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용량 초과해서 뒷부분이 조금 짤렸습니다.. ㅠㅠ 이해해 주시길

"What is Spiritualized® used for?"
"스피리추얼라이즈드는 어디에 쓰는 건가요?"
"- Spiritualized® is used to treat the heart and soul."
"- 스피리추얼라이즈드는 - 마음과 영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됩니다."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앨범의 부클릿 中 발췌)

1.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에서 소개할 밴드,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음악적 성향은 여러 가지 장르로 나타나는데, 대체로 가스펠, 네오 사이키델리아, 노이즈 락, 드론, 드림 팝, 바로크 팝, 블루스 락, 슈게이징, 앰비언트 락, 챔버 팝(가나다순 정렬)정도로 표현된다. 이렇게나 많은 장르에 걸쳐 있을 정도로 그들의 음악은 한 가지로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굳이 밴드가 하는 음악의 장르를 단 하나만 소개해야 한다면 보통 '스페이스 락' 밴드로 불리는데, 이 장르(사실 장르 자체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뒷문단에서 추가 설명)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페이스 락이라는 장르(혹은 스타일)가 원래부터, 정확하게는 제이슨 피어스가 음악에 본격적으로 입신하기 이전부터 인기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스페이스 락의 범위를 넓게 잡아서 60-70년대의 정통 사이키델릭을 기반으로 한 시기로 돌아가보면 영국 밴드 호크윈드(Hawkwind)가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In Search of Space, Doremi Fasol Latido 등의 스튜디오 앨범과, 스페이스 락 역사상 가장 뛰어난 라이브 앨범으로 반드시 꼽히는 Space Ritual 등을 내고 프랑스 밴드 공(Gong)이 Flying Teapot, Angel's Egg 등의 여러 우주적인 명반들을 쏟아내던 찬란한 시기인 1970년대는 분명히 스페이스 락의 최전성기로, 이 시대에 굉장한 음악성과 적당한 대중성을 겸비한 채로 스페이스 락 씬에 데뷔하고, 그야말로 초신성같이 빛나다 혜성같이 사라진 신예 밴드들이 너무나 많았다. 사실 이 장르를 넘어 락 팬이라면 모르기가 더 힘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또한 초기에는 스페이스 락 밴드로 분류되기도 했으며 그들의 2집은 스페이스 락의 시금석이 되었다고까지 평가받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이러한 획일화된 - 동시에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 이러한 장르의 틀에 묶이고 싶지 않음을 호소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원래 우주 컨셉을 잡고 제작하고 있던 Meddle 앨범의 컨셉과 힙노시스가 제작한 앨범 커버까지 우주에서 수중세계로 바꿔버린 데서 아주 현격히 나타난다. 특히나 이 앨범이 원래 스페이스 락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23분 길이를 자랑하는 희대의 대곡이자 핑크 플로이드 최고의 명곡 Echoes에 특히 잘 나타나 있다. 1980년대 초에도 갤럭시 500(Galaxie 500) 등 수많은 스페이스/사이키델릭 락 밴드들이 있었으나, 1986년에 데뷔해 당대 사이키델릭 락의 표준적인 존재, 더 나아가 네오 사이키델리아 장르의 개척자가 될 스페이스맨 3(Spacemen 3)에 비견할 바는 되지 못한다.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이자 메인 기타리스트이자 서브 키보디스트 겸 베이시스트인 제이슨 피어스. 사실상 제이슨에 의해 돌아가는 원맨 밴드라고 봐도 아주 안 될 것은 없을 정도로 그의 비중이 막대하다. 따라서 밴드를 이해하기 위해 일단 제이슨의 일대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2. Jason Pierce와 Spiritualized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제이슨 피어스는 1965년 11월 19일에 영국 잉글랜드의 워릭셔 주 럭비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럭비는 오래되고 작은 마을(Town, 도시라는 뜻도 있음)이지만 산업혁명 시기에 철도가 개통되면서 교통이 활발해져 많은 사람들이 살게 돼. 그 유명한 럭비 축구도 이 지역의 학교 럭비 스쿨에서 나온 것. 제이슨은 이곳에서 훗날 밴드메이트가 될 피터 켐버(Peter Kember)를 만나게 된다.
제이슨은 만으로 16살이었던 1982년부터 친구인 피터와 함께 온갖 종류의 마약을 하면서 의견을 공유했고, 1983년 럭비 예술학교를 졸업한 이후 1985년 그 뿅 가버릴듯한 설명할 수 없는 사이키델릭한 경험을 토대로 본격적인 밴드 '스페이스맨 3'(Spacemen 3)를 결성해서 활동한다. 80년대 초반까지의 그들의 초기 음악은 프리 재즈와 70년대 일렉트로니카의 영향을 받아 상당히 실험적이었지만, 기본적으로 근원을 사이키델릭에 두고 있어서 평론가들에 의해 '네오 사이키델리아' 라는 장르로 불리게 된다. 그들의 첫 두 앨범(Sound of Confusion, The Perfect Prescription)은 이 장르의 시금석이자 슈게이징의 주춧돌이 되어 대서양 건너 미국까지 많은 차고지 밴드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이들의 똘끼는 정말 아무리 뮤지션들의 기행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어지간해서, 1990년에는 1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전부 드론과 잼으로 채워버린 미친 라이브 앨범 Dreamweapon을 발매하기도 했다. (수작이지만, 맨정신이라면 들어보지 않는 것을 권장)
