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보병이랑 포병뽕 좀 채우려고 두근두근하며 보러 감.

결론만 말하자면 왜 그렇게 평이 안 좋았는지 알 수 있었고, 실망스럽더라.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을 주제로 다룬 영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나폴레옹의 전쟁사를 제대로 다루거나, 혹은 정치사를 제대로 다룰 거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을 거라 생각함.

당장 나부터가 그랬고.

전쟁사에서 나폴레옹은 두말할 필요없는 천재이자 당대 제일의 군사 전문가였고, 

정치사로도 시골뜨기 무명 장교가 로베스피에르의 눈에 띄어 출세했다가, 총재정부가 몰락하면서 ㅈ되기 직전까지도 가보고.

거기서 화려하게 귀환해 결국 스스로의 손으로 황제가 되어 혁명을 끝장냈다는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인물임.

당장 전쟁사에선 아우스터리츠 전투 하나만으로도, 정치사에선 제 1통령이 되었다가 황제가 되는 것까지만 툭 잘라도 2시간 반짜리 영화를 하나 만들 수 있는 인물이 나폴레옹이니까.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것들을 다 후루룩 넘겨버림.

전투에선 전열보병뽕은 기대도 못하고, 그나마 포병뽕만 간신히 얼마 챙기는 게 전부임. (은근 기대했던 이탈리아 원정은 통으로 스킵됨.)

특히 정치사쪽에선 이렇게 흥미로운 사건들을 그냥 흐지부지 다 넘겨버린다고? 싶어서 보며 식겁할 정도였음.

그럼 전쟁도 정치도 포기한 이 영화가 집중한 포인트가 뭐냐면

조세핀과의 치정임.

조세핀이랑 나폴레옹이랑 떡치고, 조세핀이란 내연남이랑 떡치고, 나폴레옹이 어떻게 날 두고 그럴 수 있냐며 따지고,

둘이 화해하고 다시 떡치고, 나폴레옹이 후계자를 낳아야 된다고 또 떡치고, 결국 조세핀이 아이를 못 낳으니까 이혼하고,

조세핀은 애 못 낳았다고 이혼당하니 ㅈ같아하고.


이런 ㅈ도 안 궁금한 내용들로 한 45분을 보냄.

여기서 영화 시간이 뭉텅 소모되니 전쟁도, 정치도 제대로 그릴 시간이 있을리가 없지.

ㅅㅂ, 내 전열보병뽕을 돌려달라고.

만약 나처럼 전열보병뽕, 포병뽕을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그냥 컴퓨터 켜고 나토나 햄탈 제국을 하시길 바랍니다.

에라이, 이거나 먹어라. 이게 포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