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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패러디]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4 22:14:06
조회 459 추천 4 댓글 5
														

원본 주소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13178

(원본 졸잼. 꼭 한번씩 읽어보셈.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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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날


불과 한 시간 밖에 허락되지 않았던 새우잠은 결국 제대로 자지 못 했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해질 수 없는 불쾌한 진동이 벽을 타고 내려와 나를 감싸고, 그것은 그대로 바닥으로 반사되며 나를 다시 흔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억지로 감았던 눈을 부스스 풀었다. 빈사상태였던 오감이 제대로 작동하자 묵혀있던 누더기 모포의 냄새부터 코끝을 찔렀다. 모포를 걷어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함께 있던 이들도 더 이상 자지 못했는지 눈을 퀭하니 뜨고 있었다. 흔들림은 더 가까워지고,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놀라는 기색을 취하거나 저 기괴한 굉음과 진동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것에 길들여져,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부실한 콘크리트 벽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까? 진동 속에 묵음이 불러오는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그들은 얼핏 보면 평온 해 보였지만 퀭한 눈이 담은 동공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들은 분명 불안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색하지 않는다. 익숙해져도 익숙해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 냄새 나는 모포 자락처럼 말이다. 이 말없는 불안도 아마 그러한 것 이리라. 진동과 굉음 속의 침묵은 모순적이고 불합리했다. 그런 같잖은 모습에 조소가 나왔지만 도저히 비웃을 수가 없었다.





“어제 밤에 크라스노 고르스크가 우크나치군에게 떨어졌다.”


“….”





대대장이 말했다. 중대 규모는 될까, 상급부대는 어디이고 소속이 어딘지도 불분명한 이름뿐이고 허울뿐인 부대의 대대장이었지만 그는 분명 대대장이었다. 계급은 대위에 지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는 대대장이었다. 서류뿐인 상급부대이건, 실제 존재했던 상급부대이건 분명 어떻게든 존재했던 상급 제대는 그를 최고참으로 남겨둔 채 소멸했다. 그래서 그는 대대장이 되었다. 우리가 소속된 여단은 사라졌기에 그가 대대장이면서 여단장이라 참칭해도 할 말이 없었다. 뭐가 어찌 되었던 상관없었다. 그가 군단장을 참칭하건 군사령관을 참칭하건 이제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 모든 허울뿐인 수사 따위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위 대대장은 건조하게 그 말을 뱉은 뒤 침묵했다. 어차피 말을 해주지 않아도 알았다. 크라스노 고르스크를 지키고 있었던 건 몇 개의 로그그로바디야(국가근위군) 부대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이미 없는 여단을 묶어 만든 ‘자칭 근위 여단’이었다. 자칭 여단이었지만 멀쩡한 부대원은 천명도 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부여된 여단번호는 25이었다. 쿠르스크와 오룔에서 우크라이나군 드론의 파도와 함께 사라진 근위 여단의 여단부호를 물려받았다. 그것은 여단의 한 축을 이루는,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부대의 단대호가 제 25근위여단의 2연대였기 때문이고 듣기로 오룔의 지옥도에서 살아온 ‘여단 깃발’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했으며, 자랑스러운 러시아군의 끈질긴 항전을 상징한다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2연대 병사는 크라스노 고르스크를 거쳐오면서 한 명도 보지 못했고 그 ‘자칭 근위 25여단’ 인원들도 2연대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허울뿐인 그 여단은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우크라이나군과 우리 사이엔 아무도 없었다. 예견된 일이었고 곧 다가올 일이었다. 대대장은 말을 이었다.





“크라스노 고르스크가 함락되었기에, 우크나치군 부대는 수도 모스크바의 소콜 지구로 가는 길을 열었다. 최고사령부에서 오늘 새벽에 전문이 내려왔다. 읽어주지.”


“모스크바는 중국군 군용기를 통한 고위층들의 소개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 먀키니노 전철역과 크로커스 시청 홀을 상실하면 모든 것이 끝임. 모스크바를 방어하는 모든 국군 용사들은 반드시 현 위치를 사수하고 그 자리에서 최후를 맞이할 것. 모스크바 방어사령관 겸 제 1 야전군 사령관 대장 쇼이구”


“페니야기노역을 버리고 우리도 거기로 갑니까?” 어떤 이가 대대장에게 물었다.


