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미 인연 스토리 3 - 지적인 모습

(카스미를 샬레에 초대했다.)

카스미

흠! 그래! 과연. 과연.

공부하기에 딱 좋은 조용하고 차분한 장소야. 게다가 사람들 눈에도 잘 띄지 않고.

샬레의 휴게실이라면 누가 잡으러 들이치지도 않겠지. 완벽한 장소군, 선생님.

하지만...... 정말로 괜찮겠어?

나를 불러도?

바로 얼마 전에 샬레도 내 폭파 후보지에 올랐다고 말했었는데......

걱정되진 않는 건가? 차라리 멀리 보내는 게 맞지 않아?

선생님

학생이 곤란에 처했다면...... /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내 일이니까.

카스미

......!

하~앗핫핫! 과연 그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릇이 큰 사람일지도 모르겠어.

뭐, 감사히 받도록 하지. 기본적으로 받을 것은 받는 성격이니까.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바로 공부를 시작해 보자고.

엇...... 차!

선생님

잘도 들고 왔네...... / 이건......?

카스미

보는 대로 지질학, 토목공학, 건축공학에 대한 책이야.

각계에서 유명한 사람들의 논문과 연구 자료들을 모았지.

......그 얼굴은 뭐야? 선생님은 자주 날 보면서 눈이 동그래지는군.

......하핫.

농담이야, 농담. 그 정도는 다 안다고.

......의외라고 생각했지?

내가 이렇게 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공부'를 한다는 것이.

하지만 선생님. 온천개발부는 땅을 파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온천을 만드는 일까지 하고 있다고.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던 것은 다 제대로 된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야.

주위에선 그냥 미친 사람 취급을 받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들에겐 그들의 관점이. 우리에겐 우리의 관점이 있을 뿐이니까.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지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해도 될 정도로 인생은 길지 않아.

자, 그럼 시작할까? 오늘은 공부해야 할 범위가 넓으니까.

선생님에겐......

......감사하고 있어.

(......그 후, 몇 시간 동안 카스미는 정말로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로 책을 보고 있었다.)

(마침 샬레 업무도 많이 남아 있어서, 옆에 앉아 작업을 진행했다.)

카스미

......

......아, 그래.

흠......

......엇차.

선생님

......카스미? / 왜 그래?

카스미

아니, 뭐...... 신경 쓰지 마. 선생님은 계속 일 하고 있으면 돼.

카스미

......음. 잘 타졌네.

......자, 여기. 커피.

한숨 돌릴 겸, 선생님 몫까지 끓였어. 좀 쉬어가며 하는 편이 좋다고.

그나저나 굉장한 집중력이네. 몇 시간 동안 옆에 있으면서 서로 말 한마디도 안 한 경험은 처음이야.

응? 아아, 아냐. 오해하진 말아줘. 싫다는 뜻은 아니니까. 오히려 정말 좋다고.

선생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서로 공부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관계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겐 말야.

평소엔 혼자 공부하고 연구하지만, 현장엔 수많은 사람들이......

......과연! 그래! 선생님이어서 그런 건가?

매일같이 서류 업무에 쫒기면서도 수많은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그 존재감.

선생님이라면, 분명 내 생각을 이해해줄......

......라는 말은 농담이야. 우리의 입장이 대척점에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여기서 있는 시간이 즐겁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고?

나로서는 이대로 몇 시간...... 아니, 며칠이라도 계속 있고 싶을 정도야.

......응? 그래도 좋다고?

원하는 때에 와도 상관없다?

......핫핫핫핫핫!

선생님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난 아예 여기서 살지도 모른다고?

미안하다만, 그랬다간 획기적인 온천 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지금은 사양하도록 하지.

하지만, 만약 이 시간이 그리워진다면.......

......신세 좀 지도록 하지.

가끔씩, 말야.

얜 진짜 마인드가 학생의 그것이 아니라 어른의 그것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