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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아트] 후일담2-6(잠잔다고 나중에 읽지 말어.)

엘프사이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0 06:11:32
조회 302 추천 5 댓글 47
														

[그래야 고칠 게 있으면 바로 수정하지.]









지은은 고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조용한 곳에 혼자 있으면 외로우니까.

하지만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차라리 고요를 즐기게 되었다. 그녀를 비웃는 소리보다는 조용한 편이 훨씬 좋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지은은 현재의 그녀가 즐길 수 있는 고요와 소음을 동시에 붙잡고 있었다.

테이블에 쳐져있는 칸막이 너머로 들리지 않는 대화 소리는 그녀에게 안정을 선사했고.

바로 앞에서 동태가 음식을 먹어치우는 백색 소음은 그녀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심을 선사했다.


'그렇게나 배가 고팠던 걸까?'


많이 먹는 것보다는 적게 먹는 편이 습관이 되어버린 지은에게 있어서 동태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자기 것을 다 먹은 뒤 지은이 남겨버린 국밥을 싹싹 긁어먹은 후 국밥 한 그릇을 더 추가해서 먹었다.

사실 예상 외의 지출에 동태가 먹고 있는 동안 조용히 그녀는 인터넷 뱅킹에 들어가서 잔돈을 확인했으나 국밥 정도는 수백 그릇 넘게 사도 남는 거금이 들어 있었다.

마치 이 곳에서의 지은은 부모님이 남긴 유산을 쓸 일이 없이 모아두었던 것처럼.

그래, 동태의 반응도 그렇고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지은은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났더라도 그렇게까지 크게 번지지 않았다.

편의점 손님들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은을 배려하려는 동태가 섣부르게 선배에 대한 얘기를 꺼낼 만큼.


그래, 어쩌면 이 꿈이야말로 지은이 최후의 다이스로 원하던 행복 그 자체일지도 몰랐다.

거기에는 지은보다 우선시하는 사람이 있는 동태가 같이 살고는 있어도,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다는 점 자체는 지은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특히 동태처럼 지은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미오가 있는 이상 동태는 지은을 얼마든지 버릴 수 있겠지만, 미오가 있지 않는 이상 동태는 지은을 목숨을 걸고 도와준다.

미오와 있었다면 동태는 지은과 동거 자체를 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동태는 지은의 편이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을 지은의 편.


그러나 동시에 지은의 편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지은은 동태의 연인을 칼로 찔러버렸으니까. 그것이 정당방위든지, 뭐든지 그 행위 자체는 사라지지 않느다.

그리고 지은은 만난지 불과 얼마 안된 이곳에서의 동태를 믿고 있는 만큼 그곳에서의 동태를 알고 있었다.


그 동태는 자신의 연인을 죽인 지은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순수한 사랑은 지은을 똑같이 칼로 찌르고 나서야 끝날 것이다 하는 확신을.


어떤 사실을 밝히면 적이 되어버릴 동태를 속여서 지은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기만일 뿐이었다.

선배가 지은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부류의 기만.


그렇기 때문에 지은은 이 자리가 끝나면 동태에게 그 세계에서의 이야기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이 식사가 길게 이어지기를 바랬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동태는 지은의 편이니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얼마나 상념에 깃든 채로 있었던 걸까, 카트 소리가 들리더니 커튼이 걷혀지면서 알바생이 아니라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아주머니가 끌고 온 카트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정식과 얼음잔 2개 그리고 시원한 탄산 음료수 병 2개가 놓여져 있었으나 지은은 황급히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렸다. 단골이었던 만큼 자주 대화했던 지은의 얼굴을 아주머니는 확실히 기억하고 계실 테니까. 적어도 그 선배와 지은의 사이를 아는 사람과 만나서 아무렇지 이야기할 정도로 지은의 심장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은은 얼굴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저희 순대 정식이랑 음료수 2병 안 시켰어요. 아, 혹시 서비스인가요?"



