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면
1. 대만, 일본,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반도체 제조업을 하기에 여건이 용이하지 않다.
2. 그러나 한국도 장기적으로 반도체 관련 전력, 물, 인력 문제가 점점 커질 것이다.
3. 이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마도 반도체를 비롯하여,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대부분의 기술 품목들, 제품들은 미국이나 중국에도 중요하다. 그냥 막연히 중요하니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역학관계가 작동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반도체 제조업만 해도 그렇다. '반도체 제조'하면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거대한 팹이 연상될 정도로 굳어진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 내부에 있는 다양한 공정 장비들과 클린룸의 공조시설, 폐수와 화학용제 처리 시설 등이 사용하는 전기가 사실 반도체 제조의 이미지를 더 거대하게 만드는 주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제조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energy-intensive한 산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례로 리소그래피는 DUV에서 EUV로 갈 때 이미 10-20배 이상의 전력 소모량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같은 EUV라고 해도 1세대인 0.33NA급에서 2세대인 0.55NA급으로 갈 때 다시 2배 이상의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리소그래피에서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까닭은 장비의 제어 뿐만 아니라, 애초에 EUV 같은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 기반 레이저를 생성하기 위한 에너지 투입량이 늘어나서인 점, 또한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 레이저를 반사를 통해 웨이퍼로 집중하여 유도하는 과정에서 이미 30%씩의 손실 (EUV 광학계에 들어가는 DBR 기반 미러의 반사도는 70% 정도 밖에 안 된다..)이 누적되므로 이를 보충하기 위한 광량 추가 투입에 필요한 전력 추가분 등이 쌓이기 때문이다.
에칭도 마찬가지다. 플라즈마 에칭이나 저온 에칭도 세대가 거듭될수록 단위 공정 당 에너지 소모량은 높아진다. 장비가 사용하는 에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국운을 걸고 추진하려는 경기 남부에 들어설 반도체 메가팹 (혹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도 실상은 팹을 지을 자본이나 기술력보다, 그 팹이 온전히 작동할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배경 시설 완비가 더 중요해진다.
이른바 메가팹이라 부르는 거대팹은 보통 팹 하나에 클린룸이 4개 이상 들어간다. 각 클린룸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전력 소모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아예 원전 몇 기 이런 식으로 전력 소모량을 측정한다. 너무 비싼 물품의 가치를 예를 들어 '벤츠 C클래스 몇 대' 이런 식으로 측정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클린룸이 많아지고 규모도 커지고, 각 클린룸에 들어가는 장비도 많아질수록 전력 소모량은 당연히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산업 용수도 많이 소모하게 되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산업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수원지가 제대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인지도 문제이지만, 용수를 활용한 후 나오는 폐수 처리 혹은 사용 후 남은 용수의 회수 역시 만만치 않다. 공정 과정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기상 화합물이나 희토류 등을 수거하고 재처리하는 시설의 운영도 만만찮다. 이들은 모두 전력을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전력 문제는 왜 반도체, 특히 반도체 제조 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가 되는가? 어떤 종류의 반도체 칩을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DRAM 같은 메모리반도체 기준으로 팹이 소모하는 전력을 추산하기 위해서는 보통 이 팹이 웨이퍼 한 장을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지를 따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DRAM은 공정 전체를 따지면 대략 웨이퍼 단위 면적 (cm^2) 당 20-30 kWh의 전력이 소모된다. 이 전력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 알기 위해서는 보통 규모의 메모리 팹이 하루에 12인치 웨이퍼 2-3천 장 정도를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여 계산해야 된다. 12인치 웨이퍼의 면적은 대략 700 cm^2 정도이니, 웨이퍼 전체적으로 소모되는 전력은 14-21 MWh다. 이런 웨이퍼를 하루에 2-3천 장 만들면 그 팹은 하루에 최소 28에서 최대 63 GWh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의 고리 원전 1-2기가 하루에 생산하는 발전량 (~32-64 GWh)과 맞먹는다. 아주 거칠게 이야기해서 메모리 팹 한 개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원전 1기 이상이 필요하다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기존의 반도체 팹보다 훨씬 더 큰 팹들을 무려 5-10개나 2040년대까지 경기 남부를 아우르는 지역에 클러스터를 이루며 건설하고자 하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존의 팹보다 크다는 이유로 이들을 '메가팹'이라고 부르는데, 앞서 언급했듯, 이런 팹에는 클린룸이 4개 이상 들어간다. 심지어 팹의 효율화를 위해 한 층 한 층의 층고가 높은 8층 이상의 고층 건물로 만드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러면 매 층마다 클린룸을 배치할 수 있으니, 클린룸 8개가 동시에 돌아갈 수도 있다. 그야말로 메가팹을 넘어 '자이언트 팹' 혹은 '기가팹' 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이러한 메가팹은 2040년대 정도가 되면 지금보다는 전력 사용 효율이 더 좋아진다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앞서 추산한 방식에 따라 아마 원전 4-5기 정도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이런 메가팹이 정말 경기 남부 클러스터에 5-10개가 건설되면, 결국 그 클러스터의 팹만 해도 원전 20-50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수적으로 따져도 원전 30기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한국에서 현재 가동되는 원전은 경수로, 중수로 모두 포함하여 총 24기다. 이들은 하루에 대략 480 GWh 정도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한다. 앞서 언급한 고리 원전 1기로 따진다면, 하루 '유닛 원전' 15기 정도의 전력이 생산되는 셈이다. 