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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번역) 루터 후스 - <챕터 14>

차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2.15 22: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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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무엇입니까?’ 그가 물었다.






‘신앙이 무엇인지는 알지 않느냐.’ 타이스가 대답했다.






‘무엇을 읽는지는 압니다.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도 압니다. 


허나 의로움도 아는 겁니까? 


무엇이 자신의 영혼이 순결하다고 알게 합니까?’







타이스는 병상에서 후스를 올려다보았다. 


지난 몇 주 동안 이보다도 지쳤던 적이 없었다. 


경련하는 통증 때문에 몇 시간씩이나 몸이 아팠다.


혀에서는 피 맛이 났으며, 손은 들어 올리려 할 때마다 덜덜 떨렸다.





설상가상으로, 옆에 후스가 있어서 더 지치는 것 같았다. 


복사는 또래 젊은이들이 즐길 만한 것들을 전혀 즐기지 않았다. 


여자나 맥주, 음식 같은 것에 관심이 전혀 없는 듯 했다. 


물론 모범이 될 만한 미덕이었으나, 진을 빼놓는 건 빼놓는 거였다. 


젊은이의 갈색 눈은 너무나도 굳세고 강렬한 시선을 뿜어냈기에, 옆에 잠깐만 있어도 힘이 빠졌다. 





‘내 무슨 대답을 하길 바라느냐?’ 타이스는 추위를 피하려 모피 숄을 목에 가까이 끌어올리며 물었다. 



‘네가 하는 일은 모두 의로운 일이란다. 


기도, 금식, 훈련. 


얘야, 그 정도면 충분하다.’





후스는 납득하지 못한 듯 했다. 


모닥불 때문에 붉게 보이는, 그의 진중한 얼굴이 타이스를 돌아보았다. 


실망스럽다는 듯 찌푸린 이마 위에는 주름이 잡혀 있었다.



‘가끔, 의심이 들긴 합니다.’ 그가 말했다.







‘당연히 그러겠지.’ 타이스가 대답했다. 


‘우리 모두는 의심을 한단다.’






‘스승님은 아니잖습니까.’






타이스는 깜짝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오, 나도 의심이 들곤 한단다. 


주변을 돌아보렴. 


네가 오기 전엔 이 성당은 몰락하고 있었고, 나는 몇 년 동안이나 구원을 기도하고는 했단다. 


내가 이 잊혀진 언덕에서 주정뱅이들과 도둑놈들 사이에서 삶을 마무리짓고 싶었겠느냐? 


지그마께서 나를 버리신 건 아닌지 고민하던 때도 있었단다. 


나도 유혹에 넘어갔었지 – 모든 것을 부정하고픈 유혹에 말이다.’







후스의 눈이 약간 휘둥그레 커졌다.






‘놀랐느냐?’ 타이스가 말했다. 



‘그러지 말려무나. 


넌 기준점이 너무 높아서 탈이구나.


성자들의 일생을 읽고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은 건 알겠지만, 너도 나처럼 살과 피로 이루어진 인간이란다. 


실패도 하고, 의심도 하게 될 거다. 


우리 중 누구도 다르지 않아.’






후스는 고개를 저었다.


‘전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할 거란다.’






‘아닙니다.’ 후스는 불만스러운지 건장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그마의 힘은 끝이 없습니다. 


그분께서는 저희에게 힘을 주시죠. 


우리가 순결해지면 순결해질수록,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될 겁니다. 


불결함을 완전히 털어 버린다면 저희의 힘은 무한해질 겁니다.’








타이스가 눈을 찌푸렸다. 


후스의 어조 때문인지 무언가 불편했다. 



‘사제들의 힘은 수수께끼란다, 루터. 


심지어 대계보학자 성하께서도 지그마의 축복이 어찌 내려오는지 모르시니, 그 비밀을 안다고 생각하지 말려무나.’








‘저는 압니다.’ 후스는 다시 반항하듯 말했다.



‘제 몸에 흐르는 힘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묘사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함께, 제 눈 뒤에서 타오르는 불길도요. 


동기들에게 숨기려고 성당을 떠나 자연에 숨어 있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자식들은 수십 번 죽어 마땅하고 또 그럴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타이스가 힘없이 킬킬거렸다.


