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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경마] (핫산) 사쿠라 로렐 열전 - 이단의 왕도(4)

ㅇㅇ(175.208) 2021.11.27 22:19:32
조회 917 추천 19 댓글 6
														


1편 2편 3편



『새로운 왕자의 시동』



천황상 봄의 결과로 중장거리 전선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다. 그동안의  대세는 나리타 브라이언, 마야노 탑건의 양강구도였지만 나리타 브라이언이 잔디를 떠남으로써 나리타 브라이언의 자리에는 그를 꺾은 사쿠라 로렐이 그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마야노 탑건인가, 사쿠라 로렐인가・・・」


앞으로 그들의 싸움에 뛰어드는 신흥 강자가 얼마나 나타날까. 그것이 경마계의 관심사였다.


사쿠라 로렐은 천황상 봄 이후 일찌감치 가을의 목표를 천황상 가을(Gl), 즉 천황상 춘추 연패로 정했다. 봄 경마의 대미를 장식할 타카라즈카 기념(Gl)은 아랑곳하지 않고 휴식에 들어간 사쿠라로렐이 올커머(Gll)부터 가을의 시동을 걸게 되었다.


천황상 가을을 목표로 하는 고마의 경우 스텝 레이스는 올커머보다 뒤에 열리는 마이니치 왕관(Gll)이나 교토 대상전(Gll)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굳이 올커머에서 시동을 건 배경에는 사카이 조교사가 품고 있던 사쿠라 로렐에 대한 어떤 불안감 때문이었다.


사쿠라 로렐은 원래 체질이 약한데다 잦은 부상의 영향으로 인한 피로 부담이 다리에 잘 쌓였고, 한 번 레이스를 뛰면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무리한 레이스 출전은 부상의 재발 원인이 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한 차례 주행 능력 상실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 일을 겪은 사쿠라 로렐에게는 예후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큰 부상의 위험도 높았다.


사카이 조교사는 천황상 가을에서 사쿠라 로렐의 상태를 절호조로 만들기 위해 우선 천황상 가을을 기점으로 하여 로테이션을 짜기로 했다. 그러면 실전까지 2주 안에 열리는 마이니치 왕관(Gll)이나 교토 대상전(Gll) 시동은, 다른 말이라면 몰라도 사쿠라 로렐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로테이션을 짜고 싶다는 생각이 올커머 출주라는 결론으로 이끌었다 .또한, 올커머로부터 시동을 건다는 전제 하에 타카라즈카 기념에 출주한다면 충분히 여름의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사쿠라 로렐의 로테이션은 모든 게 필연에 맞춰 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타카라즈카 기념을 출주하지 않은 덕분에 충분한 여름 휴양을 보내고 다른 일류마보다 조금 일찍 미호로 돌아온 사쿠라 로렐은 사카이 조교사의 청사진대로 올커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로 하는 것은 타마모 크로스에 이은 사상 2번째의 천황상 춘추 연패였다.



『높아져가는 기대』



사쿠라 로렐에게 가을의 초전이 된 올커머에는 마야노 탑건도 출주하고 있었다. 마야노 탑건은 한신대상전, 천황상 봄의 패퇴로 평가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사쿠라 로렐도 나리타 브라이언도 없는 타카라즈카 기념(GI)에서 손쉽게 우승하고, 다른 말들과는 저력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나리타 브라이언이 사라진 뒤 천황상 가을에서 사쿠라 로렐의 최대의 맞수가 되는 것은 마야노 탑건일 터였다.


그런데, 천황상 가을을 앞두고 벌어진 ‘2강 대결’은 사쿠라 로렐의 압승으로 끝났다. 좋은 위치에서의 뛰쳐나간 덕분에 2착과 2마신 반 차이로 여유있게 압승・・・ 이라는 내용과 결과는, 가을의 목표를 향한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사쿠라 로렐의 2마신 반 뒤에 있던 것은 마야노 탑건이 아닌 중상 미승리의 패션쇼였다. (후일 JpnIII의 마린C에서 우승)


마야노 탑건은 사쿠라 로렐과 다르게 ‘타카라즈카 기념도 천황상 가을도’ 우승으로 노리며 타카라즈카 기념 뒤 올커머에 임하고 있었다. 상당히 가혹한 로테이션이라고 해야겠지만 역시 연전의 피로도 있었는지 마야노 탑건은 사쿠라 로렐뿐만 아니라 패션쇼, 마키바 사일런트와 같은 격 아래의 말들에게도 선착을 허락하는 굴욕적인 4착으로 가라앉았다..