“아니. 조금 달라.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대대장이 답했다. 잠깐 뜸들인 그는 말했다.


“금일 09시 부로, 우리는 군 최후의 공세를 개시한다.”


“….”


“모스크바로 가는 우크나치군의 공세를 조금이라도 늦춘다. 현 축선 모든 병력이 공세에 들어간다. 방어에 돌려졌던 모스크바에 남은 마지막 전차 두대가 자원했고 공격에 참여한다.”


“..”





반응은 무덤덤했다. 하룻밤 사이에 사령관이 실로비키에서 황후로 바뀐 건 아무래도 좋았다. 늘상 있는 일이었으니까. 우리 대대장도 이름뿐인 대대를 이끄는 대위지 않은가. 우크라이나군의 주공은 모스크바의 서쪽으로 향 할텐데 어쩌면 이곳에 남는다면 조금이라도 목숨을 부지할지 모른다. 사실상 자살이었다. 불길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마치 시체처럼, 무표정하고 퀭한 표정을 지은 채 가지각색의 자신의 모신나강을 묵묵히 부여잡았다. 한숨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죽음을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시한부의 심정일까 아니면 도망가는 실로비키들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용단일까? 그들에게선 일말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 또한 어느새 삭아버린 탄알집을 확인하고 구식 나강소총의 노리쇠를 당기고 있었다. 나도 나 자신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시간이 되자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삶은 감자와 양파 따위를 먹다 만 우리는 자리에서 하나 둘 일어났다. 대대장이 들어왔고 자칭 타칭 중대장과 소대장들이 수군거렸다. 페니야기노역과 미야키노역을 잇던 지하통로는 몇 일 전 모스크바가 공세를 받기 시작할 때 무너뜨렸다. 우리는 단독군장과 낡아빠진 방탄복, 그리고 소총을 챙긴 후 역사로 올라갔다. 승강장부터 역사까지 신음하는 부상병들과 미처 피난하지 못한 시민들이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마치 거대한 농노의 소굴과도 같았다. 초췌한 농노들은 앉은 채로 허공을 응시하다 우리를 올려다 보았다. 연민일까 동정일까. 그들은 그런 시선으로 우리를 올려다 보았다.


우리는 서에서 부터 붉게 타들어가는 가을 단풍과 함께 동으로 쫒겨왔고 우리가 쫒겨 올수록, 단풍은 보란듯이 시내에서 산야에서 강변에서 붉게 타올랐다. 그것은 우리와 함께 천천히 동쪽으로 내려왔고 이윽고 천년 고도에 닿았다. 수도는 선혈과도 같은 붉은 단풍으로 물들었고 이제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었다. 단풍은 그 위세를 자랑하듯 붉게, 붉게 타올랐다. 그러나 모스크바 시민들은 그렇게 아름답게 흐드러진 단풍을 환영하지 않았다. 단풍과 함께 내려온 우리도 환영하지 않았다. 그들이 왜 그런 표정을 짓게 되었는지 우리도 안다. 우리가 동쪽으로 내몰리면 내몰릴수록 사람들의 그러한 표정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시민들의 표정도, 타오르는 단풍도, 적응하고 싶어도 적응 할 수 없었다.





역사에서 나오니 어지러운 바리케이트 사이로 펼쳐진 조잡스러운 방어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사이에 병사들이 바리케이트와 쌀포대로 만든 조잡한 진지를 등지고 앉아있었다. 대충 거치된 구식 Zis-3 사단포는 축 처진 채 하늘을 향해 있었다. 그 아래에 녹슨 RPG-43 대전차수류탄이 굴러다니고 있었으며 그 옆으론 덱탸로프 기관총이 총열이 빠진 채로 거치되어 있었다. 방어진지에 기댄 완두콩 헬멧의 한 노병은 독한 Максим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제지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병이 자신의 몸집만한 모신나강 소총을 안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엔 적 드론이 뿌린 삐라와 아군의 프로파간다가 어지럽게 흐드러져 있었다.





