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아카토쉬와 아우리엘, 알두인에 대해 쓰면서 알레시아 결사가 일으킨 중간새벽(middle dawn)에 대해 살짝 언급했습니다.

드래곤 브레이크지만 이게 어쩌면 '껍질을 입히는' 과정이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는데요, 그때는 저도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옳고 그름을 떠나 좀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mk가 쓴 알두다가에서, 아카터스크(아누이엘 = 아우리엘+알두인)는 알두인을 자신의 'aspect ALD'라고 표현합니다.

ALD는 오래된, 지나간, 첫째의 라는 뜻이 있고 알드머의 접미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형용사로서 사용되지만, 엘프의 근원인 이들의 명칭이기도 해서 엘프적인 것과 연관되어 지기도 합니다.

드웨머가 '인간의 신' 로칸의 심장을 통해 누미디움을 만들었듯이, 어쩌면 알두인은 아우리엘의 허물을 가지고 인간이 깨운 신이 아닐까요? 드웨머가 누미디움의 피부가 되었다면, 인간은 알두인의 자아를 채워넣은 건 아닐까요?

아우리엘은 아카터스크의 영혼이었고 알두인은 껍질, 비늘이었습니다. 그리고 벗겨졌어도 이 둘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 된 게 아닙니다.

빈 껍질은 스스로 자아가 생겼고 비어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먹어치울 허기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아우리엘은 '만물의 영'이고 '오르비스Aurbis' 자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어디서나 시간은 흐르니까요.

알두인, 즉 껍질은 그것들을 다시 주워담아 먹음으로서 본래의 존재가 되어가고, 또다시 벗겨내져 파괴와 창조가 반복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관점에서, 알두인은 끝없는 순환의 파괴이자 이 세상을 나아가게 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서 알드머의 신 아우리엘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누미디움이 5시대로 보내졌듯, 알두인은 4시대로 보내졌습니다. 드웨머가 누미디움의 피부가 되었다면 알두인은 완전히 벗겨내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레시아 결사가 행한, '중간새벽'을 일으킨 의식은 어쩌면 새로운 껍질, 새로운 비늘을 입힘으로서 알두인과 세상의 관계를 끊어냄과 동시에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보호받는 알두인의 불사성을 끊어버리고, 알두인을 통한 칼파의 순환 또한 끊어버리려 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알레시아 결사가 벗겨내고자 했던 '엘프적인 면'은, 아카토쉬의 'aspect ALD', 즉 알두인이었던 것이죠. 어쩌면 후대에 이 사건을 연구하며 그냥 '엘프적인 면'이라고 하니까 아카토쉬의 엘프버전인 아우리엘을 제거하려 했다, 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모든 것은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여하튼 그렇게 보면 로칸의 심장과 동급의 힘을 지녔다는 소사실의 '기계 심장'이 완성되고 파괴된 것과 알두인이 소멸된 것이 같은 4시대 201년의 일임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미 지나간, 두 신이 남긴 'aspect ALD'들이 사라진 것이니까요. 억지로 끼워맞춰보자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