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키보토스 최대의 학원 중 하나인 트리니티 종합학원. 문무양도를 모범으로 삼으며 우아하고 선량한 학생들이 오늘도 학업과 교양을 쌓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학생회인 티파티의 멤버 중 한 명, 나기사에게 부탁을 받아 보충수업반의 임시 담임을 맡고 있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보충수업반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보충수업반의 교실이 가까워지자 안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실 밖까지 들려왔다.
코하루 :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변태야!
하나코 : 후훗,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여자끼리 이런 얘기를 나누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나를 발견한 코하루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 달려왔다.
코하루 : 저 변태 좀 여기서 쫓아내! 같은 교실에 있기만 해도 창피해서 죽어버릴 것 같단 말야!
선생님 : 하나코? 이번엔 또 무슨 얘길하고 있었던 거야?
하나코 : 코하루쨩도 참, 부끄럼이 많네요. 저는 그저 보충수업반 여러분들의 보🌕 모양이 어떠한지 묻고 있었답니다. 오늘 운세에 보🌕 모양의 궁합이 잘 맞는 분과 좋은 일이 있을 거라기에...
코하루 : 꺄아아아아악!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이 변태!
하나코의 상식을 초월하는 발언은 둘째치고 대체 어느 방송의 운세에서 그런 궁합을 보는 것인지. 심하게 궁금, 아니 걱정되었다.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인 이 키보토스에서 전파되기에는 너무나도 불순한 방송이다. 시급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선생님 : 음...남의 은밀한 부분을 그렇게 캐묻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는데.
하나코 : 그럼 선생님의 자🌕의 모양과 비교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자🌕와 보🌕야말로 진정한 궁...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주었다간 장르가 바뀔 것 같은 두려움에 황급히 하나코의 책상 위에 있던 개그볼을 집어 하나코의 입에 물렸다. 왜 책상 위에 이런 도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덮어두자.
하나코 : 흐흡! 흐흣, 흐으응...
입을 막아놔도 여전히 음란한 하나코였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생각에 한숨 돌리자, 교내 스피커에서 날 찾는 방송이 울려퍼졌다. 지금 바로 학생회실로 와달라는 모양이다. 오늘의 보충수업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지만, 일단 자습하도록 지시한 후 교실을 나서기로 했다.
히후미 : 하으으...역시 제가 말렸어야 했어요...죄송해요, 하나코...
하나코 : 흐읏...흐읏...
아즈사 : 음부의 형태를 비교하는 것에 그런 효과가 있을 줄이야, 흥미롭군...전략을 세울 때 참고해야겠어...
아즈사의 혼잣말은 못들은 척하고 문을 닫았다.
[트리니티 테라스]
나기사 : 갑자기 불러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원래라면 어른이신 선생님을 자꾸 이런 식으로 호출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만...에덴 조약의 건 때문에 도저히 자리를 뜰 수가 없어서 말이죠.
선생님 :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나기사는 우아하고 품위있게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을 마시며 잠시 시간을 들이더니 나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나기사 : 보충수업반은...그 아이들은 어떤가요?
이곳에 오기 전에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지만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애썼다. 이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정서와 조금 맞지 않을지언정 심성은 착한 아이들이다. 잘 가르치기만 하면 분명 성적도 오르고 올바른 몸가짐을 익히게 될 것이다.
나기사 : 후훗...역시 선생님이시군요. 학생을 대하는 그 마음가짐은 존경스럽지만, 아쉽게도 저는 그런 의미로 물어본 것이 아닙니다. 배신자는...에덴 조약을 방해하는 악이 누구인지 알아내셨나요?
배신자. 나기사가 특별 창설하여 내게 임시 담임을 맡긴 이 보충수업반은 성적 또는 품행이 수준 이하인 학생들을 강제로 편입시켜 올바른 학생의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 기존 부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든 특단의 조치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이며 그 진정한 목적은 게헨나 학원과의 임시협정, 에덴 조약을 망치려는 배신자를 가려내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이를 위해서라면 무고한 학생의 퇴학조차 불사하겠다는 나기사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선생님 : 아니, 찾지 못했어. 그 아이들 중에 그런 무서운 일을 꾸미고 있는 애가 있을 거라고는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 정말 보충수업반에 배신자가 있다는 건 확실한 정보야?
나기사 :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누군지 알아내신다면 그게 최선이겠지만, 그렇게까지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역할은 그저 에덴 조약의 협정이 끝날 때까지 그 아이들을 붙잡아두는 것. 감시역할로 충분합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나머지 세 명의 학생은 배신자와 함께 퇴학처리가 되겠지만요.
선생님 : 그렇게 두진 않아. 모두 내 소중한 학생들인걸. 에덴 조약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건 저번에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래선 보충수업반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잖아.
나기사 : 선생님, 저는 티파티의 멤버예요. 아무리 트리니티의 학생회장이 여러 명이라고 한들, 학교를 대표한다는 그 책임감까지 작게 나누어졌다고 할 순 없습니다. 저의 선택, 저의 지시 하나에 이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수많은 학생들이 원치 않는 미래를 맞이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단 세 명의 희생으로 막을 수 있다면 값싼 법이죠.
선생님 : ...
나기사 : 학원 밖으로 파견 나가 있는 학우분에게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3일 후 저녁에 광장 시계탑 앞에서 배신자와 그 배후세력이 접선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정말로 선생님께서 보충수업반 아이들의 퇴학을 막고 싶으시다면...아무쪼록 그때까지 꼭 배신자를 찾아내길 바라겠습니다.
나기사의 최후통첩 같은 발언에 그저 말 없이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사표현이었다.
선생님 : 3일...과연 내가 찾을 수 있을까...? 찾고 나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온갖 걱정들이 머릿속을 휘젓는 사이, 어느새 보충수업반의 문 앞에 도착했다. 고개를 휘휘 저어 학생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심란한 표정을 지우고 밝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의자에 손발이 묶인 채 안대까지 끼고 여전히 개그볼을 물고 있는 하나코를 코하루가 채찍으로 때리고 있었다.
코하루 : 이게 다...네가...! 네가...나쁜 거야! 나쁜 아이는...벌을 받아야 해! 알았어?!
하나코 : 흐읏! 흐읏!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히후미는 넋이 나간 채로 창밖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히후미 :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저는 정말 최선을 다 했는데...제가 어떻게 했어야...역시 제게 부장이란 자리는 너무 벅찼나봐요...
아즈사 : 고문을 견디는 데에 능숙하군...어지간한 프로 이상이야.
코하루 : 맞으면서 흥분하지 말라고 이 변ㅡ, 서, 선생님!?!? 아니, 아냐! 이건! 그,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ㅡ!!
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그대로 교실을 떠났다. 복도 너머로 코하루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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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걸 1화로 해도 됐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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