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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나카야마랑 사귄다고 거짓말을 했다.

ㅇㅇ(49.173) 2024.04.19 02:41:10
조회 1356 추천 40 댓글 5
														
고독, 그것은 굉장히 차갑고 아픈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그것을 잊으려 타인과 사귄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 고독을 좋아하기도 한다, 나카야마 페스타의 트레이너는 어릴 때부터 별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랑 같이 집에 갈래?"

같은 반에서 제일 예뻐 남자애들의 관심을 받는 아이가 당시 같은 반 학생이었던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아니, 집 방향이 다르잖아."

"아, 미안해."

중학교 시절.

"선배,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아니."

"헤에, 혹시 마음에 둔 여자는 있어요?"

"아니."

"헤...에?"

그 뒤로 그 여자 후배는 귀찮게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널 입학식에서 봤을 때부터 널 좋아했어, 괜찮다면 나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지 않겠니?"

"....선생님?"

인연이 없다면 없었던 그의 과거, 대학을 졸업하고 중앙 트레센 학원에 트레이너로서 재직하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시련이 찾아왔다.

"슬슬 결혼할 나이가 되지 않았니? 엄마는 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걸 보고 싶단다."

"자리라면 이미 잡고 있는데요."

잘 나가는 중앙 트레이너는 30대에 고가의 스포츠카 한 대를 뽑고 다닐 정도로 수익이 엄청나다, 그리고 그는 첫 담당이 최근 타카라즈카 기념 트로피를 딴 장래 넘치는 신입이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잖니, 어제 엄마가 괜찮은 아이를 만났거든? 한번 만나보렴."

상대는 트레이너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중학교 후배이자 사디즘을 가진 걸로 유명한 여자, 절대로 그녀와 사귀고 싶지 않았다.

"됐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작년에도 그렇게 말해 놓고 여자 친구 한 명 소개 해주지 않았잖니! 다음 주 화요일 점심에 시간 비워 두렴."

어머니의 고집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트레이너는 머리를 굴려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했다, 여자 친구? 그런 거 만들어 본 적 없는...

트레이너실에 앉아 사탕을 물고 있는 나카야마 페스타, 스마트폰을 보며 다리를 꼬며 우마튜브 채널, 고루시TV에서 방금 막 올린 담당 트레이너와 함께 수입산 해마를 튀겨 먹는 영상을 올려 그것을 보고 있었다.

"있어요."

"뭐라고? 뭐가 있어?"

"여자 친구 있다고요."

전화가 끊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울렸지만 트레이너는 받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에게서 온 라인이 왔고 내용을 보니 다음 주 화요일 점심 시간에 데려 오라는 내용이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입을 맞춰야 한다.

"나카야마~"

"아?"

평소와 다르게 살갑게 자신을 부르는 트레이너, 갈색털 귀가 낯간지러운 말에 가려운지 부르르 떨었고 나카야마가 손으로 귀를 살살 긁었다.

"뭔데?"

"우리 사귈래?"

"하아?"

역시 싫은 눈치다, 일단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농담이고 너에게 부탁이 있어."

"농담이었나."

트레이너는 나카야마에게 자세한 사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에 자신의 여자 친구 연기를 부탁했다.

"연기....인가."

나카야마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그녀가 승낙해줄 거라 믿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거절하지."

매몰차게 거절 당했다.

"어째서?"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어줍잖은 배우 역할이라면 다른 사람 알아 보라고."

나카야마는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화가 난 듯 보였다.

어쩔 수 없이 트레이너는 비장의 수로 그녀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어이."

"뭔데?"

"듀얼해라."

덱을 꺼내어 듀얼을 신청하는 트레이너, 당연히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덱을 꺼냈다.

잠시 후.

"엘O리치 (왓쇼이!) 사기네."

"무슨 소리야 메타에 한참은 벗어난 덱이라고, 네가 너무 시대착오적인 덱을 쓴 거야."

"히O로 너무 약해."

"효과 몬스터라고는 버O맨 밖에 없으니까 약한 거지."

어린이 카드 게임 이야기는 이쯤 끝내고 트레이너는 다음 주 화요일에 꼭 부탁을 들어 달라 했다, 승부에서 진 이상 그녀는 부탁을 들어 주겠다고 답했다.

"아 참."

트레이너실을 나가려는 나카야마를 붙잡는 그의 한마디.

"잘 차려 입고 나와줘."

"하, 주문도 많으셔."

문이 쾅 닫혔다, 트레이너는 자리에 앉아 본업에 집중했고 나카야마는 심숭샘숭한 마음을 안고 이 약속에 대한 준비를 의논할 사람을 찾았다.