Dreamweapon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프닝 트랙 An Evening Of... 이다. 상당히 난해한 트랙임에도 몇몇 스페이스맨 3 팬들에게는 최고의 명곡으로 엄지를 들어올리게 만들기도 하는, 동시에 필자에게는 애증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진정으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곡이다.
스페이스맨 3 시절에 발매한 명반과 명반들도 정말 무척이나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손에 꼽아볼만한 앨범은 제이슨 피어스의 창작력은 시대를 완전히 앞서갔다고밖에는 할 수 없는 근거가 명확하게 되어 주는 혁신적이며 난해한 앨범이 바로 그들의 1987년작인 Forged Prescription으로 대놓고 '위조된 처방전' 이라는 노골적으로 마약을 암시하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소위 말하는 당시 예술가들들에게 통과 의례와 같았던 의식(?)이자 창조술인 'drug trip' 으로 컨셉 자체를 잡고 제작된 앨범임과 동시에 실제로도 아주 제대로 뭔가에 취했거나 맨정신인데도 제정신을 찾지 못하고 우주와 현실 그리고 중간 지점을 떠도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괴상하며 아름다운 사운드를 보여주기도 하는 앨범인데, 뭐 XTC의 1년 전인 1986년작 명반인 Skylarking이 뭔가 무척 팝적이면서도 대놓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추구한 것이나 기타 (비교적) 현대적인 사이키델리아 밴드 (하지만 네오 사이키델리아 특유의 감성을 완전히 갖추지 않아 그렇게 분류되지 않는) 들의 앨범들과 비교해 봐도 완전히 다른 사운드였고 사실 비교하는 것이 아주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조금 더 들어보면 이들의 음악은 모방과 창조의 매우 애매한 경계선에 서 있... 지만 사실 모방에 더 가깝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로 제이슨은 자신의 음악이 벨벳 언더그라운드에게 깊은 관련을 받았다고 시인하기도 했고 Lazer Guided Melodies의 수록곡인 Run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Run Run Run을 샘플링하기도 했다. 원곡을 초월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하게 재창조해냈으며 그것이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전 커리어에서 드러나는 제이슨의 완벽주의를 뒷받침하는 마지막 근거이며 그만큼 이 앨범이 여기서 소개하는 단일 곡 하나뿐만 아니라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전율이 흐르는 아름답다 못해 정신이 나가버릴 수밖에 없는 섬세한 사운드에 듣자마자 감탄하지 않고 배길 수 없다고 내가 모든 스피리추얼라이즈드 팬을 대표해 분명히 확언하며 그러한 만큼 Cop Shoot Cop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이유로든 한번쯤은 반드시 들어보기를 바란다.
특히 Ecstacy Symphony는 우연의 일치인지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2집인 Pure Phase 앨범의 사운드와 무척 비슷하므로 같이 들어보면 상당히 듣기 쉬울 것이다.
이 글에서는 세 곡만 뽑아보긴 했지만, 명반이니만큼 모든 트랙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다음 앨범인 하지만 비교적 전통적인 록 사운드를 선호하는 제이슨과 조금 더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사운드를 추구하는 피터의 의견이 점차 엇갈리게 되고, 제이슨 피어스가 그의 (전)여친이었던 케이트 래들리를 투어에 데려오자 이를 시덥잖게 봤던 피터가 화를 내는 등 여러 불화가 계속 쌓여가면서 1989년 결국 밴드는 해체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 나온 Recurring 앨범은 피어스와 켐버가 각각 디스크의 한 면씩을 맡고 서로의 허락 없이 녹음해서 멋대로 만들어진 앨범이라서 수록곡 간 통일성이 없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Recurring 앨범의 두번째 면은 사실상 제이슨 피어스 솔로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뒤에 나올 Lazer Guided Melodies에 대한 간략한 소개 과정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짐)