따라서 현재의 24기 정도 (유닛 원전으로는 15기)되는 원전만 가지고는 2040년대의 경기 남부 메가팹을 돌릴 정도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택도 없이 모자랄 것임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설사 2040년대에 '유닛 원전'이 현재의 15기 정도에서 30기 정도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온전히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 혹은 유지 비용이나 원가 경쟁력 등을 따질 때, 정말 양산 수준에서 이를 논하고자 한다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기술 경쟁력 뿐만 아니라, 이제는 양산의 지속에 필요한 전력 문제를 제대로 직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력 문제를 더 따지기 전에 애초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도대체 한국에게 있어 2040년대 중반쯤이 되었을 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덩치의 팹들이 잔뜩 몰려 있는 문제의 그 '메가 클러스터'라는 것이 왜 필요한 것이냐는 질문이 그렇다. 2040년대 중반쯤 되면 지금 한창 반도체 산업의 역군이라 불리는 80-90년대 학번들 전문 인력들은 대부분 은퇴했을 것이고, 그 자리를 00-20년대 학번들이 차지하고 있겠지만, 현업의 숙련 엔지니어들은 지금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을 확률이 높다. 인구 절벽 문제는 반도체 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0년대에 태어난 현재의 초등학생 전후 아이들의 연령별 인구숫자는 40만 명대 혹은 30만 명대인데, 이들의 절반이 대학에 진학하고, 그 절반이 이공계로 진학하고, 또 그 절반이 반도체 관련 전공으로 진학하고, 또 그 절반이 대학원으로 진학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배출되는 반도체 숙련 엔지니어 커리어로 갈 수 있는 인력은 최대 2만 명, 아마 현실적으로 잘 봐줘야 1만 명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 추산하는 것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고, 아마 훨씬 더 줄어든 숫자를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인력 문제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전력와 산업 용수의 문제가 그 때까지 해결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러한 불확실 요소를 정면으로 마주하기까지 한국에게는 대략 20년 정도 남은 셈인데, 이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중장기'라고 뭉뚱그리면 그냥 장기 대책, 정책처럼 뒤로 숙제를 미루는 좋은 핑계만 제공하는 셈인데, 반복하여 강조하건대, 사실 20년은 결코 장기적 계획을 여유롭게 수립하고 추진할 정도의 시간이 아니다. 그냥 한 세대 이후의 정말 짧은, 그러나 어찌보면 확실한 결말을 예고하고 있는 미래일 뿐이다.
어쨌든 조만간 근 미래에 한국에 어려운 상황이 닥칠 것임이 예견되는 가운데, 한국은 국가적 자원과 명운을 걸고, 이를테면 영혼을 끌어 모으듯 한 타를 준비하여 이렇게 반도체 산업의 거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는가?
사실 나는 현재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정부가 발주한 연구 과제에 참여하기도 하며, 경제 안보적 관점에서 반도체를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기 때문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반도체 산업에 대해 한국이 집중적으로 국력을 투자하는 방향 자체에는 찬성의 사이드에 더 가깝다. 하지만 내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반대 사이드가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예견된 상황에서, 이 거대한 정책의 꾸준한 추진을 과연 한국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모두가 삼성전자 주주도 아니고, 모두가 하이닉스 직원도 아니며, 가족 중 한 사람이 업계 관계자인 것도 아니고, 친척이나 애인이 반도체 관련 먹거리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는 것도 아닌데, 온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반도체가 앞으로도 국가기간산업이고, 한국의 가장 큰 먹거리라는 입바른 이야기로 허무한 결론을 내리자는 것은 아니다.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한국이 아마도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규모의 경제 수준을 넘어, 전략적, 혹은 심지어 '최후의 보루' 정도로까지 불릴 수 있는,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최선단 제조 선진국으로서의 포지션의 장점을 계속 지키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것 외에는 아마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반도체 같이 원래 잘 하던, 그리고 이미 많은 자산이 투입되었고, 어쨌든 미우나고우나 전문가가 많이 양성되었으며, 다른 나라에 조금이라도 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산업을 더 강하게 키우고, 더 효율적인 구조로 바꾸고, 더 돈을 잘 버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더 글로벌 변동이나 다른 국가의 견제에 대해 robust한 체질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며, 지금이 아마도 그러한 타이밍에 해당할 것, 그리고 이 타이밍을 놓치면 이제는 그런 노력을 해도 별로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왜 뜬금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등을 운운하는가? 타이밍은 또 무슨 이야기인가? 그 맥락과 이유, 그리고 함의는 단순하다. 중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제조업과 첨단 산업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르고, 전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집중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정부를 등에 업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레거시 반도체를 예로 들어 보자. 중국 반도체 산업을 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현재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는 대중 반도체 기술-무역 제재가 이른바 '풍선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즉, 10 nm 이하급 반도체 제조로의 투자가 현재는 사실 상 효과를 못 거두고 있으니, 10 nm 이상급 반도체 제조, 즉, 레거시 파운드리로 혹은 메모리 공정으로 투자가 쏠리는 현상이 바로 그렇다. 특히 파운드리는 점점 중국의 레거시 파운드리 점유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너무 과도할 정도로 빠르게 레거시 파운드리 설비 투자가 늘어나다 보니, 일각에서는 레거시 파운드리 거품론 혹은 위기론도 나올 정도다. 실제로 아마 향후 몇 년 간은 레거시 파운드리의 거품이 터지면서 구조조정이 몇 차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중국은 그 과정에서 계속 투자를 아랑곳않고 지속할 것이고, 살아남은 몇몇 회사들은 더욱 강해져 업계 전체로 뻗는 지배력을 확장하게 될 것이다. 