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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ㄱㅇㅌ) 토탈워와 현실의 전투가 어떻게 달랐을까? - 2

ㄴㅇㅀ(218.50) 2023.09.10 03:26:21
조회 3915 추천 120 댓글 51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twar&no=1657785&search_pos=-1657755&s_type=search_name&s_keyword=.E3.84.B4.E3.85.87.E3.85.80&page=1

 



1편은 기병은 기병끼리, 보병은 보병끼리 전투했던 이유. 왜 보병이 기병을 공격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썼었고,


2편은 예고했던 대로 예비대에 대한 내용이야.







토탈워 갤이므로 게임플레이와 차이점을 중심으로 서술하도록 하겠음


기본적으로 토탈워에 예비대란 거의 없어. 보병 9부대가 있으면 그냥 전부 전선에 투입해 란체스터 법칙으로 더 많은 화력투사를 한 쪽이 상대를 빠르게 밀어버리게 되지. 너가 예비대랍시고 3부대를 뒤에 두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앞에 보낸 6부대가 적 9부대에 밀려 패주하겠지.


실제 전쟁에서는 절대적인 법칙은 없지만 보병 9부대가 있다면 그중 1/3, 3부대 정도는 예비대로 돌리는 게 정석임. 시대, 문화권, 교리, 편제, 지형, 전투 상황에 따라 예비대 숫자는 다르므로 절대적인 수치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마리우스 개혁 이전 로마의 경우 보병을 경험과 장비에 따라 하스타디, 프린키페스, 트리아리이로 나뉘었는데 전투가 시작되면 1/3씩 전투를 하고 지치면 교대하는 방식으로 싸웠음. 이 경우 2/3가 예비대였던 셈이지. 하스타디가 적의 체력을 빼고, 프린키페스가 적과 맞짱을 까고, 트리아리이가 필요에 따라 마무리를 짓는 구조였어.


어떤 경우라도 예비대는 선택이 아니야. 예비대는 절대적으로 모든 전투에서 필수조건이었음. 예비대 없이 회전에 임하는 바보 지휘관은 없었어.




그럼 여기 본격적인 질문. 왜 실제 전투에서는 토탈워와 달리 예비대가 필수였을까?


그건 4가지 큰 이유로 나눌 수 있어. 하나씩 설명해 볼게.




1. 토탈워의 유닛은 클릭하면 바로 움직이지만 실제 전투의 부대는 기동하는데 훨씬 복잡하고 느리게 움직여.


적의 기병이 우회해온다. 토탈워에서는 창병을 보내 막으면 되지.


실제 전투에서는 적 기병이 우회해오면 창병 부대에게 '전령'을 보내서 명령을 전달해야 함. 어디로 가서 기병을 막으라고. 그런데 이게 말로는 쉬워도 실제로는 정말 어려운 것이, 전달하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곡해될 수 있고, 위치가 착오될 수 있고, 기병 막으러 갔는데 타이밍이 어긋나 기병이 이미 지나갔을 수도 있고, 전령이 가다가 화살맞고 죽을 수도 있고, 그리고 제대로 전달이 되어도 부대장이 부대를 느리게 움직일 수도 있고 온갖 변수가 있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사실 역사 전공하고 대체역사 많이 읽는 역덕으로서 사람들이 실제 전투의 혼란상에 대해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혼란상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도 있어. 위에 설명한대로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실제 전장터에서는 각 부대에 '세세한 명령'을 내리는 마이크로 컨트롤은 불가능함. 그게 가능해진 건 현대전에서 무전기가 도입되고 나서 부터지 그 전에는 실시간 명령이 안되기 때문에 대략적인, 집단적인 움직임이 주였어. 보통 좌익, 중앙군, 우익, 보병대, 기병대 정도로 나뉘어 운용하지 각 부대별로 세세한 지시를 내리지는 않아. 토탈워와 달리 명령 내렸는데 부대끼리 진로라도 겹치면 서로 막혀서 움직이지도 못함 ㅋㅋㅋㅋ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러시아군이 좌익으로 빠지다가 아군과 경로가 겹쳐서 서로 못 지나가는 바람에 밍기적대다가 나폴레옹의 회심의 전략인 프라첸 고지를 찌르는 공격을 가할때 그 자리에 없어야 할 러시아군이 아군 길막땜시 그 자리에 남아 프랑스군을 잠깐 저지하기도 했음.