‘성당 재정 상황을 보면, 그러지 않아 줘서 고맙구나.’








후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타이스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년은 아직도 그를 아이가 아비 보듯 무조건적인 존경을 담아 우러러보았고, 그러한 존경은 쉽게 상처가 나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널 질투하는 거란다.’ 타이스가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너에게서 사제의 귀감이 보이니, 너를 미워하는 거지. 


그 아이들은 이젠 대성전에는 얼씬도 하지 않더구나 – 물론, 아무것도 못 훔쳐가게 온다 한들 내가 막을 거지만. 


하지만 너는...’






타이스는 따뜻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참을 수 없는 독실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다른 특별한 것도 품고 있었다. 


그는 사 년 동안 아주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 어른의 출발점에 서 있는 후스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성당 공동체의 사람들을 압도했다. 


가끔 타이스는 후스의 확신이 부러웠다. 


그는 더 이상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 너무 많은 실망과 손실을 보았기에 – 젊은 복사는 존재만으로, 늙은 자신이 처음 교단에 들어온 이유를 상기시켰다.


그토록 오랫동안 배우고, 꿈꾸고, 노력해온 이유를.








‘자신의 영혼이 순결한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물었었지.’ 타이스는 침대 머리맡의 곰팡내 나는 베게 위로 머리를 뉘이며 말했다. 



‘어느 책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사실을 말해주마 : 알 수 없을 게다. 


또한 나도 너를 도울 수 없단다 – 오직 너만이 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 알 테니 말이다. 


오직 너만이 제대 앞에서 하는 기도가 진심인지, 아니면 대충 읊기만 할 뿐 속으로는 옆동네 계곡의 소젖 짜는 처녀 생각에 빠졌는지 알겠지.’









타이스는 기침을 했다. 


후스는 미소짓지 않고 굳은 얼굴로 여전히 어둠 속에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난 그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곤 했단다. 


우리 주 지그마께서 필멸의 추종자들을 위해 약간의 도움을 주실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북부의 이교도들이 믿는 더러운 신들처럼, 세상에 그분 스스로를 좀 더 강하게 드러내실 수는 없겠느냐고.’







타이스는 마른 입술 사이로 애잔한 미소를 띄며 말을 이었다.



‘허나 나는 깨달았단다. 


그분께서는 그러지 못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시는 것이지. 


왜냐하면 네가 지금 두려워하는 것을 앗아가실 줄 아시는 게야 : 의심을 말이다. 


파멸의 권세는 인간이 왜 그들을 숭배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단다. 


하나의 영혼이 타락할 때마다 놈들은 점점 강해지니, 속이고, 강압하고, 함정에 빠뜨리는 게지. 


인류의 신앙은 다르단다. 


우린 지그마의 사랑에 속은 것이 아니야. 


우리의 신앙은 함정도 아니며, 그 누구도 거룩한 삶을 강요할 수는 없지. 


우리는 산을 오르려는 사람처럼, 진리를 바라보기 위해 의심과 싸워야만 한단다. 


의심과의 싸움이 없다면, 우리는 환영과 싸구려 마술을 보고 횡설수설하는 타락자들과 다를 게 없어지니까 말이다.









후스는 그 말에 얼굴을 찡그렸으나 입을 떼진 않았다.







‘기억하거라, 루터.’ 타이스가 말했다. 



‘네가 그 두려울 정도의 신앙과 함께 세상에 나갈 날이 올 거란다. 


다른 이들은 너보다 훨씬 의심이 많아. 


네가 굳건히 이겨낼 수 있는 일에 흔들릴 것이고, 견뎌낼 수 있는 일에 두려움에 사로잡힐 거란다. 


그 때문에 그들을 멸시하지는 말거라. 


그들은 그저 그렇게 만들어졌을 뿐이란다. 


네가 그들을 이끌도록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나약함은 제거되어야만 합니다.’ 후스가 말했다. 


‘나약함은 타락의 문을 여는 문고리죠.’







‘얘야, 나약함에 대해서는 뭘 아느냐? 


어쩔 도리 없을 정도로 거대한 무언가와 씨름해본 적 있느냐? 


매일매일, 바람이 울부짖고 싸늘한 밤이 찾아오면, 사내와 여인들은 싸울 수 없는 상대와 싸우고 있단다. 