단정한 꼬리를 휘두르며 실습실의 제자들에게 호랑이 교습을 하고 있는 에이신 플래시, 머핀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고 제자들을 따끔하게 다그치고 있었다.

"...."

그녀는 제빵 말고도 연애에 굉장히 박식한 우마무스메라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 룸메이트의 볼따구를 잡아 당기며 일갈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말을 걸 수 없었다.

고등부 교실로 향하는 어느 복도.

"브라이언, 저녁에 다 같이 고기 먹으러 갈래?"

"싫어."

"왜?"

"너랑 먹으러 가면 탄 것만 먹을 거 같거든."

나리타 브라이언에게 저녁 식사를 권하는 사쿠라 로렐, 하지만 브라이언은 이를 거절하고 자리를 떠났다.

사쿠라 로렐, 그녀 역시 연애에 박식하다는 소문이 있다, 소문에 의하면 담당 트레이너와 대화를 하면 10분 간격으로 신박한 플러팅을 하며 남자를 구워 삶는다고 하던데 하지만 고기 굽는 매너는 없는지 방금 거절한 브라이언이 눈에 밟혀 그녀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교외에 있는 무인 자판기에 이온음료를 뽑아 마시는 나카야마, 목을 축이고 앞을 보니 그래스 원더가 보온병 뚜껑을 컵으로 삼아 녹차 한 모금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현모양처무스메라 불릴 정도로 미국인이지만 일본 전통의 아내상을 가졌다고 알음알음 소문이 나고 있다, 심지어 중앙 트레센 관계자들이 뽑은 시로무쿠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학생 1위를 한 적 있을 정도로 그녀는 참한 아가씨로 정평이 나있다.

어쩌면 그녀라면 아들의 미래가 걱정인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 옆에 놓여 있는 나기나타를 보고 나카야마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하아..."

그냥 늘 입던 옷을 입고 갈까 생각했다, 그렇게 입고 온다면 보나마나 그의 어머니 이전에 트레이너가 또 도박쟁이 같이 입고 왔다며 싫어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녀에게는 여자력 높은 코디 능력이 없는 걸.

"호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사쿠라 로렐이 턱에 브이를 한 손을 붙이며 나카야마를 유심히 보았다.

"여자 친구 연기라..."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에이신 플래시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나카야마의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거기에 어머님을 만난다니..."

방금까지 보고 있었던 그래스 원더가 언제 가까이 왔는지 심각한 얼굴로 나카야마를 보고 있었고 그녀 역시 다른 이들처럼 말하지도 않았는데 나카야마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미호 기숙사의 나카야마 방에 그녀를 끌고 간 세 명, 방에 도착하자마자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여러 옷을 입히며 그녀의 코디를 돕고 있었다.

"이건 너무 하늘하늘한가?"

"어른들은 이런 노출이 심한 옷을 싫어해요."

"어떤 옷이든 단정하게! 치수는 정확하니 딱 맞을 거에요."

나카야마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멋대로 옷을 입히고 벗기는 연애 고수들, 그렇게 나카야마는 세 우마무스메들의 코디를 받으며 무력한 저항을 할 뿐이었다.

"안에 누가 있나?"

나카야마의 룸메이트, 시리우스 심볼리가 어수선한 방 안을 느끼고 문을 열었다.

"어이! 내 말 좀 들어 보라고!"

"이 옷이면 나카야마씨의 트레이너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트레이너가?"

화를 내던 그녀가 트레이너가 좋아할 것 같은 블라우스를 그녀의 앞에 대보자 얌전해졌다, 시리우스는 무슨 일인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조용히 문을 닫았다, 오늘은 조용히 학원 생활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다음주 화요일.

트레이너가 교문 앞에서 나카야마를 기다리고 있었고 예상 외로 힘을 꽉 주며 입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잠시 얼이 나갔다.

하얀 블라우스에 몸매에 쫙 달라 붙는 청바지, 잘 갖춰 입으라고는 했지만 꽤나 세련된 그녀의 모습에 트레이너는 조금 놀랐다.

"잘 어울리네, 평소에도 그렇게 입지 그랬어."

"시끄러워."

그 세 명에게 정말 최후의 최후로 합의하여 바지를 입을 수 있었다, 직전 코디로는 상견례(?) 이후 돌아가는 길에 작은 냉장고와 침대가 있는 방에 쉬어가는 우마뾰이를 유도하기 위해 짧은 스커트를 입혔고 나카야마가 이건 도저히 싫다고 하여 청바지로 합의한 것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자 트레이너가 중년의 우마무스메를 알아보고 그녀를 부르며 나카야마의 손을 잡고 그녀 앞에 데려갔다.

