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우주 괴담] 이곳에 모기가 있다

문화노동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7 07:11:34
조회 2123 추천 20 댓글 20
														


viewimage.php?id=3ea9d52ae9d32aaf7d&no=24b0d769e1d32ca73ded80fa11d028310c0dd27a92083f8186361ad12debc0cbd7f57669e56e1a753e0dc167ad0427c0ce4835673c2345b8968339d544465614754f00e8




왜앵-


귓가를 맴도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 하루종일 우주 적응 훈련과 무중력 훈련에 녹초가 된 나는 잠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반쯤 잠속에 발을 걸친 채로 헛손질을 하며 몇 번이나 모기를 쫓으려고 시도했지만, 모기는 집요하게 내 귀 근처를 맴돌았다.


몰래 피를 빼가는 것과 가려움을 남기는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이 소리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참을성에 한계에 다다른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고 방의 불을 켠 후 모기를 찾기 위해 다시금 귀을 기울였다.


적막.


며칠 전에 아날로그 시계를 전자 시계로 바꾼 터라 방 안에는 시계 초침이 딸깍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창문과 문이 제대로 닫혀있는지 확인했다. 내가 잠을 자려고 준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바람 샐 틈 없이 방은 완전히 밀폐되어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를 들었고, 방 안에는 모기가 있었다.


도대체 모기가 항상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 수 없었다. 탁상에 놓아둔 시계를 바라봤다. 새벽 5시에 기상을 해야 했지만 현재 시간은 4시 10분이었다. 너무 애매한 시간에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모기향에 불을 피우고 매캐한 모기향 냄새를 맡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새벽에 중간에 일어나버린 탓에 생체 리듬이 틀어져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매일 하는 아침 훈련이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는데 가볍게 시작한 조깅 만으로도 숨이 벅차 올라 아침 훈련의 할당량을 체우기 버거웠다.


다른 동료가 밤에 잠을 안자고 뭘 했냐고 베실베실 웃으며 나를 놀려댔다. 모기 때문에 잠을 못잤다고 하니, 이제 초봄인데 벌써 모기가 있냐고 놀란다. 유난히 나는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었다. 한겨울에도 귀 근처를 배회하는 모기 소리에 잠에서 깬 적이 있었고, 한여름에 아무리 덥더라도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이불을 끌어안고 잠을 잔다. 그러지 않으면 모기가 다리에 앉아 피를 빨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져 잠을 자지 못한다.


--


22XX년. 지구에서는 화성 식민지 개척에 대해 가능성 있는 성과를 내고 있었다. 여전히 화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편도로 260일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왕복 여행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이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 본격적인 개척을 시도하는 단계까지 다다랐다.


NASA 소속의 우주인인 나는 현재 유인 화성 개척의 참가 인원으로서 오랜 우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이수받고 있었다. 인류의 최신 기술은 SF 영화에 비한다면 아직까지는 상당히 조잡한 단계다. 이제 막 깨어있는 동안 각종 생리활동중에 벌어지는 인간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저온 수면실을 기술화에 성공했고, 이름부터 화려한 화성 개척선은 개척에 필요한 여러 도구들을 같이 실어 나르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은 저온 수면실의 3피트의 공간이 전부였다.


몸조차 반대로 돌리지 못하는 좁은 저온 수면실 속에 사람을 태워서 화성까지 보낸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가진 화성 유인 우주 여행의 한계였다. 자칫 작은 실수로 우주로 관을 쏘아보내는 바보같은 짓이 될수도 있었지만 이 불안정한 유인 우주 계획은 인류의 위대한 도전과, 미지의 우주의 정복에 대한 한 걸음의 진보라는 큰 가치를 둔 덕에 실행될 수 있었다.


인류 최초로 화성에 발을 딛게 될 사람들은 여러 훈련을 받았다. 나는 100번이 넘도록 우주선에 탑승한 기록이 있었고, 우주선과 달 기지, 그리고 우주정거장에서 보낸 일수가 1년이 넘어가는 배테랑 우주인이었다. 이런 내가 화성의 유인 우주 계획의 진행에 필요한 인물로 낙점되는 일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미 나는 우주 공간과 유사한 환경을 구성한 저온 수면실에서 260일의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는 훈련또한 받았다. 그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나사가 이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려 한다면, 아마 제약회사와 정신과 의사들이 기를 쓰고 로비를 해서라도 이 기술의 도입을 막으려고 들거다. 불면증은 천연두처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병이 될것이고 수면제는 더 이상 팔리지 않을 게 뻔하니까 말이다. 260일의 긴 겨울잠을 끝내고 일어났을 때 나는 그 어떤 침대보다도 편안했고, 깨어난 후 개운했노라 인터뷰를 했었다.


