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사니양으로 사실상 처음 비주얼 노벨에 입문했다. 이전에 크툴루 미연시랑 slay the princess를 흥미로 해본 적은 있지만, 이런 류의 미연시 비주얼 노벨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토리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애초에 수인물을 좋아하기도 했고, 스토리 자체도 베테랑 작가가 집필했기 때문에 정말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선택지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선택지인 척하며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블루 아카이브에서도 본 적이 있어 익숙했지만, 이 게임에서는 진짜 한 문장으로 이뤄진 선택지인지 애매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었다. 또한 어떤 선택지는 다른 다소 다른 대사로 이어져 있고 어떤 선택지는 뭘 골라도 똑같은 대사로 이어져 있는 경우가 섞여 있는데, 나중에 다른 대사 나오는 선택지의 경우에는 좀 표시라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시플판에서도 일반판에서 H씬 대신 나오는 대사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CG

CG는 전반적으로 호의적이었으나, 스탠딩 CG는 아쉬움이 남았다. 기존 수인물 팬들의 평가처럼 주둥이가 짧은 점도 있지만, 얼굴 생김새가 인간과 수인 사이에서 애매하게 느껴졌다. 특히 키위의 한복 스탠딩 CG는 캣츠 뮤지컬이 떠오를 정도로 불쾌감을 유발했다. 

H씬

논란이 많은 H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이다. 내가 한국 비노벨을 한 적이 없어서 이게 역대 최고 수위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몇몇 CG는 아쉬웠다. 예를 들어, 나모와의 해수욕 데이트 장면에서 H상황에서 기존 CG를 줌 인/아웃으로 처리하며 H씬 이전의 상황을 표현하는 연출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기존 CG를 리터칭하여 자연스럽게 H씬으로 이어지게 구성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솔직히 그렇게 리터칭해서 재탕할 수 있는 CG가 한두개도 아니고.
또한, H씬에서 성우 더빙이 사라지는 점은 코슬람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지만, 효과음까지 거의 사라진 점은 변호하기 어렵다. 효과음 없이 글만 읽는 상황은 내가 야설을 읽고 있는 건지, 비주얼 노벨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게임성

게임성은 정말로 불호에 가까웠다. ‘연구실 타이쿤’이라는 요소는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개선할 부분이 너무 많다.
첫째, 편의성 업그레이드가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타이쿤 장르는 상위 콘텐츠를 해금하면 하위 콘텐츠가 자동으로 처리되도록 설계되지만, 이 게임에서는 모든 작업을 수동으로 지시해야 한다. 만렙을 찍어도 작업이 자동화되지 않는 점은 매우 불편했다. 자동 업그레이드가 있다면 사실상 타이쿤이 없다싶이 한 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수준에서는 차라리 그런식으로 없는편이 나을 것 같다.

둘째, 콘텐츠의 깊이가 너무 얕아 같은 작업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 

셋째, 현재 게임은 스토리가 끝난 후 다른 루트로 돌아가거나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거나 루트 분기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때 연구실 데이터 또한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 특히 이 게임의 모든 서브캐릭터 스토리를 볼려면 루트별 캐릭터를 보기 위해서 노가다를 3번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컨텐츠의 깊이와 게임성의 결여가 큰 불쾌감을 가져온다. 연구실 데이터를 스토리와 별개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세줄 요약

스토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고쳐야 할 점이 굉장히 많다

특히 타이쿤 시스템은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나모가 정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