Recurring 앨범의 두 번째 디스크의 수록곡 Hypnotized. 이 곡부터는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피터가 밴드에서 나간 뒤 제이슨과 케이트,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스피리추얼라이즈드' 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밴드를 시작하게 돼. 이 길고 희한한 이름은 위스키였나 보드카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제이슨이 먹던 술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게 새로 시작된 밴드는 시작부터 굉장한 음악적 열기 속에서 그 뜨겁다못해 저세상에서 온 듯한, 밴드 이름에 완전히 부합하는 영험한 창작력을 불태우며 활동했다.
1992년, 제이슨은 Lazer Guided Melodies를 발매했고, 대중들과 평론가들에게 스페이스맨 시절의 명성이 옳았다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 앨범인 Pure Phase의 제작에 돌입하게 된다. Pure Phase는 피어스가 마약을 가장 심하게 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고, 실제로도 스피리추얼라이즈드 앨범을 통틀어서 가장 사이키델릭한 앨범이다. Let It Flow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때 제이슨의 정신상태를 알 수 있다.
대략 헤로인을 찬양하는 가사를 담은 약기운 충만한 노래이다. 뭐 그래봐야 Dreamweapon만큼 하겠냐마는... 현재는 재평가받는 추세지만 당시에는 상업적 성적도 안 좋고 평가도 상당히 나빠서 제이슨은 낙담하고 다음 앨범의 제작에 열을 쏟기로 했다.
하지만, 밴드메이트이자 여친이었던 케이트 래들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마약에 취한 상태로 스튜디오에 틀어박혀서 녹음에 몰두한 제이슨에 대해 불만이 가득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하필이면 매드 리처드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악독한 성격을 가진 리처드 애쉬크로프트가 케이트에게 구애하게 된다. 케이트는 이미 제이슨과 약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처음엔 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지만, 머지않아 '약에 쩔어있는데다 스튜디오에서 도무지 안 나오는' 피어스를 기다리느라 지친 케이트는 리처드의 고백을 받아주고, 리처드는 결국 케이트와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NTR을 당한 피어스는 어안이 벙벙하며 '케이트가 설마 그럴 리 없다' 면서 현실을 부정하지만, 케이트는 정말로 파혼을 선언하고 떠나버렸다. 큰 충격을 받은 제이슨은 극심한 우울증과 인간 불신증에 빠져 여러 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1-2년 가량 끔찍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후였을까. 제이슨은 마음을 다잡고 공들여 준비하던 3집의 제작을 다시 시작했고, 여러 번 스튜디오를 옮겨가면서 녹음했다. 결국 눈물과 땀이 가득한 노력은 빛을 발하고, 1997년 발매된 3집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는 대중들과 평론가들에게 압도적인 찬사를 받으며 현재까지도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최고 명반으로 뽑히고 있다.
이후 제이슨은 자신의 발목을 씨게 잡았던 헤로인 중독을 치료하는 데 성공하고, 갱생 이후에 발매된 4집 Let it Come Down과 5집 Amazing Grace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상태에서 발매되었어. 4집에 수록된 Do It All Over Again은 명곡 중의 명곡이니 무조건 들어보길.
하지만 2005년, 5집 투어를 하는 중에 갑작스럽게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다. 이 당시에 그의 몸무게는 거의 반으로 줄었고, 심장 박동이 두 번 멈췄어. 병원에서 퇴원한 후 6집 Songs in A&E를 녹음하게 되는데, A&E는 영국 영어로 응급실이라는 뜻이 있어. 앨범 자체가 그의 임사 체험을 소재로 한 컨셉 앨범인데, 트랙 수가 18곡으로 스피리추얼라이즈드 앨범 중 가장 많지만 한 곡짜리로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짜임새있는 명반이니 특유의 끔찍한 우울함에 내성이 있다면 한번 통째로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7집 Sweet Heart Sweet Light는 6집과 기본적인 컨셉을 공유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조금 더 쾌활하고 정통 슈게이징에 가까워졌다.
7집 발매 이후 6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8집 And Nothing Hurt가 발매되었다. 가사를 읽어보면, 전체적으로 모든 걸 다 이룬 만큼 희망적이고 편안하지만 뭔가 공허한 느낌도 든다. 제이슨은 이 앨범이 스피리추얼라이즈드로서의 마지막 앨범이라고 못박았지만 솔로로 계속 활동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예상했던 대로, 8집 이후 4년 만의 신보 Everything Was Beautiful의 제작을 알렸고 선공개곡인 Always Together With You를 올린 상태이다.
솔직히 말해서 스페이스맨 3 시절부터 현재까지 내는 앨범마다 거의 다 명반이었고, 제이슨 피어스가 솔로 앨범을 낸다면,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기대한다.
3. 디스코그래피 소개