"이 아가씨가?"

"나카야마 페스타에요, 소개할게 우리 엄마셔."

"처음 뵙겠습니다."

"흠흠."

공손하게 인사하는 그녀를 보고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딱히 흠을 잡지 않는 어머니, 나카야마와 트레이너가 맞은 편에 나란히 앉자 식사가 나오기 전, 본격적인 심문에 들어갔다.

"우리 아들이랑 언제 만났니?"

"어...우연히 만나서 저 대신 치킨 레이스를 하다가..."

"치킨 레이스!?"

이 조용한 일본에서 보통 남녀간의 만남에 있을 리 없는 단어가 나오자 어머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크흠, 취미는 뭐니?"

"스..."

트레이너가 입을 막았다, 도박사 기질이 있는 그녀의 취미를 알면 어머니가 좋게 볼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을 돌봐요, 트레이너실에 화분 하나가 있는데 나카야마의 조언으로 잘 키우고 있어요, 그리고...길고양이나 처음 만난 강아지도 잘 대해주고요."

"흐음~ 그러니?"

조금 미심쩍지만 넘어가는 어머니, 입을 막은 손을 거두자 나카야마가 숨이 막혔던 건지 한숨을 내쉬었다.

에피타이저를 담은 접시가 비워지고 시간이 조금 흐르니 메인 요리들이 식탁보 위에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며 올려졌다.

"나중에 우리 아이와 결혼할 거니?"

"푸흡! 그게 무슨 말이세요!"

"엄마가 소개했던 아이는 결혼도 생각한다고 하더구나, 뭐 연애는 가볍게 할 수 있겠지만 요즘 젊은 여자들은 깊은 사랑을 할 줄 모르잖니."

"엄마!"

이런 곤란한 질문은 나카야마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 중요하다, 하지만 그녀는 진짜 연인도 아닌 애인 연기를 하는 담당, 당연히 이런 곤란한 질문에 대답하게 둘 수 없어 화난 척하며 얼버무리려 했다.

한편 트레이너의 어머니는 그가 가정을 꾸려 자리를 잡기 바란다, 그렇기에 확실한 답을 듣지 않으면 집에 돌아가서 발 뻗고 잘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나카야마를 향해 보았고 별 대답 없이 스테이크를 잘라 입에 넣자 어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그 애는 벌써 아이 두 명 이름까지 지었다던데 아무래도 이 아이는 너랑 그렇게까지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나 보네?"

우마무스메 문화권에 있어 자손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마무스메인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대답도 안하는 눈 앞의 처자보다는 확실하게 자녀를 약속한 그 사디즘 있는 여자가 더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어머님께서는 제가 몇 명을 낳을 거 같습니까?"

"에?"

"어?"

스테이크를 넘기고 갑자기 입을 연 나카야마, 뜬금 없는 말에 트레이너와 어머니 모두 당황하였다.

"너 그게 무슨..."

"어...2명?"

그걸 또 대답해주는 어머니, 나카야마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트레이너가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럼 전 12명에 걸겠습니다."

"뭔 개소리야!"

그녀의 도박사 기질이 엉뚱한 방면으로 터진 건지 방금 씹은 스테이크가 유통기한 지난 소고기를 쓴 거라 맛이 간 건지 터무니 없는 말이 들려왔다.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리 연기라도 그런 말을 하면..."

"그게 정말이니?"

어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며느리를 바라보는 어머니, 나카야마가 자신 있다는 듯 미소 짓고 있자 확신이 든 어머니는 먹던 식사도 놔두고 자리에 일어났다.

"설마 이런 대범한 여자 아이를 사귀고 있었다니! 엄마는 안심했구나, 계산은 엄마가 하고 갈 테니까 둘이 맛있게 먹으렴."

그렇게 어머니는 자길 부르는 아들의 말도 무시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레스토랑을 나갔다.

"야!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뭐 어때."

"어떻기는...하 너한테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차라리 타즈나씨나 카시모토씨에게 말할 걸 후회하고 있는 트레이너, 나카야마의 폭탄 발언을 어떻게 어머니께 잘 해명해야 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편 스테이크를 모두 해치운 나카야마, 냅킨으로 입을 닦고 그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리고 나가려 했다.

"뭐야? 어디 가게?"

"어디긴, 어머니랑 약속 지키러 가야지."

"....뭐?"

반년 뒤,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들은 나카야마의 졸업과 동시에 청첩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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