「로렐 이외의 말에게도 지다니・・・한심하군」


이렇게 되면 중장거리 전선을 지탱하던 2강중 하나라고 할 수 없다. 타바라 기수가 이를 가는 것도 당연했으리라.


이 레이스 결과는 한번의 결과에 그치지 않고 가을 경마 판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천황상 봄에 이어 여기서도 사쿠라 로렐이 마야노 탑건에 압승함으로써 경마계에는 '이 두 마리의 승부가 지어졌다'는 견해가 확산된 것이다.


「이 말은 정말로 강해지고 있다.」(사카이 조교사)

「이대로 무사히 있어준다면, 자연히 결과가 따라올 겁니다.」(요코야마 기수)


진영에서 튀어나온 완숙기를 맞이한 사쿠라 로렐에의 찬사와, 다가올 천황상 가을에의 자신감 넘치는 코멘트들이었던 것도 그러한 풍조에 박차를 가했다. 


「사쿠라 로렐의 천황상 춘추 연패는 굳건하다・・・」


그런 분위기가 점점 경마계를 휘감고 있었다.



『제114회 천황상 가을』



제144회 천황상 가을(GI)은 부활을 꾀하는 마야노 탑건 이외에도 6연승중인, 그중 4번의 중상으로 위세를 더해가는 마블러스 선데이, 봄 클래식은 골절로 쉬었지만 바로 전 레이스인 마이니치 왕관(GII)에서는 고마와의 첫 대결에서 3착에 든 전년도 3세 왕자 버블검 펠로우라는 화려한 진용을 자랑했다. 그러나 천황상 가을 당일, 단승 250엔으로 당당히 1번 인기로 지지받고 있던 것은 천황상 춘추 연패를 노리는 사쿠라 로렐이었다.


이 날 사쿠라 로렐은 가장 외곽이 불리하다고 일컬어지는 도쿄 2000m 코스에서 17두중 16번 게이트에 들어갔다. 천황상 가을이라면 1984년의 미스터 시비가 1번 인기로 이긴 이래 1번 인기마가 패배를 계속하던 「마의 레이스」였다. 이런 소재가 쌓이면 어떻게든 의심하게 되는 것이 경마 예측의 일상이다. 하지만 사쿠라 로렐에 관해서는 이런 소재가 쌓이는 것과 상관 없이 말에게 보내는 신뢰는 굳건했다.


사쿠라 로렐 진영의 자신감은 대회 하루 이틀을 앞두고 계속 강해졌다. 대개 6세 가을이면 명마로 불리는 말은 쇠약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한 휴양이 길었던 탓에 6세라고 해도 실제로 뛴 레이스 수가 적은 사쿠라 로렐의 마체는 젊고, 오히려 봄보다 더 듬직하게 성장해있었다. 레이스 직전에 보도진에 둘러싸인 사카이 조교사는


「할 말은 없다. 이러고도 지면 타는 사람이 나쁜 것이다.」


라며 주체할 수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것은 근거 없는 자만심도 아니고 블러핑도 아닌 확실한 견해에 뒷받침된 것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명마를 관리해온 사카이 조교사가 사쿠라 로렐의 성장과 상태를 충분히 관찰한 결과 천황상 춘추 재패라는 위업 달성을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 나리타 브라이언, 마야노 탑건 같은 강호들을 상대로 정면으로 싸워이겨온 사쿠라 로렐은 이 날 궁극의 상태였다.


당일 경마장에 들어온 사쿠라 로렐의 모습도 사카이 조교사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이듬해 2월에 정년을 앞둔 노백락의 천황상 춘추 제패의 꿈은 바로 눈 앞에 있었다. 가장 인기가 없는 천황상 가을 대외 불리 후츄 2000 같은 징크스조차 완전히 준비된 명마의 영광을 막을 수 없다. ・・・그럴 터였다.


