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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AWE의 "플롯"에 대한 잡생각

니컬(112.168) 2017.04.24 22:21:20
조회 1701 추천 12 댓글 14
														

오늘도 뻘글을 쓰고 싶어졌으니 뻘글을 씀.  


오늘 다뤄볼 이야기는 AW 계열 물건을 하다 보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플롯"에 관한 문제. 원래 아포칼립스 월드 계열은

그 기원인 아포칼립스 월드부터 첫 세션 항목을 설명할 때 대놓고 "미리 특정한 캐릭터나 스토리라인을 정해두지 마라"

(DO NOT commit yourself to any storyline or particular characters)고 하고 있었음. 대신 플레이 도중의 대화를 통해서

얻는 정보를 바탕으로 위험요소(Threat)와 국면(Front)을 만들고, 그 국면이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상황이 악화되거나

해소되고.... 뭐 그런 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 문제는 이 방식으로 뭔가 재미있게 하려면 "플레이 도중의 대화"의 산물들이

쓸만하거나 마스터가 이것저것 상황 처리를 잘 해야 그럭저럭 돌아간다는 건데,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단 말이지.....


여러분은 여관에 모였습니다. 잠깐, 근데 여관이 뭐죠?  

소제목을 보면 다들 어떤 심상이 떠오르지? 현실은 그런 거야. 뭔가 좀 떡밥을 풀어보라는 의도로 꺼내는 말 한 마디는 

누구 상상력이 더 막장스럽나를 경쟁하는 대결의 방아쇠가 되기 일쑤며, 정작 그런 대결이 끝나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던져진 떡밥을 골라서 쓰면 처음 떡밥 꺼낸 놈은 까마귀 고기로 모자라서 뼈까지 꼭꼭 씹어먹은 반응을 보이고, 다른 놈들은 

남이 던진 떡밥과 그로 인한 플롯이 마음에 안 든다면 떡밥이 상했으니 갈아달라고 뒤에서 반쯤 징징대기 십상이겠지.


그러니까 이딴 놈들을 데리고 뭘 해야하나 회의가 들 수 있는데.... 아포칼립스 월드는 원래 다들 약빨고 달리는 물건이니까

그냥 막 달리면 돼.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으로 인한 문화 변질 훼손"이라는 궁극의 마약을 빨고 맞대응하면 사실상 어떤

개소리라도 어느 정도 내가 대응이 가능하거든! 알기 쉬운 예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를 보자. 원래 멀쩡한 군인이던

조 무어 씨는 사이비 교주 겸 독재자 임모탄 조가 되었고, 임모탄 조의 영역에서 "물"은 많이 마시면 난폭해지기 때문에

배급을 통제하는 물질인 "아쿠아 콜라"가 되었음. 이제 이해했지?


문제는 던-월 같은 경우는 별로 그렇지 않다는 거다. 대개 어느 정도 질서와 틀이 잡힌 세계를 배경으로 하며, 그 때문에 

이렇게 이독제독 정책을 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 설마 넌 "포도주"를 "유대인이 물을 가공해서 만드는 음료"라고

재정의할 거냐? 물론 할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여관에 모이는 애들(추가로 모 종교의 신도)이 그걸 보고도 자중해 줄까? 


AWE를 플롯에 싸서 즐겨보세요   

그리고 너희를 더 눈물나게 할 이야기를 해 보자. 사실 AWE는 기본적인 플롯이 멀쩡히 있어도 돌리는 데 별 문제가 없음 ^^

그냥 빈센트 베이커가 아포칼립스 월드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써 놓았을 뿐이고 던전 월드도 그렇게 적은 걸 따라하는 거야.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자 눈에서 마구 땀이 나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면 미안해. 딱히 뭐라 위로해 줄 말이 없구나.