“귀하는 전투에 참가하여 빛나는 무공을 세웠음으로 공화국 규정에 의거하여 수보로프 훈장을 수여함”


바리케이트 뒤쪽에서, 몇 명의 병사들이 도열한 채 장교로부터 훈장을 수여 받고 있었다. 그 옆에선 병사가 훈장이 가득 담긴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한 병사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난 뒤 그에게 훈장증을 되돌려받고 다음으로 훈장을 받는 병사에게 들려주었다. 훈장증엔 받는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훈장증은 세사람을 거치고 나서야 다시 장교에게 돌아왔다. 조잡하게 찍어낸 훈장은 꾸러미에 담긴 채로 뿌려졌다. 이윽고 지면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온 사방의 장갑이 찌그러고 그슬린 전차 두대가 도착했다. 한대는 T-72B3M 전차였고 나머지 한대는 놀랍게도 T-14 전차였다. 용케도 살아남았구나 생각했었는데 차체에 ‘парад 27호’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불타는 열병식용 차량호에서 빼왔다고 했다.





우리는 모스크바강 안쪽인 크로커스 시청홀을 공격 집결지로 삼았다. 모스크바 주변에 잔존한 모든 부대가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공세에 나섰으며, 전차를 동반한 우리는 일종의 후속적 주공이자 초월부대였다. 공세가 모스크바의 남쪽에 집중되어 있을 때 우리는 단시간안에 크라스니 킷 쇼핑몰까지 점령해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이 성공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적의 매복조의 사격과 동시에 현실이 되었다.





선두에선 T-72 전차의 전면장갑에서 콘탁트-5가 터지며 섬광이 번쩍였다. 후속하던 T-14 전차는 아레나를 터뜨리며 포와 기관총을 쏘아댔다. 하지만 적이 어디에서 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광장을 빠르게 주파해야 했으나 우리는 곧바로 돈좌 되었다. 적의 대전차 미사일과 FPV드론이 우리가 방패막으로 삼는 가여운 엄폐물로 향해 날아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적이 어디있는지 찾지 못했다. 암흑 속에서 싸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몇 군데 섬광이 보이는듯한 건물에 모신나강 소총을 쏘았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실로비키들을 베이징으로 보내야 한다고 자원했다던 T-72전차의 전차장은 불타는 포탑에서 상체를 마치 다 빼내지도 못한 채 불에 타올랐다. 그의 코에서 끓어오른 체액이 몸 밖으로 빠져 나와 쏟아졌다. 선두에선 전차와 그 주변으로 한 ‘타칭 첨병 중대’는 고립되었다. 적의 자폭드론이 쏟아지자 우리 중대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대대가 양분되었다. 우리가 할수 있는건 비처럼 쏟아지는 드론공격을 피해 건물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고립된 그들은 부숴진 BMW들 뒤에 웅크린 채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구원할 수 없어. 그들도 알았을 것이다. T-14 전차에 포탑에 드론이 스쳐 지나가 수보로프 장군 동상을 부숴버렸다. 동상의 파편이 광장으로 우수수 쏟아졌다. 그들은 후퇴 할 수도 구원을 바랄 수도 없다. 동상의 머리가 우리 앞으로 굴러왔다. 고립된 그들은 당황하지도 절망에 빠진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체념했다는 듯 무표정했을 뿐이다. 사이로 무언가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그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Ура!”


“За родину! За силовики́! За Путин!”

(조국을 위하여! 실로비키들을 위하여! 푸찐을 위하여!)





그들은 엄폐물을 넘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마지막 남은 전차 한대도 탑재된 모든 화기를 전방으로 쏟아내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포연과 폭음 속에서 그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함성이라기 보다는 울부 짖는 것에 가까웠다. 광장의 낙엽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가을 바람에 나뭇가지가 웅웅거렸다. 그 사이를 병사들이 고함을 치며 달려갔다. 그리고는 하나 둘 낙엽과 함께 저버렸다. 총성과 함성 비명과 굉음소리가 진동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황홀하기 까지 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7.62mm 바르샤바탄 몇발을 내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러시아 조국의 마지막 공세는 실패했다.





우리는 다시 페니야기노역으로 돌아왔다. 대대장은 중위가 되어 있었다. 대대는 이제 스무명이 채 남지 않았다. 모스크바와 그 인방의 병력들은 모두 모스크바 붉은 광장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제 모스크바에 거의 도달했고, 그들은 이제 정치적인 선전물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페니야기노역을 버리고 붉은 광장으로 걸어갔다.





“모스크바 방어 사령관 폐황후 쇼이구다. 모든 병사들은 현 위치를 반드시 고수하라 반복한다 모든 병사들은 현 위치를 기필코 사수하라.”


“Дорогая моя столица,

Золотая моя Москва!