*


1996년 천황상 가을




*



『마물』



그러나 게이트가 열린 직후 사카이 조교사는 아연실색했다. 사쿠라 로렐이 일어서는 바람에 출발이 늦어진 것이다.


레이스 전에 사카이 조교사는 요코야마 기수에게 한가지 지시를 내렸었다.


「가능하면 앞으로 나서주게・・・」


이 날 출주마에는 실력 있는 확고한 도주마가 없었고, 느긋한 흐름의 레이스를 예상하고 있었다. 상대도 강한 말이 준비되어 있는 이상 극단적인 선행 그룹의 붕괴 가능성도 생각하기 어렵다. 느긋한 흐름으로 마군이 고착된다면 조금이라도 앞에 나서는 편이 더 유리할 것은 자명했다. 사카이 조교사가 보기에는 입에 올리는 것도 꺼려질 정도로 간단한 분석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공을 들여 요코야마 기수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요코야마 기수도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을 터이다.


더구나 요코야마 기수가 더 실수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뒤늦게 출발하려는 기수가 없는 이상 출발을 아무리 조심해도 출발이 늦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출발이 늦어졌던 실수를 만회할 수도 있고, 실수를 더 키워버릴 수도 있다. … 그리고 요코야마 기수는 뒤에서 2, 3번째 위치에서의 레이스가 된 상황에서도 말의 위치를 올릴 기색도 없이 뒤쪽에서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대로 레이스를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 요코야마 기수를 리딩 자키로 신뢰하고, 상대도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카이 조교사였지만, 그의 최악의 시뮬레이션이 요코야마 기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가을의 방패에는 마물이 깃들어 있다・・・」


그렇게 불리는 마물의 이빨은 그 해 1번 인기・・・ 사쿠라 로렐과 요코야마 기수를 쥐고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리딩 쟈키의 실패』



레이스의 흐름 자체는 사카이 조교사가 예상한 대로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언제나 좋은 위치이거나 기껏해야 중단 근처에서 레이스를 진행해 온 사쿠라 로렐이지만 이 날만큼은 후방에 머무른 채 마이페이스의 경마를 계속 했다.사쿠라 로렐이 움직인 것은 제3코너 근처에서였다.


「여기부터라면, 바깥으로 빠질 수 있다・・・」


이 때라면 사쿠라 로렐의 바깥은 텅 비어있었다. 바깥으로 나가려고 마음 먹으면 간단하게 나갈 수 있다. 바깥에 나가기만 하면, 지금의 사쿠라 로렐이라면 모두를 제칠 폭발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코야마 기수는 어째서인지 바깥으로 빠지지 않았다. 역으로 말들이 쇄도하는 안쪽으로 억지로 들어갔다. 그 순간 사카이 조교사의 초조함은 분노로 변했다. 이정도로 키워온 말의 힘을 믿을 수 없는 것인가. 그러나 그 외침은 요코야마 기수에게 닿지 않았다.

요코야마 기수의 판단으로는 안쪽으로 파고 들어도 사쿠라 로렐 한마리 분의 진로가 금방 빌 터였다. 진로를 확보하기만 한다면 거리 낭비가 없는 만큼 밖으로 들고 나가는 것보다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 유리하다… 진로를 확보할 수 있다면.


하지만 말의 벽에 우격다짐으로 들이받은 사쿠라 로렐의 진로에는 좀처럼 공간이 생기지 않았다. 요코야마 기수에게도 「이렇게 될 리가 없는데」 하는 조바심이 앞선다. … 그런 그들의 바깥으로 비로소 말 한마리 분의 진로가 열렸다. 요코야마 기수는 진로를 변경해 막무가내로 말을 돌리려 했다 .그의 눈에는 같은 공간을 노리던 또 한 명과 한 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요코야마 기수의 궁지를 눈치챈 것은 그들의 바깥쪽에 있던 마블러스 선데이의 타케 유타카 기수였다. 요코야마 기수와 마찬가지로 그 공간을 노리던 타케 기수는 요코야마 기수와 사쿠라 로렐이 같은 공간을 노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상당히 분주하고, 최대의 적은 지금 자멸에 가까운 형태로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이 뛰어들려는 공간은 말 한 마리밖에 없다. 그럼 여기서 그들이 기회를 놓친다면...?