아마 2030년대 중반쯤 되면 전 세계 레거시 파운드리의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가져가게 될 것이다. 그나마 남은 절반 정도라도 보존하려면 다른 반도체 강국들이 그만큼의 투자를 하거나 규모를 (덩치를) 키우거나, 서로 연계해야 한다.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메모리도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간다. 지금은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이고, 특히 DRAM은 중국 (예를 들어 CXMT)이 삼성이나 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세대 격차로 따지면 3세대 이상 벌어진 상황이지만, 메모리 같은 범용반도체는 결국 투자의 집중과 설비의 확장, 그리고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는 한 (물론 중국에서 무조건 이러한 투자가 지속가능하다고만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재정적 적자, 그리고 지속 여부의 불안정성은 계속 증폭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성장하고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메모리에서든, 파운드리에서든, 그리고 최선단 공정에서든 레거시 팹에서든, 기술력과 더불어 글로벌 영향력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월 생산량, 즉, 캐파라고 불리는 양산 규모다. 아무리 좋은 칩이라도 월 생산량이 1-2만 장 수준이라면 100-200만 장 만드는 회사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그러면 중국에 대항하여 대등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30% 정도의 글로벌 반도체 제조 비중은 지켜낼 수 있는 규모를 만들 수 있는 혹은 유지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그것은 미국이 될 수도 있겠으나,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그렇게 많은 팹을 미국 내에 신설할 의도도 없고, 그럴 산업 기반도 충분치 못 하다. 미국은 첨부한 첫번째 그림처럼 자국 위주의 산업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본격적으로 중국 반도체 혹은 첨단 산업 등에 대한 관세 정책이라는 카드도 꺼내들고 있다. 미국은 국토는 넓고 인구도 많다. 그러나 미국은 동시에 노동이나 서비스 비용은 한없이 높아져 있고, 앞으로는 더 높아질 것임에 반해, 대부분의 사회 인프라는 낙후되어 가고 있으며, 그러한 인프라는 반도체 제조업 같이 사회적 인프라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지탱하기에는 현재로서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도 숙련된 반도체 엔지니어를 자체 양산할 정도의 학교가 많이 없다. 이는 미국의 대학들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생각한다면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실제로 대략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미국의 좋은 대학 공대에서는 반도체 유관 학과 (예를 들어 전자과, 기계과, 화공과, 재료과 등)에 반도체 공정을 가르치는 교수가 적어도 1-2명씩은 있었다. 그렇지만 그 교수들이 이제는 대부분 은퇴하고 그 빈자리는 그들의 제자가 아닌, 에너지나 바이오, AI, 데이터 등을 다루는 젊은 교수들이 차지하고 있다.(이는 한국, 대만이나 일본이라고 해서 딱히 다른 상황은 아니다..) 미국에서 한 해 쏟아져 나오는 STEM 분야 박사 학위 숫자는 2-3만 명 정도인데, 그 중에서도 미국 시민권자는 2만 명 아래다. 이들 중 절반이라도 반도체 회사로 가준다면 상황은 아주 나쁘지는 않겠으나 반도체 엔지니어, 그것도 설계가 아니라 공정이나 장비, 소재나 부품 엔지니어의 전공으로 배출되는 학위자 숫자는 10%도 안 된다. 미국이 이른바 reshoring 정책으로 자국내에서 반도체를 위시로 여러 첨단 산업의 제조 기반에 대해 많은 확장을 이루기는 하겠지만 미국 자체적인 역량만으로는 이를 다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은 가능한가? 일본은 미국와의 전략적 협력을 격상하여 반도체를 시작으로, 다양한 첨단 산업에서 다시 미국의 최우방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지난 4월 초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이 합의한 아젠다에는 분명히 이러한 의도가 잘 표현되어 있다. 이는 미국에게 잘 보이려 하는 의도이기 보다는, 지난 30년 간 쇠퇴한 자국의 첨단 산업 기반을 되살리고 제조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키는 동시에, 반도체 혹은 그 이후의 첨단 산업에서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일본 정부와 산업계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전역에는 다양한 반도체 팹들이 개수 공사를 하거나 신설되고 있으며, 아마도 2030년 정도가 되면 2010년대에 비해, 적어도 가동 중인 팹 개수는 확실히 늘어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황은 일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둡다. 심혈을 기울이는 래피더스 컨소시엄의 홋카이도 신치토세 팹은 여전히 인력과 자본 확보에서 계획된 타임라인보다 한참 뒤로 밀리고 있고, 2027년에 실제로 2 nm 칩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R&D 팹 이상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 최후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키옥시아 역시 사실 오늘 당장 부도가 나서 청산 과정에 들어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자본잠식 상태이고, 키옥시아의 주력 제품, 즉,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기술 세대는 삼성이나 하이닉스의 제품에 비해 2세대 이상 뒤쳐진 상황이다. TSMC와의 합자로 규슈를 '규소섬'으로 바꾸고 있는 JASM 팹들은 일견 희망으로 빛나 보이지만, 구마모토 1팹은 MCU나 CIS 같은 레거시 전용이다. 구마모토 2팹은 본격적인 파운드리가 될 것이라고는 하나, 그 역시 6-7 nm 파운드리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구마모토 3, 4팹이 2020년대 후반에 연이어 착공되어 2030년대 중반부터 실제로 TSMC의 1/5 정도나 되는 물량이 규슈에서 생산될 수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TSMC는 현재로서 그 정도로 높은 비중으로 일본 생산의 가중치를 높일 계획은 없다. 이는 대만의 반도체 전략에도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일본의 현재 실력이나 상황이나 자본 동원력이나 인력 구조 면에서나, 일본은 중국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반도체 제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여력이 부족하다. 일본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반도체는 특히나 지진에 취약하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또한 거대한 반도체 팹을 전국에 짓고 운영할 정도로 전력이 충분히 생산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기저 전력 역할을 할 원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에서 사실상 퇴출되고 있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은 더더욱 떨어진다.