세세한 명령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른 예를 하나 들자면 워털루 전투 바로 직전 전투인 리니전투에서 프러시아군과 대치한 나폴레옹은 데를롱의 1군단에게 "남하해서 프러시아군 뒤를 칠것"이라는 군령을 보냄.


그리고 데를롱의 1군단은 '전투중이 아니었고 평상시에 받은 군령'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하해서 프러시아군이 아니라 아군인 나폴레옹의 프랑스군 뒤를 쳤어. 명령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적의 뒤를 치는 게 아니라 아군 뒤로 합류하라고 잘못 전달되었거든.


하물며 전쟁을 하는 와중에는 명령은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고 그 타이밍을 아는건 신이라도 불가능함. 역사 소설에서 흔히들 연이나 신호기로 부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데 그런거 안먹혀. 전령을 쓰는 이유는 전령에게 세세하게 전달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정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고 효시나 연 따위로 전달할 수 있는 명령은 정말 정말 간단한 명령 뿐임. 그것조차도 병사들이 다 따르리라고 기대하면 안되지.


예를 들어 연을 날리는 걸 거짓후퇴 신호로 삼고 전투에 들어가서 연 날렸는데 그대로 전열이 붕괴되며 병사들이 다 도주할 수도 있음. 전투란 그런 것.


토탈워: 명령을 내리면 행한다

실제전투: 명령을 내리면 행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음


이 상황에서 장군의 바로 옆에 예비대가 있어야 그나마 제대로된 명령을 내릴 수 있는거임. 전장터에 투입된 병력은 현장지휘관 말고 총사령관에게는 거의 통제 불가능이라고 보면 됨.


이게 또 야간 전투에서 세밀한 작전을 쓰는 건 대부분 판타지인 이유임. 야습을 감행할때 부분적으로 야간전투를 하기는 하지만 왠만한 경우에는 야습 하는것조차도 병력 통제가 힘들어서 특별히 불리해서 전황을 타계해야 할 상황이 아니면 지휘관은 야습하는 것도 안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음.





2. 실제 전투는 굉장히 길다


전투가 실제로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한 두 시간? 몇 시간? 하루종일?


가장 흔한 정답은 셋다 아님.


많은 전투는 몇일이 넘게 걸려. 공성전이야 몇 개월씩 거리고.


그런데 사람들이 '전투란 하루만에 끝난다'라고 흔히 생각하는건 역사상 유명한 전투들이 대부분 하루만에 결정적으로 승패가 갈린 전투들이기 때문이야. 한쪽 전력이나 전략이 압도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보통 여러 날에 걸쳐 싸움.


결국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싸우는데 당연하지만 인간은 몇 시간씩 싸울 수 없음. 전열과 교대하더라도 마찬가지. 이 경우 부대 전체가 후방의 예비대와 교대해서 쉬어야 하는거야.


그리고 전투의 사상자는 이렇게 승패가 갈리지 않을 경우 보통 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대가 죽어나가는 것보다 체력적 한계가 더 빨리 옴.


99%의 게임과 다르게 토탈워는 모랄을 굉장히 중요시해서 병사들이 70% 정도 죽으면 모랄빵 나잖아?


현실은 10%만 죽으면 모랄빵임. 정예병도 15%~20% 정도 죽으면 대부분 붕괴됨. 그 유명한 나폴레옹의 근위대도 워털루에서 최후의 순간에 부대 사상률 25% 정도 찍은 순간 전진 멈추고 모랄빵냈어. 고참 근위대는 마지막에 최후까지 항전하다 산화했지만 그런 경우가 굉장히 드믈지.