유인 화성 발사 계획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준비와 함께 우주선에 탑승하게 될 나에 대한 체력 단련과 건강 검진도 매일 이루어졌다. 기술적으로 완벽했다 한들, 안에 태우는 사람에 문제가 생겨버리면 돌이킬 수 없게 되버리니 말이다. 다행히, 객관적인 표로 봤을때는 나는 매우 건강하다. 매일 운동도 하고, 식욕도 왕성하고, 술 담배도 못하게 하고, 최근 방에 모기가 나오기 시작해서 잠을 설치는 것만 뺀다면 정말 완벽한 상태다.


화성 유인 발사 프로젝트는 이제 단 삼일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이 지나면 맛대가리 없는 우주식량이나 먹으면서 제한적 단식에 들어가야 하니, 지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충분히 즐겨둬야 했다. 평소에 뛰는 것보다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았다. 뭐니뭐니해도 공복이 가장 최고의 조미료인 법이다.


--


왜앵-


오, 제발.


지구에서의 지내는 마지막 밤이었지만 여전히 모기는 나를 괴롭혔다. 도대체 열려져 있는 문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새벽에 잠을 깨 일어나 새로운 모기향을 피웠고 그제서야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지구를 떠나는 것에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우주에는 모기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날이 밝고, 드디어 인류가 지구를 떠나 역사상 가장 먼 여행을 떠나는 역사적인 날의 해가 밝았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행사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쩌면 역사 교과서에 실리게 될 사진을 찍어대는 카메라 앞에서 나는 잠을 설친 탓에 필사적으로 하품을 참으며 인류의 희망으로서 이 생중계를 보고 있을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단언할 수 있다. 수면제를 먹고, 저온 수면실에 몸을 실는다면 나는 우주에서 그 누구보다 달콤한 수면을 취할 것이다.


드디어 화성으로 가는 인류의 첫 번째 개척선이 출발했다. 자동 우주 항법 장치에 따라, 260일 이후면 나는 화성에 도착해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개척을 시작할 것이다. 수면제의 약발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저온 수면실 안에서 다가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고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왜앵-


들려서는 안될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한순간 멀어져 가는 의식이 명료해지며, 감각이 날카롭게 깨어났다. 그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을 불청객의 소음은, 착각이 아니라는 듯 다시 한번 스치듯 내 귀를 지나갔다.


-왜앵


이건 말도 안돼.


거짓말처럼 수면제의 약발이 사라지고 몰려오던 수마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 어느 때보다 나는 명료해진 각성된 의식으로 3피트의 저온 수면실에 존재하는 놈을 찾기 위해 눈알을 돌렸다. 가뜩이나 좁은 저온 수면실에서 몸이 고정되버린 탓에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고, 몸을 돌릴 수도 없었다.


작은 창문 너머로 멀어져가는 지구를 바라봤다. 이제 화성 우주 여행은 막 시작하고 있었다. 이 긴 여행이 끝나고, 화성에 도착해 나를 가둔 이 좁은 저온 수면실을 해방될 때까지 나에게는 259일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내 신경을 곤두세우는 놈은 나에게 깨어있는 악몽을 꾸게 만들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턱까지 겨우 올라오는 손과 고개를 흔들며 놈을 쫓아내고 시도하는 것 뿐.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작은 악마는 여전히 내 귀 주변을 날아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내 미간의 사이에 무언가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과 눈 사이 절묘한 시야의 사각에서, 놈은 날카로운 부리와 사악한 더듬이를 비비고 만찬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왜앵


