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고나서 정신없이 현생에 치여살다보니 티켓팅도 실패, 마클은 응모도 못해보고 놓쳐버려서 슬퍼하던 와중에 어린이날 선물처럼 협연 티켓을 구해버렸다!

슈피협은 작년에 게반트하우스 예습하면서 처음 듣자마자 완전 반해버린 곡인데 이번에 티켓팅 참패한 이후에는 왠지 슬퍼서 잘 못듣다가ㅠ 티켓 구하자마자 다시 무한재생ㅎㅎ 연휴내내 내리는 비와 잘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통영 때 생각하면 그저 이슬비였던 어제의 비를 뚫고 무사히 예당에 도착했다. 입장 종 치자마자 들어가서 안경도 닦아서 끼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튜닝하는 오케 단원들 구경하며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공연 시작시간이 되었고, 갤주가 들어오고 얼마 안되어 바로 곡이 시작되었다. 유툽에서 듣던 버전보다 템포가 빨랐고, 갤주 컨디션도 완전히 베스트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러나 클라스가 어디가겠나. 갤주는 갤주다. 물흐르듯 연주가 이어졌다. 어제 1악장 카덴자가 최고였다는 갤러들도 많은데, 난 도시라라 테마가 다시 나오고나서 3악장으로 넘어가는 그 부분! 너무 좋은 곡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칠 때가 있는데, 나에게 이번 공연의 소름 모먼트는 3악장 도입부였다. 감동에 절여지던 중에 갤주가 머리를 양손으로 쓸어올렸는데 머리가 붕 떠있는? 순간이 잠시 있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혼자 웃참하느라 힘들었다ㅎㅎ

앵콜은 많은 갤러들이 예상했던 트로이메라이! 나도 듣고싶던 곡이었는데 '갤주가 치면 이럴것 같은데'라고 기대했던 그대로 쳐주었다 ㅎㅎ 원래 앵콜은 다양한걸 해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주의이지만 이번만은 탕평쵸 원해요! 제발 갤주 트로이메라이 못듣는 분 없게 해주세요 ㅎㅎ 정말 담백한데 달콤한, 계속 듣고싶은 연주였다.

앵콜 끝나고 다시 나와서 또 앉길래 협연에서 앵콜을 하나 더해준다고??? 했는데 세상에, 하이든이다. 요즘 출근길 플레이리스트 1번인데!!! 입틀막하고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두번째 앵콜도 끝나고 빠이빠이하고 퇴장했다 ㅎㅎ

오케에 아쉬움을 느꼈다는 후기에 나도 많은 부분 공감한다. 그치만 갤주 연주 속에서 오케랑 같이 호흡하고자 하는 순간들이 충분히 느껴졌으니 좋은 협연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그리고 갤주 핼쓱해진 것 같은데 맛있는거 많이 먹고 건강하게 연주 오래오래 해줬으면 좋겠다.

계속 오던 비가 그쳐서인지 오늘은 간만에 굉장히 맑고 깨끗했다. 비오는날 찰떡이라며 듣던 갤주의 슈피협은 오늘같이 화창한 날에도 찰떡이다ㅎㅎ 사는게 참 힘들지만 갤주 땜에 잠시나마 웃는다. 갤러들도 다들 힘든 일 있더라도 갤주 연주 들으면서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