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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LP 입문할 때 고려할 점

Black Bu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7 13:28:49
조회 5629 추천 32 댓글 9
														

LP를 처음 사보려는 사람들이 좀 보이길래 참고하라고 써 봄. 초단기 LP 리스너로서의 경험과 요즘의 경향을 참고하여 쓰는 글임.

아래 기준에 하나라도 해당되는 게 있다면 한번 시도는 해 볼만 할 테고, 

여러 기준에 해당된다면 꾸준히 음감이든 수집이든 해 나갈 수도 있을 거임.


1. LP의 사운드가 궁금하다

2. 장비질을 좋아한다.

3. 음악을 듣는 것 만큼 소유하는 것에서 정서적 만족을 느낀다. + 남들과 차별화되고 싶다

4. 돈이 많다 + 시간이 많다.



1. LP의 사운드가 궁금하다

먼저 LP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깨라고 하고 싶음. 예전 십여년 전 쯤 LP의 아날로그 소리가 자연의 소리라면서 한창 떠들어댄 적이 있었지.

(어떤 지역지상파 다큐에서는 LP 들려준 식물은 무성히 자라는데, CD 들려준 시들해졌다는 엉터리 실험도 했었고)


이제 그런 이야기는 거의 없음. LP 부흥의 대한 논의는 기술적 우월성 관련은 찾기 힘들고,

거의 구매자의 정서적, 심리적 만족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듯함.


LP가 자연의 소리라는 개소리는 차치하고(디지털 음원 역시 재생되는 소리는 아날로그이므로),

현재 LP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온전히 아날로그로만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

대부분의 LP는 음반 제작 과정(녹음-믹싱-마스터링) 중에서 마스터링만 아날로그로 이뤄짐.

디지털 녹음본의 LP판을 가지고 음질이 월등하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 보면 웃기긴 함.


요즘도 가끔 아날로그 매니아들이 모든 과정을 아날로그로 만들기는 하므로(D'Angelo의 블랙메시아 앨범처럼)

이런 극소수 LP라면 순수 아날로그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조금은 의미가 있을지도 모름(80년대 이전의 아날로그 녹음반들의 LP 리이슈들도 마찬가지고)

다만 모든 과정에서 디지털보다 손이 많이 가니까, 만드는 입장에서는 들인 정성에 가치를 더 부여하는 경우가 있고, 일부 팬들도 동조하는 게 크다고 봄.

학계나 업계 엔지니어들 의견을 검색해보면 최근(최소 2000년 이후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의 디지털 녹음 기술은 아날로그 녹음보다 더 좋다는 의견이 많은 걸로 앎.


어쨌든 최고의 음질을 위해 LP를 듣는다는 건 실현하지 못할 꿈일 가능성이 큼. 

위처럼 아무리 정성 들여 아날로그 녹음을 해도, 마스터테이프의 사운드를 엘피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시 다운그레이드되니까.

게다가 이런 LP를 평균 수준의 음질로 듣기 위해 장비에 들여야 하는 비용이 훨씬 많고 관리가 어려움.


결론적으로 LP 특유의 따뜻하다고 하는(사실 매체 기술의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거의 결론이 났지만) 사운드가 궁금하다면

LP를 시도해 볼만함. 일단 경험을 해야 판단을 할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사서 들어봐야지. 

듣고 마음에 듣다면 계속 가는거고(그게 녹음실에서 실제 들렸던 사운드와 차이가 있다는 것만 인정하면 되지)



2. 장비질을 좋아한다.

여러 종류의 턴테이블(브랜드나 구동방식), 바늘, 앰프, 케이블, 스피커 등을 조합하면서 만족을 느낀다면 LP 음감이 적성에 잘 맞을 가능성 있음.

아날로그는 장비 특성을 더 잘 타니까. 본인이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자제력만 있다면 음악을 재밌게 듣는 방법이지.

그치만 리스너 등쳐먹는 장사꾼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긴 할 거임.



3. 음악을 듣는 것 만큼 소유하는 것이 좋다 + 음반의 소유에 있어서도 남들과 차별화되고 싶다 

음악이 (진동이라는 실체는 있지만)보이지 않는 형태의 예술이라는 점 때문에 어떻게든 보이는 형태로 가지고 싶어하는 욕구가 존재함.

