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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ㅇ] 재업 흑금 ㅅㅅ ㅂㅇ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9 09: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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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인 길에 여러개의 발자국이 새겨져있다. 대부분 중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것으로 발끝의 방향도 같았다.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는 크레이그와 트윅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있어도 등교중인 다른 학생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 광경에 완전히 익숙해 져있어 같이 있지않는 쪽이 오히려 시선을 받게된다. 크레이그는 왠지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싶었다. 트윅은 얕은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손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초등학교때부터 시작된 연인관계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가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조용하고 편안한 상대라는 것을 서로가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오가는 대화는 적었다. 지금도 특별히 이야기를 나누지않고 눈을 밟아 걷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아니라 마을에 있다. 애초에 두 사람이 사귀기를 바란 것은 사우스파크의 주민들의 바람이었다. 말하자면 두 명은 제물이었다. 자신들이 사귀는 것만으로 마을의 평화를 가져올수 있다면, 그것에 대해 헌신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생물은 일상에 쉽게 질리는 법이다.

크레이그와 트윅이 둘이 있는 것에 익숙해져 대화도 하지않고 손을 잡지 않은채 걷고 있으면 난데없이 누군가가 다가온다. 그리고 묻는다. 잘되지 않는 것인지, 혹시 싸움이라도 한것인지 하고 이야기를 들어줄까? 하면서 난입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어디에 있던지 손을 떼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다. 어떠한 사정으로 혼자 있게 된다면 역시 누군가가 온다. 애인이 무슨 일이 있는 거니, 헤어진거니, 뭔가 불만이 있는건가 하면서 친구나 가족인양 다가온다. 크레이그도 트윅도 그것에 지쳐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로 한 것은 자신들이라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뿐이다.

학교에 도착하고나서야 두 사람은 손을 놓는다. 클래스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두 사람에게 간섭을 하지 않기때문에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럼, 이따 보자"

"응"

짧은 대화를 주고받고 두 사람은 다른 방향으로 걸어나갔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서로의 친구들이 말을 걸고 교실로 사라져갔다.

수업이 끝난후 먼저 교실을 나온 트윅이 크레이그의 교실로 향했다. 도착했을때에는 크레이그도 교실안에서 나와서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트윅은 끄덕이며 잡고는 나란히 학교를 나갔다.

밖에는 눈이 날리고 있었다. 작은 눈보라였지만 기온은 아침보다 더 떨어졌었다.

크레이그는 목도리에 턱을 묻고는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있잖아"

"응?"

"...제안이 있어"

갑자기 생각난듯한 말이었지만 트윅은 짐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단 둘이 있을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차라리 헤어지자는 말도 나왔지만... 확실히 우리들은 마을이 바라는 보통의 연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너말고는 보이지않는듯이 연인인 척을 해보자는 거야?"

"이해가 빠르네"

트윅은 조금 눈썹을 찌푸리고 옆에서 걷고 있는 임시 애인을 올려다본다. 키는 크레이그가 더 컸었기에 자연히 그런 자세가 된다. 흰 눈이 반짝반짝 춤을 추고 크레이그의 푸른 모자에 내려앉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시선을 맞춘다.

"...좋아, 해볼까. 난 너를 싫어하지 않아. 너를 생각하느라 잠을 잘 수 없는일은 별로 없지만 제대로 좋아한다고 생각해"

"별로라니, 조금은 있는거냐"

"조금은"

임시 애인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고 크레이그는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도 비슷했기에 입밖으로는 내지않는다. 잡고 있는 손을 흔들면서 그럼 자료라도 찾아볼까 하고 중얼거리고는 목적지를 집에서 서점으로 바꾸었다.

데이트장소를 추천하는 책이나 여자가 즐겨읽는 연애소설등을 적당히 산뒤 두 명은 크레이그의 집으로 향했다. 2층에 있는 크레이그의 방으로 들어가고 만약을 위해 커튼을 쳤다.

