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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SR-71 조종사 이야기.

Mr.A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12 16:00:42
조회 14277 추천 61 댓글 21
														

SR-71에 탑승하는 것에는 많은 제약이 따라붙지만, 우리는 이 분야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들이었고 다른 조종사들에게 이 사실을 상기시키는 일을 즐기곤 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간혹 비행이 재미있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 기체를 조종하는 것을 묘사할 때, 재미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어쩌면 고된, 혹은 지능적인 일이라고 표하는 쪽이 더 맞으리라. 하지만 이 '썰매'를 몰면서, 아주 잠시 '가장 빠른 사나이'로서 재미를 봤다고 할만한 날도 있었다.


이 일은 나와 월트가 훈련비행을 하고 있을 때 벌어졌다. 훈련과정을 마치고도, 임무 수행 자격(Mission Ready status)을 획득하기 위해 100시간의 비행시간이 필요했다. 그 100시간은 콜로라도 상공 어딘가를 비행하던 중 달성되었다. 우린 기수를 애리조나로 돌렸고, 기체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전방석의 계기들은 정상이었고,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진짜 임무 비행을 하게 된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 10개월간 이 기체를 조종하며 얻은 자신감 덕이었다. 8만 피트 아래로 놓인 황량한 사막을 가로지르며 애리조나 경계선에서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수 개월간 시뮬레이터와 교육 앞에서 초라해지던 순간들을 넘기고, 드디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후방석의 월터에게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앞에 펼쳐진 기막힌 경치를 감상하기에는 후방석의 시야가 별로였고, 4개나 되는 통신에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지휘부와의 통신을 우선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진짜 임무 비행을 위한 좋은 연습이긴 했다. 물론 이는 어려운 일이었기에, 나는 항상 통신제어권을 그에게 넘기고 내 통신에만 집중하곤 했다. 이는 기내 직무를 분담하는 것이기도 해서, 곧 이에 적응하게 되었다. 하지만 착륙 과정에서는 내가 교신해야한다고 고집했다. 월트는 여러 면에서 우수했지만, 원활한 교신이라는 부분에서는 내가 위였다. 나는 전투비행대대에서 근무하며 교신 기술을 갈고 닦았고, 전투비행대는 아주 약간의 교신 실수에도 목이 달아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사실을 이해했고, 내가 착륙 시의 통신을 맡는 호사를 누리게 해주었다.


월트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나는 무전 토글 스위치를 조작해 그가 듣고있는 통신을 들어봤다. 통신은 주로 저 아래의, 주변 통행을 통제하는 로스 앤젤레스 센터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우리도 그들의 통제를 받긴 했지만(간단히 말했을 때의 얘기다), 당시에는 통제되지 않는 공역에 있었고, 통제되는 공역까지 하강할 필요가 있지 않는 한 그들과 대화할 일은 없었다.


혼자 비행하고 있는 세스나기의 파일럿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관제센터에 대지속도를 묻는 게 들렸다. 센터는 "노벰버 찰리 175(NC175), 당신의 대지속도는 90 노트다"하고 대답했다.


여기서 한가지 센터 관제사에 대해 말할 것이 있다. 그들은 세스나에 탄 초짜 파일럿에게 말할 때도, 에어포스 원을 상대로 말할 때도, 항상 차분하고, 깊고, 프로페셔널한 어조로 말하고, 상대도 뭔가 중요한 대화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난 이걸 "휴스턴 센터의 목소리"라고 불렀다.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휴스턴 센터 관제사의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를 들은 다른 관제사들이 그들처럼 하고 싶어했고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항상 느꼈다. 그리고 우리가 어느 공역에서 비행하건, 항상 같은 사람이 말하는 것 같았다. 몇년이 지나자, 이런 목소리들은 파일럿들을 안심시켜주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조종사들은 수 년간 통신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마치 척 예거처럼, 아니면 하다못해 존 웨인의 목소리처럼 들리길 원했다. 시원찮은 목소리로 통신하느니 죽고 말지, 같이.


