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리기라는걸 인생에서 시작해본지 이제 한 서너달된 런정자입니다

고등학교때 왕따와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다 부모님과 함께 간 정신과에서 우울장애로 진단을 받은지 3년이 됐고

작년이맘때쯤에는 매일같이 죽고싶다는 생각이들고 자살기도 비슷한 것도 몇번을 할 정도로 심해져서

병동에 입원하고 퇴원하고 반복하며 병동에 6개월정도 들락날락했었습니다

런닝에 관심을 가진건 병동에서였네요

병동에는 의대생 형누나들이 평일에 정신병동으로 실습을 나오는데

이때 같이 놀기도 하고, 이런저런 면담이나 이야기도 합니다 (병동 내에서 제일 재밌는 시간입니다 ㅎㅎ)

2주마다 의대생 형누나들 멤버가 바뀌기때문에 헤어질때마다 병동이 울음바다가 되고는 하는데...

이 중에 유독 대화가 잘 통하고 제 얘기를 정말 잘 들어주던 형이 있었습니다

그 형과 면담을 할 때,  제가 항상 잡생각이 너무 많고 가만히있으면 끝없이 다른생각이 나서 미칠것같다고하니

그 형은 그런 저한테 퇴원을 하게 되면 꼭 달리기를 해보라고 하더라구요

자기도 저처럼 생각이 되게 많고 잡념이 많은데, 달리기를 할때면 아무 생각도 안나고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항상 저만보면 꼭 달려보라고 하던게 기억이나네요

그래서 저도 항상 '그래. 퇴원하게되면 꼭 한번 달려봐야지' 라고 생각을했었죠

그렇게 퇴원을 하니 겨울이라서... 날씨가 추우니 못달리겠다는 생각으로 어영부영 두어달을 보내다...

2월이 되어서 뭐 러닝이니 뭐니 아는거 하나도없이, 패딩입고 두꺼운양말에 하나밖에 없는 운동화신고 집 앞 강변으로 나갔네요

처음에는 '내가 뛸수있는 만큼 뛰어보자. 마라톤은 40km인데 나도 쉬지않고 5km는 뛰지않을까?' 라는 망상을하며 뛰었는데

5km는 무슨.... 500m 달리니까 헉헉대면서 나자빠졌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다음날이 됐는데 딱 드는생각이 '아 달리고싶다' 였습니다

최근에 뭔가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든건 병동에 있을 때 '집에 가고싶다' ,' 핸드폰 하고싶다' 말고는 생각이 안나는데 기분이 참 오묘하더라구요

그리고 세운 목표가 딱 저 사진이었습니다

'저 코스대로 왕복으로 6.8km 쉬지않고 달리기'

처음에는 진짜 죽을것같고 심장이 터질것같았는데

매주 두어번씩 꾸준히 나가고 몇달이 지나니 되더라구요...

왕복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충 abc마트에서 산 러닝화신고 시계, 핸드폰도 없어서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른채 그냥 무작정 쉬지않고 뛰어갔다 오는데

지난주 수요일에 딱 성공하고 그 자리에서 털썩 쓰러져서 그냥 웃음이 나오길래 5분간 실실 웃었습니다

근데 한번 달성하고 나니 또 귀신같이 어떻게했나 싶을정도로 안되기는 하는데...

그러다 어제는 아버지가 밥먹고나서 저한테 요즘 기분이 좋아보인다면서 뭐 필요한거 없냐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밖에 나갈때 핸드폰도 없으니 연락도 안돼서 걱정된다' 하시며 쇼핑백 하나를 주시는데

안에 애플워치se2 가 들어있더랍니다....

받고서 신나가지고 착용해보고 써보고하는데 아버지도 흡족해하시는거보고 뭔가 가슴이 울컥하더라고요...

(근데 gps모델이라 워치차고나가도 어차피 연락 안되는건 함정...)

워치도 생긴김에 앞으로 더 신나고, 그리고 체계적으로 달려보고싶다는 생각도 막 들면서 의욕이 엄청 생기네요

최근에는 우울증상도 많이 좋아졌고 예전보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건강해진 기분이 들어 행복합니다

오롯이 달리기때문이지는 않겠지만 ㅎㅎ 분명히 달리기를 통해 많이 도움을 받은거같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다른 분들처럼 하프마라톤, 풀코스마라톤을 도전해볼수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을하며

이 글 쓰고 다시 달리러갑니다

워치차고 처음나가는거라 너무 설레네요 다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