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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나쁜 책-금서기행(김유태) - 세상에는 나쁜책이 있으면서도 없다.앱에서 작성

까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6 17: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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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은 출판 금지되었던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세상에는 나쁜 책이 있을까? 제목은 반어적일 뿐이다. 저자 김유태 작가가 말했듯이 나쁜 책의 진의를 알게 된다면 세상에는 나쁜 책이란 없다. 훌륭하게 인간군상을 그려내고, 사회를 비판할 뿐이다. 만약 그것이 ‘나쁜 책‘이라 일컬어진다면 헐레벌떡 서점에서 구매해서 읽어야 한다. 조만간 사회를 불태울 예정이니.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 아시아인들은 못 읽는 책
2부 – 독자를 불편하게 할 것
3부 – 생각의 도살자들
4부 – 섹스에 조심하는 삶의 이면들
5부 – 신의 휘장을 찢어버린 문학
6부 – 저주가 덧씌워진 걸작들

하나하나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주제뿐이다. 아시아인이라면 1부부터 멈칫하게 될 것이고, 독실한 종교인이라면 5부에서 모독을 외칠 것 같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아름답지 않고 때론 불편하다. 그렇다고, 그것을 감당해도 삶이 윤택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좌절하고 슬퍼할 수도 있다. 1부 첫 번째로 나오는 ’아이리스 장’의 <난징의 강간>이 그러할 것이다. 

작가 아이리스 장의 부모님은 난징대학살의 생존자다. 장은 그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는지 난징대학살에 관한 책을 펴낸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난징대학살에 관한 자료를 조금씩 모아서 책을 출판하게 된다. 저자는 토니 모리슨의 말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 책이 없다면, 바로 당신이 그 책을 써야 한다" 언급하며 그녀의 집필 동기를 유추했다. 아이리스 장은 당시 일본 종군기자의 기사, 영미권 해외특파원의 기사, 일본 군인의 일기까지 참고해 난징대학살을 그려냈다. 하지만,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반격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맺었지만, 출판사는 협박 전화를 받고 결국은 장과의 계약을 파기한다. 장은 어느 날 차 안에서 권총 자살을 한다. 학계에서는 그녀의 연구가 우울증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유강하’ 강원대학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아이리스 장의 자살을 이렇게 진단한다. “아이리스 장이 그 사건을 연구하고, 그 사건에 몰입했던 시간은 그녀를 난징대학살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가게 했지만, 비극의 잔상들은 피해자들과 그녀와의 거리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한국 전쟁을 연구하는 ‘박명림’ 교수도 비슷한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민간인 학살을 연구할 때,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책은 이런 식으로 작가의 삶과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를 써 내려가며 김유태 작가의 평을 곁들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김유태 작가는 문학전문기자답게 몇몇 대문호와 직접 인터뷰도 했다. 그중에서 '옌롄커' 작가가 대표적이다. 옌롄커 작가는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책에서도 소개하는 금서 <딩씨 마을의 꿈> 후기에 이렇게 쓰여있다. 

"유일하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독자들이 내 소설을 읽을 때, 내가 쓴 <딩씨 마을의 꿈>을 읽을 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먼저 독자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 소설이 가져다줄 고통에 대해 모든 독자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딩씨 마을의 꿈>은 피를 사고파는 매혈로 인한 중국 내 집단 에이즈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옌롄커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고 시간의 수레바퀴에 찢겨나가 잊힌 자들을 애도한다. 금서란 이런 것일까?

책에서는 외국 작가뿐만 아니라, 한국 소설가 '이문열'도 실려있다. 이문열 작가는 시대를 호령한 작가라 불려도 무방하다. 8090년대에 대학생 가방에 이문열 작품이 한 권씩은 들어있었다고 한다. 김유태 작가는 <필론의 돼지>를 소개하며 "전두환의 계엄군도 광주 시민도 이 책을 읽고 똑같이 분노했다."라고 소제목을 달았다. 작가에 따르면 1980년대에 이문열은 한 출판사의 급한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 출판사에 공수부대 부사관이 찾아왔다고 몸을 숨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들도 책을 읽고 불쾌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줄거리를 담고 있을까? 