세스나기의 요청이 있고서 잠시 뒤, 트윈 비치 조종사가 같은 주파수에 좀 더 멋들어진 목소리로 대지속도가 얼마인지 물었다. (* 원문은 Twin Beech, 비치크래프트의 쌍발프롭기 모델 18이라는 듯) "당신의 대지속도는 125노트다." 자식, 내 생각에 비치크래프트 조종사는 자기가 세스나기에 탄 친구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르무어 해군항공기지 소속의 F-18 해군 조종사가 이 주파수에 끼어들었다. 해군 놈들은 통신할 때 목소리가 아주 차갑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다. "관제소, 더스티 52의 대지속도를 체크해달라." 관제소의 응답이 있기 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더스티 52는 백만달러짜리 조종석에 대지속도계가 있을텐데, 관제소에 물어본다고? 그리고 직후에 깨달았다. 더스티 놈은 휘트니 산에서 모하비까지의 모든 좆밥들에게 진짜 속도란 게 뭔지 가르쳐주려는 거였다. (* 좆밥의 원문은 Bug smasher, 저고도 항공기를 통칭하는 속어라고 함) 그 친구는 자신이 오늘 이 구역에서 가장 빠른 놈이고, 자신의 새 호넷이 얼마나 재미진 물건인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거였다. 그리고 관제소는, 감정이 드러나진 않지만 명확히 다른 어조로, 항상 그렇듯 차분하게 답했다. "더스티 52에게 관제소가. 당신의 대지속도는 620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딱 좋은 타이밍이구만, 안그래? 나는 본능적으로 마이크 버튼에 손을 가져갔고, 그리곤 월트가 통신 제어를 맡고있다는 것을 그제야 상기했다. 그래도 나는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수 초 후에 공역에서 벗어날테고, 기회는 날아가버릴 테니까. 저 말벌놈을 지금, 지금 당장 죽여놔야했다. 나는 우리가 받은 그 모든 시뮬레이션 훈련을 떠올렸고, 우리가 조종사가 되었다는 것, 지금 통신에 끼어들었다간 그간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나는 고민했다.


애리조나 13마일 상공 어딘가에서, 한 조종사가 우주 헬멧을 쓰고 비명을 내질렀다. (* 아마 필자가 고뇌의 비명을 질렀다는 말인 듯) 그리고 어떤 소리가 들렸다. 후방석의 마이크 버튼이 낸 소리였다. 그 순간, 나는 월터와 내가 이미 조종사라는 걸 깨달았다. 아주 프로페셔널하고 무감정한, 월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스 앤젤레스 관제소, 아스펜 20이다. 대지속도를 체크해줄 수 있겠나?" 대답이 주저없이, 일상적인 요청에 답하듯 돌아왔다. "아스펜 20, 당신의 대지속도는 1842 노트입니다."


최고로 맘에 드는 42노트였다. 정확하고 자랑스럽게, 주저없이 센터는 정보를 전달해주었고, 그리고 약간은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월트가 마이크를 켜고 다시 한번 완전 전투조종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던 그 순간, 나는 월트와 오랫동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아, 관제소, 정말 감사하지만 우리 쪽에서는 1900으로 표시되고 있다."


그 순간 동안, 월터는 신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휴스턴 센터 목소리가 두른 갑옷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알겠다, 아스펜, 아마 귀기의 장비가 더 정확할 것이다. 좋은 물건에 타고 있으니까."


전부 아주 잠시동안 일어난 일들이었지만, 이 아주 짧고도 기억에 남는 남서쪽으로의 질주에서, 해군은 패퇴했고, 그 주파수의 모든 평민 항공기는 속도의 왕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월터와 내가 조종사가 되는 관문을 지났다는 점이다. 아주 멋진 하루였다. 우리가 해안선에 닿을 때까지, 그 주파수에서는 어떤 통신음도 들리지 않았다.


단 하루만이라도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브라이언 슐(Brian Shul)의 Sled Driver에서.


=====


예전에 번역된 게 있어서 읽어보긴 했는데, 전문이 번역된 게 아니라서 직접 하고 겸사겸사 올려봤습니다. 번역 시작한 건 한참 전인데, 딴짓하느라 어영부영 늦춰지던 거 오늘 각잡고 끝냄.


1차 출처는 말미에 써있듯 Brian Shul의 Sled Driver: Flying the World's Fastest Jet인 것 같습니다.


2차 출처는 Imgur에 올라온 포스트입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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