(친애하는 나의 수도, 나의 황금빛 모스크바여!​)“


R-112에서 나온 사령관은 이젠 폐황후로 신분이 바뀌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 그녀는 모스크바에 있긴 한 걸까? 그의 말을 끝으로 군가가 흘러 나왔다. 그것은 독전가라기 보다는 절규처럼 느껴졌다.




붉은광장에 가까워지기 시작 할 즈음에, 추락한 전투기 한대가 대로에 처박혀 있었다. SU-34 전투기였다. 추락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훤히 들어난 제트엔진의 팬 블레이드가 방금 끈 선풍기마냥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콕핏 속에선 탈출하지 못했는지 조종사가 계기판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있었다. 다 감기지 못한 그의 눈이 길가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마치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짓이겨진 얼굴 탓인지 나를 노려보는 것 같기도 했다. 너는 왜 죽지 못했냐 하고 묻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해 걸었다.





붉은 광장 주변엔 적어도 페니야기노역 보단 훨씬 정교한 방어선이 펼쳐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든걸 쥐어짜낸 모양새였다. 포돌스크와 젤레노그라드 등지에서 저항하던 병력을 포함해 모스크바 근교의 싸울 수 있는 모든 병력이 집결했다. T-64BM 전차가 토치카가 되어 포탑만 내 놓은 채 시청 앞에 놓여있었다. 전차병들은 포탑에 콘탁트를 덕지덕지 붙여놨다. 대로변엔 T-72 전차가 한대 서 있었다. 중위가 전차가 남아있냐고 물었다. 차체 옆에 앉아 있던 전차병들은 이 전차가 T-62 포탑과 T-72 차체를 결합한 잡종 T-72로 구동계통이 고장나 움직이지 못한다고 했다. 전차병들은 차체 주변으로 모래 포대를 쌓았다. 군기를 해하는 소위 ‘외국 대리인’이라 불리는 자들은 전봇대와 가로수에 매달려 있었다.





우리는 담당구역을 할당 받았다. 크렘린이었다. 우리는 공수부대들과 함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드디어 AK-74 소총을 받았다. 그들은 제 331근위공수연대의 잔존병으로, 키이우 런에서 처음 우크라이나군을 맞았고 모스크바까지 내려왔다. 공수부대원들은 AK-74 소총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며 군가를 불러댔다. 그들의 연대는 궤멸되었지만, 겉보기론 그들은 사기가 충천한 것 같았다. 나는 처음에, 서쪽에서부터 수많은 부대를 바꿔가며 내려온 나만큼 실전을 겪지 않았기에 이런 상황에도 아직 투지 따위가 남아있겠거니 생각했다. 로스그바르디야(국가근위군)으로 소집된 후, 행정적인 부대를 거친 뒤 한자리 숫자의 여단에 배치되었다. 그때는 나도 군가를 부르고 푸틴 만세! 실로비키 만세!를 외쳐댔다. 브랸스크에 있을 때는 두 자리 숫자의 이름 모를 예비여단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때부터 내 말수는 줄어들었다. 모스크바에 와서는 내가 무슨 여단에 편제되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수부대원 그들의 눈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군가를 쥐어짜고 있었다.


크렘린 내부엔 경찰들도 소총이나 권총 따위를 들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시내에서 보던 경찰 복 그대로를 입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뭔가 언벨런스 하면서도 안쓰러웠고 불합리했다. 우리가 있던 페니야기노역이 떨어졌고 곧이어 붉은 광장에 당도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방어준비를 하고 있는 병사들 사이로 손수레가 이리저리 다녔다. 그 안엔 보드카와 양주들이 들어있었다. 인근 주류 매장과 마트 등지에서 털어온 것들이라 했다. 종이컵에 양주가 따라졌다. 버번 위스키였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딱 한잔씩 허락 되었다. 빈 병 들은 바로 수레에 담기어져 화염병을 만드는 곳으로 보내졌다. 몸이 따뜻해졌다. 병사들은 간만에 서로 웃어댔다.





