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돈을 상납하던 집안에서 태어나

내 자유도 종교에 상납당했다

가난한 동네에서 자라와

내 유년시절도 가난과 폭력에 잡아먹혔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는 내 과거가 낳은 조울증이 발목을 잡고 흔들었다

꿈이나 희망...하다못해 어릴 적의 객기나 허세가 있었던 적이 그립다

없어지고 보니 알겠다

그렇게라도 현실을 회피하던 것은 사실 다 나 살아 보자고 은연 중에 했던 일이었다

멍청이

그런 줄도 모르고 진실한 사람이 되려고 했던 댓가는 참 컸다

이제서야 현실을 직시한 난, 차라리 장님이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했다

지금도 후회한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가 미소를 지을 미래는 없었다

진정으로 행복한 적이 없는 나는

앞으로도 그런 인생을 살 예정이다

요새는 뭘 할 기운도 나질 않는다

좋아했던 게임조차 의욕이 나질 않는다

일이 끝나면 피곤하니 그냥 밥 해 먹고 유투브나 주구장창 본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죽여야 불안과 우울에서 겨우 눈이 돌려진다

자기계발이고 뭐고, 그냥 이젠 다 싫다

가난한 집안에서 뛰쳐나온 지잡대 자퇴생이 공부하면 뭘 하겠나

그런다고 받아줄 회사가 있겠나

그럴 기운도, 돈도 없다

수음조차 귀찮아서 하던 중에 아무 일도 없던 듯 손 씻고 자는데

자기 계발은 무슨...

어디 말할 곳도 없어서 가슴이 무겁다

털어내려고 남들에게 신세한탄을 했지만,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여자친구조차 이런 내가 귀찮은지 적당히 좀 얘기하고 다니라고 핀잔을 줄 뿐이었다

"그런 얘기만 하는데 대체 누가 네 얘기를 듣겠어. 좀 적당히 해. 옆에서 듣는 나도 숨이 턱턱막혀서 짜증이 나."

그래, 누가 듣고 싶겠어

대체 누가 들어주겠어

내가 뭐 남들한테 중요한 존재도 아니고

날 중요하게 생각해주는 애인조차 내 얘기를, 내 감정을 감당을 못하잖아

무덤까지 안고 갈 일이다

웃고 싶다

가난이 싫다

나도 좀 웃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