평소에는 열려있는 문도 닫고 나란히 침대에 앉아 사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연애 경험이 전무했었고 강제적으로 선택된 연인이였기때문에 그런 감정이 따라오지는 않았다. 이성애자였지만 관심있는 여자도 있었던 적이 없었고 연애 방면의 지식은 두 사람에게 전혀 없었다.

잠시동안 책을 읽으며 두 사람은 열심히 공부했다. 아래층에서 부모가 돌아온 소리가 들려 일단 중단하고 문만은 열어두었다. 그렇게 해두라고 서로의 부모에게 못을 박듯이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레이그는 트윅의 귓가에 입을 대고 밖에 들리지않도록 신중하게 말했다.

"대충 파악했어"

"일단 나도, 평범한 연인은 어떨거라고 기억은 했어"

몇번인가 고개를 끄덕이고 크레이그가 연습할까며 묻는다. 트윅은 조금 생각하더니 동의했고 사이에 놓여진 손을 잡았다.

"사랑해, 크레이그"

"......"

"나보다 네쪽이 연기를 못하네..."

"시끄러워"

난처한듯 눈썹을 찌푸리지만 곧바로 한숨을 쉬고 중간에 놓아진 손을 다시 잡았다.

"나도 사랑해"

"...아, 고마워"

"너도 못하잖아"

"갑자기 말해서 그래!"

일순간 침묵이 찾아왔다. 그러나 바로 사라지고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으며 잡고 있는 손을 놓았다.

"뭐, 매일 하면 익숙해지겠지"

"그런가, 그럼 말끝마다 해볼게"

"열정적이네"

"모두가 그렇게 바라니까"

크레이그는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민 손을 트윅은 조용한 웃음을 하고는 잡았다.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가 크레이그는 트윅을 바래다 주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전보다 눈발이 더 거세졌다. 눈보라까지는 아니지만 시야가 조금 옅어졌다. 가느다란 눈송이들이 흔들리며 쌓여 있었다.

다음날부터 두 사람은 바로 열렬한 연인인 척을 했다. 손을 잡는 것을 멈추고 팔을 허리에 둘렀다. 시선을 받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고 두 사람도 대담한 이 행위를 부끄럽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추우니까 딱 붙어있는게 나는 고맙지"

"그래? 그럼 다행이네. 네가 기뻐해준다면 나도 기뻐"

"...그래?"

"응, 사랑해. 크레이그"

"...나는 지금 너를 죽일까 하고 생각했어"

"영광이네"

트윅은 드물게 대담한 웃음을 띄고는 쓴웃음을 짓고 있는 크레이그의 팔에 비어있는 쪽의 팔을 감았다. 근처를 지나가던 동급생이 평상시와는 다른 스킨쉽에 일순간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말도 없이 발빠르게 사라졌다.

아이의 반응이 어떻든 어른들은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행복하게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뺨이 느슨해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개의 시선이 가차없이 두 사람에게 향해지고 있었지만 그 자체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뻐한다면 작전은 성공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언제나처럼 손을 놓은뒤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다른 학생들에게 녹아들어갔지만 돌아가면 또 평소보다 가까운 거리감으로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깔려있어 쌓인 눈이 녹을 기미는 없다.

"해보니까 어떻게든 되네"

"그러네"

트윅은 크레이그의 팔을 달라붙어 스쳐가는 어른들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마찬가지로 크레이그도 주위를 살펴보고는 옆을 내려다봤다.

"마을 사람들도 만족한것 같네. 일단 성공이야"

"응, 사랑해. 크레이그"

"...너 정말 대단하네"

칭찬이라고 생각해 트윅은 가늘게 눈을 뜨고는 웃어보였다. 거리의 주민들에게는 두 사람의 대화내용까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저렇게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멋대로 관계성을 상상하며 만족하는 것 같았다.

트윅과 크레이그는 당분간 이 상태를 계속하기로 했다. 가깝게 붙어서 걷고 가능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도록 노력했다. 트윅은 큰 어려움없이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크레이그는 다소 쑥스러운듯이 말을 되뇌었다.

