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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ㅇ] 흑금 끡십ㅅㅅ ㅂㅇ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9.29 00:37:27
조회 2638 추천 42 댓글 10
														

아침에 울리는 자명종의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일어나 전자시계의 표시를 본다.

날짜를 보고 "아, 오늘로 4년째인가..." 가 멍한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시계는 언제나 6시 30분을 나타내고 있다.

좀더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었지만 오늘은 평일이기에 일어나야만 한다.

잠이 덜깬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나와 하품을 한번.

이불에서 나오면 몸에 느껴지는 겨울의 추위에 무심코 목소리를 흘렸다.

자기전에는 난방의 열이 남아있는 실내였지만,

"난방을 키고 자버리면 화재가 날거야. 타이머는 언제 해야할지 모르니까 절대로 쓰기 싫어" 라며 멍청한 짓을 한 동거인때문에 아침의 쌀쌀한 공기를 굳이 참기로 했던것이다.

에어컨에서 화재가 난일은 들어본적이 없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않고 떠드는 바보탓에 매일 아침 이런 생각을 해야하는 자신이 불쌍해진다.

화재같은것 경험한적도 없을텐데 도대체 왜 그런 네거티브한 망상을 펼치고 있는걸까.


막 잠에서 깨 굳은 몸을 억지로 움직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렇다고해도 넥타이와 재킷은 집에서 나오기전에 입기때문에 아직 셔츠와 바지를 입고있을뿐이다.

샤워를 했음에도 졸리다.

하품을 하면서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아직도 침대에서 기분좋은듯 숨소리를 내고 있는 연인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대고 "아침이야" 라고 말을 건다.

아직 꿈속에 있고싶은지 내 손을 뿌리치고 베개를 안고 이불속으로 숨는다.

"트윅"

"으...으응..."

금발 머리칼도 모두 숨어버려 어쩔 수없이 이불속으로 손을 넣어 잡으려하면 일부러인지 무의식인지 모르겠지만 힘껏 손톱을 세워 할퀴었다.

당황해서 손을 빼버리고 생긴 상처를 만져본다.

집을 지키는 동물인가...

항상 어깨를 흔들어 말을 걸면 쉽게 일어났었는데 오늘은 완고하다.

어제 잠을 조금 늦게 자서그런가... 아니, 그래도 정말 조금이었다.

자신도 다음날 일이 있으니 무리할수가 없어서 한번밖에 하지않았고 그렇게 부담을 주지않도록 했기에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것이다.

어제 밤의 일을 다시 생각하며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고 꿈틀꿈틀 작게 움직이는 이불을 본다.

또 손을 할켜지는 것은 싫으니까 어쩔 수 없다.

힘이 들어오지않는 손으로 이불을 잡아 힘차게 벗겨냈다.

"으응......"

작은 신음후 추운지 베개를 꼭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옛날에는 조금만 다가가도 일어났을텐데 녀석의 감도 이제는 무뎌진것이다.

나에 대한 경계심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기쁜 일이지만.

(사귀고부터 이 상태가 될때까지 자그마치 10년이 걸렸다, 너무 길잖아.)


마음을 독하게 먹고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트윅, 이제 일어나."

"응..."

"아침만들어야지"

"응......"

겨우 눈을 살짝 뜨고 천천히 내 얼굴을 확인한다.

"아침이야, 빨리 일어나"

멍한 눈으로 가볍게 손을 흔들더니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악! 이불이 없어! 어떻게 된거지 크레이그! 이불이 없다구! 오늘부터 매일 추워지게될거야!"

"너를 깨우려고 내가 치운거야, 됐으니까 일어나"

"크레이그가... 아......"

드디어 내가 걷어낸 이불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깨닫고 안심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도둑인줄 알았어"

"왜 도둑이 이불을 훔쳐, 보통 통장과 지갑이야"

"아, 그것도 그렇네. 아 진짜 깜짝 놀랐어"

트윅은 자고 일어나면 상태가 매우 좋다.

나와 같은 저혈압이지만 잠에서 깨고 기지개를 켜면 평소와 변함없이 몸을 움직일수있는 타입이다.

그대로 일어나 빠르게 잠옷을 벗고 추위를 느끼는건지 아닌지, 몸서리 하나 치지않고 옷을 갈아입었다.

멍하니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쭉쭉 셔츠 소매를 잡아당겨오기에 "알았으니까" 라며 여전히 잘 못끼우는 단추에 손을 뻗어 고쳐준다.