[Spiritualized의 디스코그래피]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최신 리이슈판 커버를 사용했고, 아래 각 앨범 소개에서는 초판 커버/잘 알려진 구판 커버를 사용했다. 특히 Ladies 앨범의 경우 이러한 커버 변화가 매우 큰 편이기에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2022년 3월에는 여기에 신보인 Everything Was Beautiful이 추가될 예정이다. 앞서 말했듯 2018년의 And Nothing Hurt 이후 4년 만의 신보이기에 기대가 되지 않기가 힘든, 벌써부터 명반으로 예측되고 있는 앨범.

[밴드의 직접적인 전신, Spacemen 3의 디스코그래피]
4장의 정규 앨범을 냈는데, 마지막 앨범인 Recurring의 Disc 2는 사실상 제이슨 피어스의 솔로 앨범으로,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0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앨범이다. 사운드 자체도 피터 켐버와 함께한 이전의 세 앨범보다는 스피리추얼라이즈드 1집인 Lazer Guided Melodies와 무척 비슷한, 과도기적 앨범이다.
이 앨범들의 감상 순서는 아래 플로우차트 문단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
정규 1집 : Lazer Guided Melodies

Lazer Guided Melodies는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데뷔 앨범으로, 1992년에 나왔다는 것을 말만으로는 절대 못 믿을 정도로 세련된 믹싱과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주는 풍부하고 깔끔한 사운드,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섬세하고 노스탤지어 틱한 멜로디가 우유처럼 부드럽게 흘러나오며 첫 곡인 You Know It's True부터 마지막 곡인 200 Bars까지 물 흐르는 듯한, 혹은 시간이 단순히 원하는 대로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그야말로 완벽한 유기성을 자랑하는 최고의 명반이다. 보통 슈게이징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 큰 편인데, 이 앨범은 밴드의 다른 앨범들과 비교해 백색 소음과 드론을 적극적으로 삽입하고 기타 이펙터 면에서도 슈게이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앨범이지만 지나치게 노이지하지도, 필요 이상으로 무겁지도 않은, 접근성이 좋고 아름다운 명반 중의 명반이다.