깊게 사랑하는 척을 한달정도 계속하고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무렵에 단 둘이서 하는 상담을 시작했다. 학교를 가지않는 휴일에 책에서 보았던 데이트플랜을 해볼까 하고 이야기가 됐고 행선지를 정했다.

두 사람은 소란스러운 장소는 취향이 아니었기에 지금까지는 집에 있거나 아니면 공원이나 호수같은 조용한 장소로 가는 것이 주류였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활기를 넘치는 수족관이였다. 인파에 섞인채 두 사람은 함께 걷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은 만큼 향해지는 시선도 평소보다 많다. 냉혹하게 관찰하는 시선에 트윅은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떨었다. 크레이그는 혀를 차고 트윅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나아갔다.

수조안에 갇혀있는 물고기는 조명을 받아 비늘이 요염하게 헤엄칠때마다 빛이 반사됐고 그 것은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이건 자신들과 같다고 크레이그는 생각한다.

수조에 갇혀있지는 않지만 항상 여러개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것은 틀림없다.

수족관 코스중에 휴식공간이 있어 두 사람은 앉아서 쉬기로 했다. 소란과 시선에 지쳐있어 양쪽이 자연스럽게 발이 멈춰졌다. 비어있던 테이블과 의자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사람이 많구나..."

"아아..."

목소리에 피로가 묻어나온다. 같은 타이밍에 한숨을 토해내고 의자에 깊숙히 기대고 있는다. 트윅의 시선이 특별한 의미없이 주의를 향한다. 다음 순간에 숨을 들이마시고 정면에 있는 크레이그로 재빨리 돌린다.

"왜그래?"

"......"

트윅의 모습에 눈썹을 찌푸리며 크레이그도 주위를 둘러본다. 두 명이 앉아있는 곳 주위에는 몇개인가 앉을 자리가 있었고 공석은 없었다. 그곳에 앉아있는 모든 인간들이 두 명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크레이그가 소리없는 절규를 하는 동안에 목소리가 하나 들려왔다. 어디의 자리에서 들려왔는지 분명히 알지는 못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들려온다.

왜 옆에 나란히 앉아있지 않는 것인지, 주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 라며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이 날아왔다. 무수한 그 눈은 수조를 바라보고 있을때와 같이 역겨운 흥미를 띄우고 있었다.

어깨를 떨고 있는 트윅의 팔을 당겨서 크레이그는 도망치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붐비는 통로를, 때때로 누군가와 부딪치고 시선을 뿌리치고 수족관 밖으로 뛰쳐나왔다.

...라고 생각했지만 출구에 있는 인간들조차 마을의 축복을 받은 연인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크레이그"

"가자"

크레이그는 가능한 사람이 적은 방향으로 발을 돌려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기분나쁨을 느끼고 있다. 말없이 계속 달리고 익숙한 주택이 있는 거리로 돌아오자 숨을 생각으로 트윅의 집에 들어갔다.

그의 부모님은 카페에 있었기 때문에 집안에는 단둘밖에 없었다.

그 곳에서 간신히 어느쪽이 먼저랄것도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유롭게 된 이 공간에서 잠시동안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윽고 크레이그는 한숨을 토해내고 서있는 채로 가만히 있는 트윅의 팔을 이끌어 거실의 쇼파에 앉혔다.

조금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고 벽 너머로 전해지는 생활소음을 몇초정도 듣고나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까"

질문에는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상정내였기때문에 크레이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이제 이전과 같이 손잡는걸로 돌아가는게 좋다고 생각해"

"......"

"눈치 못챘냐. 너 계속 창백해져 있다고"

트윅은 무심코 입가를 누르고 곁눈질로 크레이그를 본다. 걱정스러운 눈빛이 향하고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경계가 풀린다. 목을 세로로 흔들고 등받이에 체중을 맡기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아아"

"너를 생각해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

"너무 많이 생각해서 잠을 못자는것이 아니라, 잠이 안올때 너를 떠올리면 어딘지 모르게 안정이 돼서 잠이 든다는... 라고 말하는 편이 가까울거야"

"...과연"

"이래서는 안되는 걸까. 너와 함께 읽은 연애소설처럼 보고 싶어서 어쩌지 못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까봐 불안해하거나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고싶어 한다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너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말이 없어도 괴롭지 않고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맞는 곳이 많아서 기분이 차분해져. 그것이 지금의 내가 크레이그를 생각하고 있는거야..."