이 녀석의 단추를 잘못끼는 습관은 옛날에는 손떨림에 의해서 옷을 잘 못입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독도 거의 완치됐고 꽤 아플때가 아니면 떨리는 일도 없어졌지만 지금도 당연한것처럼 잘못끼우고 옷을 갈아입는다.

왜냐고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게 익숙하니까" 라는 매우 단순한 답이었다.

내가 고쳐주면 되겠지만 놔두면 하루종일 그 상태로 태연히 외출까지 하니까 좋지않다.

어릴때는 "부모의 훈육이 어떻게 된거야"나 "칠칠치 못한 아이네" 로 넘어가지만 어른일때는 단순히 수상한 사람이다.

결국 옷을 제대로 입으라고 말해도 고치지않고 끝에는 "내버려둬! 나는 불편하지않으니까!" 라고 주장하기에 마지못해 내가 고쳐주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오늘처럼 갈아입고나면 내게 와서 단추를 고쳐달라고 재촉해온다. 트윅의 옷을 갈아입을때의 루틴워크는 "크레이그에게 단추를 고쳐달라한다" 라는 순서가 있을 것이다.

안될놈, 이라고 말하면 히스테리를 일으킬게 뻔하니 말하지는 않겠지만.

아침의 말다툼은 머리가 둔해진 나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다.

트윅은 방에서 나오자 욕실에서 세수를 하고 준비를 한뒤 앞치마를 메고 부엌으로 향해 재빨리 식사준비를 하였다.

정말 아침부터 팔팔하게 잘움직인다.

동거를 시작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내가 확실히 빠르니까 아침정도는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트윅의 밥을 평소에 먹게 된 이후로는 그렇게 말할수도 없게됐다.

그전까지는 아침은 시리얼이나 빵, 낮에는 회사근처에서 사먹거나 외식을 했고 밤에는 대게 고기를 굽거나 피자나 먹을까하는 간소한 식생활을 보내던 나에게 트윅의 식사에 집착하는 것도 당연하다.

같이 살게되고 내가 아침식사로 시리얼을 먹고 있으면, 비상시도 아닌데 왜 그렇게 먹는거야 라고 이상한 얼굴을 지을 정도다.

매우 보통의 일이라고 생각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트윅이 척척 만들어낸 아침식사를 보고 납득했다.

함께 산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않아 나의 평소 식생활이 그런 것을 알고 비명을 질러댔었다.

트윅은 버터만 바른 구운빵을 먹고 있는 나에게 옆에 황급히 토마토 샐러드와 당근과 감자가 들어간 오믈렛이라는 나에게는 호화로운 모닝플레이트를 갖다댔다.


"이런것 아침부터 만들면 힘드지않을까?"

"왜? 샐러드는 썰어서 그릇에 담았을 뿐이고 오믈렛도 구웠을 뿐이야. 딱히 대단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별로 힘들일 없어."

나는 프라이팬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귀찮다고 생각하지만.

트윅과 나의 요리에 들이는 수고스러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런 요리를 어려움없이 만들면서도 옷은 제대로 입을수 없구나, 라고 트윅의 비위를 거스리는 짓은 하지않고 차려진 음식에 집중했다.

트윅이 만든 요리는 아침이나 저녁이나 부실하지도않고 아주 맛있다.(본인말로는 부실하다고 하지만 나는 모르니까 상관없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집에서 태어나 자라며 부모를 도와주는 일도, 아르바이트도 음식에 관계됐고 지금 하는 일도 카페의 파트타이머이다.

남들처럼 할수있는 것이 적은 트윅이지만 요리만큼은 그 이상의 실력을 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나오는 모닝세트같은 메뉴로 하루를 시작하는 매일이라는 것은 나에게 매우 매력적인 것이다.

자다 일어나서 나른한 몸을 이끌고 부엌에서 1분안에 맛없는 식사를 준비하는지, 그 1분을 잠깨우기 좋은녀석을 끌고와 아침시간을 보내면서 자동적으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지.

그런 두가지의 선택이 있다면 내가 아니라도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느린 동작으로 주간지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으면 가벼운 소리와 함께 식탁에 접시가 놓인다.

동시에 좋은 냄새가 풍겨온다.

식탁의 가장자리에 읽고 있던 주간지를 놓고 보면 오늘 아침은 햄과 계란의 갈레트와 베이비리프 샐러드같다.

트윅은 두 사람몫의 커피를 따르고 앞치마를 벗은뒤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아침에는 되도록 몸을 움직이고 싶지않은 나에게 있어 이 시간만큼은 트윅을 좋은 연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도 참 타산적이다.