그렇다면 대만은 가능한가? 아마 이 글을 나의 대만 친구들도 번역해서 바로 보게 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이런 이야기를 그들에게 많이 하기도 했다..) 대만이 자랑하는 '실리콘방패Silicon Shield' 정책은 이제 수명이 다 하고 있다. 물론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회사인 TSMC의 위용과 위엄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수많은 팹리스 회사들은 TSMC 신주 팹 앞에서 줄을 서고 번호표를 뽑을 것이며, TSMC 출신들이 깔린 디자인하우스의 엔지니어들은 밀려드는 일감에 비명을 지를 것이다. 그렇지만 대만은 지금보다 더 팹을 자국 내에 많이 확장하는 것이 버겁다. 국토가 좁아서만은 아니다. 대만은 한국보다도 더욱 에너지 수급 상황이 좋지 않다. 비좁은 국토 면적은 물론, 그 중에서도 78% 정도 되는 산지의 비율이라는 불리한 국토 여건은 기본적인 불리함 요소이며, 95% 이상 에너지를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도 불안한 요소다. 산업 용수 역시 대만에는 큰 하천이 부족하고 지하수도 고갈되고 있으므로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더구나 대만은 한국 같은 원전이 없다. 즉, 기저 발전은 오로지 화력 발전에만 의존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여건도 좋지 않다. 동부 해안은 깊은 바다라 풍력발전 하기가 어렵고, 서부는 중국과 너무 가까워 위험하다. 평지가 좁으니 태양광 솔라팜를 대규모로 설치하기 어려우며, 그렇게 한다고 해도, 후술하겠지만, 그에 걸맞는 그리드 업그레이드 비용은 너무나 비싸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대만에서 주력으로 삼는 것은 로직반도체 생산이라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로직반도체가 뭔가 더 있어 보이고, AI 반도체 같은 첨단 칩에 더 가까워 보이고, 부가가치도 높아 보이니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약하다는 것은 대만을 향후에도 글로벌 반도체 생산 중심지로 포지션을 고정하는 것에 대한 근거를 약하게 만든다. 물론 대만에는 마이크론 팹도 있고, 난야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규모는 확장하기 어려우며, 실제로 마이크론은 제한된 현금 규모를 미국, 일본, 대만에 삼분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팹을 몰아서 신설하기가 어렵다. 한 가지 더 언급해야 하는 것은 미국은 일각에서 지적하는 대로 대만과 밀월관계를 가져간다는 속셈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게 있어 TSMC를 품고 있는 대만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반도체를 빼더라도, 대만섬은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이제는 국가 안보의 레벨에서 논의되는 산업이기에, TSMC 같이 10 nm 이하급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의 85% 이상을 점유하는 독점적 기업이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은 결코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대만은 경제적 논리만 따진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미 애리조나 피닉스에 파운드리 팹을 짓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는 미국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다. 즉, 미국은 대만과 협력을 할 때 하더라도 끊임없이 미국으로의 투자 혹은 아예 일부 시설의 이전을 종용하며 압박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한국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답정너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일견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뽕을 빼고 드라이하게 이야기 해보자. 한국도 위에 언급한 미국, 일본, 대만에 비해 딱히 나은 상황은 아니다. 다시 경기 남부 메가 클러스터로 돌아와 보자. 한국이 이 클러스터를 제 궤도에 올리겠다는 결심이 굳건하다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요소는 세 가지다. 전력, 용수, 그리고 인력. 이 세 가지 모두 한국에게 있어 20년 간의 준비 기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닐 정도로 시급하고 가슴 조여 오는 과제들이다.
