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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카즈사에게 습격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ㅇㅇ(소설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2 03: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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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모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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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136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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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밤까지의 연속성을 생각한다. 이 정도로 밝기가 낮아지면 밤이다, 이 시간이 넘어가면 밤이다, 그런 명확한 선은 어디에도 없지만 지금은 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몸이 피곤하고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밤이다.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을 듯한 주관 100%의 정의를 내리고 의자에 기대 비스듬히 위를 올려다본다. 지나치게 높은 샬레 천장과 눈싸움을 하며 초점을 맞추고 가성으로 오늘도 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중얼거린다. 다소 무리해서라도 구분 짓지 않으면 업무를 놓지 못하고 질질 끌기 때문에 기분이 언짢은 방향으로 밀어내는 정도가 딱 적당하다.

풉, 웃음소리가 터짐과 동시에 흐릿하던 시야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눈앞에 사람의 촉촉한 온기가 느껴져서 기분 좋았다.

"오늘도 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인위적인 문장처럼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부끄러움인지 수치심인지 얼굴에 열이 올랐다. 당연히 들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알기 쉬웠는지 귓볼을 주물주물 당겨졌다.

"봐봐, 여기. 새빨갛네."

전면 카메라에 귀를 붉힌 나와 그 모습을 보고 특히나 즐거워하는 카즈사가 비쳤다. 아까의 일인극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번에는 놀리는 톤으로 오늘도 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반복했다. 그러자 역시 나의 창피함이 자극을 받아 화면에 나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괜찮아. 이 증거는 여기서만 쓰고 밖에서 꺼내진 않을 테니까. 어른에게도 여러 사정이 있고 피곤하면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있지."

"상냥함이 아파... 그리고 밖에서 꺼내지 않겠다고 말한 것 치고는 너무 많이 찍고 있지 않아?"

"그런가?"

말하는 동안에도 찰칵찰칵 계속 찍고 있고 얼빠진 나와는 대조적으로 카즈사는 항상 셀카용 구도를 제대로 취하고 있었다. 두 사람을 화면 초점에 제대로 담고 붉은 귀를 강조하기 위해 턱에 어깨를 얹은 자세를 취해 카즈사의 작은 얼굴이 더욱 돋보였다.

"뭐, 이 정도면 됐어."

어깨의 부드러운 무게감이 사라지고 대신 내 스마트폰에 알림이 하나 왔다. "선생님도 한 장 줄게. 특히 잘 나온 걸로." 왠지 모르게 언밸런스한 투샷을 한 장 받았다. 셀카는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꽤나 오래 전 일이었다. 정확하게는 사진 찍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했던 것 같지만 아무튼 극복한 것 같았다. 물론 피사체인 카즈사 본인이 이미 세련된 여자아이라서 딱히 익혀야 할 기술도 없었을 것이다. 손떨림을 억제하고 눈 깜빡임을 참는다. 기술보다는 의식의 문제다.

"서프라이즈 눈 가리기도 매번 잘 되는 건 아니네. 오늘은 웃어버려서 대실패... 덕분에 재밌는 걸 보긴 했지만."

카즈사가 빤히 나를 쳐다봤다. 고양이과 동물을 연상시키는 매서운 눈에는 숨길 생각 없는 희색이 감돌아서 마치 부모에게 이끌려 장난감 매장에 온 아이 같았다.

"...만나러 와준 건 기쁘지만 늦은 시간까지 밖을 돌아다니는 건 솔직히 좋지 않다 생각해."

"아, 말 돌린다~"

밖에서 이 일을 꺼내지 않는 대신 이 자리에서 철저하게 끝까지 갈 생각으로 보였다. "그렇게 치면 이런 시간까지 계속 작업하는 선생님도 나는 좋지 않다 생각해." 옆에 있던 카즈사가 놀림조로 팔꿈치를 툭툭 치며 다가왔다.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측면에서 보이는 연분홍색 이너 컬러는 오늘도 윤기가 났다.

"더 이상해지기 전에 자, 휴식 휴식! 계속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시력도 나빠지고 전혀 좋지 않아... 아, 아까 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스스로 말했다는 건 오늘은 이만 끝낼 예정이었어?"

"솔직히 말하면 그래. 부끄럽지만 그 방심한 틈을 타 배후에서 노려졌네."