식사를 하기 시작하자 트윅은 무언가 생각난듯 목소리를 냈다.

"아, 있잖아 크레이그. 오늘, 뭔가 있지"

"뭔가?"

"모르겠어, 뭔가 있었던것 같은데 생각이 안나... 크레이그도 모르는거면 기분탓이려나"

"그... 나의 기억에 의존하지말고 달력이나 휴대폰에 적어두라고 항상 말했잖아"

"악! 그렇지만 메모하는걸 잊어버린다고! 게다가 어디에 메모했는지도 잊어버려!"

진짜 안될놈...... 이라 생각하며 머리를 감싼다.

확실히 해가 바뀌자마자 다이어리를 선물했을텐데.

말로 하지않고 머릿속으로 투덜대면서 반정도는 "사용되지않을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건넨것이니까 어쩔 수없다.

줬을때 트윅도 기쁜듯한 반응도 보이지않았고 완전히 자기만족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어차피 내 책상 어딘가에 버려졌겠지.

왜냐하면 트윅은 조금이라도 기억나지 않는것이 자신의 손에 있으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을 하려하지않고 마음대로 내 책상에 버리는 버릇이 있기때문이다.

크레이그의 것이라면 크레이그에게 줬고, 자신의 것이라도 크레이그에게 주었다.

그런 트윅의 행동에 좀 더 자립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따로 사는 것도 아니니까 그것으로 좋은건지도 모른다.

정리하지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자신을 위로해본다.


"......크레이그 오늘 생일이야?"

"아니"

"아, 트리샤의 생..."

"아니"

"악! 아직 끝까지 말하지않았어!"

"말해도 아닌건 아닌거야"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는 트윅에 무심코 입꼬리가 올라간다.

트윅의 "생각나지않는 무언가"는 아마 결혼기념일 것이다.

4번째 결혼기념일이라고 해도 간단한 서류와 서약의 반지를 교환했던 보통의 날.

트윅의 자그만 뇌로 기억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뭔가 있던것같다고 희미하게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칭찬할만한 일이다.


나 자신도 기념일이라는 것을 세세하게 챙기는 편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무렵부터 트윅의 일이나 스케줄, 예를 들어서 트윅의 부모님의 생일은 물론 알바스케줄과 과제 제출일, 빌린 비디오 반납기간까지 억지로 외우고 있는 바람에 매년 오는 기념일은 모두 머릿속에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된건 처음에 "부탁해, 크레이그. 오늘 나온 과제이지만 인쇄해도 집에서 잊어버릴것같으니까 제출전날에 나한테 가르쳐줄수있어?" 라고했을때 흔쾌히 승낙해버렸기 때문이다.

설마 매일같이 트윅의 일정을 확인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걸 기억하고 오늘 밤 이메일을 보내고 일요일에 전화하고, 부탁이 점점 늘어가면서 내가 왜 그런일을 기억하지않으면 안되냐는 생각이 저절로 생겨갔다.


"나를 부려먹지마"

그렇게 선언하기도 했다.

"왜 갑자기 그런말을해!?"

"나에게도 내가 해야할 일이 있는데 너의 스케줄까지 외우고 있어.

힘든데다, 이대로 어른이 되면 너는 인간실격이야. 조금은 스스로 해보는 것이 어때"

"악! 그렇게 되고싶지않지만 그런걸 모두 외우다니 나에겐 무리야!"

"나에게 의존하기전에는 어떻게 한거야. 그전까지 혼자 해왔다면 앞으로도 혼자서도 가능한거지?"

그렇게 들으면 나에게 의존하기 전에는 부모에게 의지한것같아서 스스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없다.

그럼 또 엄마가 어리광을 받아준다고 넘어가고 그렇게 의지하다 부모에게도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보라고 포기한것 같다.


일주일이 지나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다른 교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내가 있는 교실로 뛰어들어왔다.

울상인 얼굴로 나에게 울며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어! 이 이상 실패를 거듭하면 학교도, 아르바이트에도 못가! 부탁해, 크레이그 제발!" 라고 호소하며 껴안아온다.

어차피 연인이라는 것은 주위에 발각된지 오래다.

"아침부터 뜨겁네" 라고 날아오는 야유에도 익숙해져있다.

어쩔 수없이 트윅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달래주고 트윅이 진정하길 기다린다.

"나도 부모에게도 의존하지말고 스스로 어떻게든 해봐. 휴대폰의 달력에 기입하고 바로 벽에 메모를 붙이면 어때?"