전력 문제부터 짚고 넘어 가자. Disclaimer: 나는 전력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계획대로 10개의 메가팹이 2040년대에 들어서게 되면, 현재의 한국 발전량으로는 절대 이 클러스터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 공급 커버가 안 된다. 솔직히 탄소중립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서해안에든, 동해안에든 LNG 발전소를 계속 건립하여 전력을 생산하면 된다. 그렇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민간 기준인 RE100을 준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반도체는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논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어떤 기준에서든 탄소중립요건은 비즈니스 자체의 성립을 결정하는, 혹은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건 중 하나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케이. 그러면 원전 15기 정도가 모자라게 되는 2040년대 중반에 대비하여,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효과 혹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려면 우리는 어떤 전력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가? 나는 맹목적인 원전 찬성론자도 아니고, 신재생에너지 진영의 대변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계적인 에너지믹스를 앵무새처럼 반복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렇게나마 충분히 내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었으니, 본론을 꺼내 보자. 한국은 2040년대 중반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를 적어도 전력 공급면에서 확실하게 가동되도록 만들려면 원전만으로도 안 되고, 신재생에너지만으로도 안 된다. 둘 다 탄소중립 요건을 만족시킨다는 가정 하에, 우선 원전은 적어도 5-10기 정도의 추가 건설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 관점에서 원전은 아마 필수적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핵심 기저 전력 공급원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반도체 제조업은 365일 24시간 연속 가동될 수 있어야 한다는 고유 속성 때문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계속 돌아가야 한다는 상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에 들어가는 다양한 첨단 공정 장비는 전압과 주파수 변동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기저 전력이 거의 일정한 퀄리티로 일정한 규모로 일정한 속도로 공급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원전은 설계부터 시공, 준공, 안전 점검과 방폐장 건설, 핵연료 재처리 등의 전주기 분석 기반 비용(LCA)이 여전히 부담스럽고, 운용에 이르는 시간이 여전히 길다. 당장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오늘부터 3년 간 설계하고 3년 후 동시 착공을 한다고 해도 건설 기간은 최소 5-8년 걸릴 것이니, 2032-2035년 정도에나 원전이 들어서게 된다. 물론 당장 오늘부터 설계하는 것은 불가하고, 시민 공청회부터 정책 입안이나 법제도 개정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가동 시간은 2040년 정도나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2040년대 중반 이전이 된다는 뜻이니 안전한 것 아닌가? 라고 나이브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해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2040년 중반부터 갑자기 스타트! 하는 것이 아니다. 차례대로 2030년대 초중반부터 가동과 확장이 이루어지고 2040년대 중반 정도가 되었을 때 거의 마무리되는 식이다. 실제로 대용량 전력이 본격적으로 필요해지는 시점은 2030년대 초중반부터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즉, 지금부터 설계를 시작해도 그 시점을 아슬아슬하게 맞추거나 못 맞출 수 있다.
원자력은 그래서 기저 전원이라는 최고의 장점을 감안하여 반드시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원으로서 고려해야 할 전원이지만, 비용과 시간, 그리고 안전과 폐기물 처리 관점에서는 궁극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원전과 병행할 다른 자원이 필요하고 그것은 당연히 신재생에너지다. 한국의 지리적 여건 상, 한국이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원은 태양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태양광 발전은 계절, 일기, 날씨, 습도, 온도, 일조량 등의 조건 변화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심하다. 이를 '간헐성'이라고 부른다. 발전의 간헐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일단 이른바 peak time이라고 부르는 오전 10-11시부터 오후 2-3시 정도까지의 시간대에는 너무 많은 전기가 생산될 수 있는데, 수요를 초과하는 전력은 어딘가로는 흘러야 하므로 그 부하가 대부분 전력망으로 고스란히 부가된다. 그렇지만 한전은 이 상황을 늘 반기지 않는다. 전력망은 이른바 용량이라는 개념이 있는 한정재이기 때문이다. 설계 용량을 넘어서난 전력이 외부에서 공급되면 전력망 전체의 브레이크아웃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전은 이를 실시간으로 통제한다. 반대로 피크 타임을 지나 발전량이 현저히 감소하고 아예 0이 되면 태양광발전단지는 그냥 실리콘 덩어리로 전락한다. 이러한 발전량의 구조적인 간헐성과 변동성은 앞서 언급한 반도체 제조 공정의 연속성에 대해서는 결코 만족스러운 특징이 될 수 없다. 간헐성의 또다른 측면은 생산되는 전기 자체의 품질이다. 태양전지는 PV device 의 I-V 커브를 보면 알겠지만, Isc와 Voc, 그리고 최대의 power가 나오는 FF (fill factor)에 대응되는 Vmpp, Impp (maximum power)가 성능의 주요 지표들이다. (물론 끝판왕은 PCE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냥 효율만 말해줄 뿐이다.) 전력망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Vmpp, Impp 다. 문제는 이것이 매일, 매시간, 심지어 같은 회사의 같은 모듈에 있는 같은 셀에서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인버터를 통해 전력망으로 보낼 수 있지만, 이러한 전기적 특성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반도체 제조 공정 면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메모리반도체 팹이 온전히 태양광발전단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팹에는 송전되는 전력의 퀄리티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끊임없이 보정해주는 주파수 변환, 전압 변환, 전류 밀도 변환 장치 등이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도 피크 시간대 정도에나 작동하는 것을 감안해서 말이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조금이나마 메꾸기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다. 말이 좋아서 ESS이지, 대부분은 리튬이온배터리팩들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리고 기능적으로는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LCM이나 LFP 대형 배터리 팩과 다를 바가 없다. 