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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웰링턴의 스파이

ㅇㅇ(125.186) 2023.02.08 01:13:46
조회 2181 추천 26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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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일의 전부는, 기실 삶의 전부는, 자신이 아는 것들에서 모르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 아서 웰즐리, 웰링턴 공작




아서 웰즐리 중장이 15000명의 영국군을 이끌고 포르투갈에 상륙할 때만 하더라도, 영국은 반도전쟁의 전황에 대해 까막눈이나 다를 바 없었음. 프랑스군 병력배치 상황은 고사하고 동맹인 스페인, 포르투갈군 배치나 상세한 군용지도 하나도 없는 판이었으니



당시 영국군은 여타 군대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제국군은 비스무리한거 갖춘 수준에 젤 가까이 가긴 했는데) 통합된 참모조직이 전무했음. 야전군의 상위 행정조직으로 Horse Guards(=육군본부)랑 War Office(=전쟁성)가 있긴 했는데, 육군본부는 순전히 인사권 정도만 지닌 조직이었고, 전쟁성에선 1794년 후로 신설된 상급직위 Secretary for War(=원래 전쟁성 장관인 Secretary at War의 상관이었다가 1855년에 통폐합)가 대전략에 어느정도 영향을 행사했지만, 크게 행사하진 않았음.



그러니까 웰링턴한테 붙여줄 상부직속 정보조직 같은 것도 당연히 있을 턱이 없었고, 웰링턴과 다른 모든 장군들은 알아서들 잘 부하들 몇 차출해서 정보조직 꾸려서 굴려야 했음. 그래서 웰링턴이 창설한 조직이 이른바 Peninsular Corps of Mounted Guides, 반도 기마정찰대임. 젊은 기병장교들이랑 포르투갈, 스페인 비정규병들이 이 부대의 주축을 이루었고, 특히 젊은 영국군 기병장교들은 Exploring Officer, 정탐장교라고 해서 혈혈단신으로 적진 뒤로 단기 침투해서 정보수집하고 돌아오는 게 주 임무였음



그런데 문제가, 군복 벗고 그 짓을 하면 '비신사적인' 간첩질이라서 옆집 게릴레로 까를로스랑 같이 즉결처형이 가능했기 때문에,



얘네는 그 화려하고 삐까뻔쩍한 기병정복 풀로 차려입고 적진 침투하는 또라이들이었음. 풀 레드코트 차려입고 오로지 속도만에 의지하며 후방 휘젓고 다니는 일이었기 때문에, 전사 및 실종은 부지기수였고 포로는 그 배는 됐음. 또 한번 포로로 잡히면 그냥 야전에서 붙들린 장교들이랑 다르게 포로교환 대상도 거의 안 올라가고 쭉 감옥에서 썩었는데, 잡히기 전까지 얻은 귀중한 정보가 있을수도 있기 때문



이 정탐장교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스까틀랜드 출신 콜쿤 그랜트(Colquhoun Grant)인데, 15살에 입대해서 14년 동안 복무했고, 1798년에는 저지대 전역 중 프랑스군 포로가 된 적 있는 장교였음. 영어, 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4개 국어 능력자였고



그랜트가 처음 웰링턴의 눈에 띈 건 1810년, 부사쿠 전투 이후에 영국군이 토레스 베드라스 요새선 뒤로 철수한 이후였음. 요새선에 기대서 존버를 계획했던 영국군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졌는데, 본국에서 배편으로 오기로 약속되었던 보급품이 폭풍우로 지연된 탓이었음. 그때 그랜트 대위가 대담한 작전에 지원함



적 전선 후방에 침투, 프랑스군을 피해 산골로 숨어든 농민들을 찾아내기, 현찰박치기로 가축을 산 다음에 혼자서 가축떼를 영국군 전선까지 몰아오기. '프랑스군 몰래'



딴건 몰라도 마지막꺼는 씹개소리같은데, 놀랍게도 그랜트는 프랑스군 초소들의 간격을 면밀히 조사한 다음에 야음을 틈타 가축을 몰아서 귀환하는 데 성공함



이후 정탐장교로 정식 편입된 그랜트 소령은 최고 실적을 1812년에 올렸는데, 베이라 방향으로 행군하던 마르몽 원수의 진영에 잠입, 마르몽의 병력수와 보급상황을 토대로 마르몽이 시우다드 로드리고 상대로 대규모 공세를 계획하고 있지 않단 사실을 웰링턴에게 전달하면서 전략 단위의 공을 세움. 덕분에 웰링턴은 다른 전선을 덜 걱정하고 주력을 바다호스 공성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됨