간단한 예로 트레물루스(Tremulus) 같은 경우는 플레이셋을 통해 위험 요소라든가, 국면이라든가 배경 설정이라든가

뭐 그런 걸 처음부터 정해놓고 들어가게 됨. 혹은 이번 주의 괴물(Monster of the Week)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의

핵심이 되는 요소들은 키퍼가 짜세요라고 함. 당연히 여관에 모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겠지?

다만 빈센트 베이커는 그걸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것 같아. 그보다 막 이것저것 땜빵되면서 진도를 꾸물꾸물 나아가는

뭐 그런 과정 전체를 즐기라는 거였겠지. 물론 그걸 너희가 "진짜로" 즐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물론 아예 고삐를 놓아버리면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마스터가 선을 그어야 하는데..... 이게 "어느 정도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소리는 누군가가 "합당한 기준"을 제시해 달라고 하면 대개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모 당의 투트랙 전략에 버금가는 막장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어디까지 어떻게 그어야 해? 당연히 어찌어찌 그어봐도 모두가 동의해 준다는 보장 역시 없어....

그러니까 그런 걸로 혈압 올리고 플레이 폭파될 바에는 그냥 기본적인 플롯을 쓱싹 준비하고 적당히 감춰두었다 상황에 따라

살짝 개변하면서 푸는 게 낫지 않나 싶을 때도 있음. 물론 누군가는 "이거는 다 제대로 안 읽어서 그런 거거든요 빼액!"할텐데,

그럼 안 읽은 놈을 데려다놓고 구연동화하듯 룰북이라도 읽어줄 거야...?

  

그러니까 그 샌드박스가 아니라고  

그럼 이제는 역으로 레일로드 위주로 돌아가는 RPG들의 소위 "샌드-박스" 시나리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언뜻 보기에는

"샌드박스"물이 잘 돌아가니 그와 비슷한 던-월도 잘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현실은 덜 그런 거 같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함. 이런 RPG들에서 제공하는 "샌드박스" 시나리오물은 사실 "선형 플롯"만 없을 뿐이지, 모래상자의 "벽" 역할을 

하는 요소들은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임. 대부분 "샌드박스" 시나리오는 사실 "중심"이 되는 사건 / 장소 / 사물이 존재하고,

이걸 매개체로 해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과 그 여파를 마스터 / 키퍼나 플레이어들이 취사 선택하는 쪽에 가까움.

그러니 그런 것도 없어서 아예 마스터 / 플레이어들의 대화로 플레이 내의 "현실"을 재정의하면서 만들거나 기존의 요소를 

수정하고 그래야하는 AW나 던월의 구조를 적어도 그런 "벽"은 탄탄하게 제공되는 이런 것들과 비교하면 사상누각에 가까운

수준이 될 수 밖에 없음. 노가리 좀 까다보면 없었던 과거도 생겨나며 알던 현실도 뒤바뀌는데 그게 샌드박스냐, 모래더미지. 


그렇기 때문에 그냥 던-월은 다른 판타지 RPG물에서 제공하는 샌드박스 시나리오에 비해서 훨씬 더 틀어지기 쉽다고 생각함.

반면 AWE 기반의 다른 작품들, 그러니까 "밤의 마녀들"이나 전에 소개한 "매쉬드" 같은 경우는 세계관 / 캐릭터의 방향성 등

여러 부분에서 변하지 않는 "벽"을 세워주는 쪽이고, 훨씬 이게 더 전통적인 샌드박스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고 생각함. 그리고

이러한 벽이 있으면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이나 마스터가 그 "벽"을 기반으로 좀 더 무난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이거임.


3줄 요약

원래 AWE의 "현실을 규정하는" 과정은 위험하고 불안정한데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선 잘 먹힘.

사실 파생작들 보면 AWE 기반인데도 마스터 / 키퍼가 플롯을 짜게 하고, 그래도 잘 돌아감.

다른 동네 "샌드박스" 하고 비교해도 아포칼립스 월드는 안전장치가 허술한 편이라 생각됨. 

 

AWE 같은 거 해본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좀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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