"악! 그것을 못하니까 크레이그에게 부탁하잖아!"

"그...... 나는 너의 애인이지 간병인이 아냐"

"알아! 간병인은 하기 싫다는데도 내 옷을 억지로 벗기고 삽입하지도 않아!"

"야"

"프릴이 달린 치마를 입히고 어울리지않는다고 웃으면서 발기하지도 않아!"

"그만, 트윅"

"난 여자의 옷은 입고 싶지않았어! 하지만 크레이그가 부탁해서 들어줬는데 왜 나의 부탁은 들어주지않아?! 이런 일방적인 관계는 연인이라고 부를수없어!"

"트윅! 알았으니까 더이상 말하지마!"

트윅이 혼란할때 내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후회했다.

결국 트윅의 일정은 내가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게 됐고 트윅이 물건을 깜빡하면 내가 혼나게됐고, 동급생들에게는 여장플레이를 강요하는 강간범 취급을 받게되는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

이후 아이를 돌보는 부모처럼 일일히 할일은 했는지 잊은 물건은 없는지 시간이 괜찮은지 확인해준 결과 어떻게봐도 성인이라고 말할수밖에 없는 나이에 트윅은 예상대로 한심한 어른이 됐다.

그렇다고 그다지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다.

트윅 자신에게 컴플렉스가 있는 것은 확실하고, 나의 수고가 늘어난 것도 확실하지만 매일을 평온하게 무사히 보내고 있으니 아무래도 좋은것이다.


빈접시에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면 트윅이 리필? 이란 말과 함께 커피포트를 들어올렸다.

고개를 가로젓고 이제 아슬아슬한 시간이라 방에 가방을 가지러가면 왠지 트윅도 나를 따라왔다.

"크레이그! 넥타이, 내가 해줄게!"

방까지 따라온 트윅이 멋대로 내 옷장 서랍을 열고 넥타이 3개를 한꺼번에 꺼내고, 1개만 손에 든채 나머지는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대로 하루동안 방치되고 돌아온 내가 치우게 되겠지, 라고 한숨을 쉰다.

"크레이그 키크니까, 숙여줘"

"네네"

스스로 매는 것이 확실히 빠르겠지만 그냥 사소한 일이라도 의욕이 있으면 맡기는 것이 좋을까... 따위를 생각하지만 상대는 어린애가 아니라 동갑의 남자다.

녀석이 상대라면 어쩔수없다.

트윅은 넥타이를 천천히 보고 앞과 뒤를 확인하고는 내 목에 확 걸었다.

쓸데없이 느린 손놀림으로 우물쭈물 매기 시작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녀석은.

"어라... 어라...? 이렇게?"

"달라. 그 반대편으로 돌려서 고리를 만들어"

조언을 하지만 트윅은 묶는 방법을 전혀 모른다.

"......됐어?"

"안됐어"

일단 매듭지은 넥타이지만 슬쩍 매듭이 풀리고 내 목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트윅은 가벼운 비명을 지르고 허겁지겁 잡고는 다시 한번 건다.

"긴쪽으로 하는거야, 지금 오른손에 갖고 있는걸로"

"음...... 이렇게? 어라, 된건가?"

"안됐어"

"악!!! 크레이그의 키가 커서그래! 제대로 숙여!"

팟하고 목에 걸린 넥타이를 당겨서 무심코 넘어질뻔 했다.

위험하잖아, 라고 해도 듣지않고 대충 묶고 푸는 것을 거듭...... 아 진짜 시끄럽다.

됐다며 넥타이를 빼앗으려고 해도 싫다고 내놓지않으려한다.

트윅의 키에 맞추어 숙인 바람에 허리도 목도 피곤하다.

"트윅, 이제 시간이 위험하니까 다음에 해줘"

"이제 조금만하면 끝나니까 기다려"

전혀 안되고 있으니 끝날리가 없겠지만......

스스로 하면 10초도 안걸리는 작업이라 불만이 들끓게되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트윅, 나는 목이 아파오는데"

"악! 압박하지마! 크레이그! 잘못하겠잖아!!"

"전혀 변함이 없잖냐, 처음부터 안됐어"

"으음, 그럴지도 모르지만 좀 기다려!"

다급한 트윅은 무엇을 생각했는지(아마 아무생각도 없겠지만) 울상이 되면서 갑자기 목에 넥타이를 둘둘 두르기 시작했다.

"이봐, 그만둬"

"악! 넥타이를 잘매다니 나에겐 무리야!!"

