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이전 일주일에 두세번 4~8km 가량씩 펀런하던 런린이임.

코로나 기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에만 집중하다가 올 여름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해서 10km 50~55분 가량으로 달리고 있었음.

그러던 중 10월쯤 무릎 외측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서 쉬는 기간을 점점 늘려가면서 달림.

그런데 달릴 때 마다 통증이 반복돼서

그간 런갤에서 본 글 바탕으로 장경인대려니 생각하고 보강운동 해주며 한의원에서 침맞고 봉침맞고 버팀.

하지만 11월말까지도 큰 호전이 없길래 결국 정형외과 방문함.

정형외과 국룰로 방문하자마자 아묻따 엑스레이 촬영.

무릎 편 상태, 굽힌 상태, 서서 찍고 누워서 직고 정면, 옆면, 골반, 다리 벌린 상태, 모은 상태 등등 이런 저런 포즈로 열장 넘게 찍음.

의사 만나러 들어감.

나 "안녕하세요"

의사 "(인사 안받음. 아무말 없이 컴퓨터에서 엑스레이 사진 한장 클릭해서 보며) 뼈는 이상없고 MRI 찍어오시면 진료 봐드릴게요"

10초만에 진료 끝. 무릎 정면 사진말고 다른거 보지도 않음.

MRI를 찍어오면 진료를 봐주겠다... 실제로 저렇게 말함. 안 찍어오면 안봐주겠단 얘긴가?

시발럼....

MRI실 들어가서 자리잡고 귀마개 끼고 30분가량 MRI 찍음.

땅땅땅땅땅.. 귀마개를 뚫고 시끄러운 소리가 고막을 때림.

45만원짜리 촬영.. 움직이면 안된다.. 나는 하나의 벽돌이다.. 무념무상으로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

MRI 촬영 완료하고 20분 정도 대기하다가 진료실 들어감.

간호사가 진료실 문을 열며 "ㅇㅇㅇ환자분 MRI 찍어오셨어요"

의사넘은 무선 이어폰을 새로 샀는지 설명서 쳐보다가 내가 들어가서 앉으니 주섬주섬 치우곤 MRI 사진 열어봄.

"음.. 반월상 연골판이 기형이네요"

"네?"

"연골이 원래 말발굽처럼 생겼는데.. 잠시만요"

하더니 구글에 반월상연골 사진 보여주면서 이게 가운데가 비어있어야 하는데 가운데가 안비어있으면 기형이라고 설명해 줌.

무릎 아래와 위 다리뼈 사이에 연골이 뼈의 바깥쪽을 둘러서 위치하는데 이게 말발굽 모양으로 가운데가 비어 있어야 함.

근데 가운데가 비어있지 않고 좀 차 있으면 채워져 있는 부분이 눌린다고 보면 됨.

(C형으로 생겨야 하는데 D형에 가까울 수록 기형)

나는 완전 기형은 아니지만 가운데가 살짝 차 있기 때문에 연골이 눌려서 아플 수 있다고 함.

체외충격파와 소염제 일주일 먹고 경과를 보자는데 1회당 12만원짜리 체외충격파가 그나마도 스케쥴 꽉차있어서 예약 안됨.

죄다 체외충격파 치료 받으라고 밀어넣는건지 바글바글

하... 이 병원은 진짜 급한거 아니면 안와야겠다 생각하면서 남정형외과 예약 잡음...

나처럼 멍청하게 대충 장경인대려니 거위발건염이려니 생각하면서 대충 떼우는 사람들이 꽤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아프면 반드시 병원을 가는게 맞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씀.

아시아인의 15% 정도가 이런 연골을 가지고 있어서 의외로 흔하다고 하니

아마 장경인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수도 있을거임.

부상의 원인은 서양 병원을 가야 나오지 한의원을 가면 안됨. 한의원은 부상의 이유가 확실할 때 가는게 맞다고 생각함.

연골 기형은 MRI로만 볼 수 있는데 한의원만 다녔다면 원인은 영영 몰랐을거임.

저 의사넘이 싸가지없고 대충 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원인에 대해 납득은 했음.

나는 이번에 내 연골이 기형이라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음.

운동 좋아해서 전국 산으로 백패킹도 다녔고 (힐레베르그 오피셜 인스타에서 내 사진 퍼간게 자랑)

체중 2배 스쿼트 치면서도 무릎이 아픈 적은 없었어서

연골이 문제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봄.

그러니까 아프면 대충 넘겨짚지 말고 병원가서 확실하게 확인하는게 좋음.

나는 러닝에 부적합한 연골이니 러닝을 지속할 수 없을 수도 있어서 수술까지 생각하고 있음.

남정형외과 가면 이것저것 상담하고 오려고 함.

혹시 나 처럼 연골 기형으로 진단받고 극복하신 분이 있으면 경험담을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다들 부상없이 안전하게 오래 달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