당장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아무거나 머리에 떠올려봐라. 제일 귀에 띄는 멜로디, 기본 박자, 악기의 음색 같은 건 잘 떠오르지만,

디테일한 사운드 스케이프는 그대로 머리속에 재현해 낼 수 없다. 

이렇게 음악 청취가 지니는 한계 때문에 물리적 '소유'에 집착하게 되는건 아닌지 생각한다. 

특히 스트리밍 대세화로 손으로 만지작거릴 수 있는 음반이 디폴트가 아닌 시대라는 게 LP 부흥의 큰 원인이겠지


물론 CD로도 소유욕은 충족할 수 있지만, 비주얼 면에서 LP와 상대가 안 됨. 

방에 커버 죽이는 게이트폴드 몇 개 디스플레이 해두고, 벽에도 좋아하는 락스타 포스터 좀 붙여두면 심리적 만족감이 상승하고 인테리어에도 좋지.

요샌 이걸 노리고 레이블에서도 자켓에 더 신경쓰는 경향도 있고.


더욱이 언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있다.

LP는 이런저런 한정판이 훨씬 다양하게 나오니까. 구매자는 스스로를 더 매니악한 모습으로 차별화할 수 있고.

또한 더 깊게 들어가면 음질 면에서 하나의 마스터링이 동일한 음질로 복제되는 디지털음원과는 달리, LP는 같은 마스터링이라도 프레싱에 사용한

파이널(공장용) 마스터의 사용 횟수(쓸수록 물리적으로 닳아버리므로)나 제너레이션에 따라 음질이 차이가 남.

이런 이유로 같은 음반의 여러 버전을 모으는 사람도 있지.


여기에 해당하면 LP 수집이 적성에 꽤 맞을 거다.

단, 2~3번의 함정은 여기에 너무 몰두하면 음악보다 음악 주변적인 것에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도 있다는 점이지. 주객과 본말이 전도됨.



4. 돈이 많다(절대적 수입이 아니더라도, 음악 감상에 많은 지분을 투자하는 경우도 해당+ 시간이 많다.


위 모든 걸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돈이 많이 필요함.

LP가 인싸들 사이에서 '힙'으로 통하니까 LP를 듣기 위한 비용도 계속 올라가는 듯함.

음반은 이것저것 한정반을 계속 만들어 대고, 그런데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

장비는 성능이 조금 좋아져도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고, 주기적인 소모품 구매 비용도 말 못하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턴테이블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남길 거 아니면 실내에서 온전히 음악 감상에 투자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아니라면, 결국 밖에서 듣기 위해 별도의 스트리밍이든 다운로드든, 리핑이든 중복 투자해야만 하지.


(그리고 음악감상질의 최종 완성은 넓고 좋은 집이라는 것까진 나아가면 인생이 슬퍼지므로 생략...)


---------

여담으로 거지였던 나는 십여년 전에 누가 안 쓰는 턴테이블 얻어다 잠깐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턴테이블 벨트가 망가져서 수리하려던 차에 이곳저곳이 같이 문제가 생겨서 오래 못쓰고 그냥 포기했음.


그 때 회현동이나 황학동 중고음반 가게 가면 오래된 중고 LP는 5천원 이하에도 팔았고 떨이는 더 싼 경우도 많았던 기억이 남.

신품도 온라인에서 구하는데 2~3만원 정도 들이면 됐는데 요샌 전세계적으로 뻥튀기 되고 있어서 가성비 많이 떨어졌음.

신품가가 오르면서 중고 매장가도 꽤 비싸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말야.


생각해보면, 여러 조건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행태가 나올 것 같네.

실제 LP로 음감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수집만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선택적으로 좋아하는 음반 몇개만 엘피로 돌려듣는 사람도 있을 테고.



결론은 LP에 '들이게 될 비용'과 '내가 느낄 정서적 만족'을 잘 비교하면서 선택하면 됨.

다만, 일정 수준만 넘어가도 돈 많이 드는 취미가 될 수밖에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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