네가 전혀 모르는 두려움을 그들은 잘 알고 있지.’







타이스는 바닥에 가래침을 탁, 뱉었다.


‘아마, 언젠가는 두려움을 찾게 될 거다.’ 그가 말했다. 



‘어쩌면 두려움이 너를 찾을지도. 


그래야만이 네 질문의 답을 알 수 있을 거란다. 


어떤 인간도 두려움을 알기 전엔 신앙을 모른단다 – 그날이 오기 전까진, 네 헌신도 내일 태양이 떠오른다는 믿음보다 못한 게야.’








후스는 타이스 저편의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타이스는 말이 너무 심했나 싶어 그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결국 심하지 않았노라고 생각을 굳혔다. 


세상은 가혹한 곳이었고, 후스가 빨리 깨달을수록 좋았으니까. 






‘언제 다시 나가실 겁니까?’ 여전히 불길을 바라보며 후스가 물었다.






타이스는 지저분한 가죽 이불 안으로 더 파고들며 한숨을 쉬었다. 


오한이 들었다. 


뼛속까지 추위가 스며든 것 같았고, 다시 황야로 나선다는 생각만으로도 지치기 충분했다.


‘나도 모르겠구나.’ 그가 답했다. ‘왜 묻느냐?’






후스는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언제나처럼 강렬한 표정이었다.


‘따라가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스승님은 제국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씀하셨었죠, 그들을 이끌어야 할 저의 의무를 말입니다. 시작할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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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스는 늙은 노새를 타고 흔들흔들 먼 길을 나섰다. 


반쯤 졸다가도 짐승이 비틀거리거나 바람이 망토를 젖힐 때마다 잠이 깨고는 했다. 






다시 혹독한 겨울이 내렸고, 봄은 멀게만 느껴졌다. 


쇠처럼 검고 단단하게 얼어붙은 대지 위로 거미줄 같은 서리가 내렸다. 


멈춘다는 것을 모르는 황야의 긴 풀들이 흔들거리며 속삭였다.





후스는 스승보다 앞서 걸었다. 


혼자 갔다면 훨씬 빨리 갔을 터이니, 애가 타는 듯 보였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타이스와는 달리, 후스는 오직 거친 복사 예복과 여행용 망토만을 두르고 있었다. 






밤이 되어 타이스가 잠에 빠져들 때면, 후스는 건장한 몸을 망토로 감싸고 한두시간씩 묵묵히 누워 별을 바라보곤 했다. 


아주 가끔씩은, 그의 스승을 바라보았다. 


깊이 잠들었다고 해도 타이스의 얼굴은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이따금 얼굴을 찌푸리며 낮고 중얼거리는 잠꼬대를 뱉었다. 


후스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실은, 듣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날이 밝으면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두 번째 노새는 육포와 작은 맥주병으로 가득한 짐을 날랐다. 


후스는 간간히 짐승을 돌아보면서, 꾸물거리거나 비틀거릴 때마다 긴 고삐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짐에는 식료품 말고도, 타이스의 서재에서 꺼내온 오래된 전쟁 망치도 껴 있었다. 


성당을 나선 첫날 동안은 망치는 계속 두툼한 방수포로 싸여 있었고, 둘 중 누구도 그것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짐말에 망치를 실었던 사람은 성당의 히르슈였는데, 그는 굴욕을 떠올리는 듯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두 번째 날 아침에야 타이스는 후스에게 그것을 꺼내게 시켰다.


‘이걸 전에도 써본 적 있을게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그랬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아마, 잘못 잡았겠지.’






‘물론입니다.’






‘이걸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한단다.’ 타이스가 말했다. 



‘사제의 무기지. 나는 이제 들 수 없으니, 네 것이라고 생각하려무나.’







후스는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 


그는 망치를 들고는 낡고 거칠어진 자루와 뭉툭한 망치머리를 바라보았다. 


히르슈와 카셀을 상대로 썼을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그런 다음, 그는 걷는 동안 망치를 휘두르며 한번에 몇 시간씩이나 훈련했다. 


타이스는 그에게 조언을 해주었고, 제대로 할 때까지 쯧쯧 혀를 찼다.





