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갤에 많은 사람들이 활차 부상에 대해서 질문하고, 대답해주는걸 읽어봤고 정말 다양하고 친절한 답변들은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음. 

하지만, 활차 파열을 왜 당했는지, 회복하는 과정에서 뭘 했는지, 회복이 다 된 후에는 어떠한지 까지 다 자세히 적혀있는 글은 없는 것 같았고 (적어도 내가 찾은 선에서는)

내가 다쳤을 때 이런 글이 하나 있으면 참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글을 써보려고 함. 

글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의학전문가가 아니고, 나의 손가락 부상 치료 경과/결과 또한 오직 '나'라는 샘플 한 명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임. 사람마다 생활하는 방식, 타고난 회복 능력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같을 수 없고, 내가 한 방법이 맞으리라는 보장도 전혀 없음. 그냥 나와 같은 부상을 당한 누군가가 이 글을 읽었을 때 자신한테 잘 맞는 방식을 찾을 수 있길 바람. 

또, 나는 웨락기준 갈색 원데이 5~6개 / 문보드 V4 벤마 반 정도 품 정도의 짜바리 클라이머임. 이 말을 굳이 하는 것은 클라이밍 초보자조차도, 잘못된 판단이 쌓이고 쌓이면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임. 

왜 다쳤냐하면... 우선 나는 연구직에 몸담고 있어서 평일에 운동하기가 쉽지않음. 그래서 주말에 운동갈때마다 쉬는 시간도 잘 안 지키고, 시간/강도도 내가 할 수 있는 맥시멈을 하고 왔음. 다치기 일주일 전에도 문보드 10문제 정도 풀고, 이틀 쉬고나서 홈짐에 곧 바뀌는 문제 중 하나를 풀러 갔음. 이 문제도 손가락, 특히 내가 다친 왼손 중지를 혹사하는 문제였고, 그 다음날이 되니 왼손 중지 A2활차 부분이 굉장히 아팠음. 

가만히 있어도 아팠고, 조금만 눌러도 인상이 써졌음. 그래도 그냥 '뭐 그냥 늘 아프던게 좀 더 심해진 것 뿐이겠지' 하고 이틀 뒤에 홈짐의 바뀐 세팅을 하러감. 웜업할 때도 손가락이 좀 아팠는데 그냥 8자 테이핑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고, 내가 원래 하던 난이도보다 하나 낮은 난이도까지만 붙고 있었음. 

내가 다친 문제는 심지어 크림프도 없고 약간 저그 와 핀치 중간 정도의 홀드로만 이루어진 오버행 문제였는데, 왼손으로 핀치같은 홀드를 잡고 오른발 힐훅을 오른 쪽 홀드에 건 다음, 강하게 쳐서 오른 쪽 위에 있는 홀드를 잡아야했음 (동작이 이해가 안되면 나중에 그림으로 그려서 올리겠음). 이 동작을 하자마자 왼손 중지에서 '따닥'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중지에 힘이 안 들어가는 것을 느낌. 

우선 그 문제는 완등을 하고 내려왔고, 내려와서 바로 왼손 손가락들을 오른손 손바닥에 대고 크림프 자세를 취해봤는데, 꽤 큰 통증 + 힘이 들어가지도 않음 + 손가락 인대가 들리는 느낌 을 받음. 그래서 바로 이것은 손가락이 ㅈ되었구나 를 느끼고 응급실에 갔으나, MRI를 찍을 것이 아니면 어짜피 응급실에서도 해줄 것이 없었고, 주말이 지나자마자 2군데의 병원에 가서 의견을 받음.

둘다 초음파 검사를 했고, A2활차 파열 진단을 받았음. 첫번째 병원에서는 반드시 수술해야한다고 했고, 두번째 병원은 이정도 인대파열은 그냥 휴식+적절한 재활로 충분하다고 해서 고민을 했음. 그러면서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C4HP, Hooper's beta 등의 외국 클라이밍 전문가(?) 들의 글들을 읽었는데, 하나의 활차 파열은 수술없이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고, 여러개의 활차가 동시에 파열되었을 때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글들을 읽었음. 그에 기반해서 더 찾아보고 꽤 많은 클라이머들, 특히 나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사람들 또한 단순 A2 파열일 때는 수술하지 않고 재활해서 성공적으로 회복했다는 것들을 확인함. 

그래서 나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음. 글이 길어져서 가독성이 구릴 것 같으니 계속 나눠서 올리겠음.

그 어떤 종류의 질문도 댓글에 달아주면 대답해드리겠음. 다만, 내가 어떻게 재활했는가 는 또 글을 써서 올릴테니 그게 궁금한거라면 다음 글에서 물어보는 것이 통일성에 좋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