『내몰려져』



드디어 찾아낸 공간으로 뛰어들려 했던 요코야마 기수는 당황했다. 바깥에 있었던 마블러스 선데이의 타케 기수가 반마신정도 앞에서 가는 형태로 그 공간으로 뛰어든 뒤, 앞의 마야노 탑건의 마체에 줄지어 버린 것이다. 반면 사쿠라 로렐과 요코야마 기수는 처음부터 그 공간을 노린 것은 아니었던 만큼 반응이 늦었다. 사쿠라 로렐은 선수를 빼앗겼을 때 마블러스 선데이와 접촉했다가 튕겨져 나가 버렸다. 이로써 이들의 진로는 완전히 막혀버렸다.


정신차려보니 사쿠라 로렐은 앞에는 마야노 탑건과 버블검 펠로, 안쪽에는 유우센쇼우, 그리고 바깥쪽에는 마블러스 선데이・・・ 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특히 마블러스 선데이는 사쿠라 로렐의 반마신 앞에 나선 모양새로, 사쿠라 로렐을 절대로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그것은 타케 기수에 의한, 완벽하게 사쿠라 로렐을 봉쇄하는 작전이었다. 타케 기수는 바깥을 막아버리고 있다면 안쪽은 유우센쇼우가 뒤쳐져도 이번에는 베스트타이업이 대신 벽이 되어줄 것을 알고 있었다.


 ・・・계산이 들어맞은 타케 기수의 작전은 훌륭하게 결실을 맺었다. 그가 예상한 대로 안쪽의 유우센쇼우가 뒤쳐져도 이번에는 베스트타이업이 새로운 벽이 되어 사쿠라 로렐의 바깥을 막았다. 사쿠라 로렐 포위망 속에 무참할 정도로 빠져든 사쿠라 로렐은 앞과 바깥으로 둘러 싸여 말의 벽에 겹겹이 갇혀버리고 말았다.


사쿠라 로렐의 길이 뚫린 것은 다른 말들이 자신의 진로를 확보해 완전히 추격에 들어간 뒤였다. 버블검 펠로가 한걸음 앞서 나가고 마야노 탑건, 마블러스 선데이도 버블검 펠로에의 추격하기 시작한 즈음에야 사쿠라 로렐의 포위망이 풀리고 안에 있던 베스트 타이업도 뒤쳐지기 시작했다. 사쿠라 로렐은 비로소 안으로 진로를 확보하고 마군을 빠져나갔다. 사쿠라 로렐은 마지막까지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기에 타케 기수의 봉쇄는 완전히 성공한 것이었다.


그래도 사쿠라 로렐은 대단한 폭발력을 보였다. 남은 3펄롱 (600m)의 속도는 출주마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였다. ・・・다만 대혼전 속에서 시종일관 갑갑한 경마를 벌였던 사쿠라 로렐이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에서, 먼저 빠져나온 다른 유력마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골을 가른 사쿠라 로렐의 앞에는 버블검 펠로, 마야노 탑건이 있었다. 거의 동시에 들어온 마블러스 선데이와의 3착 경쟁에서는 이기고 그나마 의지를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사쿠라 로렐과 그보다 먼저 도착한 둘의 차이는 ‘출발 직후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한 뒤, 별다른 문제 없이 레이스를 펼친 말이냐 그렇지 않은 말이냐 였음’이 누가 봐도 분명했다.



『후츄에서 무너진・・・』


3착으로 끝난 뒤 돌아온 요코야마 기수의 얼굴은 창백했다. 이 날 그가 맞닥뜨린 몇 가지 중대한 국면들. 만약 그 중 어느 하나라도 그가 잘 대처했다면 이런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국면마다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이런 리딩 쟈키가 어디 있나! 이제부터 내가 타는 편이 훨씬 낫겠다! 」


라는 사카이 조교사의 노성이었다 .