‘날붙이처럼 휘두르지 말거라.’ 노새에 걸터앉은 타이스가 후스를 지적했다. 



‘빨리 자세를 되찾지 못하면 – 균형을 잃게 된단다. 


휘두르기 전에 적이 어디에 있을지 미리 예측해두거라. 


예측 또 예측이다.’






특히 한 가지 조언은 반복적이었다.



‘몸 전체가 움직여야 한단다. 


모든 부분이 움직여야 해. 


아니, 쇠스랑처럼 잡지 말고 – 몸을 내밀렴. 


좋아, 이제 무게를 이용해서 돌아 보렴


뒤로 움직여! 


모든 부분이 움직여야 해. 


모든 부분이. 


틀리면 손목이 부러질 게다.’








매일 걷는 게 끝날 때면, 후스의 팔과 가슴은 팽팽히 아파왔다.


타이스가 망토로 몸을 감싼 채 웅얼거리며 잠든 동안, 그는 몸이 느리게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별을 바라보았다. 


허나 매일 밤마다 팔의 통증은 줄어들었다. 


매일 밤마다 이두근의 힘이 조금씩 강해지는게 느껴졌다. 


약간 시간이 더 지나자, 손에 쥔 무기의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을 맞으며 4일간의 여정을 마친 그들은 황야를 벗어나, 아니히 강의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마른 잡초들은 이제 지저분한 덤불과 단단한 회색 껍질의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 주었다. 


계곡 끝에서는 가느다란 연기 기둥이 피어올라 하얀 하늘로 뭉게뭉게 올라갔다.






타이스는 음울하게 연기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첫 번째란다.’ 






후스는 싸늘한 태양빛 아래 그의 시선을 쫓았다.


‘뭐라고 불립니까?’






흐넬이라는 마을로, 이 지역의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비참한 말똥 무더기지.’


그리고 타이스는 후스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네가 처음 성당에 왔을 때, 이 계곡도 지나온 것이 틀림없단다. 어쩌면 여기가... 네가-’






‘기억하지 못한다구요?’ 후스는 생기 없는 풍경을 유심히 훑어보며 계곡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아닙니다.’ 그가 마침내 입을 뗐다. ‘여긴 기억에 없습니다.’ 






‘지금도 말이냐?’





후스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지금도 말입니다.’







‘음.’ 타이스가 힘겹게 옅은 숨을 들이쉬고는 망토를 꼭 여맸다. 



‘언젠간 기억이 날 거다. 


두루 돌아다니다 보면 고향이 어딘지 알게 될 게야. 


세상은 그저 넓을 뿐이란다.’





후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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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넬은 타이스의 멸시에 꼭 들어맞았다.


더럽고 반쯤 부식된 집들이 강에 놓인 돌다리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 무너져가는 목재 방벽도. 


불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는 토탄색과 갈색이었고, 집들 사이로 난 길목은 짙은 진흙이 푹푹 빠졌다. 


중심부에는 거칠게 깎아낸 장대가 꽂힌 공터가 있었다. 


한때는 제국기가 걸려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이 앙상한 갈비뼈마냥 차가운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바람은 넓은 계곡의 경사를 타고 흘러 찬 기운을 사방에 뿌렸지만, 거름과 오물 그리고 시큼한 땀내를 몰아내지는 못했다. 


삐쩍 마른 가축들은 쓰레기 주변에 웅크리고 있었다. 


주민들도 별로 나은 편은 아니었는데; 그들은 마을로 노새를 몰아 들어오는 사제들을 낮고 경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내들은 쥐 같은 얼굴에 면도는 반만 하는 것 같았고, 쭈글쭈글한 손에는 굳은살이 한가득이었다. 


여인들은 풀이 죽은 듯한 눈빛에 머리에는 기름이 잘잘 흘렀으며, 때가 잔뜩 탄 옷을 걸치고 있었다. 








후스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마음 한켠으로는 이들은 그저 예외일 뿐, 제국의 나머지 지역엔 그가 책에서 읽은 대로 혈색 좋고 떠들썩한 농부들로 가득하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곧 그는 그런 생각을 접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북부 지방에만 해도 자포자기하고 빈곤에 빠져든 흐넬 같은 마을이 천 개는 있을 것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그마의 자녀들이다. 


그가 생각했다. 


