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1년 - 고대 유럽의 운명을 건 안토니우스-옥타비아누스 내전에서,

악티움에 정박한 안토니우스-클레오파트라 연합함대는, 전쟁이 시작될 때의 등등하던 기세가 무색하게도 심한 곤경에 처해 있었다.

악티움은 함대를 적의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분명 천혜의 요새라 할 만했지만

그렇다고 수백 척의 대함대가 몇 달 동안 주둔하기에는 결코 좋은 곳이 아니었다.

거의 비어 있는 모래밭 해변이라 나무와 그늘, 신선한 물이 부족한데다

좁고 갇힌 지역이라 10만이 훌쩍 넘는 대군에서 계속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기도 곤란했다.

설상가상으로 인근 습지에서는 모기가 득실댔다.

이런 곳에서 여름 무더위 몇 달 동안 원시고대잼버리를 강제체험하게 된 안토니우스군 군단병들 사이에서

이질과 말라리아가 거의 확실시되는 전염병이 창궐해, 무수한 병사들이 심하게 앓았다.

보급난으로 인한 영양결핍이 불에 기름도 아닌 시너를 퍼부었으니

희대의 명장 아그리파가 특공함대를 이끌고, 메토네 섬을 시작으로 코린트 만 일대의 전략적 요충지들을 습격하여

안토니우스군 보급선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한층 더 치명적인 것은, 노잡이들도 태반이 전염병으로 픽픽 쓰러지면서 

안토니우스군의 자랑이었던 '떠다니는 성채' 거대전함들이 싸워보기도 전에 태반은 무력화되었다는 것이었다.

마르쿠스 "검투사의 지능" 안토니우스는 "그리스에 주민이 남아 있는 한 노잡이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스군의 오도기합징집관들이 그리스 전역으로 퍼져나가 노잡이들을 조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건장한 농부들과 목동들이 눈에 띄는 족족 "자원입대"를 면치 못한 것은 물론이요, 

떠돌이들과 심지어 유년병(ephebi)까지 프레스갱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항해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중년 아재들과 노인네들이라고 화를 면치는 못했다.

안토니우스군 보급관들은 그리스 중부의 자유인들 중 노잡이로 못 써먹을 사내들은

대신 노예처럼 끌고 가, 무거운 곡식 자루를 어깨에 짊어지고 코린토스 만으로 수송하도록 강요하면서

조금이라도 걸음이 늦어진다 싶으면 채찍으로 무자비하게 때렸다.

위대한 그리스인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는, 그가 어렸을 적 증조할아버지께서 치를 떨면서 생생하게 들려주신

증조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고향 마을 사람들이 안토니우스군에게 당한 횡포를 영웅전에 기록으로 남겼다.

악티움에서 승리한 옥타비아누스가 전쟁을 치르고 남은 군량을 그리스의 여러 도시들에 나누어 준 덕에

돈도 곡식도 가축도 모두 안토니우스군에게 빼앗긴 그리스인들은 대기근의 참사를 겨우 모면할 수 있었다.

- 베리 스트라우스 저 "악티움 해전 : 로마 제국을 만든 전쟁",
스티븐 콜린스 저 "로마의 전설을 만든 카이사르 군단",

신복룡 역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中 "안토니우스"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