 사카이 조교사 본인도 조교사가 되기 전에 기수로 통산 534승을 거뒀다. 실전에서는 어떤 일류 기수라도 언제나 조교사의 지시대로 탈 수 없다는 것쯤은 그도 질릴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는 있어도 이 날 있었던 요코야마 기수의 기승은 참을 수 없었다. 사카이 조교사의 지시에 담긴 진의를 알지 못하고, 레이스의 흐름도 읽지 못하고, 그 끝에 궁지에 몰려 초조해져, 라이벌의 술수에 빠져들고 말았다. 아니, 술수에 빠졌다기보다는 자멸했다. 그것이 얼마나 볼썽 사나운 경마인지를 알고 있던 사람은 요코야마 기수였다. 그는 주변에서 질릴 정도였던 사카이 조교사의 욕설과 비난에 대해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내가 더 잘 탔었다면・・・」


하고 고개를 숙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작년의 칸토 리딩 쟈키로 하여금 완전히 평상심을 잃게 만든 것 역시 가장 인기를 끌게 한다는 천황상 가을에 깃든 마물의 소행이었던 것일까.


사쿠라 로렐 자신은 갈 곳을 잃었고 다른 말과 접촉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뛸 의욕을 잃지 않은 채 출주마들 사이에서 가장 빠른 스퍼트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목표로 삼았던 천황상 춘추 연패의 바램은 너무나도 후회스러운 형태로 무산되고 말았다. 사카이 조교사, 코지마 조교사, 요코야마 기수,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모든 이들의 꿈은 후추의 마물 앞에 무너진 것이다.



『비겁자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1번 인기의 천황상 가을에서 후휘스러운 패배를 당하면서 사쿠라 로렐의 주변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세간에는 사쿠라 로렐의 기수인 요코야마 기수를 교체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요코야마 기수의 천황상 가을 기승 실수는 아마추어의 눈에도 알기 쉬운 것이었고, 경주 후 사카이 조교사의 통렬한 비판은 널리 보도되고 있었다. 눈치 빠른 몇몇 스포츠지는 사쿠라 로렐의 다음 주전 기수를 예상하기 시작할 정도였다.


처음부터


「천황상 가을 후에는 재팬C(국제 Gl)에 출전하지 않고 아리마 기념(Gl)으로 직행한다.」


라고 말하던 사카이 조교사였지만 천황상 가을의 패배를 받아들이고 재팬 C로 출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 해 재팬C 외국 초청마는 사상 최강이란 평이 자자했다. 프랑스 더비에 이어 개선문상에서 역사적인 압승을 거둔 유럽 최강마 Helissio, 유럽의 중거리 전선을 휘젓는 Singspiel, 킹 조지 승리마의 Pentire. 천황상·가을에서 일본 최강마임을 증명하는 데 실패한 사쿠라 로렐이 재팬C에서 이기기만 하면 그 패배를 보상하고도 남을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카이 조교사는 이런 목소리에 시원하게 답을 내놨다.


「종전의 예정대로 재팬C에는 출전하지 않고, 아리마 기념 하나로 목표를 좁힌다. 기수는 요코야마 기수로 간다.」


천황상 가을 패배 이후 흘러나온 목소리에 사카이 조교사는 완전히 귀를 막아버렸다.


사카이 조교사의 이 선택, 특히 재팬C 회피에 대해 매게 세간의 비난이 쏟아졌다. ‘예년보다 훨씬 강력한 멤버가 모인 외국 초대마와 일본 총대장으로서의 사쿠라 로렐의 싸움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 뜻은 이룰 수 없다.’ 이에 대한 분노는 일부에서


「로렐이 외국마를 무서워해 달아나는 걸까.」


라는 신랄한 비판으로 사쿠라 로렐 진영에 쏟아지게 되었다.