---




계단아래로 AK-74 소총을 난사했다. 올라오던 FPV드론은 급하게 회피했다. 내 앞에 서 있던 경찰이 마카로프 권총을 쏘다 드론공격에 직격되어 계단 아래로 쳐박혔다. 공수부대원과 나는 계단을 벗어나 복도에 있는 바리케이트로 급하게 몸을 숨겼다. 바리케이트에 있는 병사가 계단의 문을 노려 유탄을 쏘았다. 계단 옆 게시판에 걸려있던 종이들이 흩날렸다. 건물은 진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산처럼 쌓아두고 끌고와 크렘린을 향해 쏟아붓듯 투입하고 있었다. 적의 미제 아파치 공격헬기는 여유롭게 크렘린근처를 날면서 창문 근처에 알짱거리는 모든 것들을 향해 기관포와 로켓탄을 퍼부었다. R-112를 통해 같은 층 다른 바리케이트가 뚫렸다는 절규가 들렸다. 공수부대원 둘과 나는 개인화기를 들고 계단의 드론들을 피해 다른 통로로 윗 층으로 올라갔다. 4층, 크렘린의 끝이었다. 잔존한 모든 병력이 4층으로 올라왔다. 크렘린 곳곳에서 남아있던 잔존병력들의 소리는 더 이상 R-112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탄약이 부족했다. 가진게 더 이상 없었다. 나는 죽은 경찰의 품에서 마카로프 권총을 꺼내들었다. 권총의 안전장치 푸는 법도 제대로 몰랐지만 빈총보다는 나았다.





“자랑스러운 러시아 정규군 여러분 전쟁은 끝났습니다. 더 이상의 무의미한 희생은..” 우크라이나군 헬기가 크렘린 주변을 돌며 방송하는 선전문구가 귓가를 때렸다. 그 헬기는 사격을 받았는지 더 이상의 방송은 하지 못했다. 계단 밑에서도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론이 올라 왔다. 그들은 최후의 최상층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동무들, 정규군 동무들 이제 다 끝났습니다 그만하시오 ! 항복하면--”


“닥쳐! 바그너 용병 새끼야 !”





전향한 바그너그룹원이 확성기로 소리치자 어느 예비군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웃었다. 우크라이나군 쪽에선 더 이상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잠시 숨을 고르는듯 더 이상 드론을 올려보내지 않았다. 크렘린 끝 층에 남아있는 모든 기자재를 쌓은 뒤 남아있던 마지막 보드카를 나눠 마셨다.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포기한 걸까? 혹시 크렘린에 유명한 푸틴의 황금변기 노획을 포기하고 그냥 무너뜨리려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다시금 계단 밑이 웅성거리며 발소리와 윙윙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것이 그들의 끝이자 우리의 끝이라는걸 직감했다. 누군가가 러시아 연방 국가를 불렀다. 시키지도 않았지만 모두가 그를 따라 제창했다. 그리고 연방 국가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교전이 시작되었다. 최루탄이 날아들었다. 누군가 ‘가스!’라고 외쳤다. 그 연기 사이로 흑복을 입고 택티컬을 덕지덕지 붙인 검은 M-4를 든 우크라이나군들이 드론과 함께 들어왔다. 방독면을 쓰고 연기사이를 뚫고 온 검은 존재는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하나둘 적탄에 스러졌다. 나와 함께 계단을 올라온 공수부대원은 머리가 터져 죽었다. 소리를 질렀던 예비군은 눈을 부릅뜬 채 피거품을 뿜어대고 있었다. 다른 공수부대원이 연방 국가를 이어 부르며 울부짖으며 저항하다 고꾸라졌다. 미쳐 다 흘리지 못한 눈물이 피와 함께 섞여 흘러내렸다.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마카로프 권총을 들었다. 하지만 미처 한발도 쏘지 못한 채 어깨의 격한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나는 그제서야, 거기에 이르러서야 종말이 왔다는 걸 실감했다. 쿠르스크에서 후퇴할 때도, 오룔에서 후퇴할 때도, 오늘 페니야기노에서 후퇴할 때도 어쩌면 나는 모든게 끝나간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이용해서 크렘린 옥상에 황색-청색기를 걸었다. 이렇게 나의 전쟁은 끝났다.