이들은 지그마의 자녀들이다.







타이스는 눈 앞의 풍경에 동요하지 않는 듯 했다. 


아마 익숙한 것이리라. 


그는 공터로 노새를 몰아, 짐승의 등에서 엉거주춤 내렸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뼈만 남은 몸에 걸친 수단을 매만졌다. 


그의 옆에 선 후스는 덩치가 크고 어색해 보였다. 


마을 주민들은 오두막에서 그들의 앞으로 느릿느릿 걸어 나왔다. 


그들은 눈을 푹 내리깔고는, 애원하듯이 손을 모으고 있었다.







타이스는 사제의 짐을 풀었다: 주석 단지, 구릿빛 실로 짠 길고 낡아빠진 스톨, 가죽으로 된 교리 문답과 예식서. 


농부들이 노름을 하는 비스듬한 걸상 위로 짐을 옮기는 나이든 손가락이 벌벌 떨렸다. 







다른 이들보다는 혈색이 좋은 사내가 다가와 타이스에게 꾸벅 절했다. 


그는 누렇게 뜬 턱 위에 얇은 수염을 길렀으며, 오른뺨에는 너덜거리는 흉한 딱지가 있었다.


‘사제님.’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촌장.’ 타이스가 그에게 단지를 건네며 대답했다.






사내는 물을 채우러 서둘러 갔다. 


다른 주민들은 후스와 타이스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악취를 풍겼다.






‘그들이 보고 싶다고 했지 않느냐.’ 타이스가 바쁘게 예식 준비를 하며 조용히 말했다. 


‘그만 얼빠진 듯 바라보고 익숙해지려무나.’







이들은 지그마의 자녀들이다.







후스는 입을 굳게 다물고 몸을 쫙 폈다. 


오른손에 든 망치를 가져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가 너무 과시적이고, 멍청해 보일 정도로 강력해 보이게 만들었으니까. 


이게 없더라도 주민들을 열 몇 번이고 때려눕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이 좋지 않았다. 


병과 부패의 악취가 마치 열기처럼 대기를 날아다녔다. 


타이스의 옆을 지키는 것은 시련이 따로 없었다. 


성당에서 읽었던 성서의 순결함은 아득히 먼 것 같았다.






촌장은 우물에서 종종걸음으로 돌아와 타이스에게 단지를 돌려주었다. 


늙은 사제는 뻐근한 몸을 꼿꼿히 펴고는, 예식을 위해 그것을 축성하기 시작했다. 






후스는 축성 기도를 알고 있었다. 


그는 예식 기도를 몽땅 알고 있는 데다가, 훨씬 더 힘있게 읊을 수도 있었다.






허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비참한 민중들과 울퉁불퉁한 흙바닥을 보고 있노라니, 마른 입 안의 혀가 뻣뻣히 굳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들은 지그마의 자녀들이다.





그들은 물집이 잡힌 발을 절뚝이며 계속해서 왔다. 


이마에 성수가 닿기를, 그리고 힘의 말들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말이다. 


가장 건장하고 무례한 짐승 같은 이조차도 눈을 푹 내리깔고는, 지시에 따라 대답을 중얼거리고, 물러날 때는 어색하게나마 혜성의 성호를 그었다.







타이스는 그들 모두에게, 참을성 있게 예식서를 읊고, 불만을 들었으며, 다양한 질병에 대해 적절한 축복을 내리고는 신앙에 충실할 것을 권고했다.


그들은 곰보 이마에 성수가 흘러내리고 이해하지 못할 단어들이 비듬투성이 머리 위로 흩어지자, 만족한 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엄마 품 속의 낡은 천 보따리에 싸인 아기들도 축복을 받으러 왔다. 


어떤 아기들은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품 속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몇몇 아기들은 얼굴에 물이 튀자 악을 쓰며 울어댔고, 주먹은 자그마한 분노로 꽉 쥐여졌다.






축복 예식이 끝났으니 이제 죽은 이들의 차례였다. 


타이스의 마지막 방문 이후로 죽은 주민들은 마을 너머의 얕은 무덤에 묻혀 있었다. 


타이스는 선종한 이들의 영혼이 모르의 보살핌으로 향하길, 강령술과 타락으로부터 지켜 주시기를 기도하는 장례 미사를 꼼꼼히 읊었다.






