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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ㄱㅇㅌ) 스틸리코와 일리리쿰 문제

ㅇㅇ(125.186) 2022.07.04 20:39:21
조회 1974 추천 41 댓글 14
														

전에 토갤 글 몇개 보고 내가 아는 거랑은 좀 달라서 씀 ㅇㅇ



스틸리코의 일대기를 다룰 때 유념해야 하는 것은, 스틸리코의 인생 대강 말고 상세한 썰들은 대부분 시인 클라우디아누스가 적은 장편 연대시들에 의존한단 거임. 스틸리코 사장님한테 봉급 타먹는 클라우디아누스는 절대 중립적인 소스가 아니고 되게 노골적으로 스틸리코를 찬양함



근데 그 클라우디아누스조차도 주장하지 않는 게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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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무위키 알라리크 항목)



이 주장과는 다르게,




[흔들리는 마음은 불확실한 안건을 고뇌하네: 진격을 계속할까? 아니면 대담한 출진을 포기할까?


일리리쿰의 몰락을 막고자 하는 심정은 절실하지만; 명령을 어기기란 두렵다네.


충심이 용맹의 부추김을 자제시키네: 공익은 한쪽 길을 가리키고, 황제의 분노에 대한 공포는 반대쪽을 가리키네.]


dubios anceps sententia volvit eventus: peragat pugnas an fortia coepta deserat? 

Illyricis ardet succurrere damnis; praeceptis obstare timet.

reverentia frangit virtutis stimulos: hinc publica commoda suadent, hinc metus invidiae.



- 클라우디아누스, 루피누스 규탄문(In Rufinum)


  > 일리리쿰에 스틸리코가 개입하는 건 (비록 공익을 위하는 정의로운 영웅의 길이나) '명령을 어기는' 월권행위




[나는 그대를 이탈리아에서 내보내려는 게 아니니; 그대는 양쪽 모두의 수호자가 되기 충분하리.


모두가 그대의 명성 찬란한 병장기의 보호를 누리길;


같은 방패가 우리를 지키고, 한 영웅이 두 세상의 구원을 이뤄내기를.]


nec te subtrahimus Latio; defensor utrique sufficis. 

armorum liceat splendore tuorum in commune frui; 

clipeus nos protegat idem unaque pro gemino desudet cardine virtus.


- 클라우디아누스, 에우트로피우스 규탄문(In Eutropium)


  > 정당한 서방제국 땅이어서 개입한다 (X) 동방제국 섭정도 스틸리코님이 맡기를 사람들이 바라기에 개입한다 (O)




일리리쿰은 서방제국 땅 가지고 동방제국이 생색낸 게 '아니었음'



일리리쿰이라고 하면 발칸 쪽을 두루뭉실하게 일컫는 말로 쓰여서 시대별로 뜻이 다른데, 여기에선 praefectura praetorio per Illyricum, 일리리쿰 도관구(道管区)를 가리키는 말인데, 알라리크가 동방제국 정부로부터 "Magister Militum (per Illyricum?)"에 임명되기 전부터 여기 도장관은 콘스탄티노플에서 임명되고 있었음



다시 말해서, 일리리쿰 도관구는 테오도시우스 대제가 395년에 급사한 이래로 쭈욱 동방제국이 통제하고 있었음. 테오도시우스의 394년 제국 행정분할안에 대한 해석 의견이 갈렸기에 서방제국도 일리리쿰 도관구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399년 시점에서 이미 5년 동안 쭈욱 이 도관구를 실질통치하는건 아르카디우스의 동방제국 정부였다 이말임



그리고 스틸리코가 서방제국 섭정뿐만 아니라 동방제국 섭정도 겸하도록 테오도시우스 대제가 임명했단 건 그냥 지가 지입으로 (정확히는 아바타 클라우디아누스를 통해서) 주장한 거임 ㅇㅇ;



(사실 알라리크는 Magister Militum per Illyricum, 일리리쿰 관구사령관에 임명된 기록이 없음. 유일한 출처 클라우디아누스는 In Eutropium에선 알라리크가 "praesidet Illyrico"로 임명되었다고 하고, De Bello Getico에선 "dux"로 임명되었다고 주장하는 거를, 적당히 군사령관 직위에 임명되었다고 추론할 뿐임)