우크라이나군은 황색-청색기를 건 뒤 분노에 차 쓰러진 병사를 원격 조종 드론으로 찔러대며 확인사살하고 있었다. 쓰러져 있던 나는 보드카를 한잔 더 마실걸 하고 생각했다. 눈을 질끔 감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장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고함치자 드론들은 물러나고 우크라이나군 군의관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어깨를 붕대로 감싸 맨 나는 정신이 돌아오자 다른 살아남은 자들과 함께 크렘린아래로 내려왔다. ‘잡종 T-72’은 포탑이 뜯겨나간 체 불타고 있었고 토치카화된 T-64BM은 해치가 모두 열린 채 버려져 있었다. 바리케이트는 모두 무너져 있었고 드론 잔해와 초록 픽셀무늬의 병사들이 내 팽겨져 있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다시 돌아다니며 항복을 촉구했다. 그것은 우리에겐 마치 제사상 앞의 조의문 처럼 들렸다. 우크라이나군은 크렘린 정문 계단 아래에서 우리에게 연방기를 밟고 지나갈 것을 요구했다. 연방 애국가를 제창했던 우리는 저항이 무색하게 눈치를 보며 그 말을 들었다. 우크라이나군이 비웃었다. 나를 바라보던 SU-34의 조종사의 눈이 생각났다.





근방의 러시아군 포로들은 모두 붉은 광장 잔디밭에 모여서 정렬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소리를 지르고 바그너출신인지 패트리어트 출신인지 하는 PMC 용병이 웅얼거렸다. 우리는 그곳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바그너출신 PMC가 그런 우리들에게 갑자기 방송 드론을 들고 와 볼륨을 키웠다.





“친애하는 국군 장병 여러분, 자랑스러운 국군 동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푸틴과 실로비키를 수호하기 위하여 압도적인 적을 맞아 용맹하게 싸웠습니다. 비록 중과부적으로 우리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지만 국군 용사 여러분의 분투는 영원히 기억 될 것입니다. 우리 방어 사령부는 2025년 2월 31일 22시를 기점으로 모든 전투행위를 중지할 것을 결정하였습니다.금일 22시를 기점으로 모든 전투행위를 종결 할 것을 명령합니다. 러시아 여제 쇼이구”





우크라이나군 드론들은 그들의 전자신호을 통해 무언가를 동시에 들었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대전차 수류탄 쏘아대고 공중제비를 돌았다. 나는 그것을 듣고 몇 시간 만에 여황제가 된 이 사람은 모스크바에 같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전쟁도 조국 러시아의 전쟁도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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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던 모스크바시민들은 하나 둘 그들의 은신처에서 나왔다. 거리는 일단 대충 치워졌다. 우리는 포로 수용소로 향할 줄 알았지만, 어찌되었는지, 행정상의 오류가 있었는지, 아니면 아무런 가치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모스크바에 내버려졌다. 전투복을 벗고 부서진 쇼 윈도우 속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었다. 포돌스크 일대에서 항복을 거부한 병사들과 우크라이나군간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하지 못해서, 죽지 못해서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군인으로 취조 받을까 전투화도 벗어버린 내 자신을 환멸했다. 길거리에서 한 여성시민이 우크라이나군 드론의 배터리를 뜯어내고 있었다. 그 뒤의 러시아군 헌병이 여성을 타일렀다





“그.. 아줌마, 드론은 배터리가 없으면 동작을...”


“이거 없으면 안 된다고요! 제발 말 좀 해주세요!”





하지만 여성시민은 기어이 완력으로 배터리를 뜯어냈고 드론을 향해 루블화 지폐 몇 다발을 던졌다. 드론은 제자리에서 동작을 멈췄고 헌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를 경멸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자기 혐오이기도 했다. 그녀는 나에게 뭘 보냐고 소리치며 가버렸다. 나라는 사라졌다. 내가 러시아 국민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이제 우크라이나 인민이 되는 것인가? 푸틴과 실로키비 대신 누구를 어떻게 섬겨야 할지 몰랐다. 쿠르스크때부터 짓이겨오던 두통이 심해졌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패전한 조국의 군인으로서 세상에 내던져 졌다. 훈장도 위로도 감사도 치료도 없다. 머리가 아파왔다. 망치로 두들기는 것 같았다.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것은 총탄소리 같기도 했고 말소리 같기도 했다. 수호이의 조종사가 웅얼거렸다. 왜 죽지 못했나. 나도 모르게 그의 물음에 답하며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고 아무도 없는 울리차 바바르카 대로를 터벅터벅 걸었다. 하늘에 우크라이나군의 FPV드론들이 새떼처럼 동쪽으로 몰려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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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암울한 전황속에서


잠시 웃어보자 패러디를 해봤습니다.


원작자분께서 불쾌하시다면 자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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