이곳에. 모기가 있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0

고정닉 12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3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2854 AD [원신] 신규 5성 아를레키노 등장 운영자 24/04/26 - -
189719 공지 제국이름 등 명명시 주의할점 [1] ROMANIANOPOLI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688 0
183546 공지 신문고 [1] 슐레딩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1 785 0
3004 공지 #####스텔라리스 정보&연재글 모음##### [21] 슐레딩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14 138231 50
129437 공지 개인 모드 번역하는 방법 [8] 무시무시한누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5.17 6941 19
30205 공지 [고고학 대회]모드 정식 출시! [40] 어ㅅㅂ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2.10 29541 72
117541 공지 [공지] 패러독스 사에 버그신고, 번역 오류 피드백 방법 [5] 슐레딩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3 3713 7
2925 공지 스텔라리스 마이너 갤러리 공지사항 [2] 슐레딩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13 16184 20
8298 공지 스텔라리스 멀티플레이 통합공지 [1] 슐레딩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7.03 13507 2
191763 일반 와 ㅋㅋ 연구 망하면 이럴수도있구나 Seile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7 24 0
191762 일반 이거 하면 안되는 전쟁이었나요... [2] JohnDo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 41 0
191761 일반 스크랜드 타이탄은 따로 개조할수없어? 준지성체(118.217) 20:07 18 0
191760 일반 오랜만에 햇는데 좆털렷다 준지성체(121.179) 19:50 24 0
191759 일반 급함!!! //// 그.. 연구소가 왜 더 안지어집니까?? [5] Seile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39 91 0
191757 일반 컨틴전시 배수 높은거 어캐 상대함 ㅋㅋ [2] 준지성체(122.35) 19:25 53 0
191756 일반 거주 가능한 행성에는 즈로 추가 못하나? [2] 준지성체(118.217) 19:15 38 0
191755 일반 해적용병사서 용병단 차리는 것도 가능한거 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0 34 0
191754 일반 군체 마지막수도건물연구하면 노드 하나 사라지는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0 59 0
191753 창작 개미집 [1] 스스(211.176) 18:37 47 0
191752 일반 은하제국 연방 해본적 있음 ㅇㅇ(118.235) 18:36 33 0
191751 일반 2317년 연구력 294임 ㅋㅋ [13] ㅇㅇ(182.217) 18:01 147 0
191750 일반 은하제국 만들면 연방 내것도 해체되던가 [5] 엘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5 111 0
191749 일반 이 게임 너무 어렵다 [2] 느그은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6 57 0
191748 일반 궤도 거주지 짓고서 매장지 위에 궤도시설 지으면 [5] ㅇㅇ(175.115) 16:56 83 0
191747 일반 평의회 어떤게 나음? [3] 준지성체(61.79) 16:48 73 0
191746 일반 뉴비 시작했는데... [11] ㅇㅇ(222.104) 16:26 95 0
191745 일반 암석류 + 과도한 개조 [1] 준지성체(222.101) 15:48 116 0
191744 일반 에이씹 ㅋㅋㅋ 이거 다시해야되냐? [6] Seile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6 137 0
191743 일반 스텔2에선 팝 시스템은 아예 버렸으면 좋겠음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9 167 0
191742 일반 개인소장용 백업 홀리시이이이이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4 59 0
191741 일반 범죄기업 이거 어케 조짐? [4] 준지성체(116.41) 15:29 73 0
191740 일반 팝 너무 안늘어나서 팝관련 찾아봤는데 [12] Seile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55 198 0
191739 일반 아자린 너무 이뻐 [1] 준지성체(218.38) 14:31 89 1
191738 일반 뉴비 파라곤마다 딱 한번만 영입할 수 있는거임? [4] 준지성체(218.38) 14:26 86 0
191737 일반 솔직히 2200년인데 기대수명 80세가 말이 됨??? [5] ㅇㅇ(49.161) 14:24 134 0
191736 일반 제국령 성계에 아스트랄 균열이 출현할 확률 +100% [5] 준지성체(222.101) 14:13 123 0
191735 일반 다들 왜 외혐 외혐 하는지 알겠다 ㅅㅂ [2] 준지성체(1.231) 14:01 119 0
191734 일반 스크랜드 이벤트가 관문 작동시켜도 발동됨? [3] 준지성체(118.217) 13:44 47 0
191733 일반 성계 하나짜리 존나쎈애들은 머임? [14] Seile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8 275 0
191732 일반 어이없네 준지성체(59.9) 12:44 68 0
191731 일반 아 민주주의 십자군 씨발련 ㅡㅡ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0 141 0
191730 일반 pop 거주 링월드 어떻게 점령해? [1] 준지성체(14.251) 12:01 72 0
191729 일반 함대 대형 관련모드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7 80 0
191728 일반 요즘 전함 설계 뭐로 해? [3] 준지성체(1.231) 11:43 107 0
191727 일반 팝,종족 직업 우선순위 정해주는 모드있음? 준지성체(211.232) 11:39 28 0
191726 일반 코스믹 스톰 =유니버스 올림픽 아님?? [1] 지성체(124.63) 11:30 84 0
191725 일반 오늘자 무친스타팅 [3] 준지성체(49.161) 11:21 122 1
191724 일반 생각해보니 정포말은 기술배율 느릴수록 좋나 [4] Seile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57 173 0
191723 일반 YOU ARE BUGS 지성체(124.63) 10:55 85 0
191722 일반 위기 모두나오게하면 얼마씩 강해짐? [1] ㅇㅇ(118.235) 10:51 64 0
191721 일반 범죄율 관련해서 이벤트 추가 하는 모드 [2] iev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50 98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