특히 클라우디아누스 및 친스틸리코파 주장대로라면 "알라리크가 일리리쿰을 장악해서 마구 수탈하고, 무능한 아르카디우스가 다스리는 동방 백성들은 우리를 고트족으로부터 구해달라고 서방제국한테 읍소했을" 397-399년 시기에 일리리쿰 도장관은 아나톨리우스라는 인물인데, 알라리크의 꼭두각시가 아닌 동방제국 정부에서 임명한 인물임. 아나톨리우스가 시행한 행정령 중엔 국영 창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도 있던 등, 일리리쿰의 민간 행정은 그냥 동방제국 산하에서 잘 돌아가고 있었음



알라리크가 이러한 민간에서 보급받는 건 일리리쿰 관구에 주둔하도록 임명된 로마군 지휘관으로서 그냥 정당한 권리행사였고. '약탈'이라고 당대 사서에선 자주 표현하고, 실제로도 거칠게 '징발'하는 경우가 많았을 거임. 근데 '약탈'에 대한 기록은 일리리쿰에 진주한 스틸리코군이 자행한 것도 남아있음 ㅇㅇ;



그렇지만 스틸리코는 서방군 총사령관이 동방제국 영토에서 왜 설치노? 란 핵심 질문은 얼버무리고 암튼 알라리크 토벌하러 왔다고 우기면서 일단 침공하고 봄



중립적이지 않은 클라우디아누스의 사견은 치우고 사건들만 담백하게 보자면, 알라리크도 일단은 로마군 장군이란 말임. 그러면 397년의 스틸리코-알라리크 전쟁은 동방제국이 외번으로 내세운 알라리크랑 서방군 총사령관 스틸리코가 전쟁하는 동서 내전 양상으로 보이고, 실제로 그렇게 해석하는 역사책들 많음



그러면 일리리쿰 문제에서 스틸리코는 선의로 동방제국을 '구원'해주려고만 했는데 루피누스니 에우트로피우스니 잡것들은 즈그들 약탈하던 알라리크 무찔러준 은혜도 모르고 대든다 이런 프레임은 뭘까?



뭐긴 뭐겠음



스틸리코 본인이 주도해서 퍼트린 선동날조지...



395년, 397년의 노골적인 월경작전 이후, 399년 말엽, 클라우디아누스는 스틸리코가 사실은 서방섭정만이 아니라 동방섭정도 겸하라고 테오도시우스가 유언했다더라~ 거려 보기도 하고, 은근슬쩍 스틸리코만이 내분에 휩싸인 동방을 구원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흘리지만 아르카디우스의 정부한테 단박에 거절당함



(여기서 주목할 건 스틸리코가 일리리쿰을 영유할 권리를 주장한 근거가 '여긴 서방제국의 적법한 땅!' 이 아니라 '난 동방제국 섭정도 겸직해야 함!' 이었단 거)



하지만 스틸리코의 일리리쿰 장악시도는 399년 에우트로피우스가 실권하고 정적 아우렐리아누스가 집권, 프라비타랑 가이나스 등이 동방군을 장악하며 생긴 일대 혼란을 틈타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405년엔 아예 스틸리코랑 알라리크랑 손을 잡아 버리며 스틸리코가 일리리쿰 도장관을 임명해 버림



일리리쿰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음



비록 몸젠이 주장한 바 있는 일리리쿰 인력 (징병자원) 수급론은 3세기면 모를까 당시엔 일리리쿰 지역이 심각한 인구부족을 겪는 기록들이 있어서 가능성이 낮아보인다는 게 현대 해석이지만, 이 지역은 당시까지도 Comes Metallorum per Illyricum이 따로 임명되어 금광을 관리할 정도로 금맥이 풍부한 금싸라기 땅이었고, 기존에 군사지역이었으니만큼 조병창(fabricae) 등의 인프라도 다수 지어져 있었음. 그리고 알라리크 산하 '고트족' - 사실상 어떻게 보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로마군 부대도 확보할 기회였고



스틸리코가 '남들 다하는' 찬탈시도 안하고 (후기에 갈수록 안하고 제국군 총사령관 앉아서 권신짓하는 경향이 늘어나긴 함) 억하고 죽어줬다 충심도르로 빨리긴 하고, 자신이 섭정으로 다스린 서방제국에 대해선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행보를 보인 '나라의 충신'은 맞는데, 동서 내전에 대해선 책임이 없는 놈이 절대로 아님



이거 뭐 최근에 몇놈만 주장한 힙스터설 그런거도 아니고 그냥 씹고전임 ㅇㅇ;



Thomas Burns, Barbarians within the Gates of Rome


Alan Cameron, Claudian: Poetry and Propaganda at the Court of Honorius


Alan Cameron, Barbarians and Politics at the Court of Arcad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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