대화가 멈추고 도중 크레이그는 눈을 한번 감았다. 트윅이 말한 것들은 자신이 떠올린 것과 같은 것이다. 초조해지는 감정은 없지만 말없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감정이 흘러들어온다. 조금씩 쌓여가는 눈처럼 고요하지만 존재감이 커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 크레이그는 천천히 눈시울을 열고 곁눈질로 연인의 모습을 살펴본다. 마음이 이미 정해졌다.

"...그만두자. 내일부터는 다시 손잡자"

"하지만"

"오늘은 나도 시선때문에 꽤 힘들었어. 이대로 계속한다고 해도 서로 숨만 막힐 뿐이야. ...나도 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크레이그는 손을 뻗어 무릎위에 놓여진 트윅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게 움켜쥐고 둘 사이에 가라앉힌다. 다시 무언으로 돌아간 둘이었지만 정적속에 이루어지는 만남이야말로 두 사람은 확실하게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고요함에 잠시 잠긴뒤 트윅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족관에 나선 이후로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돌아가려고 일어난 크레이그와 함께 현관으로 가서 한쪽 팔을 들고 등을 돌린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배웅했다.

육체적인 연결이 손잡는 것만이 된 두 사람을 마을은 환영하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낙담하고 향하는 시선에는 가시가 있었다. 모처럼 응원해주고 있는데 라고 지껄이면서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동급생이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방관하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두 사람은 깨닫고 말았다.


크레이그와 트윅은 둘뿐이었다.


어디까지 걸어간다고 해도 어디에도 가지 못할것 같았다. 목표도, 목적지도 보이지 않았다.

어제부터 계속 부슬부슬 내리던 눈은 기세를 더해간다. 뉴스가 이상기후를 호소하고 있었지만 크레이그와 트윅은 텔레비전을 보지 못했고 핸드폰도 확인하지 않았다. 알았다고 해도 중학교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발걸음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눈덩이가 바람과 함께 쏟아져서 시야를 가득 매워간다. 울려퍼지는 굉음이 소리를 지워버린다. 거리감도 잡지 못하고 무수한 눈들이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내에서 나가지 말라는 주의를 듣고 바람에 덜덜 떨고 있는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 끝이 보이지않는 온통 흰색이었다.

온몸을 눈에 맞으면서도 크레이그는 트윅을 놓지 않았다. 트윅도 제대로 손을 잡고 평형감각과 피부의 감각을 잃으면서 걷고 있다. 잠시 나아가자 무언가 벽에 맞닥뜨리고 크레이그는 눈에 덮인 그 표면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확인했다. 거친 나무줄기가 나타났고 표시가 될거라고 생각해 멈추기로 결정했다.

눈보라의 소리는 시끄러웠고 가차없이 귀를 몰아세운다. 고막의 주위에는 계속 누군가가 아우성치는 것같았다. 크레이그는 트윅의 귀에 입술을 대고 말을 불어넣었다. 여기서 좋냐고 묻고 트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손을 놓았다.

목에 두른 머플러를 풀고 바람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던지고 이어서 두꺼운 재킷도 벗었다. 눈앞에 크레이그도 똑같이 겉옷을 벗어버리고 자포자기라도 한듯이 눈보라로 던졌다. 그것들은 곧 눈에 덮여 보이지않게 됐다. 마지막에 끼고 있던 장갑을 동시에 벗고 분노를 담아서 발밑으로 던졌다.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셔츠와 바지뿐이었다.

어느 쪽도 이미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눈이 피부를 때리고 있지만 아무래도 좋다는듯 얼굴을 하고 떨어져있던 손을 잡는다. 나무의 앞에 앉아 하얀색의 풍경을 바라본다. 눈보라가 한순간 약해져 건물의 윤곽이 시선으로 흘러들어왔지만 두 사람 모두 무엇인지 알수 없었고 아무래도 좋았다.

