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초반 언급되었던 전독시의 히로인 후보 중 1863수영이 유력하잖음. 비록 작중엔 소멸되었다고 나왔지만 히로인(여자 영웅)으로서 재등장하지 않을까.

설원에 있던 49독자처럼 어찌저찌 나타나서 3수영 대신 창조주의 죽음을 감당하는거지.

3수영은 자신이 작가였다는 기억을 소실한 채 김컴과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 사실은 김독자만 알고 있음.

그렇게 상처가 무뎌져 가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와중, 문득 한수영에게 어떤 트리거에 의해 자신과 작가의 관계성이 암시됨.
한수영은 "글이나 한번 써볼까." 하면서 늘 소설을 달고 사는 김독자에게 도움을 청함.

곰곰이 생각하던 김독자는 카이제닉스 때의 대화를 떠올리고, "로맨스 3000편" 이라고 답함.


"야, 어떻게 로맨스를 3000편이나 쓰냐?"

"내가 아는 누구는 13년 동안 3000편을 썼으니까, 너도 할 수 있어."


"그런 사람이 있어?"

"...날 구원해 준 사람이야."



​「​인간은 누구나 구원을 받고 살아간다. 그것은 누군가를 향한 원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나는 유중혁의 이야기를 사랑했고, 등장인물을 사랑했으며, 그 이야기를 쓴 작가를 사랑했다.
그 이야기를 통해 구원받았고, 이야기 속 그들을 구원하였으며, 그들은 다시한번 나를 구원하였다.

특히 저 한수영은..

한때 그녀의 이야기의 독자로서 구원받았던 나는, 지금은 또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구원받았다. 한수영의 손을 떠난 이야기가 비로소 결말을 완성하였다.

참 별나고 이상한 일이다. 독자는 작가가 되었고, 작가는 독자가 되었다. 마치 또 다른 내가 그랬듯, 창조주였던 그녀가 그랬듯.


"주구장창 구원만 하는 줄 알았는데, 받을 줄도 알고 의외네."

  날 빤히 바라보는 한수영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득히 몰려오는 상념에 젖어있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 비록 마모되고 낡았지만, 차마 잊을 수 없는 기록. 그것이 하나의 세계를 너무나 사랑했던, 감히 남독할 수 없는 고결하고 아름다운 창조주의 이야기.

의문부호를 머금은 한수영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다음 문단의 서두를 위한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었어."」




라는 싱숑식 철학버무린 엔딩까지 상상해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