원리는 피크 타임 때 초과 생산되는 전력을 상당 부분 저장해 뒀다가 피크 타임 지나면 배터리에 충전된 전력을 다시 송전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양수발전 개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도 ESS가 커버할 수 있는 것은 24시간이 아니다. 대략 피크 타임 전후 2-3시간 정도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초에 뉴욕타임즈에 보도된 캘리포니아의 전력 수급 상황 도표를 살펴 보자. (두번째 그림 참조) 2024년 4월 기준, 캘리포니아의 전력 수급의 상당수는 태양광이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발전 시작 전, 그리고 종료 후의 몇 시간 정도는 배터리, 즉, ESS가 보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보강도 구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도 확인된다. 왜냐하면 ESS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없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겠지만, ESS만으로 모든 간헐성을 커버하기는 힘들다. 공급-수요 밸런싱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퀄리티 간헐성은 확실히 해결하지 못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은 많이 되면 될 수록 좋지만, 단순히 태양광발전단지의 건설 비용만 비용으로 책정할 것이 아니라, 사실 ESS의 비례 설치, 그리고 ESS의 감가상각, 간헐성에 대비할 수 있는 변환 장치와 그것의 감가 상각, 그리고 송전 용량을 감당할 수 있는 송전망, 즉, 그리드의 업그레이드, 그리고 애초에 이러한 송전량 변동에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등으로의 업그레이드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나는 비용 문제로 인해 원전 혹은 신재생에너지 어느 한 쪽으로 더 무게중심이 확실히 기울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알아 보았듯, 각 비탄소 발전원은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그리고 어느 한쪽만으로는 2040년대 중반의 반도체 발 엄청난 산업용 전기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원전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태양광은 기본적인 간헐성은 물론, 실제 설치와 운용 비용의 눈덩이화, 그리드 업그레이드의 부담이 너무 크다. 결국 한국이 2040년대 중반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라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우선 원전과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믹스 계획을 아주아주 주의깊게 구축하고 설계해야 한다. 타임라인은 동시에 돌아가야 하는데, 불운하게도 무엇인가는 선행적으로 먼저 만들어지고 테스트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 조차도 현재는 불확실한데, 어쨌든 그나마 확실한 것은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이고 덜 폐기물을 배출하는 원전 설계는 지금 당장 설계 변경이 들어가서 시간을 절약해야 하고, 더 오래가고, 더 효율적이고, 더 감가상각 덜 되고, 덜 송전 시설 부담을 주는 태양광 발전단지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선제적으로 따질 것 중 하나는 애초에 한국의 현재 송전 설비와 그리드가 2040년대 중반 기준으로는 절대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그리드부터도 갈아 엎을 준비를 해야 한다.
자. 그래서 어쨌든 전력 문제를 모든 고생을 감내하며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 2030년대 초중반부터 개시될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의 타임라인을 간신히 따라잡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규모의 경제를 지킬 정도의 대항마 신호탄을 미국을 비롯한 우리의 우방 선진국들, 혹은 지역 강대국들에게 보낸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지만 모두가 알듯, 전력 확보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끝난다. 산업 용수는 어찌할 것인가? 한반도의 남반부에 비교적 큰 하천이 4개 정도 있지만, 이들은 하상계수가 비교적 크고, 수량이 아주 풍부한 것도 아니다. 한국은 예전만큼 댐을 많이 짓지 않고 있고, 한국은 절대 물풍족 국가도 아니다. 지하수가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지역의 식수원을 산업 좀 키우겠다고 합의없이 마구 끌어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 남부를 생각한다면 금강이나 남한강이 가장 가깝겠지만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금강이나 충주호는 특히나 충남-대전-세종권의 식수원이라서 건드리기 어렵다. 남한강은 경기 남부 전체는 물론, 원주 등의 강원권 식수원이라 건드리기 어렵다. 북한강으로 조금 더 올라가서 화천댐 등에서 끌어오는 방법도 있으나, 그렇지 않아도 첨단산업 유치에서 계속 소외되는 강원도는 이에 대해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수원지의 개발과 더불어, 결국 안정적인 산업 용수의 확보 일부는 해수담수화라는 옵션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예전 같으면 별로 유망한 옵션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고려 대상으로 잘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해수담수화를 추진한다면 이제 신재생에너지 전력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해안 지역에서의 담수화 플랜트 확장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담수화 플랜트만으로 그 많은 용수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기에서 계산했듯, 물도 계산해 보자. 메모리 팹 기준으로, 단위 웨이퍼 면적 당 (cm^2) 물은 대략 20-30 L 정도 필요하다. 따라서 12인치 웨이퍼는 14,000-21,000 L 필요하다. 하루에 1천장 생산하면 1천 4백만-2천 1백만 리터가 필요하다. 성인이 하루에 대략 2L 정도 물이 필요한데, 따라서 하루 1천 장 12인치 웨이퍼 메모리 반도체 생산하는 팹은 성인 700만-1000만 명이 마실만한 물을 필요로 한다. 이런 팹이 앞서 언급했듯 10개, 20개 더 생기면 최소 7천만 명에서 2억명 분의 식수를 소모하게 되는 셈이다. 정말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량이다. 물론 순수한 식수를 반도체 팹이 그냥 쓴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물을 수돗물 틀듯 계속 공급받는다는 뜻도 아니다. 사용된 물의 70%는 회수할 수도 있고, 30%의 폐수도 재처리하면 10% 이상 더 확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은 다 전력을 필요로 한다. 현실적으로 앞서 언급한 단위 면적 웨이퍼 당 전력 소모에 대해, 이러한 용수 회수, 처리 까지 고려하면 대략 5-10% 정도의 추가 소요가 더 고려되어야 한다.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어쨌든 전력과 더불어, 용수 문제도 지역과 중앙 정부, 혹은 지자체 끼리의 신사 협정으로 어찌어찌 합의되고, 일부는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신설과 지하수 자원의 개발 등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가 또 있다. 그것은 인력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의 절망적인 인구 절벽 구조 상, 2040년대 중반 정도가 되면 현재 규모 수준의 반도체 팹 전체를 기준으로도 10만 명 넘는 인력 부족이 생긴다. 