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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민음사 정주행 中] 황제를 위하여 2 [완독]

00(182.228) 2024.04.30 21:32:16
조회 351 추천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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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맞고, 옳고, 누가 틀리고, 그른지.

아무도 모른다.


도토리 키 재기, 다들 거기서 거기. 그래봤자 나도 너도 우리 모두 한 번만 살고 가는 인간, 사람.


내 뜻과 맞는 사람, 함께 이야기 나누면 기쁘고 즐거운 사람, 함께 하늘보고 바람맞고 걸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 내 말이 네 말이 되어 통하는 사람, 듣기에 순하고 거부감 없이 생각이 오고 갈 수 있는 사람, 평범한 음식도 함께 먹으면 너무 맛있게 되는 그런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지내다, 잘 놀고 때 되면 훌훌 가는 게, 그게 인생이지, 뭐.


그도 그녀도 너도 나도, 다 인간인데, 뭐가 다르다고.

깐깐해지지 말자.


다시는 못 올, 인생에 단 한 번만 올 수 있다 예정되고 확정된 신비스러운 여행지에서 귀찮다며 누워 자거나 주변에 아랑곳없이 막무가내로 열렬히 싸움에 집중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나라도 더 세심히 들여다보고, 가만히 만져 보고, 오롯이 느껴 보느라 정성스럽게 시간을 채우겠지.

버리는 시간 없이 촘촘하게 아껴서 여행지를 만끽하겠지.


단 한 번 사는데, 다른 데 신경쓸 겨를 있나.

지금 순간, 내 삶의 기쁨에 만끽하고, 한껏 행복해야지.


다들, 자기 삶에서는 멋진 황제가 되기를.

다들, 잘 놀다 가기를.


작가가, 당부한다. 


* 천 리에 이르는 붉은 반도들의 땅을 돌파하여 황제가 다시 서울 땅을 밟게 된 것은 신천 십이년 정월 하순, 양력으로는 1946년 3월 초순이었다. 그러나 제1차 미소공동위원회를 앞두고 들끓고 있던 서울 역시 황제에게는 하나의 적진에 지나지 않았다. 그 무렵 우리 나라에 만연하던 괴질 ㅡ 정치 과잉 때문이었다.

둘만 모이면 단(團)이나 동맹이요, 셋만 모이면 당(黨)이니, 등록된 정당만도 수백을 헤아렸다. 거기다가 말 못 해 죽은 귀신이라도 덮어씐 것인지 입만 있으면 저마다 잘났다고 떠들어 댔고, 걸핏하면 대낮 큰 길 바닥에서도 피투성이 싸움을 벌였다.


" 다스림을 받으려는 자는 적고 다스리겠다고 나서는 자는 많으니 장차 이 백성이 험한 꼴을 보겠구나. 나라 기강이 변함없는 것 같으나 서로 모함하여 통일이 되지 않는다. 백성들을 설득하는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그럴듯한 대의(大義)가 있었을 테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걸 주장하는 본인에게 돌아올 이익이었다. 부귀 영화를 누리기 위해서 말을 꾸미고 백성을 속였을 뿐이다. 신의와 실리 혹은 개화와 수구 등의 명분 아래 거창한 주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만 본인의 영달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저들이 아름다운 말로 치장하고, 교묘하게 이로(理路)를 비틀고는 있어도 알고보면 다만 자기들의 이익을 다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백성이 거기에 뇌동하여 저토록 정신을 잃고 날뛰니, 장차 이 강산에 송장의 산이 솟고 피의 내(川)가 흐른들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할 것이랴."