예비대가 없이 전부 투입되면 10시간을 싸워야 하는데 2시간 지나면 전부 늘어질테고, 적보다 좀 더 많이 투입해봤자 5% 죽일거 조금 더 죽였을까? 그 상황에서 하루종일 쉰 적 예비대가 형님 왔다 시전하면 망한거지.





3. 실제 보병끼리 교전하는 전장폭은 그리 넓지 않다.


고대부터 전략가들이 쭉 좌익이나 우익을 강 또는 숲, 언덕으로 보호하는 포진을 써 왔음.


토탈워에서야 뻥 뚫린 지형으로 우회하면 되는데 실제 전장터는 보통 더 좁아서 우회가 아예 안돼. 그리고 1편에서 썼지만 숲속으로 병력을 밀어넣으면 통제불가&진형이 깨짐. 언덕위로 올려보내도 진형유지 힘들고.


고로 정해진 넓이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어짜피 전 병력이 다 싸울수도 없는거야. 예비대가 필수지.


만약 사방이 뻥 뚫린 평야나 넓은 전장에서 교전한다면? 그래도 그렇게 넓지 않아.


대부분의 전투는 좌익 우익의 포위방어를 위해서 숫적으로 열세인 쪽이라 할지라도 상대의 대군과 좌우폭을 맞추고 전투를 전개함.


적 대군A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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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포진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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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 B쪽은 이렇게 넓이 맞춰서 포진함.


A가 좌우를 더 버리면 B도 좌우를 벌려서 맞춤. A가 너무 병력이 많아서 넓이에서 B가 못따라갈 정도면 B는 좌우날개를 각각 바깥쪽으로 회전시켜서


U를 뒤집은, 돋보기 렌즈 비슷한 느낌으로 포진해서 교전면적은 똑같이 맞추려고 함. 고로 예비대 없이 서로 좌우 길게 벌리기 대결식 포진을 하는 경우는 없어. 어짜피 교전 넓이는 거의 양쪽이 비슷하게 넓으니까. 오히려 너무 넓히면 돌파에 약해지고 기병에 유린당할 수 있음. 너무 넓게 벌렸다가 좌익, 중앙, 우익이 서로 끊어지기라도 하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지.





4.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그리고 1편 핵심이었던 '보병이 기병을 공격 못한다'라는 명제처럼 일반적으로 상식선에서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한 이것. 바로 전투에 보낸 부대는 더 이상 명령이 먹히지 않는다라는 점임. 토탈워로 치면 명령이 안 듣는다는 점에서 모든 유닛이 통제불가의 버서커나 다름 없어.


------------------------------V--- <-적 전열

------------------------------A---- <-너님의 전열


이렇게 전투가 붙었어. 그런데 적의 베테랑(V)이 너의 아쌔이(A)를 두둘겨 패서 다음과 같이 되었음.


------------------------------V--- <-적 전열

----------------------------- --- <-너님의 전열

A <- 모랄빵나서 도망치는 아쌔이들



자고로 실제 전투에서 전열이 뚫린다는 것 곧 죽음을 의미하며...


왜냐하면 아쌔이의 좌우에 있던 부대들의 측면이 노출되면서 심리적으로 병사들이 엄청난 공포와 압박감을 느끼게 됨. 너희가 공포게임 할때 정면에서 적 괴물 주시하고 있는데, 시야 밖의 좌우에서 괴물이 갑자기 벽 뚫고 나온다고 생각하면 무섭잖아? 이제 공포게임 라이프에 네 생명이 걸려있다고 생각해보자.


이경우 토탈워에서는 싸우던 부대 중 여유가 되는 전열에서 부대를 뺴서 저기를 틀어막을거임. 싸우던 부대 중에서 그나마 튼튼해보이는 전열에서 하나를 빼서 저기에 보내는 거지.