샤야악, 손톱을 세운 카즈사가 고양이가 경계하는 소리를 흉내 냈다. 기척을 숨기고 인간을 등 뒤에서 기습하는 것은 확실히 고양이답다. 방심하면 목이나 허리를 공격받는 것이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집고양이는 사랑스럽지만 다치지 않는다면 그게 제일이다. 그런 점에서 갑자기 큰 소리를 내거나 과하게 나를 놀래키지 않는 카즈사의 서프라이즈는 귀여웠다.

"방심하면 안 돼, 선생님. 누가 언제 어디서 노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내가 누군가의 표적이 될 일은 딱히 없을 것 같은데... 뭐,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지금이라면 카즈사가 지켜줄 수 있지?"

"...거 봐, 모르고 있잖아."

현재진행형으로 감시라도 당하고 있나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화분에서 도청기가, 서류선반에서 감시 카메라가 발견되었고 자세히 보니 창밖에는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보안이 허술하고 신분증만 있으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이 현재 샬레이다. 그런 것을 설치할 바에는 차라리 정면으로 당당하게 들어오는 것이 더 빠르다... 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뒤에 자객이 온 것을 눈치 못 챘잖아?"

"어?"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어디서 꺼냈는지 카즈사가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폭탄이야." 담담하게 내뱉는 사실에 사고가 따라잡지 못하고 "폭탄인가." 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카즈사는 딱히 초조한 기색도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걸음으로 다가와서는 "아, 역시 위험할지도~" 라고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폭탄이 위험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펑."

그 작은 속삭임에 종이봉투가 터지고 열과 폭발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창문이 깨지고, 서류가 불타고, 당연히 나도 잿더미가 되었다.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네, 칼로리 폭탄입니다."

"엄청난 슈크림이다..."

"그치. 이 시간에 먹으면 절대 안 된다고 뇌에서 엄청나게 경고를 보내고 있어."

성인 남성 머리 크기만한 슈크림이 봉지 안에 하나 들어 있었다. 하나만으로 성인 남성의 하루 필요 칼로리를 충당할 수 있을 듯한 강렬한 비주얼에 폭탄이라는 비유가 얼마나 적절한지 새삼 깨달았다. 다 먹으면 혈당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여 그대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드는 크기였다.

"한정으로 팔고 있길래 맛있겠다~ 하는 기세로 사버렸는데 언뜻 봐도 혼자서 먹기는 힘들잖아? 그렇다고 나눠먹자니 크림은 유통기한이 짧은데 시간도 이미 늦어서 동아리 애들을 부르기도 그렇고, 그렇다면 지금 일하고 있을 선생님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겠다 싶어서."

"그렇구나."

"그러니까 같이 살찌자?"

나는 그렇다 쳐도 카즈사에게 살이 붙을 거란 소리다. 날씬한 아이가 한 번 폭주했다고 눈에 띄게 살이 찐다면 이 세상은 비만으로 넘쳐날 것이다.

"카즈사는 커피보다 차가 낫지?"

"괜찮아, 내가 가져왔으니 내가 끓일게."

"차를 대접하는 건 호스트의 일이야."

손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하도록 둘 수는 없다. 물건의 배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유도 있다. "자를 수 있는 도구는 있어? 과도같은 것도 괜찮은데... 아, 접시도." "조리기구는 대충 다 있으니 괜찮아. 저쪽 찬장을 열면 여러 가지가 있을 거야." "알겠어."

서둘러도 물은 빨리 끓지 않고 찻잎의 맛도 제대로 우러나지 않는다. 김을 뿜는 전기 주전자를 느긋하게 바라보며 슈크림을 다루느라 분투중인 카즈사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어려워?"

"어디를 잘라도 크림이 흘러내려. 보기 흉해지면 디저트의 매력이 반감되는데 선생님은 좋은 방법 없을까?"

"글쎄..."

갓 끓은 물을 찻주전자에 붓고 생각을 정리했다. 애초에 샬레에 놓인 싸구려 부엌칼의 칼날 길이는 거대 슈크림의 반지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어떻게 해도 톱질하듯 잘라야 한다. 전문 파티시에가 사용하는 길고 본격적인 케이크 나이프라면 자력으로 자를 수 있겠지만 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 실 같은 걸로..."

스플래터 영화의 와이어 트랩처럼 긴 실을 준비해 쓱싹쓱싹 자르면 되지 않을까. 적어도 긴 칼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긴 실을 준비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치만 나는 바느질 세트 같은 건 안 들고 다녀서... 샬레에는 바느질 도구 없어?"

"내가 바느질을 잘 할 것처럼 보여?"