 (p.57)


* 완강히 그들을 힌돌머리에 잡아 둔 것은 돌아올 효명 태자였다. 황제는 언젠가 반드시 그가 돌아와 지난날의 성세(盛世)를 되살리리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으며, 그것은 또 무슨 신앙처럼 그 측근에게까지 전파되었따.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돌아와 사방의 적도들을 평정하고 황제의 기업을 크게 일으키리라. 그리하여 그 무렵 흰돌머리에서 볼 수 있던 쓸쓸한 광경 중의 하나는, 해 질 녘 늙은 황제 부처가 야트막한 둔덕에 나란히 서서 국도로부터 마을로 들어오는 소로(小路)를 하염없이 내려다보며 돌아오는 태자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한번 흥하게 하시고, 어찌하여 다시 망하게 하시는가. 아아. 하늘이여, 하늘이여. (p.164)


* "신문사 기잡니다. 계룡산에 취재 나왔다가 폐하의 말씀을 듣고...."

"그럴 줄 알았다. 물러가라. 내 이미 세상의 시비를 잊었으니 너희 무리와 어울려 말을 나누고 싶지도 않다."

"폐하, 어찌하여 신문을 그리 나쁘게 보십니까?"

"내 도리어 묻겠다. 너희들이 관리냐? 선거라는 것에 뽑혔느냐? 아니면 무슨 과거(科擧)같은 시험이라도 쳤느냐?"

"선거도 국가고시도 치른 바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너희들의 그 대단한 권세는 어디서 나왔느냐? "

"권세라니요? 저희들은 다만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여러 가지 세상 소식을 전해 줄 뿐입니다."


"어떤 특정한 패거리의 주장을 퍼뜨리는 것도 세상 소식이냐? 힘 있는 자들의 비행(非行)을 묻어 주거나 변명해 주는 것도 세상 소식이냐? 끔찍한 일만 골라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잡스러운 얘깃거리나 꾸미는 것도 세상 소식이냐? 수호지를 쓴 시내암은 도둑을 찬양했다하여 자손 오 대가 모두 눈이 멀었다고 한다. 말과 글이란 그토록 다루기가 어려운 것이다. 너희들은 백성들에게 뽑힌 것도 아니요, 나라로부터 권세를 부여받은 일도 없으면서 듣기에 대단한 세력을 누린다고 한다. 그것은 필시 말과 글의 힘에 의지한 것일 터이다. 그리고 말과 글의 힘은 그 논의가 올바르고 전하는 내용이 참된 데서 나온다. 그런데 너희들은 혹은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혹은 매가 두렵고 시비가 싫어서, 곡필(曲筆)과 과장을 일삼으며 은폐와 왜곡을 밥 먹듯 하니 어찌 도둑을 찬양하는 것과 다를 바 있으랴."

(p.251)


* "재미있는 놀이를 하던 아이도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 너무 상심하지 말라. 그대와 함께한 지난 육십 년의 꿈은 한결같이 신산스러운 것이었으나 그 마지막은 영화롭기 그지없었으니, 짐은 크고 환한 도(道)의 문을 그 꿈속에서 지났노라. 원래 지극한 것은 말로 전할 수 없는 터이라 공에게 뚜렷이 전할 수 없음을 매양 애석히 여겨왔으되, 공은 믿으라. 비유하여 우리의 삶을 전장으로 여긴다면, 짐과 그대가 이룬 것은 그 커다란 승리였으리라. 한바탕 끔이라도 누구든 꾸어 보고 싶은 꿈이었으리라. 이제 날은 다 되었고 집은 이 땅에서 빌린 껍질을 훌훌 털고 떠나려니와, 우공(牛公)이여, 흐트러진 짐의 꿈자리를 그대에게 맡기노라. 태자에게는 아직도 꾸어야 할 긴 꿈이 남았으니, 그가 돌아오거든 전하라. 이 아비의 길이 비록 몽몽(夢夢)하나 이어서 가고, 황태손으로도 잇게 하라고. 또 외로운 황태후를 그대에게 맡기난, 삶이 다하는 날까지 보살펴 주기를 바라노라. 그대가 삶의 껍질을 벗는 날을 짐은 아득한 북쪽 하늘 자미궁에서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리고 오래잖아 자는 듯 눈을 감으니 때는 사시(巳時)였다.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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