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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여행과 여관바리의 추억..(장문주의)앱에서 작성

ㅇㅇ(58.142) 2021.05.03 03:32:36
조회 7215 추천 7 댓글 6

벌써 4년이 지났다. 무언가에 홀린듯 순식간에 결혼했고 곧바로 결실을 맺었으며 이별또한 갑작스레 찾아와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내고 우리의 결실인 쌍둥이를 홀로 키우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사별의 슬픔을 견뎌내고 살아오긴했지만 그것은 사실은 턱없이 부족한 갈증이었다. 강릉행 기차 칸에 몸을 실은것도  그런 충동이었다. 비가 으슬으슬 내리던 궂은 날씨의 청량리에서 출발한 열차는 흰 입김을 뿜으며 영동선을 따라 구불구불 동으로 흘렀다. 나는 시린 차창에 뺨을 부비고 앉아 스치는 모든 것에 시선을 집중하려 애썼다. 어깨를 움츠려 태백의 농밀한 숲과 계곡을 비껴 지나다 문득 하늘을 보면, 어느새 훌쩍 내려다보는 잊힌 산 거인과 눈이 마주치고, 아, 하고 절로 오래된 탄성이 내뱉어졌다. 침을 삼키니 모르는 새 뭉툭해진 열차 바퀴 소리가 먹먹한 고막을 요란하게 열고 들어왔다. 산 끝에 걸린 구름이 미끄러져 내려와 안개가 되었다. 굽어진 고갯길과 컴컴한 터널을 여러 번 지나 산 노인의 마당 끝에 이르니, 강릉이 있었다.

여관을 갈까.. 모텔을 갈까.. 고민끝에 나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하기로 했다.예약은 그리 어렵지않았다 기차안에서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당일예약에 성공하고 다시금 어둑어둑해진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릉역에 내리니 장대비같은 비가퍼붓고 있었다. 미처 우산을 챙기지못한 여인네들이 분주하게 어디론가 전화하고있다. 역앞에는 기차승객들의 가족, 친구, 연인으로 짐작되는 이들이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미리 챙겨온 우산을 펼 쳐들고 역 광장으로 빠져나와  물끄러미 강릉역이라고 적힌 역사를 올려다 보았다. 비와 안개가 역사를 비추는 오렌지빛 조명에 섞여 제법 여행온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숙소까지 거리는 도보로 약 20분거리. 예상치못한 장대비를 보고있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급히 온 탓에 준비된 여벌의옷도, 양말도,아무것도 없었다. 강원도의 봄을 얕보고 젊음을 맹신한 탓에 나는 강릉역에 도착하자마자 후회를 했다.
궂은 날씨탓에 택시는 자취를 감추었고 숙소까지는 기본요금 거리였기에  콜을 부르기도 애매했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이 든 여자 몇 명이 웅크린 팔짱을 끼고 역전 광장을 얼쩡이다 손짓했다. 총각! 총각!  아주 할머니라기도 아주 아주머니라기도 애매한, 지금의 내 어머니 나이쯤 되는 아주머니였다. 총각, 자고 가. 쉬고 가.  얼마예요? 아주머니는 말없이 손가락 다섯개를 펼쳐보인다. 급할건없었다. 우선 숙소를 가야했기에
나는 난색을 표하며 예약된 곳이 있다며 돌아섰다.
분명 이곳을 다시오게 되리라. 나는 입꼬리가 올라감을 느꼈다.
지난 4년간의 회포를 풀게 되었기때문이었다.

그렇게 아주머니를 지나쳐 숙소를 향하는 골목엔 여관, 여인숙들이 옹송그려있었다.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골목엔 인적조차 없었고 더욱 굵어지는 빗줄기에 신발과 양말은 이미
모두 젖어버린지 오래였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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