여기에 더해 메가팹까지 신설되면 그 부족분은 2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 물론 그 시점이 되면 반도체 팹의 상당수는 자동화되었을 것이고, 또 필요하다면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곳곳에 배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행 연구개발할 인력이 2-3만 명 수준은 연간 유지해야 하고, 팹을 운영하고 트러블슈팅을 담당할 전문 인력도 연간 3-5만 명은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자동화와 로봇으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은 그리 쉽게 확장되지는 못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반도체 제조 공정의 상당수가 경험 지식이나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레시피나 매뉴얼로만 커버될 수 있는 영역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마저도 시스템의 일부로 발전시킬 수는 있겠으나, 요는 대체 불가능한 전문 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사실 한국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자동화나 로봇, AI를 활용한 기술적 솔루션 보강과 개발은 당연히 계속 강화해야 하겠지만, 인력 확보는 그렇지 못하다. 인구는 줄고 있고 대학에서 배출할 수 있는 반도체 전문 인력 규모도 점점 줄 것이다. 물론 이는 한국인으로만 인력을 한정할 때의 이야기다. 결국 인력 부족 문제의 상당수는 전문 인력이 될 수 있는 다른 국가의 젊은 인력 확보라는 옵션이 고려되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는 미국이 계속 잘 사용하고 있는 전략이다. 한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베트남이나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동남 혹은 남아시아 지역에 현지 분교를 설립하고 학부 1-2학년까지 교육 시킨 후, 3-4학년 혹은 석사 연계 과정으로의 진학은 한국에서 하게 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학사 혹은 전문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이들에게는 법무부가 한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워킹 퍼밋을 주고, 퍼밋을 받은 인력 중, 자격 요건 (예를 들어 한국어 능력 시험, 직무 평가 점수, 추천장, 대학 졸업 학점, 국제 저널 논문이나 특허 출원 등의 실적 등)이 일정 이상 되는 외국인 인력에게는 그린 카드를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충분히 성공적인 정책으로 지난 한 세기 가까이 우리는 관찰해 왔기 때문에, 그 정책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개선하여 활용하는 옵션을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다. 관건은 이렇게 분교를 설치하여 일종의 커리어 에스컬레이팅을 제공하려는 상황에서는 한국 정부가 분교가 설치될 해당 국가와 여러 요소에서 단단한 합의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 나라에 반도체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산업 단지 조성을 한국이 도와주거나 차관을 주거나 하는 방식 등이 그럴 것이다.
어쨌든 엄청나게 고생하고 고난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전력, 용수,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조정도 끝냈고, 나라의 자원을 집중 시켜 경기 남부권에 거대한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들었다고 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준비 혹은 초기에 작동을 잘 하기 시작했다고, 너그러이 가정해 보자. 그러면 한국은 이제 지금보다 훨씬 더,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나? 중국을 견제할 유일한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나? 미국에게 있어 일본보다 더 최중요 상대로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려 하는 국가가 될 수 있나? 아쉽게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앞서 전력, 용수, 인력 다 준비되었다고 가정하고 있던 것 아니었나? 그렇다. 그러한 어려운 난제들이 어찌어찌 해결되었다고 하는 가정도 일단 쉬운 가정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말 해결이 되는 방향으로 미래가 보이게 된다면 그 시점의 한국에게는 축하할 일이다. 그렇지만 또 생각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그렇게 만든 거대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한국'의 클러스터로만 남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경기 남부에 형성되었으니, 당연히 한국의 자산은 맞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클러스터에 한국 기업들로만 가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이 클러스터는 처음 시작부터 international business cluster임을 뚜렷하게 표방해야 한다. 이는 필요하다면 이 지역 전체를 경제자유구역 (FEZ), 심지어 정말 필요하다면 '차터시티 (charter city)'로까지 설정하는 각오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클러스터를 단순히 외자 유치에 목마른 일부 후진국처럼 외국인 투자유치의 최전선으로 꾸미자는 뜻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클러스터를 자꾸 강조하는 까닭은 반도체 산업의 본연의 분업화 구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도 그렇고, 아마 앞으로도 반도체 제조 장비 측면에서 세계 최고 국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산 장비 업체들이 계속 성장은 하겠지만, 충분히 압도적인 회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이 만드는 대항마 격 메가 클러스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 회사들이 아시아 헤드쿼터를 둘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투자 가치, 그리고 성장의 동력을 공유하고자 하는 유인책이 제시될 필요는 있다. 이는 단순히 유지보수를 위한 필수 인력 배치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장비 공동 개발을 위한 R&D 센터나 아예 장비 제작 공장의 신설까지도 유치해야 하는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조만 주로 강조하고 있지만, 제조 생태계가 충분히 국제화되고, 투자 자유도가 높고, 근로 환경이 안전하며 편리하다면, 자연스럽게 팹리스 회사들도 경기 남부 인근의 여러 도시로 입주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리적인 이점을 살리기 위함을 넘어, 앞으로의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에서는 팹리스와 팹의 긴밀한 연계가 시간을 다투는 경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이제 그렇게 바람직한 모습으로 경기 남부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조성 요건, 지속 가능성, 국제화 수준으로의 향상 등의 난제 of 난제가 해결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렇게 되면 이제 한국은 정말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첨단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 유일한 중국의 대항마이자, 다른 민주주의 선진국 혹은 지역 강국들의 가장 믿을만한 파트너로서의 포지션을 21세기 내내 지킬 수 있나?