실제 전투에서는? 못 빼. 전투에 들어간 부대는 전열 교대처럼 뒤에 바로 다른 부대가 전선에 투입되어 그 부대를 전투에서 '해방' 시켜주지 않는 이상 다른 액션을 취할 수 없음.


1번에서 설명했지만 명령의 전달도 어렵고, 부대장에게 명령을 전달했어도 그 부대장이 병사들을 통솔해서 다시 빼오고, 후퇴하고, 정확한 구멍뚫린 전열 위치를 파악하고, 그리 이동해서 구멍을 매꾸는 건 부대장, 소대장들이 모두 뛰어난 인재여야 할 뿐더러, 훈련도도 뛰어나야 하고, 전투 자체도 고도로 통제되고 너무 난장판이 아니어야 하니 그 확률 자체가 로또급에, 그 행동이 다 치뤄질 때면 이미 아쌔이가 뚫린 전열은 베를린 장벽 붕괴 찍고 있을거임.


그래서 저 경우에는


------------------------------V--- <-적 전열

------------------------------A---- <-너님의 전열

- - - - - - - <-예비대


예비대가 가서 제빨리 틀어막어야 하는 거. 엄밀히 말하면 저렇게 뚫리고 나면 이미 늦음. 한쪽이 무너지면 위에 심리적 압박으로 도미노 모랄빵이 나는 경우가 많거든. 명장들은 어디가 밀리는지, 어디가 잘 버티는지 보고 저렇게 무너지기 전에 예비대를 투입하고 적 진형에서 예비대를 투입하면 무너질 것 같은 포인트에 예비대를 투입하는 장소와 타이밍 판단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야. 위에 베테랑(V)도 예비대에서 있다가 적이 지칠때쯤 가장 약한 아썌이(A)에게 덤벼야지, 처음부터 전열 투입하면 적의 약한 부분을 찌르기도 힘들고 적이 약한 타이밍을 노릴 수도 없이 그냥 우직하게 싸우는 수밖에 없지. 적이 마빡에 아쌔이라고 쓰고 다니지도 않으므로 전투가 시작되고 그걸 관찰해서 약한 부대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것도 명장의 조건.


이런 이유로 항상 그렇지는 않았지만서도, 최정예 부대는 예비대로 보통 배치되었고, 그것도 가장 마지막 순간에 쓰이곤 했어. 예비대가 아니라 전선에 처음부터 최정예 부대를 배치하는 경우에는 전투 전 정해진 지휘관의 전술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경우(좌익을 공격적으로 쓴다던가, 한쪽 날개를 틀어막는다던가)였어.


이거 외에도 기병 우회에 대처하거나, 적의 약한 부분을 찌르거나, 아군의 약한 부분을 보강하거나, 진형을 바꾸거나, 교대하거나 할때 예비대를 쓰는데 예비대도 한번 보내놓고 나면 더이상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어. 그 부대는 한번 보내면 끝.


일단 교전을 시작한 부대의 통제권은 총사령관의 손에서 벗어난 거야. 이게 대체역사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볼때 전투묘사랑 실제 묘사랑 가장 큰 간극이 있는 부분인데 전투를 하고 있는 부대를 빼서 다른 명령을 내리는 거 자체가 거의 판타지임.


역사상 대부분의 명장은 예비대를 다 쓰고 나서는 어떤 전술을 썼는지 알어?


정답은 '기도하기'임. 진짜로. 예비대를 다 소모하고 나면 어떤 명장도 더이상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어. 카드를 다 소모한 거거든. 자마전투에서 한나발도 예비대를 다 쓰고 나서는 로마군 기병대가 늦게 오기만을 빌었을 뿐 더 이상의 명령을 내리지 못했고, 워털루에서 나폴레옹도 예비대를 다 소모한 다음에는 근위대가 영국군 중앙을 돌파하기를 기도하다가 근위대가 멈추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전장터에서 튀었음. 이슬람 역사상 최고 명장 칼리드 이븐 알 왈리드도 야르묵 전투에서 예비대를 다 투입했는데 전열이 밀리니까 여자들이 '니들이 고추달린 사내냐?' 하고 뒷걸음질치는 자기 남편들에게 돌멩이 던질때까지 손놓고 아무것도 못했지.