예식을 마칠 때쯤엔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노인은 분명히 지쳐 보였다. 


그는 후스에게 몸을 돌려 쓴웃음을 지었다.





‘다 됐구나.’ 그가 말했다. 


‘흐넬은 다시 안전해졌고, 우린 좀 쉴 수 있겠어.’






후스는 웃기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밤은 추우니까요.’






‘촌장이 우릴 대접해주겠다는구나. 황제 폐하처럼 식사할 준비나 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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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묘지에서 나와, 마을 변두리에 있는 촌장의 자그마한 오두막으로 갔다. 


어찌나 작던지, 후스는 몸을 숙여서 문을 들어서야 했다. 







안의 공기는 연기로 꽉 차 있었다. 


살갗이 벗겨진 고양이처럼 생긴 무언가가 바닥 가운데의 약한 불 위에 침을 튀겼다. 


벌써 여섯 농부들이 매캐한 어둠 속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촌장은 불 반대편에서 다리를 꼰 채였다. 


그의 뒤에는 방을 가로지르는 무거운 갈색 커튼이 달려 있었다.







타이스는 인사를 하고, 불 옆에 앉았다. 


촌장은 그에게 무슨 죽같은 게 담긴 나무 그릇을 내주었다. 


후스는 타이스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촌장은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더니, 또 다른 그릇을 건네주었다. 


후스는 김이 피어오르는 회색 무언가에서 나는 생선 뼈와 흙 냄새를 무시하려고 애썼다.







‘제자를 데리고 오셨군요.’ 촌장은 타이스에게 그렇게 말하곤, 죽을 시끄럽게 후루룩거리며 한입 먹었다.






‘그렇소.’ 타이스가 품위 있게 죽을 먹으며 말했다. 



‘나는 늙었으니, 뒤를 이을 사람이 있어야지.’





촌장이 곰곰이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는 동안, 반투명한 즙이 그의 드문드문 난 수염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늙지는 않으셨습니다.’






타이스는 관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늙었다오, 촌장. 계절이 몇 번 지나면 아마....’


그는 죽을 입에 대기 전에, 이상한 표정과 함께 말꼬리를 흐렸다.







그 순간, 커튼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질식하는 듯한 흐느낌, 혹은 고통의 울부짖음. 


후스는 즉시 그릇을 내려놓고는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뒤엔 뭐가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소리 때문에 팔의 털이 쭈뼛 곤두섰다. 


갑자기 긴장감이 몰려왔고, 안 그래도 좁은 오두막 안은 훨씬 더 숨막힐 듯 했다. 






촌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무것도 없소.’ 그가 말했다. 



‘피곤하신 것 같은데. 마저 드시오.’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오래 남아 있었다. 


후스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그릇을 쏟으며 어색하게 일어섰다. 





‘얘야, 앉으렴.’ 타이스가 명령했다.





촌장은 벌떡 일어나 잠시 후스와 커튼 사이를 가로막았다. 


‘가까이 가지 마시오.’ 그가 절망적인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말했다.





후스는 그를 옆으로 밀치고는 커튼을 찢었다.







반대편에는 그가 앉아 있던 곳과 비슷한 넓이의 공간이 있었다. 


곰팡이가 슬고 썩어버린 짚단이 바닥을 덮었다. 


더러운 천들이 구석에 쌓여 있었다. 


죽보다 훨씬 고약한 냄새가 났는데 – 뜨겁고 역겨운 병의 악취였다. 


두 여자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놀란 듯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는 채 열일곱 번의 여름을 나지 않은 것 같은 소녀가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누워 있었다. 


그녀가 짚 위에서 몸을 비틀 때마다, 땀 때문에 번들거리는 금발이 헝클어졌다. 


어둠 속 소녀의 얼굴은 마치 잉걸불처럼, 붉고 얼룩덜룩했다. 







타이스는 일어나서 후스에게로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흑열병이오?’ 그가 음울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며 여자들에게 물었다.






여인들은 다가오는 두 사제의 그림자에서 물러서며, 두려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스는 정신이 혼미한 소녀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무언가가 그를 매료시킨 것 같았다. 


열병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그가 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웠다. 


마치, 고문당한 천사의 얼굴처럼.