실망스럽겠지만 당연히 아니올시다다. 2040년대 중반에도 반도체는 매우 중요한 산업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산업이 그렇듯, 반도체 산업도 계속 변한다. 2040년대 중반의 반도체 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반도체 산업을 그대로 외삽한 것과는 다소 다를 것이다. 2030년대에 5 옹스트롬 돌파!, 2040년대에 1 옹스트롬 돌파! 뭐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이는 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결국 명확한 물리적 한계, 기술적 한계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테크 자이언트들은 여러 번의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거나 외려 그에 잡아 먹힐 것이고, 따라서 지금의 강자 중 상당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상태일 것이다. 2022년에 나온 한국의 권 모씨가 지은 '반도체삼국지'라는 희대의 문제작이자 명저에서 한국이 이웃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락을 측은하게 논했던 그대로, 2040년대가 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일본의 역사를 따라갔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한국이 1970년대 이래로 지금까지 반세기 가까이 발전의 공식처럼 따라 왔던 논리를 계속 앞으로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연장하는 것은 아마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태생부터 실패작이라는 의미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럴 요량이면 뭣하려 앞에서 왜 그렇게 처절하게 분석에 분석을 거듭하며 긴 글을 쓰고 앉아 있겠는가? 메가 클러스터는 이왕 하기로 한 것이라면 정말 혼신의 노력으로, 국가가 휘청거릴 정도로 자원 집중해서 제대로 해야 한다. 이는 아마 경부고속도로, 인천공항, KTX 프로젝트보다 더 크고 더 중요하고 더 비싸고 더 부담스러운 국가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과거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난제들은 어찌 보면 그저 현상유지라도 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필수 과제들일 뿐이다. 진짜 잘 해야 하는 것은 차세대 기술의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차세대지, 모든 반도체 산업 전문가와 연구자들은 한 세대는 커녕, 10년 후에 과연 어떤 소자가 차세대 반도체 칩의 주역이 될지 장담하지 못 한다. 물론 지금 개발하고 있거나 조금씩 시장에 데뷔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이나 기술들 중에서 그것이 나올 가능성은 높다. 그런데 아예 새로운 개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기존의 반도체 강국이나 테크 자이언트에서만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원래 그런 특성이 파괴적 혁신이라 불리는 기술의 맹아들이 갖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반도체로 이어지는 몇 가지 중요한 징검다리는 분명히 있다. 앞서 언급한 명확한 물리적, 기술적 한계, 그중에서도 scaling 의 한계에 해당하는 리소그래피 같은 패터닝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혹은 우회할 기술이 그 첫번째고, 실리콘으로 감당이 안 되는 영역을 감당할 비실리콘 계열 신소재가 그 두번째고, 전자를 정보처리 매체로 이용하는 것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우회할 비전자 매개체 기술이 그 세번째고, 아예 양자 레벨에서 본격적으로 프로세서를 만드는 양자컴퓨터가 그 네번째 정도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후보 기술들 혹은 징검다리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 네 개는 어떤 경로로 파괴적 혁신이 이어지게 되더라도 반드시 밟고 지나가야 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한국이 국력을 집중하여 2040년대 중반에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그 다음 반세기 동안의 먹고살거리로 만들고 싶다면, 이 클러스터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의 메카가 되도록 정말 exceptional 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테크 자이언트들의 R&D 센터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IMEC 같은 플랫폼, TSRI 같은 특정 기술 플랫폼도 유치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가속기 같은 반도체 연관 기초 과학 시설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갖는 TEM이나 X-ray 시설, 소재 공급 단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반 반도체 소재, 공정 연구 센터 혹은 그에 필요한 서버 등이 갖춰져야 한다. 그것을 운용할 인력들도 충원되어야 하고, 그냥 그 자체로 attractor 가 될 수 있도록 자체적인 도시 성격까지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그럴 정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그냥 경기북도를 '평누도'라고 과감하게 부르겠다고 외치는 것처럼, 경기남도를 '반도'...아 이게 아니고.... '반도체도'라고 할 정도로 아주 과감한 무언가를 실행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것은 반농반진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실무에 있는 분들은 말은 쉽다고 한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굉장한 에너지를 쏟아야만 하는 일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군가 중요한 사람에게나 유명한 사람에게나 한국을 대변해야 할 때나 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사람을 만날 때나 나는 이 글에 썼던 이야기의 일부를 조금씩 모아서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고, 아이디어를 교환했고, 또 어떤 것은 반영이 되거나 될 예정인 것도 있다. 나는 이 업계를 대변하는 사람도 아니고, 모든 산업에 통달한 사람도 아니며, 어떤 구루도 아니고, 일개 보잘것없는 평범한 공대 교수일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더 솔직하고 더 전략적인 마인드에서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럴 역량도 별로 없지만, 나보다 훨씬 식견이 높으신 분들이 별로 나서지 않아서 그냥 먼저 판을 깔아드리는 것 뿐이다. 정말 선수들이 나오면 나는 다시 조용히 연구실로 돌아가서 계산이나 하고, 논문이나 쓰면서, 나보다 똘똘한 후학들 기르는 것에 만족하며 살 것이다.
더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세상은 내가 글을 쓰는 속도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있으니, 글은 이제 아끼고 다시 관찰을 더 하며 더 많은 속깊은 데이터를 들여다 봐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권석준 교수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