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나라의 악의

온갖 굇수들이 난립하던 춘추시대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말년까지 잘 먹고 잘 살던 인생의 승리자였음.

악의는 원래 조나라 출신인데 그의 시대 때 조왕은 무령왕으로 염파, 인상여 등을 등용하고 조의 최전성기를 연 인물임.

그러나 무령왕이 자식들 왕위다툼에 휘말려서 굶어죽는 어이없는 사태가 터지고 악의는 조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 연으로 튀어버림.

연나라는 당시 최강국이자 얼마 안가 전국을 통일하던 진조차 건드리기 힘들 정도의 개깡패 국가인 제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던 상황이었음.

그렇게 연에 등용되고 장장 28년간의 존버 끝에 제가 역대급 병신짓을 터뜨려버림. 당시 중원의 온갖 어그로를 끌던 송이 연합군에 개작살이 났는데 제가 그 송의 영토를 홀랑 다 쳐먹은거임.

이후 당연히 야마가 돌아버린 다른 국가들이 이번엔 제를 조지겠다고 나섰고 악의는 거기서 단 6개월만에 70개의 성을 부숴버리는 위업을 보여줌.

이후 즉묵과 거 두개의 성만을 남긴 제의 멱을 따버려던 악의를 보고 사이가 안 좋던 연의 태자가 왕에게 가서 악의가 저러다가 제의 땅을 지가 먹으면 어쩌냐고 이간질을 벌임.

그러나 연왕은 원래부터 제왕 시켜줄꺼라고 태자를 잡아다가 엉덩이 까고 볼기짝을 때려줌. 이후 연왕이 사망하고 태자가 왕위에 오르자 어떻게든 우주방어를 펼치던 제의 명장 전단이 악의가 공성전을 지지부전하는 이유가 반란때문이라는 헛소문을 냈음.

이후 태자가 악의를 해고하자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악의는 조나라로 튀어버림. 이때 악의의 후임으로 온 기겁은 전단한테 진짜 기겁할정도로 개털리고 점령한 땅을 모조리 빼았김.

이후 연나라는 악의가 혹시라도 조나라 군대를 이끌고 복수하러 올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악의한테 이전 일의 사과와 그래도 나라를 버리고 튀는게 어딨냐는 병주고 약주는 편지를 보냈고.

악의는 이에 답해서 보연혜왕서라는 불후의 명문을 지어서 보냄.

'군자는 교제를 끊어도 친우의 허물을 논하지 않고, 충신은 나라를 떠나도 임금의 탓을 하지 않는다.'

위 내용으로 악의는 연에 위해를 끼칠 생각이 없다고 딱잘라 말했고, 조에서도 상당히 대우를 받고 살음. 연또한 악의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잘 대접해서 조와 연을 오가며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음.

훗날 제갈량은 자신이 막 공부를 마치고 내가 춘추오패의 첫머리를 연 관이오와 연나라 악의와 비견된다고 자랑하고 다녔음.

요컨대 대학 막 졸업한 놈이 자기가 뉴턴과 아인슈타인급이라고 뻐겨댄 급이지. 근데 다들 반박은 못 했다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