지그마께서 내리는 축복이, 고통스러운 불길이 다시 한번 눈 뒤에서 시작되었다. 


손가락이 근질거려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가 살 수 있겠습니까?’ 그가 천사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타이스는 그의 어깨 위에 제지하듯이 손을 올렸다. 


‘흑열병이란다, 얘야. 가망이 없어. 


희망이 있었다면 그녀를 내게 데려왔겠지.’ 







촌장이 그들 옆에 와서 섰다. 


소녀를 바라보는 그의 거친 얼굴에는 순수한 절망이 떠올라 있었다.


후스의 눈 뒤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마치 폭풍우같은 그것이 가슴 속에 쌓이는 게 느껴졌다.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가 타이스를 뿌리치며 짚 위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만지면 안 된단다.’ 타이스가 그를 다시 잡으며 경고했다. 


‘열병은-’







제게서 손 떼십시오!’ 후스가 소용돌이치는 시선으로 스승을 노려보며 포효했다. 


그의 안에서 커져만 가는 불길 때문인지, 갑작스럽고 무시무시한 분노가 터져나왔다.


마치 천사의 열병이 옮기라도 한 듯, 분노와 함께 온몸이 뜨겁게 타올랐다.






타이스는 복사의 말에 놀라 움찔했다. 


후스는 그를 무시하고는 천사에게 다시 몸을 돌렸다.






소녀는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신음했다. 


눈은 감고, 입은 벌린 채였다. 


입술에 맺힌 땀방울이 작은 진주처럼 빛나고 있었다. 


헝클어진 금발은 이마에 옅게 달라붙었으며, 목과 몸이 만나는 곳은 흠뻑 젖어 있었다. 


소녀는 마치 금을 입힌 성자의 조각상이 짓밟힌 다음, 타락하고도 모독적인 세계로 집어 던져진 것 같았다. 







후스의 안에서 생명력으로 가득한 날것의 불길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불꽃을 움켜쥔 것처럼 뜨겁고 고통스러웠다.







멀리서 타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그만둬라!’ 







후스는 소녀의 타는 듯한 피부에 손바닥을 꽉 눌렀다. 


압력 때문에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 속에서 소녀의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가마솥의 물처럼 끓어오르는 소녀 안의 병도 느껴졌다. 


그리고는 꿈과 같은 환영이 밀려들어, 다른 때의 소녀가 보였다 – 젊음으로 매끄러운 피부, 반짝이는 눈, 여름의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는 소녀가 어깨 너머로 작은 행복에 순수하고 맑은 웃음을 짓는 것을 보았다. 


마치 떡갈나무의 뿌리처럼, 소녀의 심장은 강하게 뛰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필멸자의 시야를 넘어선 저 아래편에서, 그는 무너져가는 몸 안에 갇힌 소녀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고, 삶과 죽음 사이의 틈새를 멤도는 영혼을.






돌아오시오.






어떻게 소녀와 말을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육체를 벗어나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 맹렬히 타오르는 성화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소녀의 영혼이 반응했다. 


어둠에 둘러싸여 무한한 공허 가운데 있었지만, 


소녀는 그의 말을 들었다. 


소녀는 두렵고 혼자였지만, 그의 말만큼은 소녀에게 닿았다.





돌아오시오. 자매여.





소녀는 그에게 다가왔다. 


어둠의 끌어당김에 맞서 몸부림치며, 아래로 짓누르는 끔찍한 중력과 맞서면서.







소녀의 영혼이 심연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후스의 눈에는 다시 그때의 소녀가 보였다 – 눈부시게 아름답고, 활력에 찬 즐거운 모습이. 







돌아오시오.






소녀는 어둠 속을 더듬으며 그의 손을 찾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뻗어 나와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다. 


그는 소녀를 잡으려고 했지만 잡을 것이 없었다.





소녀는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공황 때문에 숨이 막혔다. 


너무 깊이 내려간다면 – 그녀와 함께 끌려갈 것이다. 


그는 그림자의 우물 아래로 더 깊이 빠져들었다. 






버티시오! 


삶을 떠올려 보시오! 


저항하시오!







최후엔 마지막 깜빡임이 있었다. 


소녀는 마지막으로 그를 올려다보았고, 겁에 질린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슬픔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는 형상이 희미해졌다. 