"못할 것 같아."

"그 말대로야."

단추를 꿰멘 실이 헐거워지면 포기하고 새로 사거나 재단사에게 맡긴다. 괜히 스스로 손댔다가 엉망진창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

"실, 실이라..."

찻잎이 충분히 우러난 것을 확인하고 찻잔에 부었다. 원래는 홍차용이지만 녹차를 부었다고 맛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아, 치실은 없어?"

"그게 있었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원하는 만큼 잘라 길이를 조절하는 타입으로 지금 딱 필요한 형태다. 위생용품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청결함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도 식품에 쓰기 적합하다.

생활용품이 모여 있는 숙직실에서 치실을 가져와 슈크림 지름보다 길게 끊었다. 아무리 미사용이라고 해도 평소에 내가 입 안에 넣는 것과 이어진 부분이 슈크림에 닿아도 되는지 속으로 의문이 들었지만 카즈사는 "신경 안 써." 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인간으로서 긍정받은 기분이 들어 안심했다. 만약 여기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면 같이 빨래하기를 거절하는 딸을 가진 아버지의 심정을 맛보게 되었을 것이다.

차가 식기 전에 끝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주저 없이 치실을 팽팽하게 만들어 슈크림의 위에서 내렸다. 그러자 예상대로 예쁜 단면으로 슈크림이 두동강나고 디저트 타임을 시작했다.

같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고."

카즈사가 중얼거린 것처럼 참담한 모습이었다. 예리하지 않은 치실은 빵 부분도 제대로 자르지 못했지만 쓸데없이 압력은 계속 가해져 옆쪽이 찢어지고 크림이 튀어나왔다. 치실은 겨우 통과했지만 남은 것은 뭉개지고 으깨진 슈크림의 잔해 뿐이었다. 잘랐다는 말보다는 밟았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저질렀네."

원망 섞인 말투가 아닌 작은 장난이 들킨 장난꾸러기처럼 카즈사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선생님. 맛은 변하지 않으니까." "미안해, 완전히 찌그러져서..." "괜찮다니까."

등을 두 번 툭툭 얻어맞고 잘못을 저질렀는데 분위기까지 나빠지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다.

"아마 찬장에 비스킷이 있었을 테니 튀어나온 크림은 그걸로 해결할까. 칼로리 폭탄이 되어 더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지만."

"이미 갈 데까지 갔는데 더 가도 똑같아. 이 정도 크기의 슈크림 앞에서는 비스킷 한 두장 정도는 오차 범위야."

"그것도 그렇네."

다시 으깨졌어도 여전히 충격적으로 큰 슈크림을 마주했다. 빵을 잘라 크림을 떠서 입에 넣고 진한 단맛을 차 한 모금으로 중화시킨다. 저녁 식사를 아직 안 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식후였다면 한 입으로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건 의외로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 빈 강정일 줄 알았는데 꽤나 정성을 들였네."

"봐봐, 휘핑크림이랑 커스터드크림이 두 층으로 되어 있어."

빽빽하게 주입된 크림은 케이크 가게의 의욕 그 자체였다. 먹어볼 테면 먹어보라는 도전장같은 기개도 느껴졌다. 도전을 받은 이상 마주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고 한 조각 한 조각씩 정복해 나간다. "이렇게 먹을거면 굳이 자를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네." 먹으면 먹을수록 슈크림이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맛있고 달콤하다는 긍정적인 감정이 힘들고 괴롭다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바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도 둘이서 공략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말에 쓴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래도 남기는 것이 아까워서 차를 리필하며 꾸역꾸역 먹어 나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슈크림을 다 먹은 것은 먹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넘게 지난 뒤였다. 식사로 피곤하다는 흔치 않은 경험에 눈을 희번덕거리면서도 마지막 한 입의 성취감에 휩싸이며 기세 좋게 먹어치웠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월드컵을 우승한 정도로 감동이었다. 혼자서는 다 먹을 수 없었다, 둘이서 먹었기에 가능했다. 고조된 상태로 인터뷰에 응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여 다시 한 번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고초를 함께 이겨낸 카즈사는 아랫배를 문지르며 "일 년 치 슈크림을 오늘 다 먹은 것 같아..." 라며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나도 그 말에 동감했다.

