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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원본
"선생님은 불결할지도 몰라."
하야세 유우카는 갑작스레 그렇게 내뱉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던 세미나 부실은 순간 정적이 흐른다.
우시오 노아는 멈춘 손을 다시 움직이며 "무슨 얘기인가요?" 라며 흥미로운 듯이 대답하지만, 그 안쪽에 있는 "또 유우카쨩이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눈치챈 것은 같은 방에 있는 쿠로사키 코유키 정도였고, 정작 유우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교복의 주름을 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것 같았다.
"뭐 선생님은 성희롱 교사로 유명하지만. 굳이 불결하다고까지 할 건 없잖아요."
"서, 성희롱!?"
코유키의 변호가 되지 못한 변호를 듣고 유우카는 콜록거리더니 페트병의 물을 목구멍으로 흘려넘겼다.
"유명한 얘기라구요? 게헨나 선도부원의 발을 핥았다든가, 게헨나 선도부원과 온천에 들어갔다든가, 게헨나 행정관과 펫 플레이를 했다든가."
"뭔가 게헨나에 치우쳐 있네... 그렇달까 그거 소문이지? 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려나요."
"내 말은 그런 불결함이 아니라 좀 더 신체적인 청결함을 얘기하는 거야."
"그렇다는 건?"
노아의 물음에 유우카는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색채의 내습때도 이렇게까지 심각한 표정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샬레 샤워실에 있는 샴푸가...... 벌써 몇 달째 교체되지 않은 거 같아."
"샴푸가?"
노아의 의아한 표정을 보고 유우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달쯤 전에 샤워실의 샴푸가 비어 있었어. 그냥 조금은 남아있으니까, 뭐 괜찮으려나 해서 그때는 방치했었지."
"그건 우연히 유우카 선배가 샴푸가 떨어진 순간에 있었을 뿐인 거 아닌가요?"
"그게 말이지,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그로부터 한 달 뒤에 체크했는데..."
"혹시......"
코유키가 이야기의 흐름을 알아차렸는지, 얼굴이 약간 굳어진다.
"그래, 그때도 샴푸가 비어 있었어."
"에에에......"
깬다는 단어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얼굴도 흔치 않을 것이다. 코유키는 말 그대로 몸을 뒤로 젖히며 "그 선생님이." 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말이야."
"설마!?"
"어제도였어..."
"우와아아아!?"
코유키는 의자에서 굴러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을 뒤로 젖히더니 "히에에에"하고 비명을 질렀다.
뒷걸음질치는 코유키. 머리를 싸매는 유우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우시오 노아는 눈치채지 못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유우카쨩. 그건 단순히 선생님이 한 달만에 샴푸를 다 쓰는 게 아닐까요?"
"그건 아니야. 왜냐하면 선생님, 샴푸는 대용량 리필을 사는걸."
"헤에...... 그럼 다른 학생들도 샤워실을 이용한다거나?"
"그건 아니――"
유우카는 약간 굳은 얼굴이 되더니, 그걸 숨기려고 바로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럴 생각이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역시 한 달 만에 다 쓸 정도로 많은 학생이 올 거 같지는 않아."
"확실히 그렇죠?"
노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렇다면 역시 선생님은......"
코유키는 침을 꿀꺽 삼킨다.
"3개월 가까이 샴푸를 쓰지 않았다는 얘기로!"
"그런거야......"
나는 어쩌면 좋지, 하고 고개를 떨구는 유우카. 그것을 본 노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두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유우카 선배! 그래도 그건 용기를 내서 선생님에게 말해야 해요!"
"코유키......"
"괜찮은가요, 선배!? 선생님이 이대로 평생 샴푸를 하지 않은 채 비듬 투성이가 되고 결국 대머리가 돼 버리면!"
"대머리――"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유우카는 말문이 막힌다. 하지만 한동안 샴푸를 쓰지 않은 선생님의 두피 상태는 걱정스럽다. 유우카는 대머리인 선생님을 상상하고, 거기에 어딘가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안 돼, 그런 건!" 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갔다 올게!"
"건투를 빕니다!"
코유키의 경례를 등에 업고 하야세 유우카는 달리기 시작했다. 세미나 부실을 나와 모모톡을 연다.
『선생님,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샬레에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친다. 배를 움켜쥔 선생님을 보고 유우카는 "잠깐, 저는 진지하거든요!?" 라며 항의를 시도해도 선생님의 웃음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하하...... 아니, 미안미안. 조금 우스워서."
"뭐가 우스운가요!? 제가 이렇게 걱정하고――"
"아냐, 유우카. 샴푸는 제대로 쓰고 있어. 샴푸가 놓인 선반 위에 선반이 하나 더 있지? 예전에 선물로 좀 비싼 샴푸를 받아서. 한동안 그쪽을 사용한거야."
수수께끼의 답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다른 샴푸를 쓰고 있다. 생각해 보면 어째서 떠오르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명쾌한 대답이다.
"뭐야....."
유우카는 안심했는지 주저앉듯이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럼 그렇다고 빨리 알려주세요."
"설마 선생님이 그렇게 불결했을 줄이야."
쿠로사키 코유키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걸 본 노아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넘친다.
"왜 그러세요?"
"아마도, 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용기에 담긴 샴푸를 사용하고 있을 걸요?"
"어......?"
노아의 말에 순간적으로 잠시 생각에 잠긴 코유키는 "아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였나요."
"네. 현실은 소설보다 기이하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근데 왜 유우카 선배에게 그걸 말하지 않았나요?"
코유키가 고개를 갸웃하자 노아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숨겼다.
"그렇지만... 재미있잖아요."
노아는 평소같은 미소를 짓더니 가렸던 손을 내리며 코유키에게 묻는다.
"코유키쨩. 이상하지 않나요? 유우카쨩이 샬레 샤워실에 있는 샴푸 잔량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어떻게냐니, 그건...... 어째서일까요?"
"모른다면, 뭐 모르는 채로 있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노아는 눈을 감고 조용히 웃는다.
어째서 하야세 유우카는 샬레의 샴푸 사정을 알고 있는 걸까.
어째서 한 달마다 그걸 알아보는 걸까.
어째서 다른 학생들이 샴푸를 사용하는 거 아니냐는 가설을 즉각 부인하려 했을까.
어째서 그때 표정이 굳었을까.
하나하나 의문에 답하다 보면 자연스레 진실이 드러난다.
"어제는 즐거웠던 모양이네요."
우시오 노아는 하야세 유우카의 주름진 교복을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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