소녀의 영혼은 연기처럼 휘몰아치는 그림자 속으로 멀어져 갔다. 


남은 것들은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어둠 속으로 흘러 내려갔다.







후스는 꼼짝도 않고 공허 위에 있었다. 


정적이고 무력하게 뻗은 손은, 그녀가 있던 방향을 가르키며 어둠만을 움켜쥐고 있었다. 


불이 꺼졌다. 


그의 힘은 충분하지 못했다. 


얼어붙는 듯한 공허함에 빠진 그는 전에 흘린 적 없던 눈물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천사는 죽었다.





물 속에서처럼 먹먹한 타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노인은 소리를 지르거나, 어쩌면 기도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후스는 노인을 무시했다. 


그가 들은 말은 며칠 전에 나눴던 말이었다.





실패도 하고, 의심도 하게 될 거다. 우리 중 누구도 다르지 않아.



전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할 거란다.



아닙니다. 지그마의 힘은 무한합니다. 






싸늘했던 그곳에서조차, 그는 그게 거짓말임을 알고 있었다. 


늘 한계는 있었고, 그가 결코 다가서지 못할 곳도 늘 있었으니까. 






후스는 죽어가는 소녀를 붙잡지 못한 자신의 손을 얼굴 앞에 들어보였다. 


그리고는 날 때부터 말처럼 두껍고 튼튼한 그것을 한참 바라보았다.





왜 제게 이 손을 주셨습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저 심연의 메아리와, 겁에 질린 눈물의 섬뜩한 공명 뿐이었다.







------







그들이 북동쪽을 향해 긴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데 또 하루가 걸렸다. 


비에 홀딱 젖은 노새들은 털을 곤두세우고 고삐에 쓸려가며 길을 따라 비틀비틀 걸어갔다. 


타이스는 추위에 시달리며 짐승 위에 타고 있었다. 


여전히 화가 많이 나서인지, 흐넬을 떠난 이후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후스는 얼굴과 목을 비가 적시게 두고, 망치를 어깨에 가볍게 매고 성큼성큼 나아갔다.








정상에 도착한 뒤에야 그들은 잠시 쉬었다. 


넓은 평원 전체가 그들 앞에 펼쳐졌다. 


낮게 깔린 하늘 아래의 그 장엄한 광경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넌 죽을 수도 있었다.’ 타이스가 안장에서 불편한 듯 뒤척이며 결국 입을 열었다. 


전날 밤부터 그랬듯, 날카로운 어조였다.






‘안 죽었습니다.’ 후스가 대답했다.





‘혼자였다면 죽었을 거다.’





‘아닙니다.’ 






후스는 스승을 바라보지 않았다. 


촌장의 집을 나설 때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표정이었다. 


눈들은 무뚝뚝한 얼굴 위로 푹 꺼진 것 같았고, 아래에는 짙은 검은빛이 깊게 드리웠다. 


그는 우울하게 비구름을 바라보았다.






‘너는 모르의 사제나, 치유사가 아니다.’ 타이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산 이들은 구할 수 있지만, 영혼은 아니란 말이다.’






‘그럼 저희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무슨 소용이 있냐고?’ 타이스는 화난 것 같았다. 



‘우리는 저들에게 희망을 준다. 


강하게 서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다른 누구도 해주지 않을 위로도.’








후스의 공격적인 표정이 멈칫했다. 


비통한 눈빛과 함께, 그는 고통스러우리만치 어려 보였다. 


‘소녀를 거의 구했었습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타이스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


‘얘야, 그건 네 축복이 아니란다. 너는 싸워나가도록 만들어졌으니까.’






후스는 비참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으나, 그의 뭉툭한 입술은 떨려 왔다. 


‘소녀는 천사였습니다.’





‘그랬었지.’ 타이스는 그에게 가까이 노새를 몰았다. 



‘보기 드물기도 하지만, 세상은 넓단다. 


악마와 괴물, 성스러운 정령들, 자비와 은혜의 천사들이 섞여 살아가지.’






그는 가까이 다가가 늙은 손으로 후스의 어깨를 꼭 잡았다.



‘그녀가 마지막이 아니란다.’ 그가 말했다.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거든, 또 다른 천사를 만나게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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