서비스는 아니다. 잘못 가져온 게 분명하다. 지은은 예전에 요즘 젊은 것들은 공짜를 너무 좋아한다고. 우리 집에서는 단골이라고 해도 사비스는 절대 주지 않을 거라고 선언하던 아주머니의 음성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주머니가 무슨 말을 할 지 이미 알고 있었다.



사비스 안 준다고.



그러나 지은의 귀에 들린 말은 예전에 했던 말과는 다른 어조의 말이었다.



"......그려. 사비스 맞어. 사비스."



어설픈 영어발음과 함께 긍정을 표하는 아주머니. 지은은 잠시 눈동자를 굴려 아주머니의 의도를 탐색하려는 듯이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이윽고 팔짱을 껴서 고개를 숙였다. 선배와의 추억의 장소에 동태와 함께 도전하기로 했어도, 직접 예전에 친했던 사람과 얼굴을 대고 마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설령 이 세계에서 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짙은 그림자가 지은의 위에 깔려있는 것도 잠시 카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커튼 밖으로 아주머니가 나가시는 소리가 들리자 지은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머니의 음성도 같이 들렸다.


"난 말이여 지금껏 손님에게 실수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있단 말여."


커튼은 닫혀 있다. 동태는 아주머니의 소리와는 상관없이 젓가락으로 순대를 가져가 초장에 찍어서 우물우물 먹고 있다.

하지만 지은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굳어있는 채로 아주머니의 음성을 계속해서 들었다.


"근데.....딱 한 사람에게는 그, 잘못 한 것이 있는 것 같거든. 에이 썅. 이런 거 못해먹겠네."


"딱 잘라 말하면 그 개 놈이 여기로 올 일은 더 이상 없을 테니까, 여기에서는 마음껏 먹고 혀. 왠만해서는 꽁짜로 해줄 테니께."


 "무슨 말이냐면은 오늘은 그냥 가. 계산은 내가 할 테니께."


  그 후 아주머니의 음성은 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커튼 밑바닥 틈새에서 보이는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기 때문에 지은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픔을 유일하게 알아준 사람이라서? 동태 말고도 이 세상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있어서? 아니, 그것이 아니었다.


이 세계의 아주머니가 지은을 위했다면.

그 세계의 아주머니도 지은을 위했을 것 같아서.


그 세계에서 살았던 지은이 조금이나마 긍정 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다른 기분에 그세계에서 느낀 행복과는 다른 종류의 행복은 동태가 순대 정식을 다 먹을 때까지 계속.....

계속 앞을 보지도 못하고 지은을 울게 만들었다.


어느새 커튼 밖에 있던 그림자는 사라져 있었으나 지은은 마치 커튼을 열어보면 아주머니의 얼굴이 오랜만에 보일 것 같았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들어왔지만....어쩌면 아주머니는 진작 지은을 알아보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가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지은을 알아보고도 그녀를 어떻게 대할까 고민하다가 이곳에 어설프게 순대 정식이나 들고서 들어왔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은에게 있어서는 확신은 없는 생각이었지만, 그건 마치 진실처럼 느껴졌다.



왜냐면 테이블 사이에 있는 동태와 지은을 밖에서 보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커튼 밖에서 누군가 자꾸 왔다갔다 거리며 그림자가 생겼다가 사라지고는 했으니까.

꼭 지은이 걱정되지만, 어떤 걱정의 말조차 동정처럼 들릴까봐 말조차 함부러 못하는 어느 아주머니가 서성거리는 것처럼.



"아주머니 참 좋은 사람이네요. 그쵸?"



".....응."



좋은 사람이었다. 이미 진작 손에 사람의 피를 묻힌 지은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



"근데, 그런 아주머니가 진심으로 걱정하게 만드는 사람 또한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걱정은 결국 자신에게 그럴 만한 감정을 안겨다 준 사람에게 해주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누나는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좋은 사람이에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동태의 목소리는 지은의 귀에 새겨진다.

그러나 동태와의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 지은에게 있어서 그 말은 꼭 이별의 말처럼 들렸다.



누나가 이별을 고해도 나에게 있어서는 항상 좋은 사람일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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