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들의 숙제'라는 제목의 소설은 1970년, <토지> 1부의 연재와 거의 같은 시기에 경향신문에 연재된 작품임. 이후 1978년 범우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나비와 엉겅퀴>로 제목이 바뀌었음.

이 작품은 이후 지식산업사 박경리 전집에서도 <나비와 엉겅퀴>로 출간되었고, 말년에 이룸 출판사에서 재출간될 때도 <나비와 엉겅퀴>로 나왔음. 같은 제목으로 세 번이나 출간되었고 그 중에는 작가 전집까지 포함되었다는 건 이 제목으로 확정되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함.

그런데 작가 사후에 마로니에북스에서 이 작품을 지들 맘대로 <죄인들의 숙제>로 제목을 바꿔서 출간해버림. 그것도 '40년 만에 본래의 제목을 되찾다' 따위의 문구로 홍보하면서. 당시에도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음. 지들이 뭔데 본래의 제목이라느니 원제가 더 낫다느니 운운할 수 있나..?

그런데 설마하니 이 짓거리를 다산책방에서 답습하게 될 줄은 몰랐음. 배신감 씨게 든다..

물론 원제를 추종하는 게 언제나 이상한 일만은 아니라고는 생각함. 가령 이호철의 <그 겨울의 긴 계곡>은 작가 말년에 <남과 북, 문 열리나>라는 2류 정치 칼럼집 같은 제목으로 바뀌었는데 이상하기 짝이 없었음.. 이런 케이스라면 원제를 찾아가는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봄

그런데 박경리의 케이스가 이런 사례에 해당하나? 나는 아니라고 생각함..

아무튼 <나비와 엉겅퀴>를 <죄인들의 숙제>로 바꿔버렸으니, 이 원칙대로라면 향후 출간될 <영원한 반려> 역시 '원제'인 <신 교수의 부인>으로 출간되어야 할 거임. <나비와 엉겅퀴>는 제멋대로 '원제'로 바꿔놓고 <영원한 반려>는 원제가 별로라고 바뀐 제목으로 내놓는다면 앞뒤가 안 맞지 않겠음?

두고 본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