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4월 아니면 5월쯤인 것 같은데 게시판에서 홋카이도 마라톤 접수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8월 말의 풀코스라... 첫 해외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욕심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혼자 갈 수 없기 때문에 아내와 상의를 했다. 그리고 약 일주일 뒤 준비해보자는 답을 듣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기로 했다. 

구글, 네이버, 유튜브, 러닝갤러리 등 여러 곳에서 정보를 얻어 우여곡절끝에 접수하는데 성공을 했다. 그리고 항공권과 호텔부터 예약을 했다. 

가을 JTBC 대회를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중간에 느닷없이 그것도 8월말에 풀코스 준비를 하다보니 시기적으로 PB를 노리고 가는 건 말이 되지 않지만 이상하게 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6월 18일 영등포구청장배 5K 레이스 이후 스케줄을 전부 조정했다. 대회를 기점으로 거리주, 시간주 일정과 장소를 먼저 잡고 풀코스 준비를 위한 트랙 프로그램도 검색해서 적절한 일정에 맞게 배치했다.

6~7월 중순까지는 그나마 나름대로 준비는 잘하고 있었는데 장마 이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열대야까지 계속되다보니 잠도 여러 번 끊어서 자기 일쑤였다. 피로도 쌓이기 시작했고 계획했던 훈련 일정도 미루게 되는 일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이게 또 병적으로 예민해지다보니 잠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트랙에서 훈련을 해야만 했다. 

주변에서는 새벽부터 인터벌 하는 걸 만류했지만 나는 저녁에 하는 게 너무 싫었다. 일단 트랙에 사람이 너무 많다. 게다가 퇴근하고 트랙에 가서 운동하고 정리하고 집에가서 밥도 못먹고 씻고 누우면 11시. 

이게 반복되니 일찍 자고 싶어 가족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운동도 좋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집안의 평화가 유지되어야 내 운동도 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 거의 아무도 없는 아주 쾌적한 트랙에서 즐겁게 운동하기로 하고 훈련을 쭉 이어나갔다.

시간주는 3시간을 다 채웠고 거리주는 서서히 늘려갔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40km 거리주를 하지 못했다는 것. 요즘같은 날씨에 급수대책 없이 혼자 거리주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급수 걱정없는 미사 뚝방길을 선택해서 36km 거리주는 했는데 아스팔트에서 한 건 아니라 대회 당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보강운동은 지난 3개 대회 준비과정보다는 더 강하게 했다. 체중도 1kg 정도는 감량을 했다. 부상 신호는 없었다. 매번 100을 계획하면  85~90 정도만 하고 끝내는 나약한 정신상태 때문인지 다행히 잘 지나가고 있다.

8월 중순쯤부터 홋카이도 날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예상 기온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는 없지만 습도는 확실히 낮았다. 당일 컨디션이 모든 것을 좌우하겠지만 가을 대회도 있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즐기는 레이스를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리하게 목표설정했다가 퍼지기 시작하면 그 페이스 그래프를 볼 자신이 없다. 처참히 무너지는 그런 그래프... 자존심인지 아니면 강박인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그런 걸 보기가 싫다. 

아직 결과는 알 수 없다. 대회일은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완벽한 준비는 어차피 할 수 없다. 남은 기간 컨디션 관리를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