당분으로 현기증이 나면서도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 기절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접시와 컵을 치우기 시작했다. 카즈사는 엎드린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다른 세상을 떠다니는 것 같았다. 나도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저렇게 되었을 것 같았다. 깨우지 않도록 발자국 소리와 식기 소리에 주의하며 허리를 젖혔다. 무의미한 것은 알지만 이렇게 하면 소화기가 일직선이 되어 소화가 빨라질 것 같아 매번 하게 된다. 물론 무의미하기에 넘치는 포만감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뒷정리를 마치고 테이블로 돌아와도 카즈사는 여전히 엎드린 채였다. 밤이 되었다고 단언 가능한 시간에 이곳에 찾아왔고 그로부터 한 시간 넘게 지났다. 나는 일단은 그래도 보호 감독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무사히 집에 데려다 줄 책임이 있었다.

"일어나."

"..."

"저기, 카즈사~"

"..."

"나머지 슈크림이 기다리고 있어~"

"..."

카즈사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문장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식후의 폭면은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새 카즈사를 수면실 소파에 눕히고 있었다. 슈크림의 증량을 생각해도 가볍고 가녀린 몸은 옮기기 힘들지 않았다. 데스크에서 오래 자면 깨어났을 때 죽을 맛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방금 막 막차가 떠난 시각이고 택시도 잘 잡히지 않는 지리 상 카즈사의 귀가 수단은 이미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즉, 지금 샬레는 육지의 외딴섬으로 카즈사에게는 이제 여기서 하루를 보내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침대에 앉아 졸음과 싸우고 있을 때 카즈사가 벌떡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고 내 모습을 확인한 뒤 "미안, 선생님. 잠들어 버려서..." 라며 어색하게 손을 모으고 말했다.

"괜찮아. 나도 까딱하면 잠들 뻔 했거든. 그치만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방금 막 전철이 끊겼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응, 그럴게."

"비좁은 곳이지만."

물론 겸손이었다. 혼자 생활하기 충분한 공간은 두 사람이어도 여전히 넓었다. "샤워실은 저기 있으니 부담없이 써도 돼. 셔츠나 저지는 빌려줄 수 있지만 역시 속옷은 무리가 있으니 아래 편의점에서 사도록 해." "그럼, 그, 실례할게." "응."

자세한 경위는 생략하지만 여성용 샴푸와 바디워시도 상비하고 있기 때문에 카즈사가 남성용 토닉과 샴푸의 냄새를 풍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목욕 타올의 위치를 알려주려 했지만 몸이 너무 무거워서 일어날 수 없었다. 슈크림의 원한이 시간차를 두고 찾아왔는지 매트릭스에서 뻗어나온 무수한 손이 나를 가라앉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으면 의식을 내려놓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맛있겠다~ 하는 기세로, 방금 전 들었던 대사가 갑자기 뇌리에 떠올랐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불리 먹은 탓인지 이상한 꿈을 꾸는 듯 했다. 일방적인 포식자가 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벌인지 내가 피식자로 먹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로테스크한 상황은 아니고 귓볼을 잘근잘근 깨물리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에게?

"방심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정말이지, 언젠가 습격당해도 모른다고 했지?"

카즈사에게.

꽤나 생생한 꿈이구나 하는 생각에 한순간 젖어 있었지만 나를 현실로 되돌린 것은 상쾌한 맨솔 냄새였다. 바로 내가 쓰는 샴푸와 같은 냄새였다.

이거 꿈이 아니구나.

"...안녕, 잘 잤니, 카즈사."

"아, 잘 잤어, 선생님."

"어... 이건 뭐야?"

"...디저트의 디저트?"

"의문형으로 말해도 말이지."

"그럼 메인 디쉬."

"그건 더 곤란한데."

곤란하다는 나의 말이 곤란했는지 카즈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하면 몇 번이나 경고했잖아." "경고?" "너무 그런 소리나 행동만 하면 위험하다고. 습격받을지도 모른다고. 조심하라고. 만날 때마다 몇 번씩이나 말했는데도 전혀 태도가 바뀌지 않았어."

꼭 달라붙은 채의 카즈사가 씹는 부위를 목덜미로 바꿨다. 쇄골 윗부분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파고드는 것을 느꼈고 뒤이어 까슬까슬한 혀가 피부를 핥았다.

"잇자국이 남아 버려."

"이건 선생님을 위해서이기도 해?"

"나를 위해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잇자국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는 아이라면 습격하지 않겠지. 그러니까 뭐랄까, 액막이라고 생각해."