웬만한 명반은 찍기 힘든 RYM 볼드를 받고, 발매된 지 20년 가까이 지난 2021년에 피치포크 9.0점을 받는 등 상당히 평가가 좋은, 사이키델릭 장르의 중견 밴드의 데뷔 앨범치고는 이례적으로 훌륭하며 아름다운, 밴드가 가야 할 음악적인 길을 단순하면서도 쉬운 소릿말로 풀어낸 기념비적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정규 2집 : Pure Phase

앨범 내 수록곡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추정되는 Spiritualized Electric Mainline의 명의로 발매한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정규 2집, 전작보다 조금 더 실험적인 사운드로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았고, 입문하는 입장에서는 호불호가 상당히 크게 갈리는 앨범이지만, 팬들에게는 특유의 마약에 제대로 취한듯한 사운드가 강렬한 인상과 여운을 남겨줬기에 1집, 3집에 버금가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체로 접근성은 좋지 않더라도 밴드에 관심이 충분히 있다면 언젠가는 꼭 한 번씩은 들어봐야 할 앨범이고, 한 번 듣기 시작하면 최소한 다섯 번 정도는 듣게 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기타 솔로들이 산을 이루는 명반 중의 명반이다.
애초에 스피리추얼라이즈드 가사 자체가 명확한 스토리나 주제의식이 있는 그런 건 없으니까, 분명 가사를 읽으며 '그 들리는 대로' Pure Phase를 감상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음감을 통틀어 가장 환상적인 경험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제이슨이 여러 인터뷰에서 Ladies 앨범의 가사에 대해 '음악을 통한 개인적인 치유와 성찰' 에 대한 앨범일 뿐 개인적인 사생활과는 관련이 전혀 없는 앨범이라고 몇 번씩 못박았지만, 그럼에도 이 앨범의 가사에 대해서는 딱히 말한 적이 없다. 그 제이슨이 직접 '퓨어 페이즈가 내 첫 4개의 작품 중 제일 좋다' 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가사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까놓고 말해 몇몇 곡의 가사는 거의 말비빔(word-salad)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굉장한 라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신기한 앨범이기도 하다.
Medication부터 The Slide Song까지 두 곡을 비롯해 아까 소개한 Let It Flow, Spread Your Wings 등이 상당한 명곡으로 꼽힌다.
동시에, 이 앨범은 필자에 의해 전곡이 번역된 유일한 앨범이다.
[Pure Phase 가사 전체번역 링크]
그만한 정성을 들일 정도로 개인적으로 과소평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앨범.
정규 3집 :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듣는 사람은 많지만 제이슨 피어스의 의도대로 앨범의 가사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는 대작. 정말로, 그가 이 앨범의 곡들을 쓰는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추측해볼 수는 있지만 그 어떤 추측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해석이 난립하고, 또 제이슨의 몇 안 되는 인터뷰에서도 여러 해석이 반박되는, 밴드의 황금기에서도 가장 빛나는... 곧 앨범 커버와 같이 '푸르고 창백한' 느낌을 안기는, 도시적이면서도 우주적인 앨범이다.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Cop Shoot Cop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17분의 러닝타임이 단 1분도 어떻게 낭비되거나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그러한 시간이 되지 않으며, 온전히 집중하면서 그 음악적 쾌락을 손끝의 떨림부터 시작해 몸의 전 부분에서 제대로 느껴버릴 수 있는 네오 사이키델리아 장르에서 기타 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완벽하게 보여주는 대곡이며,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당시 여섯 멤버들이 그들의 3집에 얼마나 크고 아름답고 힘들고 대단한 공을 들였는지, 혹은 정성이 얼마나 허무하고, 사랑이란 것이 실제로는 무척이나 차갑고 힘든 느낌이 그대의 얇디얇고 민감한 피부를 넘어 대뇌피질 속까지 깊게, 그리고 소름끼치게 느껴지며 더불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그 고통스러운 감각에 의해 우울함과 서슬 퍼런 기분이 몰려오니, 따라서 이 상황에서만큼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할 수 있지만 음악만큼은 세상에 미련이 없는 중생들에게조차 진정으로 영원하며 신성하였던 완벽한 존재로써 우리의 모든 힘들었던 순간을 위로하기에 그 누구도 배신하지 않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는 것을 기타 솔로와 음향적 이펙트 속에 축약하여 그 결과 실제로 단 한 곡만으로도 여실히 보여주는 아주 경이로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그러한 작품이기에 일단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짜릿하며 우주적인 곡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서 한번쯤은 꼭 들어보는 것을 권한다.
1집과 마찬가지로 RYM 볼드를 당연히 받은 것은 물론, 피치포크 만점을 받는 등 이 앨범에 대한 평가는 거의 신화적인 수준이다.
이 앨범은 앨범과 제목이 같은 1번 트랙부터 굉장히 유명한 명곡이며, 마지막 트랙까지도 딱히 아쉬운 곡 자체가 없으므로 앨범 전체를 올린다.
70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게 길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환상적인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정규 4집 : Let It Come Down