예비대는 한마디로 턴제 게임에서 너에게 남은 '행동력' 같은거임. 전투하고 있는 부대들은 이미 판에 내려놓은 카드들이고.


전투에서 예비대가 없이 싸운다는 건 토탈워에서는 별 의미가 없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나는 처음 명령 이후에는 아무런 추가 행동도 하지 않겠음'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지. 손에 든 패(예비대) 없이 시작하자마자 가지고 있는 카드를 다 내려놓으면서 공개하면 그 카드게임 에서 이길 수 있을까? 예비대를 안 쓰는 건 그런거야.


토탈워에 실제 전투를 대입해 본다면 너가 부대에 명령을 내리면 장군으로부터 전령이 말타고 가서 명령을 전달할거임. 세세한 컨트롤 안되고, 중간에 취소하거나 이동 경로, 즉 마우스 우클릭 하나라도 바꾸려면 다시 전령 보내야 함. 그리고 명령을 그렇게 여러개 보내면 보통 혼란에 빠져서 제대로 기동 못함. 명령 딱 하나 보내도 그거 수행 제대로 할지도 불확실함. 잘못 알아들을 가능성 높음. 보통 전투 시작 후 지시 한개를 내릴 수 있는데, 그나마도 적 유닛과 교전 시작한 순간부터 전투 끝날때까지 그 유닛은 '통제불가' 상황에 놓인다고 보면 됨. 그건 네 유닛이 전투에서 이겨서 적을 마음대로 추격할 때도 마찬가지임. 적 이겼다고 통제권이 쉽게 돌아오지 않음. 이미 길게 교전하는 동안 현장 부대장들이 부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으므로.


1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대에게 '미리 상황에 따라 명령을 내려놓는것' 역시 전장의 혼란이라는 특성을 전혀 고려 못한 묘사인데, 전장의 혼란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기 때문에 미리 그걸 상정하고 지시내리기는 힘들어. 그래서 대게 세세한 지시는 미리 안 내려놓지. 흔히들 "교전중인 적이 도주하면 유인일 수 있으니 쫒아가지 않는다 정도면 쉽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적이 물러나는 게 도주하는 건지, 거짓 후퇴하는 건지, 적의 전선이 밀리는 건지, 교대하기 위해 빠지는 건지, 진형이 바뀌는 건지, 모랄빵 나는건지 현장 지휘관도 확실히 알기 힘든데 그걸 미리 지시해두면 적이 모랄빵났는데도 붕괴된 적의 전열이 다시 채워질 떄까지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는 거임. 또 교전하는 부대를 통제하는 건 굉장히 어려워서 설령 유인에 대비해 추격 금지 지시를 내려도 안 지켜질 가능성도 높아. 워털루 전투 중 프랑스 1만 기병이 무의미하게 적 방진에 꼬라박은 사건은 프랑스 기병 대위 중 한명이 적을 보려고 앞열로 나갔는데 그걸 다른 대위들이 돌격준비인줄 알고 자기들도 앞으로 나가고 그걸 본 기병들이 어 돌격하나보다 우르르 나가서 발생한거야. 정작 기병 사령관 네이는 돌격명령을 안 내렸음. (이미 다 돌격중인 거 보고 어쩔 수 없이 후속명령으로 내림)


이런 게 전장인데, 너의 명령이 그나마 깔끔하게 전달되는 예비대가 없이 부대 전부를 전선에 보낸다는 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실감이 올 거야. 예비대를 상황이 허락하는 이상 최대한 많이 두고 싶을껄?