"들려?"

큰 목소리로 말을 걸자 바로 옆에 있었기때문인지 트윅은 반응했다. 얼굴을 크레이그 쪽으로 기울여 듣고 있다는 신호를 주듯이 손을 강하게 잡았다.

"우리들 바보같은 꼴이네"

"...응, 되돌릴 생각도 이제는 일어나지 않아"

"어디에도 아군은 없어. 마을을 위해서라든지 평화라던지 지긋지긋해. 구역질이나. 뭐든지 다 더럽게 화가 나"

"전부 같은 기분이야"

"서로 사랑하고 백년해를 약속하는 열정적인 연인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마 젠장!"

강한 어조의 말은 트윅이외에는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트윅은 끄덕이고 신체기능이 서서히 부서져가는 것을 느끼면서 크레이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크레이그는 손을 잡지않은 쪽의 팔로 트윅을 만지려 했지만 신경이 끊어진듯 움직일 수 없었다. 대신 머리를 흔들어 얼어버린 금발에 턱을 올리고 천천히 눈꺼풀을 내렸다. 검은 속눈썹에 한순간 눈이 쌓였지만 치울 기력도 이미 없고 눈동자만이 피부아래에서 가볍게 물결쳤다.

눈은 아직 그칠 기미가 없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죽음을 향해가고 있었지만 끝난다는 것에 대해 공포심은 없었고 날뛰는 눈보라에 반해 편안했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단절된 이 시간은 어떻게 보낸다고 해도 비난받지않는 드디어 찾아온 자유였다.

단 둘만이 있을때의 평온을 두 사람은 사랑하고 있었다.


시신은 마을 변두리에 있는 나무의 옆에서 발견됐다.

서로를 지탱하듯이 붙어있고 눈과 기온에 굳어진 그 표정은 어딘가 안도하는듯 했다. 축복받은 동성애의 연인이 자살했다고 울기는 했지만 그 마지막을 기리듯이 억측하고 제멋대로 이야기를 했다. 두 사람은 행복했던 것이 틀림없다고 누군가가 말하자 모두가 동의한다.


휘몰아치던 눈은 멈추고 사우스파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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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ㅂㅇ 찐금 흑금 케금 ㅂㅇ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27 1126 45
311 일반 금동이이름 비유는 제갈제갈이 웃창이었는데 [1] ㅇㅇ(119.69) 20.07.27 318 4
310 일반 금챙좆목에끠 기원 87일차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27 107 1
309 일반 금동이 이름 박씨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27 217 1
308 ㅂㅇ 흑금 ㅂㅇ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27 973 31
307 일반 기대안하려고 하는데 자꾸 기대하게되노 [3] ㅇㅇ(119.69) 20.07.27 209 1
306 일반 어떤에피들이 나올지 기대되노 [1] ㅇㅇ(119.69) 20.07.27 116 0
305 일반 이금손 동오후 존나머지같네 [1] ㅇㅇ(119.69) 20.07.27 260 1
304 ㅂㅇ 흑동이 안나오는 흑금ㅂㅇ [2] ㅇㅇ(119.69) 20.07.27 950 34
303 일반 갈동이는 왜 영고갈동이 잘어울릴까 [2] ㅇㅇ(119.69) 20.07.26 215 1
302 일반 흑금 체격차나는거 좋아 [1] ㅇㅇ(119.69) 20.07.26 290 2
301 일반 목악 이거 놈딱커여워 [1] ㅇㅇ(119.69) 20.07.26 20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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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일반 흑금 나중에 놀이공원 한번 더 갔겠지 [1] ㅇㅇ(119.69) 20.07.26 243 2
296 일반 늒시즌 윾잼으로 뽑아내면 금손들 돌아오겠지 ㅇㅇ(119.69) 20.07.26 134 0
295 일반 흑동이 안경쓴거 보고싶다 ㅇㅇ(122.47) 20.07.26 117 1
294 일반 기니머지 하찮게씻기는 흑동이 ㅇㅇ(119.69) 20.07.26 22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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