<필론의 돼지>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은 3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귀향 열차에 탑승한다. 칸은 자신을 포함한 다수의 전역병이 있었는데, 갑자기 베레모를 쓴 현역병들이 들이닥친다. 그들은 전역병에게 돈이 없다고 후배를 위해 여비를 좀 달라고 한다. 몇 전역병은 잔돈을 주게 되지만, 현역병들은 여기에 반발해 전역병 한 명을 초주검으로 만들게 된다. 여기서 어떤 전역병이 외친다. 저놈들은 다섯 명이고 우린 백 명에 가까운데 이렇게 당할 것이냐는 외침이었다. 전역병들의 눈빛이 변하며 현역병을 복날 개 패듯이 패버린다. 하지만, 정도가 심하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그냥 주먹이 오가는 평범한 이야기다. 그런데 우화소설이 그렇든 뒷면에는 다른 내용이 들어있다. 현역병은 신군부 세력이고, 전역병들은 광주민주화운동 세력으로 치환된다. 두 세력은 발칵 뒤집힌다. 

저자 김유태 작가는 이문열 작가를 부악문원에서 독대만 세 번 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 사건에 대해 물어봤다고 한다. 이문열은 <필론의 돼지>가 보안사령부 쪽에서는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고, 광주에서는 자신들을 폭도로 몰아세웠다고 하니 난처했다고 한다. 

"한 인간이 하늘에서 내린 파도를 어찌 막겠나. 소설가는 하나의 방향만을 겨냥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다만 내가 소설에서 말하려던 건 '무지와 혁명이 어떻게 구별될 수 있느냐'였다. 소설에서 '그'도 홍동덕처럼 체념한 채 소주병을 받는다."

사실, 이문열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소설 <선택>으로 페미니스트와 설전을 벌이는가 하며, 부악문원 앞에서 자신의 책이 화형 당하는 '책 장례식'을 당하기도 했고, 촛불 시위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마 현재 대표적인 보수 작가라 하며 이문열이 아닐까 싶다. 김유태 작가는 어느 날 부악문원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제 시대와의 불화를 끝마치고, 세상과 화해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죽음은 두렵지만 아직 시간이 더 있는 것 같으니 죽음의 허무만큼은 대답을 유보하겠다. 다만 죽음 앞에서 두려움보다는 억울함이 없지 않다. 그건 어떤 치욕의 감정이다. 연루되고 싶지 않았던 일에 확정적으로 개입돼버린 것과 같은, 말끔히 털지 못한 그 무엇이 남게 될 것만 같아서다. 그러나 성질 나쁜 포악한 악인으로 죽을지언정 비루하게, 비굴하게 살다 죽었다는 말만큼은 정말 듣기 싫다. 그게 나의 마지막 두려움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늙은이의 고약한 고집 같아 보이지만, 이문열이 이때까지 써 내려간 문장을 본다면 이해가 간다. 스스로가 믿는 방향으로 글을 써내고, 시대와의 불화를 겪은 이문열을, 김유태 작가가 평가한 것처럼. "한국 사회도 이문열 문장의 자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평가는 독자의 몫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새삼 잊었던 '문학의 불편함'이 떠올랐다. 문학은 시대의 구조를 그려내고, 만약 그것이 부조리하다면 과감하게 부풀린다. 부풀려서 독자에게 내밀고, 독자는 와닿은 부분을 생각한다. 지금 한국문학은 그러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김유태 작가는 기자 출신답게 손쉬운 문체로 금서를 설명한다. 금서를 읽어보지 않아도 걱정하지마라. 작가가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해준다. 물론 결말과 중요한 반전도 피해서 설명한다. 나쁜 책이 왜 나쁜 책이 됐는지 알아보고 싶으면 김유태 작가의 <나쁜 책 - 금서기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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