명패같은 것으로 이해했다. 손댈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손대기 어렵게 하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목줄이 달린 길고양이를 아무 신고 없이 기르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왜인지 목줄을 채우는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엄청나게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물어보려고 했지만 카즈사가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강한 힘으로 잇자국을 만드려고 집착하는 바람에 저항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급소이기 때문에 놀라게 만들어서 이빨이 지금보다 깊게 박히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알겠지."

"뭐를 말이야?"

"아픔을 겪으며 기억하는 게 가장 빠르다고 하더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으니 실패를 수정하는 느낌으로 배워나가는 거지. 실제로 나도 그런 편이야."

"그것보다 카즈사."

"아, 말 돌린다~"

"돈이 없으면 말하지 그랬어."

"왜? 꽤나 비싼 슈크림을 살 정도의 여유는 있어."

"으음... 그치만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길이가 맞지 않는 남성용 셔츠. 물론 내가 빌려준 것이다. 너무 헐렁해서 필요 없다고 판단했는지 단추도 잠그지 않고 앞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잘못 봤다고 믿고 싶지만 그 아래 다른 천이 보이지 않았다.

목욕 후의 촉촉하고 따스한 피부가 등을 대고 누워있는 내 위에 엎드려 있었다. 나도 분명 그것을 기분 좋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큰 위험을 수반하는 듯 했다.

"없어도 되는 걸 사는 건 낭비야."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금방 벗을 속옷이 꼭 필요할까?"

"속옷을 금방 벗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어?"

"...흐응. 역시 아픔을 겪으며 배워나가야겠네."

카즈사는 스스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내 위에 엎드렸다.

"좋아, 선생님. 불가항력으로 막차를 놓치는 여자아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어. 전부 자신의 의지로 막차를 떠나보내는 여자아이 뿐이야."

"그건 너무 속단하는 거 아닐까."

"아니, 없어. 설령 있다고 해도 막차 시간이 아슬아슬할 때 포기하는 거니까 자신의 의지라고 할 수 있어."

반박할 수 없었다. 단언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막차가 확실히 떠난 뒤 일어나는 아이는 조금 더 조심해야 해. 왜냐하면 이상하잖아."

"..."

이상한 것 같다. 듣고 보니 카즈사의 헤일로는 계속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깜빡이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겨버린 자신과 제대로 마주하라고 카즈사는 지금 말하고 있었다.

공부가 되었다. 그대로 자연스럽게 다음 가르침을 구하자.

"그리고, 신뢰받고 있는 건 정말 기쁘지만 사람이 있는데도 잠에 드는 건 절대 안 돼. 귀중품 관리 측면에서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깨어 있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당연하지."

"뭐, 오늘은 이미 여러 가지로 한계였어서 깨어있어도 억지로 귓볼 한 두번은 깨물 생각이었지만."

"잠깐만?"

"뭐야?"

"쿄야마 카즈사 양의 감정 상태가 걱정돼서요."

"괜찮아. 어떻게 된 것 뿐이니까."

"어떻게 되면 안 된다는 게 선생님으로서의 견해일까."

시끄러워, 나의 배려를 한 마디로 일축하고 카즈사가 배꼽 위에서 W자로 앉았다. 셔츠 사이로 맨살이 조금씩 비치지만 본인 말에 의하면 낭비라서 필요 없다고 했다. 타인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다는 의미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보는 타인인 나로서는 꼭 필요했다. 몸의 굴곡을 따라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셔츠는 의복보다 흉기에 가까웠다. 쳐다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쳐다보는 나도 어쩔 수 없지만 이것은 불가항력이었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아픈 꼴을 보면서 여러 가지로 반성할 기회를 얻었어. 고마워, 카즈사. 내일부터는 다시 정신 차리고 모두의 앞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아픈 꼴은 보는 건 지금부터야, 선생님?"

"그렇게 말해도 나는 잘 모르겠... 아, 잠깐, 잠깐만, 거짓말, 거짓말이야. 사과할 테니 다시 셔츠 입어줄래?"

"후후, 농담이야 농담. 내가 진심으로 그럴 리가 없잖아."

자세히 보니 카즈사는 살색 속옷을 위아래로 입고 있었고 일련의 행동은 나의 무상의 선의를 주의하고 환기하는 것이었다. 조금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같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선생님같은 착한 사람은, 선의를 누구에게나 베풀기만 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걸 바로잡아야겠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는 상대를 잘 고르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을 오늘 제대로 기억해 둬?"

"잠깐만, 카즈사. 대화로 해결할 수 있어."

