는데 펜션 밥도 맛있고 공기도 물도 경치도 너무 좋았다. 특히 그때 먹었던 백숙의 미친 국물맛과 삼겹살을 아직도 못 잊는다...선임들과도 굉장히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어. 요리 잘 하던 분대 선임이 남은 재료와 밥으로 볶음밥을 해줬었는데, 숙소 바로 밖 나무 테이블에서 먹을때 기가막혔다 진짜...

당시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라 상상이상의 고강도 시위가 많았다. 울산에서 본 시위꾼이 대구에서도 보이고 서울 광화문 앞에서도 보이기도 했지

한 번은 밀양 출동 야간 근무때 그 전문 시위꾼이랑 얘기도 했는데 꽤 재밌게 사는거 같더라...내 눈엔 그저 간첩으로 보였지만..

방범 순찰이야 뭐 근무복 안에 사복 입고 그 속에 종이백 숨겨 나가서 근무복 다 집어넣고 피시방 가는건 기본에 내 선임은 여친이랑 모텔도 가고 그랬다. 물론 방범 순찰 자체도 좋았어 ㅋㅋ 산책하면서 두런두런 피파3 얘기부터 온갖 얘기들 하며 바람 쐬는게 참 좋았지.

도중에 조용하고 한적한 교회 들어가서 치킨 피자도 사먹고 마피아 게임도 하고 ㅋㅋ 정말 재밌었다..그 교회는 지금 재개발로 사라지고 대형 아파트 단지가 생겼지만 ㅠ

그러다 세월호 사고가 터졌었네. 당시엔 정말 뉴스를 보며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나길 간절히 바랐다. 근데 이 사고가 내 나머지 의경 생활을 지배하는 시위로 이어질줄은 당시엔 몰랐지

광화문에서 등 뒤에 세월호 유가족이라 쓰여진 종이를 붙이고 다니던 유가족들도 세월호 1주기때 봤었다

내가 제대하고나니까 뭐 민중총궐기라고 해서 엄청난 시위가 터지더라고. 기대마 주유구에 불붙인 종이인지 뭔지를 넣어서 기대마 폭파 시키려던 사람, 기대마를 다 때려부수고 안에 있던 의경들의 모든것을 다 훔쳐간 시위대들 때문에 난리가 났더라 ㅋㅋ 내 중대는 다행히 기대마에 낙서만 했다더라고

제대 한 이후 교황도 왔다갔다던가 그래서 또 애들이 힘들다 그랬던 기억도 나네

중대에 시설 좋은 노래방과 독서실도 있는데다 10년 넘게 밥해주시던 이모님이 계셔서 밥은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그립네 ㅋㅋ 아침밥도 너무 맛있었지...그래서 짬 먹어도 아침은 안 거르고 꼭 챙겨먹었다. 제대하고 나서도 가끔 중대의 아침밥 레시피를 만들어서 먹곤 했지

힘들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계속해서 생각나는 즐거운 추억들이 많다.

그때 함께 복무했던 선후임들도 이제는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고 있고 내 친한 선후임들 몇은 결혼해서 애도 있는 유부남이다 ㅋㅋ

가끔 방범순찰돌던 거리를 걸을때면 아련한 추억에 잠기곤 한다.

이제는 건물은 그대로인데 방순대는 사라지고 직원 기동대가 들어와서 다시는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건물 내부에 들어갈 수 없고, 의경도 역사속으로 사라지지만

의경이 존재했던 역사속에 내 인생의 한 부분이 자리하고 있다는것은 참으로 축복이었다 생각한다.

이 갤러리를 찾아온 모든 사람들의 앞으로의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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