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용: 한스 율러의 배에 올라탄 일행. 하지만 그날 밤 스케이븐 잠수함의 습격으로 일행은 붙잡히게 된다. 그리고 고&펠은 스케이븐 그레이시어 탄퀄 앞으로 끌려간다

늙은 스케이븐은 가래 끓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시 한번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고트렉과 펠릭스를 의기양양하게 바라봤다.

'나의 적수들이여,' 스케이븐이 속삭였다.

'마침내 너희를 내 발톱에 붙잡았다. 마침내 너희들은 나에게 안겨준 수많은 수치들에 대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스케이븐이 으르렁거렸다.

'너희들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래-그래. 하지만 느리게, 느리게 말이지. 먼저 너희들은 지난 긴 세월 동안 내가 겪어야 했던 잔혹한 음모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미치광이 쥐인간의 눈동자는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모든 패배, 상처. 모든 후퇴. 피멍. 모든 비극과 뼈 골절까지' 스케이븐이 다가왔다. 놈의 꼬리와 연약한 몸은 잔뜩 흥분하여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어느새 속삭임마다 펠릭스가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너흰 자비를 구걸-구걸 할 것이다, 나의 적수들이여. 하지만 너희의 구걸은 아무런 소용이 없을지니'

'하지만...' 펠릭스는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말했다.

'하지만, 넌 누군데?'

늙은 스케이븐이 얼어붙었다. 놈은 눈을 깜빡이며 뒷걸음쳤다.

'내...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펠릭스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트렉을 바라봤다.

슬레이어는 어깨를 으쓱했다.

'스케이븐 꼬라지가 전부 똑같지 뭐'

펠릭스는 시선을 다시 스케이븐에게 돌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쥐인간은 눈알을 빙글빙글 돌리며 휘청거렸고, 꼬리없는 종과 부딪히고 말았다. 종은 꽤액 소리를 질렀고  늙은 스케이븐은 몸을 돌려 지팡이로 종을 후려치고 욕설을 퍼부었다. 종은 뒷편으로 몸을 웅크렸고, 방에서 헐레벌떡 뛰쳐나갔다. 그사이 늙은 스케이븐은 종을 향해 괴성을 질러댔다. 랫오거는 불안한 듯 고개를 숙였고 거대한 발로 갑판을 두들겼다.

스케이븐은 다시 포로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스케이븐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해골 형상의 머리통에 얼마 남지 않은 털을 잡아 뜯고 있었다.

'미쳤군! 미쳤어! 네놈들이 날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너희들이 나의 실패-몰락을 초래한 것도 우연에 불과했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네놈들이 눌른 굴에서 나의 계획을 망가뜨리지 않았더냐, 오 그때가 몇 년 전이었더라? 나의 역병 사제들을 죽이고-살해하고, 나의 거터러너와 엔지니어들을 불태우고-박살내고, 심지어 몰더가 내게 준 첫 선물까지 죽이지 않았더냐?' 스케이븐은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

'무리 여왕의 굴에서 내가 너희들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가까-가까웠건만, 빌어먹을 인간-마법사 놈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의 고통을 겪을 새도 없이 죽을 뻔 했단 말이다!'

펠릭스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침을 꿀꺽 삼키며 기억을 되살렸다. 이게 그 스케이븐이라고? 20년 전 여선제후 에마뉴엘의 무도회에서 그들을 공격한 그 쥐인간 마법사라고? 드렉슬러 박사의 활약으로 그들을 죽이는 데 실패한 그 쥐인간? 말도 안된다! 스케이븐은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 그때에도 스케이븐은 늙은 편이었다. 지금은 몇 살인거지? 도대체 뭐가 놈을 지탱하고 있는거지?

펠릭스는 고트렉을 슬쩍 바라봤다. 슬레이어는 새로운 경멸을 담아 스케이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잡한 밧줄 안에서 더욱 몸부림쳤다.

스케이븐은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놈은 계속해서 말을 지껄이며 그들 앞뒤로 서성였다. 스케이븐의 사지와 꼬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놈은 완전히 기억에 본인 기억에 빠져 있었다.

'날 북쪽까지 따라와 땅파개(earth digger)들을 잡으려던 나의 모든 시도들을 망치지 않았더냐? 황무지로 날아갔을 때 나의 하인-노예를 뒤틀-타락시켜서 나에게 반기를 들게 만들지 않았더냐? 나의 마법이 기계(말라카이 마카이슨의 비행선)를 붙잡았을 때 나에게서 기계를 빼앗가지 않았떠냐?' 스케이븐는 손을 이마에 갖다댔다.

'말도 안돼! 너희들이 날 모른다니 말도 안된다고! 이 모든 것이 우연에 불과했다는 건 말도 안돼! 내 인생!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