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돌아와도 필수의료 사망, 응급실 뺑뺑이 심해질 것”
의학회 정지태 전 회장, 구체적 예산안 없는 ‘정치적 약속’...전공의들 못 믿어
2024.03.08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한 가운데, 정지태 전 회장이 ‘전공의들이 돌아와도 필수의료는 사망하고, 응급실 뺑뺑이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전 회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의업에 40년 종사한 사람으로 모두에게 미안하다”면서 선배 의사로서 지금의 사태를 막지 못한 데 대해 후배 의사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 정지태 전 회장의 SNS.
먼저 정 전 회장은 국내 대형병원들의 병상수가 세계 최고의 병원들로 꼽히는 메이요클리닉, 존스홉킨스 등 보다 훨씬 많지만 해당 병원들과 달리 전공의와 비정규직 의사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메이요클리닉, 존스홉킨스, 마운트사이나이 등 우리가 익히 이름을 알고 있는 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병원들의 병상수는 1200베드 내외”라며 “미국에서 가장 큰 예일뉴헤븐병원도 1500베드로, 우리나라엔 이들보다 병상 수가 많은 병원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아산병원 약 2700병상, 신촌세브란스병원 약 2400병상, 삼성서울병원 약 2000병상, 서울성모병원 약 1400병상, 길병원 약 1400병상으로 이들 병원보다 많다”며 “병상이 많다는 것과 의사 수가 많다는 것은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구성을 보면 미국에 비해 전공의와 비정규직 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나쁘게 표현하면 대한민국의 대형병원은 싸구려 의료수가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많은 수의 환자를 입원시켜, 싸구려 노동자인 전공의와 전임의를 피교육자란 신분을 이용해 혹사시켰다”며 “이것도 부족해 불법 의료인력인 PA(진료보조인력)를 다수 고용해 부족한 의료인력을 메꾸고 인건비를 낮춰 경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형병원 인력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전공의가 ‘이제 이런 식으론 못한다’고 외치면서 자리를 떴다”며 “절묘한 시기를 택해 의대 증원을 발표한 정부의 혜안 덕분에, 불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전임의가 사직하고 신규 전문의가 전임의로 들어오지 않게 됐으며, 임상강사가 자리를 옳긴다”고 전했다.
남은 교수들만으로는 대형병원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병동 축소, 직원 무급 휴가, 불법 의료인력 활용 등이 이뤄지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정 전 회장의 설명이다.
정 전 회장은 “정부가 이번 기회에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겠다고 대단한 개혁의지를 보인다”며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전공의는 병원 운영에 관계없이 많은 시간 교육에 전념하도록 하는데 필요한 것은 전공의 교육비를 정부가 마련하겠다는 의지, 의료 수가를 대폭 올리겠다는 예산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 전 회장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부 정책의 ‘비현실적인 예산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돈 없이 열정으로 극복되지 않기에, 정부를 믿지 않는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여태까지 해오던 선배들의 행태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도 선배들은 여론에 동조해 의사는 환자의 곁을 떠나면 안 된다는 원론적 얘기나 하고 있다”며 “나이 먹은 의사들은 국민과 후배 의사들을 향해 일이 이렇게 된 책임에 대해 사죄하고 또 사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 “예방할 수 있었고, 차근차근 개선할 수도 있었던 문제를 미루고 미루다 벼랑 끝에 선 것”이라며 “요즘 젊은 의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이번 기회에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예의 삶에서 벗어날 기회가 없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정부가 온 힘을 다해 압박하면 돌아오기는 하겠지만, 제자리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필수의료는 그대로 죽고, 응급실 뺑뺑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 사태가 지속되면 벚꽃이 지는 시기와 반대로 대형병원들이 도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전망했다.
http://www.newsmp.com/news/articleView.html?idxno=239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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