물론 극소수의 예외는 있어. 열세에서 적진을 기습한다던가 할때는 예비대를 안쓰고 전력으로 들이박을 때도 있음. 위에 말대로 '이 기습이 내 모든 카드고 나는 더 이상 어떤 돌발상황에도 어떤 우리군의 약점이나 위기에도 쓸 카드가 없다!"라고 선언하는 도박수지. 기습의 경우에도 퇴로를 위해 예비대 소수는 남겨두는 경우가 많아.






아쉽게도 토탈워에서 진정한 의미의 예비대가 효율적으로 구현된 적은 없고, 그나마 몇몇 모드에서 부분적으로나마 구현한 경우는 있음.


주로 느린 페이스의 전투 디자인을 가지고, 전투에서의 고증을 중시한 모드들에서 나타나는 편이야.



https://steamcommunity.com/sharedfiles/filedetails/?id=2714976789

https://steamcommunity.com/sharedfiles/filedetails/?id=2714976789

 


예를 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삼탈워의 전투 오버홀 모드인 쓰리 듀크덤도 예비대를 구현한 모드 중 하나인데, 본 글에서 설명한 특징 일부를 따온 걸 볼 수 있음. 보기 쉽게 바닐라와 차이나는 특성들을 세개만 나열해볼까.


1. 사상자보다 모랄빵이 중요 메커니즘이다.

듀크덤은 유닛 숫자가 바닐라보다 2배 정도 많은데 공격력은 비슷해서, 사상자가 실제 전투처럼 느리게 남. 그래서 사상자보다는 측면 혹은 후방으로 가하는 모랄 쇼크가 적을 패주시키는 데 필요함. 즉 예비대를 활용해 적의 공간을 파고들거나 수비측에서는 반대로 그 공간을 예비대로 틀어막아야 하지. 전면에서 정직하게 붙을 경우 서로가 낮은 사상자의 긴 전투가 발생하지.


2. 모든 유닛들이 정면에서 가해지는 압박에 강하다.

이 모드에서는 궁수 유닛에게 기병이 정면에서 차지를 박아도 쉽게 패주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엄청난 수의 부대가 길목에서 압박을 가해도 정면에서 오는 압박을 상대로는 부대들이 강하게 방어해냄. 예비대를 활용해 적의 약점을 돌파하고, 측면이나 후방을 찌르는 기동전을 하지 않으면 전투가 길어지고 적과 아군의 피해가 비슷하게 나기 때문에 예비대가 필요해.


3. 목숨보다 체력이 먼저 빠르게 떨어지고, 체력이 전투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듀크덤에서는 체력이 굉장히 빨리 닳고 기병도 금방 지치는데 지친 기병은 돌격도 약하고 쌩쌩한 궁병에게도 밀리에서 숫적 열세때문에 털릴 정도로 전투력이 저하돼. 그래서 돌격 좀 하다가 뒤로 빠져서 쉬고 그동안 쉬던 예비대의 기병이나 보병이 투입되어 더 효과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음. 로마군처럼 약한 병사로 적군의 체력을 빼놓고 나서 교대함으로서 엘리트 병사를 투입해 한순간에 전세를 이쪽으로 끌고오는 것도 할 수 있고.


이 외에도 시리즈별로 예비대를 부분적으로 구현한 고증 위주의 전투 모드들이 하나씩은 꼭 있으니까 흥미있으면 찾아서 해보는 것도 좋아.









여기까지! 재미있게 읽었으면 다음 편도 쓸 수 있게 추천이랑 댓글 부탁함!


토탈워와 현실의 전투가 어떻게 달랐을까? 3편은 확정한건 아닌데 아마 '돌격'에 대해서 써볼까 함. 기병돌격은 어땠고, 특히 보병돌격은 어땠을까? 토탈워에서 돌격이란 전투의 핵심 메커니즘인데 실제 전투에서도 병사들이 달려가서 '충격력'으로 부딪쳤을까? 아니면 그건 전부 허상이고 슬글슬금 기어가 슬며시 부딪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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