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결전을 앞두고, 잠깐 짬을 내 이렇게 수기를 써 본다.

원래 수기 따위를 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긴장이 되다 보니 평소 안 하던 짓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몇 달 전, 생 드니 중앙 은행 포위 섬멸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 많은 인원이 투입되었다면, 이번에야말로 분명 섬멸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반 더 린드 갱단이란 놈들은 내가 익히 듣던 것보다 더한 녀석들인 모양이다.

블랙워터 학살 사건 이후부터 선배들이 너무 많이 순직한 탓에 공백이 발생하여, 전국 각지에서 급히 인원 충원이 이뤄진다는 소식은 진작 들었지만, 설마 그 여파가 나에게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한 것이리라.

얼핏 듣기론, 저번 일로 밀튼 요원이 상부에 문책을 당했다는 것 같다. 그 밀튼이 문책을 당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역시나 누적 피해액이 감당 범위를 한참 벗어나서, 회사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콘월 씨가 노발대발 할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놈들이 제아무리 일당백의 살인 기계로서, 설사 하늘을 날고 지하를 뚫는 재주가 있다 한들, 분당 600~700발을 쏟아내는 이 맥심 기관총 앞에서는 저들도 별 수 없을 것이다.

밀튼 요원이 이 기관총을 대여하면서,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끝장내겠다며 목에 핏대를 세웠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침 영광스럽게도, 나는 저 마귀들을 단죄할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 기관총 사수로 지명이 된 것이다.

이제 밀튼 요원의 신호가 떨어지면, 놈들은 이 악마가 내뿜는 숨결 앞에 창졸간에 육편 신세가 될 것이다.

놈들은 완전히 포위됐고, 우린 놈들을 섬멸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저들은 독 안에 든 쥐 꼴이다.

이 정도까지 준비했으니 이번은 틀림없겠지. 반 더 린드 놈들도 그렇지만, 밀튼도 참 지독한 사내다.

그간 사내 입지가 불안했는데, 이번 일로 공을 세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아마 이번 일만 끝나면,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겠지.

그런 미래를 상상하니 문득 가족이 보고 싶어진다. 반 더 린드 갱단 전담반으로 차출된 이래로 벌써 몇 달이나 만나지 못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보낼 수 있으려나.

아, 밀튼 요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슬슬 시작될 모양이다.

이만 줄여야겠다.

끝으로,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이다.

이후 해당 요원은 아서 모건에 의해 순직함.

문득 적대 세력의 입장에서 본 반 더 린드 갱단은 어떨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짧게 똥글 써 봤음.

교전이 벌어졌다 하면 일방적인 학살극을 벌이는 반 더 린드 갱단은, 핑커튼을 비롯해 적대자의 입장에선 가히 저승사자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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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빨고 쓰는 레데리 시리즈> (연재중) (2022.01.25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dr2&no=35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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