"아니, 마음 아프지만 나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도 있다는 것을 선생님에게 가르쳐 줘야 하거든."

"아니야, 그래도 나는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후후, 맞아.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카즈사는 그대로 천천히 내 위에서 내려와 옆에 누웠다. "나도 침대에서 자도 돼?" "안 돼. 나는 소파에 갈 테니 혼자 써." "에이, 이 정도는 괜찮잖아?"

그 말도 틀리지 않은 것이 내 위에 올라탄 채 이런저런 일이 시작될 뻔한 것에 비하면 동침은 정말 사소하기 때문이다. "오늘만이야." "네네, 알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샤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다시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그대로 감았다.


같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카즈사, 진짜 그건 그만둬."

내 벨트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카즈사를 제지했다. 내가 들어도 내 목소리는 절박했다.

"왠지 뭔가 치사하지 않아?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안 입었는데 선생님은 위아래로 전부 입었잖아. 이건 대등하지 않아."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 않아?"

"알몸의 교제라는 말도 있잖아. 딱히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과 일대일로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으면 이 정도는 해도 벌을 받지는 않아."

"으음. 으음...?"

말솜씨에 구슬려지고 왠지 마음이 시원해졌다. 여전히 카즈사와 올라탄 부분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만 그 외 다른 부분은 깨끗이 바깥 공기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럼 이제 공포를 알았으니 여기서 끝이네."

"...벗길 필요가 있었어?"

"그치만 피부와 피부가 맞닿으면 뭔가 기분이 좋잖아. 아, 이상한 뜻은 아니야. 손만 잡아도 행복감이 꽤나 느껴지니까 이렇게 온몸으로 붙으면 정말 행복할거란 생각이 들었어."

"잠깐만 잠깐만."

"...봐, 부끄럽지만 기분 좋지."

확실히 카즈사의 말대로 맨살이 맞닿는 것만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런 상태로 잠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한 숨도 못 잔 채 아침을 맞이했다.


같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짚이는 게 많지. 그 아이들 모두 한 발짝만 잘못 내딛으면 지금의 나처럼 될 수 있어. 그래서 마음이 정말 아프지만 몸으로 기억하도록 해. 아직 이성적이고 양심적인 내가 알려주는 것을 기억하고 앞으로는 제대로 고치도록, 알았지?"

"아직 되돌릴 수 있는 상황..."

"아아히?(알았지?)"

얼굴을 감싸고 무언가를 견뎠다. 왜 카즈사의 목소리가 흐렸을까, 나는 무엇을 견뎌야 했던 걸까.

사실 카즈사는 이불을 물고 있고 그 기묘한 모습에 웃음이 터진 내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다... 같은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자명하고 명백했다.


그 뒤 침대가 삐걱삐걱 들썩들썩거리는 일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카즈사의 평소보다 톤이 높은 목소리를 듣는 일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요구받은 대로 불을 끄는 일도, 왜인지 자세가 역전되어 내가 위로 카즈사가 아래로 가는 일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서로 껴안은 채 잠든 일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잠이 덜 깬 채 같이 샤워하는 일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왠지 어색한 분위기 속 같이 모닝 커피를 마시는 일은 전혀 일어날 리가 없었다. 카즈사가 얼굴을 붉히며 "어젯밤 일, 역시 전부 잊어버려." 라고 애원하는 일도, 내가 "애초에 무슨 일이 있었나?" 라고 시치미를 떼는 일도, 카즈사가 "그것도 맘에 안 들어!" 라며 팔을 쥐고 손톱을 세우는 일도 역시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 아무 일도 없었다. 카즈사는 나에게 선물로 커다란 슈크림을 사왔고, 그것을 둘이서 어떻게든 먹어치우고 막차를 타고 돌아갔다. 그뿐이었다.




다음날 밤. 역시나 나는 일에 쫓겨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피곤하겠다고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팔을 들고 기지개를 켰다.

그 때였다.

"누구~게?"

"...카즈사?"

"역시 알아채는구나."

어제로부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다. 물론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다.

카즈사는 그대로 내 양 어깨에 팔을 두르고 어젯밤의 안부를 물은 뒤 스마트폰으로 전면 카메라를 실행했다.

"...봐봐, 새빨갛네."

그것은 과연 붉어진 내 귀에 대한 말일까, 아니면 카메라 너머 보이는 완전히 새빨개진 카즈사의 뺨에 대한 말일까.

상황이 복잡해지고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화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오늘 밤에도 카즈사가 가져온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같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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