"그럼 왜 한, 으, 읏"

있는 그대로 꽉꽉 넥타이를 당겨와서 본격적으로 목이 졸린다.

오랜만에 느끼는 생명의 위기때문에 어쩔수없이 트윅의 머리를 가감없이 세게 때리니 겨우 손을 놓았다.

이제야 호흡이 되돌아고 숨막힐뻔한 목에 감긴 넥타이를 풀자, 이제 트윅에게 내어주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정하고 얼른 맸다.

"악! 왜때렸어? 갑자기 화내지마!!"

"화내는게 당연하잖아 바보냐! 날 죽일 셈이냐!"

"죽이다니!? 그럴리 없어 크레이그가 죽으면 난 누가 돌봐줘!"

문제는 그건가?

다시 한번 트윅의 머리를 때리고 옷걸이에 걸어놓은 재킷을 입는다.

"또 때렸어! 지독해, 크레이그! 나는 열심히 했는데!"

"열심히 한 결과가 이거? 나보다 니가 더 지독해"

"음...... 어제 텔레비전에서 넥타이의 멋진매듭 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봤으니 할수있을것 같았는데"

"호오"

"악! 안됐다고 무시하고 있어! 크레이그는 날 그렇게 바로 바보취급해!"

간단하게 대답을 했을 뿐인데...... 히스테리를 일으키기 시작한 트윅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그럼... 바보를 무시해서 뭐가 나빠?"

"바보라고 말해서 날 상처줬어! 이제 싫어, 싫어! 얼른 나가! 밤에 크레이그가 돌아와도 절대 문열어주지 않을거니까!"

"너...... 그런말을 하면 돌아가지않을건데 좋은건가"

"상관없어! 난 열어주지 않을거야!"

조금전에 말했지만 돌아가지않겠다고 선언한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않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말 돌아가지않으면 피해망상이 부풀려져 더 귀찮아진다는 것을 경험했으니까 절대 하지않는다.

녀석의 편집증과 히스테리 덕분이랄까, 내 정신은 언제든지 냉정하게 유지하도록 단련되간다.

언제까지 다툴수도 없고 가방을 가지고 복도로 나가면 불평하는 트윅이 뒤에서 따라온다.

"도대체 너는 항상 오만한거야, 나라고..."

"트윅"

"뭐야!"

할수없이 멈춰서고 트윅의 말을 막기위해 조금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어깨에 단단히 손을 얹어 가만히 트윅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러면 트윅은 항상 떨면서 외면하려하니 입을 막고 싶을때나 진정시키고 싶을때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이건 트윅에게 죽을 정도의 압력을 주고 있는듯해서 몇차례 "다시는 겪고싶지않아" 라고 간청하고 있지만.

가능한 하고싶지않지만 몇번 트윅은 자주 부당한 이유로 나에게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그것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으니 할수없다.

이번에도 잘되는듯 가만히 바라보다가 트윅은 내게서 눈을 돌리고 치켜올라간 눈썹이 소심한 팔자로 내려오고 으으... 거리며 작게 신음했다.

죽을것 같은 정도의 압력이 전해오는지 어깨에 얹은 손에 떨림이 전해져온다.

얌전하게된 트윅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조금은 긴장이 완화됐는지 안심한것처럼 숨을 내뱉는다.


"트윅, 오늘이 무슨날인지 기억해?"

"악!뭐!?"

"무슨 기념일. 내가 돌아올때까지 생각해둬"

기념일... 이라 중얼거리고 트윅은 찬찬히 나를 본다.

"크레이그 오늘 생일인가?"

"아니"

밥먹을때도 나눈 대화였지만... 트윅이다, 이미 잊었을 것이다.

시계를 보면 아침부터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기때문에 꽤 아슬아슬하다.

"내가 돌아오기전까지 생각하면 선물줄게. 전에 갖고싶다고 말했던 백팩이라던가"

"뭐든지 좋다면 베개가 좋아! 그 푹꺼지는 느낌이 기분좋아!"

"좋아, 일단 그거다"

으응, 그리고 머리에 손을 대고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트윅은 아까까지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을 것이다.

이러면 돌아왔을때 화내거나 무서워하는 일도 없이 곧장 문을 열어줄 것이다.

"다녀올게. 문잠가둬"

"응, 좋은 하루 보내"

트윅의 이마와 뺨에 키스를 떨어뜨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면서 걷기 시작하면 "내 생일 오늘이던가" 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이대로라면 트윅이 밤까지 생각해내는 것은 무리일것이다.

점심시간에 힌트를 이메일로 보내줄까...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등뒤로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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