3집에서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듬뿍 곁들인 가스펠 기반의 적당히 편안한 스피리추얼라이즈드식 락(?) 앨범. 그 특성상 스페이스 락 혹은 네오 사이키델리아 장르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는 앨범이다.
Do It All Over Again - Don't Just Do Something - Out of Sight로 이어지는 곡들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한 곡인 것처럼 연결된다. 나머지 수록곡들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좋다못해 눈물이 넘쳐 흐르는 감동을 가져다주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곁들여져 있는 것만 제외하면 기존의 순수하던 음악적 특징을 전혀 잃지 않았고 1-3집과 충분히 비교할 수 있는 명반이다.
정규 5집 : Amazing Grace

2집과 마찬가지로 평가가 상당히 엇갈리는 앨범. 혹자는 5집이 Lay It Down Slow를 제외하면 별로 감흥도 없고 노이지해서 듣기 힘들다 평가하기도 하지만, 개러지 락에 기반해 흥겨운 사운드를 보여주는 나쁘지 않은 앨범으로,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열성 팬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볼만한 앨범. 특히 Rated X는 환상 그 자체를 담아낸 듣기 편하고 아름다운 러브 송이다.
(용량 문제로 인해 여기서부턴 노래 링크를 첨부하지 않습니다)
정규 6집 : Songs in A&E

제이슨이 공연 도중 급작스럽게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한 동안의 임사체험들을 앨범으로 묘사했다. 다소 루즈하다는 평가도 있으나, Sweet Talk이나 Sitting on Fire는 풍성하면서도 굉장히 아름답고 찬란한 느낌을 주는 명곡이다. 전체적으로 천국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수작이다.
정규 7집 : Sweet Heart Sweet Light

6집과 동일한 중환자실에서의 고통스러운 경험에 기반했지만 좀더 쾌활한 느낌을 준다. Hey Jane, So Long You Pretty Thing 등은 상당한 명곡.
정규 8집 : And Nothing Hurt

4집처럼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대거 사용한 모던한 느낌의 챔버팝 앨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1-3집에 비견될 정도로 굉장한 명반이다.
위 디스코그래피를 플로우차트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초고해상도로 제작되었으므로, 원한다면 다운로드해서 봐도 무방함)
정말 장대한 커리어를 가진 이 밴드는, 우주 공간을 떠다니며 저 멀리 알 수 없는 심우주까지 진출했지만 지구에서 사람들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데 충분히 일조하고 있다. 그들이 곧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이다.
올 겨울과 크리스마스는 스페이스맨과 함께.
새해도, 앞으로의 나날들도 제이슨 피어스와 함께.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