『거는 심정』



사쿠라 로렐 진영에서 본다면 재팬C 회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천황상 가을-재팬C-아리마 기념으로 이어지는 가을의 고마 중장거리 GI 3연전은 경마 팬들에게는 왕도로 인지된다는 것쯤은 그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Helissio, Singspiel, Pentire등의 해외마와 사쿠라 로렐과 맞붙게 해서, 사쿠라 로렐이 세계에 통용되는 그릇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그런 바램은 사쿠라 로렐 진영이 누구보다도 가장 크게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꿈을 막는 것은 사쿠라 로렐의 다리 상태였다. 원래 체질이 약한데다 레이스를 거듭하던 사쿠라 로렐은 피로에서 회복되는 것이 느렸고, 각부불안이라는 폭탄을 안고 있었다. 그런 그를 천황상 가을에서 3주 내의 일정인 재팬C에서 세계의 강호들과 부딪혀, 거기에 재팬C에서 또 3주 내의 아리마 기념에서 클래식 세대를 포함한 국내 유수의 강호들과 대결하게 하는 강행군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골절로 1년을 보낸 로렐이 같은 부위가 다시 부러지면 그것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사카이 조교사에게 아리마 기념은 「모든 세대가 격돌하는 최강마결정전」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또한 그 때까지 일본 더비 2승, 천황상 4승에 빛나는 실적을 쌓은 사카이 조교사였지만 유독 아리마 기념에는 승리하지 못했다. 이전부터


「고마라면 아리마 기념이 최고다」


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었다. 이듬해 2월에 은퇴 예정이었던 사카이 조교사에게는 기수로써도 조교사로써도 연이 없었던 아리마 기념 재패의 꿈은 마지막 찬스였다. ・・・그리고 사카이 조교사는


「사쿠라 로렐의 연내 레이스는 오직 아리마 기념 뿐」


이라며 못을 박았다.



『그만의 왕도』



사쿠라 로렐이 출주하지 못한 재팬C에서는 초대 슈카상마였던 4세 암말 페블러스 라핀이 유럽 최강마로 불리며 이름을 드높이던 Helissio를 맞아 브리더스컵 터프 2착마로써, 이후 두바이 월드C마가 되는 Singspiel과 코 차이의 사투를 벌인 끝에 2착으로 석패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사카이 조교사도 울컥했지만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다음, 즉 아리마 기념을 준비했다.


생각해보면 사쿠라 로렐은 4세 때도 누구나 인정하는 왕도로써의 클래식에는 연이 닿지 못한 채 끝났었다. 그리고 지금도 모두가 인정하는 왕도를 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만의 왕도가 있다. 그것은 다른 말들에 비해 뛸 수 있는 레이스가 적은 만큼, 자신이 정한 레이스를 확실히 이겨나가는 것이었다.


천황상 가을에서 패배하고 재팬C을 회피한 뒤, 오직 아리마 기념만을 위한 체제를 갖춘 사카이 조교사와 사쿠라 로렐 진영은 졌을 때를 위한 변명을 모두 버렸다. 세간의 비판을 알면서도 재팬C를 회피하면서까지 갖춘 아리마 기념을 이기지 못하면 더이상 「일본 최강마」를 자칭할 자격은 없다. 그것이 사쿠라 로렐, 그리고 사쿠라 로렐 진영이 책임을 지는 방식이었다.


천황상 가을의 설욕에 불타는 요코야마 기수와 사쿠라 로렐, 그리고 60년간의 경마 인생에서 아리마 기념 재패 마지막 기회를 맞이하는 사카이 조교사에게 제41회 아리마 기념은 결코 져서는 안 되는 레이스가 되었다.


아리마 기념을 앞둔 사카이 조교사는 기사거리를 잡으러 몰려든 경마 기자들을 상대로 마구 떠들어댔다.


「일본에서 질 말은 없다. 아리마는 절대로 이긴다!」


전문지와 스포츠지는 사카이 조교사의 강한 멘트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리고 대대적으로 썼다. 원래 장담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카이 조교사였지만, 이 때 사카이 조교사의 기세의 이면에는 천황상 가을의 설욕 결의, 아리마 기념에 대한 집념, 그리고 자신의 조교사 생활의 마지막에 일본에서 가장 강한 말을 기른 자부심을 증명하고 싶은, 집대성에 대한 열망이 응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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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60%를 넘겼음. '이정도면 되겠지?' 하고 일부러 비축분 염두에 두고 번역했는데 어림도 없지. 오늘 다 투하해버림.

월요일 전까지 하나 더 올려보려 노력해 보겠음.


내일 재팬컵은 기대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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