이 직후, 코아 강변의 프랑스군 동향을 살피던 임무 중에 프랑스 용기병들에게 기습당한 그랜트는 포로가 되어 살라망카로 압송됨. 거기서 금방 프랑스 장교들과 친해지고, 또 살라망카 아일랜드인 교회의 패트릭 커티스 신부와도 친해짐. 마르몽은 그랜트가 살라망카를 정탐하러 일부러 잠입했는지 의심하고 그랜트를 바욘으로 보냄



(여담으로 마르몽의 의심은 팩트였는데, 살라망카 대학에서 박물학이랑 천문학을 가르치던 교수인 패트릭 커티스 신부 - 돈 파트리치오 코르테스는 살라망카를 중심으로 한 친영 첩보망의 총책이었고, 그랜트가 살라망카에서 체류하던 기간 동안 커티스 신부를 통해 웰링턴에게 귀중한 첩보를 전달하고 있었던 거도 팩트였음



커티스 신부는 1811년 프랑스군에게 간첩혐의로 체포되었다가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된 경력이 있는데도 대담하게 첩보원 일을 이어나갔는데, 나폴레옹이 로마 점령하고 파문빔 맞으니까 군대 보내서 교황을 체포해 버린게 1809년이라 가톨릭 신부들한테는 성공회의 나라 영국보다도 나폴레옹이 제일가는 웬수였음. 스페인 가톨릭의 경우 레콘키스타의 영향으로 호국적인 성향도 강했기도 하고)



당시 마르몽은 그랜트가 안 튀고 명예롭게 포로로 처신하겠다는 신사서약(parole)을 받았지만, 유명한 정탐장교인 그랜트를 믿지 못한 원수는 그랜트의 호송병들한테 저새끼 프랑스 땅 밟자마자 수갑 채워서 가둬두라는 밀명을 내림. 근데 마르몽 편지를 훔쳐봐서 밀명의 존재를 알게 된 그랜트는 아 ㅋㅋ 저새끼가 먼저 그랬으면 서약 무효지 ㅋㅋ 하면서 바욘 도착하자마자 탈주함



그리고 딴 프랑스 제국군 장군의 일행에 합류해서 파리로 감



미군 장교 코스프레하면서...



파리에 도착한 그랜트는 영국 첩보원과 접촉, 미국 여권이랑 미군 정복을 받음. 그리고 진짜 미군 장교처럼 프랑스 장교클럽을 드나들면서, 파리 한복판에서 웰링턴한테 프랑스군 병력이동에 대한 편지를 계속 보냄. 특히 중앙에서만 알 수 있는 어디 방면에 몇명 신규로 증원되고 그런 걸 죄다 캐내버림



곧 프랑스군도 파리 사교계에 첩자새끼가 있다는 낌새를 채고, 입 싼 장교들이 노닥거리는 술집을 주시하기 시작하자 그랜트는 탈출을 결심함. 보스턴 태생의 순혈 미국인 사업가 조너선 벅 씨를 사칭한 그랜트는 미국행 배를 아무거나 잡아탈 계획을 세웠는데, 왕립해군한테 미국 국적선이 걸려들면 아쎄이들 '자원입대'시키러 정선시킬꺼고 그때 신분을 밝혀서 구조받는다는 계획이었음



근데 해안 살던 스코틀랜드 친척 도움으로 프랑스 해안봉쇄작전에 가담하던 왕립해군 전열함이랑 연락 닿는 데 성공해서 그냥 그길로 바로 잉글랜드로 탈출함. 탈출한 후 동일 계급의 프랑스군 포로랑 포로 맞교환을 진행해서 신사서약에서 빠져나온 그랜트는 도로 스페인에 있는 웰링턴에게 돌아옴. 그 공으로 중령으로 승진하고 반도원정군 정보총책이 되었음



콜쿤 그랜트 중령은 나폴레옹의 백일천하 때에도 웰링턴 휘하에서 일하면서 귀중한 정보를 전달했는데, 프랑스가 국경에 부대를 결집, 네덜란드 경내로 진입한다는 정보를 전달... 했는데 KGL 여단장 되른베르크 소장한테 씹혔다는 썰이 있긴 한데...



이건 1857년에 시작된 가짜 썰이고, 당시 보고서들 보면 전달하긴 했는데 명령체계 따라서 전달하느라 약간 늦은 감이 있긴 했음. 뭐 어쨌든 어느 정도는 이르게 전달받았으니 웰링턴도 카트르브라에 병력 보내면서 준비하고 있었던 거기도 하고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후, 그랜트는 1821년에 야전부대 지휘로 보직을 이동, 54보병연대 대대장으로 1차 영국-미얀마 전쟁의 아라칸 전역에 참여했고, 미얀마에서 얻은 풍토병으로 1829년 전역한 후 아헨에서 요양 중 병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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